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부활했지만 1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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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06 16:04
최근연재일 :
2024.08.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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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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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DUMMY

▶ 현재 레벨 : 3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복종(200)

▶ 신성력 : 800p

▶ 제국 계수 : 680 / 100,000,000



*

*

*



그날은 지난 2회차 42레벨.


가슴에서 피어나는 붉은 꽃망울은 언제나 애처롭지만 아름다웠다.


커다란 유리창에서 사선으로 내려오는 햇빛은 순백의 번쩍이는 바닥에 반사되더니, 층고가 높은 신전을 이리저리 밝혔다.


비릿한 선혈의 향. 그 향기는 언제나 악에 물든 인간을 구원했다.


그러니 붉은 피는 언제나 거짓 없이 순수했다.


“시···신이시여···. 어째서······?”


바닥에 널브러진 신관 라우스는 이미 가슴이 꿰뚫렸다. 그리고 그가 널브러진 주변에는 시뻘건 피가 흥건했다.


“행동하기 이전에 마음에 번진 의심도 배신이다. 잘 가거라.”


하나의 신관을 포함한 제관은 모두 일곱.


녀석들은 전능한 나를 시기했으며, 결국에는 믿음을 져버렸다. 그러니 수행관 레미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죽여버렸다.


“이 무슨···. 바스 님. 언젠간 오늘을 후회하실 겁니다.”


커다란 문을 활짝 열어젖힌 그 당시 레미. 오늘의 라비가 내게 건넨 말이다.


그리고 녀석의 말은 하나의 예언이 되더니, 내가 일으킨 제국을 파멸로 이끌었다.


뭐. 쉽게 말해. 다 죽이니 일할 사람이 없었다······.


“그들의 수뇌부 모두를 살생하는 겁니다. 한 명도 남김없이.”


그날의 살육은 잊고 싶은 기억. 일종의 PTSD.


하얀 타일에 번진 선혈을 생각하기도 싫은데, 그 잔혹한 짓을 내게 하라니.


그것도 당시에 전능한 내게 크게 실망한 라비가 말이다.


미간을 잔뜩 구기며 녀석을 노려봤다. 그러나 가늘어진 라비의 눈매와 굳게 닫힌 메마른 입술을 보자면, 생각 없이 내던진 빈말은 아니었다.


그러니 내 마음은 더욱 분노에 일렁였다.


“네 이년···. 붉은 피가 신전을 가득 메운 그 일은 잊었느냐!”


라비는 검지 하나를 자기 입술에 붙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부족 인간들은 귀가 밝습니다. 목소리를 낮추시죠. 그리고 잊지 않았어요. 오히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죠.”


“근데···. 모조리 죽이라고? 과거의 잘못으로 배움 따위 없었던 게냐!”


솔직히 서운했다.


그 한 번의 감정적인 결정으로 온 갓 수모와 좌절을 겪었다. 그리고 라비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를 목격했을 터.


그런 녀석이 다시 마음껏 휘두르라며, 내 손에 칼자루를 쥐여줬으니 말이다.


“배움이 없다뇨. 이 두 눈으로 보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마지막을······.”


라비가 한 손으로 망토를 여미더니,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때 일을 떠올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난 과거. 이 세계는 그곳이 아닙니다.”


녀석이 말을 끝맺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라비. 틀렸다.”


그리고 비루한 신전 한편에서 타오르는 촛불 하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인간은 똑같다. 세상이 변해도 언제나 한결같지. 네 녀석도 잘 알지 않느냐.”


몇 번이나 부활하며 수많은 인간을 지나친 과거.


저마다 각자만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갔으나, 대체로 녀석들은 미개하고 나약했으며, 어리석고 악했다.


그것은 거절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자 본성.


“그러니, 우두머리를 제외한 다른 높은 녀석들을 죽여도 소용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들짐승처럼, 미개하고 흉포한 도적 녀석들이다. 곧장 내 목을 베겠지.”


라비는 내 말을 끊어내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눈을 감고는 경청했는데,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말을 끝맺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자,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다릅니다. 이 작은 부족에서 20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제가 보증하죠.”


“······?”


