신으로 부활했지만 1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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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06 16:04
최근연재일 :
2024.08.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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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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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부활

DUMMY

첫 번째.


“그러게, 뒤를 잘 살피셔야지요. 아쉽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잘 가시옵소서.”


“이 새끼가······?”


25레벨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사망.



*

*

*



두 번째.


“왕이시여···. 이대로 눈을 감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백성들을 보호하시고 제국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바스 님 뿐입니다. 속히 일어나······.”


“미안. 다음에 보자. 안녕.”


46레벨에서 전염병에 걸려 사망.



*

*

*



세 번째.


“악······!”


4레벨에서 산을 오르다 실족해서 사망.



*

*

*



그곳은 빛 한줄기 닿지 않는 심연. 그러니 존재 둘이 있더라도 어둠에 가려져 서로를 볼 수 없었다.


“그래. 이제 더 이상의 기회는 없군. 그 정도는 알고 있지.”


“······.”


“이제야 가혹한 운명에서 해방되겠군. 가자고. 그곳이 화염으로 불타오르는 지옥이라면, 몸이나 좀 지지게. 50년 동안 너무 피곤했거든.”


“······.”


“뭐지? 인간으로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무한의 존재라고 들었는데···. 벙어리라도 되나? 뭐, 이해하지. 그 자리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테니 말이야.”


“먼지보다 가치 없는 존재여. 나는 악몽이라 불린다. 지금껏 계속 너를 관찰했다.”


“쯧. 유치한 이름이군. 꿈이나 깨지 그래.”


“네 너를 다시 한번 지목하겠다. 가서 온 우주를 구원할 진리를 만들어보거라.”



*

*

*



어머니는 이름에 가르칠 훈을 붙였다. 그래서 나는 현생에서 김훈이라 불렸다.


사람은 이름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대체로 따스하고 상냥한 성품을 지녔었고, 인생 계획에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이름대로 교사에 임용됐다.


그리고 다음날,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명을 달리했다.


눈앞이 흐려지고 정체 모를 삐 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섞여 귀에 들어오던 그때······.


분통하지만 인간은 그저 나약하기 그지없고, 각자 정해진 운명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때문인지, 경찰관조차 부모에게 참혹하니 시신을 보지 말라며 뜯어말리던, 그 육신의 입술만은 슬며시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단단히 꼬여버린 운명의 실타래에 따라.


나는 오메가 제국의 절대자.


신이 됐다.



*

*

*



“그렇군. 또 여기서부터 시작인가? 어차피 닥칠 운명들은 다르건만. 쯧.”


적색과 보랏빛으로 물드는 기묘한 하늘 끄트머리에는 붉은 태양이 걸려있었다. 왼쪽 손바닥을 활짝 펴서 그것을 가리니, 빛은 네 갈래로 쪼개져 눈에 투영됐다.


입술을 슬쩍 벌리거나 입꼬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시작점은 언제나 경이로웠다.


그래. 이로써 네 번째 부활이었다.


참고로 회귀는 아니었다. 왜냐. 이곳의 정보와 지식은 머릿속에 저장됐지만, 나를 냉혹하게 둘러싼 운명의 사건들은 언제나 달랐다.


그래서 세 번째 부활 때. 안일한 생각으로 높은 바위를 오르다가 그대로 떨어져 죽었다. 멍청하긴 쯧.


그러니 회귀보다 부활이란 말이 내겐 어울렸다.


기름져 뻣뻣하다 못해 축축한 머리를 왼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 검붉은 생채기가 가득한 오른손을 펼쳤다.


“쳇. 흥미롭군.”


손바닥에 짙게 새겨진 검은 활자는 오직 나만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상태 창. 아래와 같다.


▶ 현재 레벨 : 1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00p

▶ 제국 계수 : 10 / 100,000,000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 이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순된 세계는 지구보다 조금 작은 외계 행성이다. 그리고 이곳을 품은 푸른빛 나선형의 은하는 어둠에서 태초로 잉태된 곳이다.