이번에는 내가 고개만 갸웃거릴 뿐, 라비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귀족의 가문들은 언제나 겉과 속이 다르죠. 그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부족이들은 다릅니다. 가난하고 배움이 짧지만, 거짓 없이 순수하죠. 그건 악에 깃든 도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워 넣으며, 여전히 라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도적의 우두머리는 제국의 제왕보다 더욱 막강한 통솔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의 말은 무리에게는 절대적인 명령. 당신이 보이는 능력보다 더욱 강력합니다.”


녀석의 말에 얼굴근육을 구겼다.


“그럼. 굳이 왜 수뇌부를 죽여야 하지? 어차피 우두머리 하나 굴복시키면 끝날 일 아니냐.”


“그건 간단합니다.”


라비는 내게 한 걸음 더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조금 더 낮췄다.


“도적의 우두머리는 항상 심복들을 거닐고 다닙니다. 그러니 우두머리는 복종하더라도, 그 과정을 지켜본 수뇌부는 동요하겠죠. 인간이니 말입니다.”



.

.

.



어차피 고집을 부려봤자, 녀석의 올곧은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그래. 그 무리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그것도 문제였다.


어딘가에 정처 없이 떠도는 도적들. 핸드폰이라도 있으면 저기 큰 나무에서 보자며 문자라도 보내겠지만, 그딴 게 가능할 일 없었다.


내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가다니요?”


“무슨 소리냐. 녀석들을 찾아야지. 그래야 복종을 시키던, 죽이던 할 것 아니냐.”


그렇지 않아도 썩 내키지 않는 녀석의 제안 때문에 예민한 상황. 전능한 신으로서 언제나 감정 조절에 흠이 없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곧 그들이 알아서 찾아 올겁니다.”


“뭐? 여기로 온다고?”


“네. 어제 한 무리가 죽지 않았습니까. 제 옆에 계시는 전능한 신 때문에.”


“아······.”


라비의 말은 이랬다.


이 지역에서 도적 무리를 건드는 자가 없는데, 어제 무려 10명이나 죽었으니 그 우두머리는 혈안이 되어 나를 찾으리라는 것.


“내가 그랬는지 모를 텐데? 거기 있는 모두를 죽였으니 말이다.”


말을 끝맺고는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눈동자를 슬며시 올려, 혹시라도 살아남은 녀석이 있었는지 기억을 되짚었지만, 신의 권능은 완벽.


그런 저급한 실수는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라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본래 빼앗는 자들이지만, 부족과 수 세대를 아울러 지낸 이들이죠. 누가 어디서 지내는지 다 알고 있죠. 그러니 이방인 행색을 한 당신을 의심할 겁니다.”


“그렇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고스럽게 도적 우두머리 따위를 찾으려, 높고 험한 산중을 헤매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저 마을에서 저녁 삼시세끼 때우며, 새벽에 몰래 아픈 이들을 치유하면 됐다.


그때였다.


마을을 둘러싼, 유약한 나뭇가지 울타리 밖에서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렸다.


「 스르륵. 스스륵. 쾅. 쾅. 」


그 소리는 일정한 형태가 있었고, 점점 가까워졌다.


“왔군요. 우두머리 무리입니다. 가장 앞선 녀석이 대장입니다.”


어처구니없는 녀석. 제아무리 전능한 신이라도 계획 없는 작전이라면, 물에 빠진 강아지처럼 허우적거릴 게 분명할 터.


“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젠장. 신의로서 격조가 떨어지는 저급한 말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그마한 마을 광장에는 수십의 부족 인간들이 나와 있었다.


“묻지 않느냐. 뭐 어쩌라는 거냐. 네년을 포함해서 모두 죽이면 되는 것이냐?”


목소리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세하게 떨리기도 했다. 그것은 신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긴장과 두려움.


눈두덩이에 경련이 느껴졌고, 손끝도 미세하게 떨렸다. 한껏 열을 올리며 라비를 노려보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끌려가면 되시지요.”



.

.

.



“죽이겠다. 반드시. 죽인다.”


계속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냈다.


라비. 녀석의 왼쪽 가슴에서 붉은 선혈이 아름답게 뿜어져 나오는 그림 말이다.