사실 내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가 중요하지.


그렇다 나는 신.


그러나 갈비뼈 윤곽이 드러나고 광대뼈가 톡 튀어나올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내 육신은 유약하고 비루했다.


거기다가 1레벨······.


애초에 신이라 불렸지만, 길거리를 배회하는 비렁뱅이보다 나약했다. 아무런 능력 없이 그저, 혈혈단신으로 레벨과 제국 계수를 올려야 했다.


레벨은 99까지. 생명력과 경험치가 얽힌 계수는 일억까지. 쯧.


늘 변덕스럽고 잔인한 운명의 부조리가 내 삶을 집어삼켰다. 때문에, 따스하고 상냥하던 나는 어느새 퉁명스럽고 냉철하며 때로는 잔혹했다.


그렇기에 표정을 지어내는 여러 조각의 안면 근육은 언제나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한쪽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왜냐.


1레벨부터 전능한 능력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살생과 치유를 말이다.


“시작부터 이런 능력을 주다니. 악몽에 갇힌 존재여······.”


악몽이란 존재의 인정을 받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손아귀에 쥐여준 것이겠지. 이번에는 반드시 세상을 구원하라며 말이다.


“그래. 무한에 존재하는 자여. 내가 마지막까지 닿아주겠다. 기다리라고.”


주변에는 누군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풀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만 가득했다. 그러나 무한하고 공허에 닿은 그 존재는 들었을 터.


옅은 숨을 코로 내쉬며 고개를 들어 왼편으로 돌렸다.


지평선 끝에 닿아가는 태양으로 하늘은 기묘한 보랏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단어로 형태를 설명하기 어려운 주황빛 구름은 일정한 속도로 유영했다.


다시 고개를 내려 왼편으로 돌리자, 시골에서나 볼법한 비포장길이 보였다. 곳곳에 크고 작은 자갈이 흩어져 있었고, 간신히 사람 둘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오른쪽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짙은 남색 호수가 보였다. 불리는 이름은 없었지만, 나는 저곳을 ‘보랏빛 하늘이 흘린 눈물’이라 불렀다. 훗. 본래 투명하지만, 오묘한 빛의 하늘을 담아내니 저런 색이었다.


참고로 전능한 신이라 불렸지만, 모습은 비루하기 짝이 없었다. 걸치고 있는 넝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체액이 묻어 얼룩졌으며, 반곱슬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다. 커다란 큐빅이 박힌 왕관이나 번쩍이는 반지도 없었다.


고풍스러운 지팡이라도 하나 있다면 제법 모양새가 그럴싸했겠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심지어 손톱 몇 개에는 까만 때가 껴있었다. 수염도 꽤 길었지만 손질되지 않아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그러니깐 쉽게 말하면 내 모습은 흡사 거지에 가까웠다. 아니. 거지가 맞았다.


내 스스로 그 행색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 제국의 신으로 왔을 때, 만나는 이들에게 나는 신이니 예를 갖추라며 나무랐지만, 몇 번이나 크게 얻어맞았다.


그래서 누군가 당신은 누구신지 물으면, 그냥 정처 없이 떠도는 행인으로 소개했다.


그러니 오히려 메마른 빵이나 마실 물을 주기도 했으며, 따스하게 몸을 뉠 수 있는 처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이번 회차에서도 그럴 생각이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행인으로 소개하는 게 나을지 거지가 좋을지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흔한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다. 살가죽이 두껍지 않은 맨발에 작은 돌이라도 밟히면 고통이 상당했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여 땅바닥을 보고 다녔다.

“자. 그럼···. 이제 뭐 하지?”


레벨이나 계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슨 행위를 해야 했다.


예컨대 게임으로 치자면, 퀘스트를 깨거나, 던전 깊숙이 들어가 험악한 괴물이나 적을 응징하는 행위 말이다.


“음?”


그때였다. 좁은 길 끄트머리에 네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아이의 행색도 말이 아니었다. 흑발에 바가지 머리를 한 꼬마 얼굴에는 검회색 얼룩이 곳곳에 찍혀 있었다. 걸치고 있는 망토도 얇은 천 조각을 몇 개 이어 붙였는데 색이 모두 달라, 번잡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오메가 제국이란 곳은 지구로 치자면, 고대와 중세 시대 그 어딘가쯤에 있었다. 그리고 제국이라 불렸지만, 실상 여러 가문과 부족으로 찢어져 있었고 당연히 빈부격차도 존재했다.


어쨌든, 할 일을 찾았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나는 신. 얼굴에 표정을 짓지 않은 채, 최대한 기품이 넘치는 발걸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헤헤헤! 죽어. 죽어!”

녀석의 몇 걸음 뒤에 닿자, 아이는 때 묻은 검지로 바닥에 기어다니는 개미를 자비 없이 꾹꾹 짓눌러 죽이고 있었다.


물론, 나도 현생에서 다리 네 개를 초과하는 생명체를 혐오했다. 그래서 보이는 족족 살생하며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그러나 나는 신.


미개했던 그 기억을 한 줄씩 지웠다. 그리고 이곳에서 지성 없이 악한 인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했다. 그래야만 내 운명을 움켜쥔 레벨과 계수가 오르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걸치고 있는 넝마 매무새를 정리해, 뒷짐을 지곤 아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꼬마야. 지금 뭐 하는 거지?”


뒤꿈치를 들어 살며시 다가온 탓에 녀석은 내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전기라도 오른 듯 어깨를 들썩이더니, 앉은 채로 고개를 휙 돌렸다.


“네?”


아이의 눈빛은 비루한 행색에 반해 맑고 또렷했다. 처음에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멍하니 입을 벌렸는데, 이내 앞니가 보일 정도로 훤히 웃었다. 그리고 다시 개미를 살육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더 아이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뭐하냐니깐. 어른이 물었으면 대답해야지. 그렇지?”


그러자 녀석을 다시 고개를 슬쩍 돌리더니, 한껏 밝은 미소로 입을 열었다.


“개미 죽이고 있어요!”


“그렇구나. 왜지?”


바삐 움직이던 녀석의 손이 이내 멈칫하더니, 한쪽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눈썹을 치켜세워 내 물음에 입을 뗐다.


“음···. 모르겠어요. 그냥 재밌어서? 헤헤.”


“재미라···. 그렇군.”


그래. 현생에서 나는 교사였다. 물론 첫 출근길에 차에 치여 죽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러니 이런 아이들을 살갑고 다정하게 다루는 법은 머릿속 어딘가에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생의 기억이 빚어낸 일종의 쓰레기.


냉혹한 운명의 흐름이 지금 내게 묻고 있었다.


악에 물들고 있는 이 가엽고 연약한 존재를 어떻게 할 거냐고 말이다.


그래. 아직 뭘 모르는 아이였다. 그러니 하얗고 작은 손가락 한 마디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생산해 내는지 알 턱 없지.


맞아. 알려주면 됐다. 모르니깐 말이다.


폐부를 영위하던 뜨거운 날숨을 코로 한 모금 뱉어냈다. 그리고 바닥에 쭈그려 앉은 아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지그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

.



“장난으로 생명을 살육하다니 미개하고 어리석구나. 그래. 나도 네 어미나 아비를 자비 없이 죽인다면 꽤 즐겁겠군. 아. 그게 아니라면 그 작고 허연 손마디 하나를 장난으로 잘라버릴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무지하고 정신 나간 녀석아!”



▶ 현재 레벨 : 1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00p

▶ 제국 계수 : 12 / 100,000,000


※ 제국 계수가 ‘2’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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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도적 24.08.09 21 0 12쪽
7 라비 24.08.08 19 1 12쪽
6 동생 24.08.08 16 1 11쪽
5 부족 24.08.07 17 0 11쪽
4 처단 24.08.07 28 1 11쪽
3 살생 24.08.07 21 0 12쪽
2 치유 24.08.06 21 1 12쪽
» 부활 24.08.06 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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