부족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녀석부터 처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새끼야. 뭘 혼자 중얼거려? 앙?”


우두머리의 이름은 카모. 이 녀석도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민머리였다. 그리고 보이는 7개의 달걀.


아무래도 도적 무리에서 위에 군림한 녀석들은 그 위상을 뽐내고자, 머리를 민 것으로 보였다. 쯧.


녀석의 물음에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가로젓자, 녀석은 더러운 침을 튀기며 윽박질렀다.


“이 새끼가! 감히. 카모 님이 물었으면 대답해야지. 고개만 움직여?”


반드시 살생해야 할 라비는 조금 전 내게 신신당부했다.


“제가 쫓진 않겠습니다. 부족이들이 눈이 많으니까요. 알아서 잘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뒤에 살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우두머리 카모를 복종시켜야 합니다.”


녀석이 꽤 긴 시간 입을 나불거렸지만 간단했다.


저 더러운 침이 콧수염에 진득하게 묻은 민머리 카모를 굴복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살생하라는 것.


녀석들을 따라 비좁은 산길을 걷고 있었다.


고개를 슬쩍 돌려 옆을 보니, 험준하게 깎인 낭떠러지가 있었고 그 밑으로 부족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 아직 이 미개한 녀석들을 살생할 수 없었다. 라비는 가파른 언덕 두 개를 넘어가면 커다란 공터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이 녀석들의 심장을 꿰뚫으라고 당부했다.


녀석들은 내 양손을, 지푸라기를 엮은 줄로 거칠게 묶었다. 그 때문에 손목이 계속 쓸려, 눈두덩이와 미간이 움찔거렸다.


“이보게. 우두머리 양반. 손목이 너무 아픈데 좀 풀어주면 안되나?”


도적의 리더 타모는 움직임에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녀석은 내 말에 호탕하게 웃더니, 날이 시퍼렇게 선 긴 장검을 내 목에 갖다 댔다.


“이거 아주 미친 새끼네? 너 어디서 뭐 하는 새끼야 도대체?”


“아까 부족의 장로가 말하지 않았느냐. 그저 떠돌이다. 과거에 의술을 익혔고.”


“하. 이 꼴통 새끼 진짜. 넌 저 언덕만 넘어가면 뒤졌어.”


지금 언덕 하나를 넘어가고 있으니, 저 앞에 보이는 언덕을 지나면 공터가 나올 터.


아무래도 녀석들이 속삭이거나 중얼거리는 걸 듣자면, 그곳에서 날 심문할 것으로 보였다.


참고로 양손이 자유롭지 않아도 능력을 발현시키는 것에 어려움은 없다.


그저 성스러운 입술로 녀석들을 살생할 비정한 말을 내뱉으면 됐다.


그나저나 복종······.


뭐든 첫 이미지가 중요한데, 나보다 두세 걸음 앞선 저 타모라는 자를 내 곁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예는 뛰어날지 몰라도, 어리석고 멍청해 보이니 말이다. 거기다가 입에서 풍기는 썩은 내를 맡자니,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는 불가능했다.


“쯧.”


탐탁치 않은 마음에 입에서 흘러나온 한줌의 진심. 그리고 타모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다들 멈춰. 이 새끼 안 되겠네?”


녀석의 날카로운 장검이 내 왼쪽 어깨 위를 향했다.


“장로 면을 생각해서 곱게 묻고 따질 생각이었는데, 안 되겠다. 팔 하나는 베어버려야지.”


그때였다.


찬란하면서도 비정한 운명의 눈동자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

.

.



“타···타모 님! 저···. 저기···. 저! 저 앞을 보십시오!”


▶ 현재 레벨 : 3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복종(200)

▶ 신성력 : 800p

▶ 제국 계수 : 680 / 1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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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도적 24.08.09 21 0 12쪽
7 라비 24.08.08 19 1 12쪽
6 동생 24.08.08 16 1 11쪽
5 부족 24.08.07 17 0 11쪽
4 처단 24.08.07 28 1 11쪽
3 살생 24.08.07 21 0 12쪽
2 치유 24.08.06 21 1 12쪽
1 부활 24.08.06 4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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