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부활했지만 1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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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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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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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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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

DUMMY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70p

▶ 제국 계수 : 134 / 100,000,000



*

*

*



지구에서 불리던 이름을 빌리자면, 여기에도 태양이나 달은 하나씩 있었다.


유난히 바람이 시려서 손으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외로워서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감았다.


짙은 어둠이 깔린 길에는 가로등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 높은 허공을 비추는 작은 점 하나에 많은 걸 의지해야 했다. 지금처럼 외롭거나 괴로운 마음을 말이다.


11번의 살생.


그중에서 마지막 살생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가혹한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러니 무거운 추 하나가 지그시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


“유난히 외로운 밤이군······.”


신으로서 이 초반부는 힘든 게 여러 가지 있었다. 뱃가죽이 등허리에 달싹 붙는 배고픔이 그랬고, 저녁에는 뼈가 시릴 추위가 그랬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 것.


막강한 능력을 손에 쥐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내 존재를 들켜서는 안 된다는 압박과 외로움.


그러니 언젠가는 진심으로 날 따르는 인간이 필요했다.



.

.

.



“끅···. 뭐야. 몇 시······.”


붉은 선혈을 보는 날에는 언제나 피곤했다. 그래서 걷던 길을 멈추고, 커다란 바위 옆에 몸을 뉘었다.


시간은 알 턱 없다. 그러나 자욱하게 깔린 회색빛 안개를 보자면, 새벽이나 아침 그 어딘가임이 분명했다.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70p

▶ 제국 계수 : 134 / 100,000,000


소유하고 있는 물건 따위는 썩은 땀내가 풀풀 나는 망토와 비루한 육신이 전부였지만, 언제나 일어나면 손바닥을 펴곤 했다.


그리고 오늘의 운세라도 확인하듯 레벨과 신성력, 계수를 확인했다.


“뭐. 변함없군···. 안타깝지만 다행이야.”


특히 계수는 내 노력과 상관없이 오르거나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이 통제되지 않는 수치는 주식과 같았으니, 자주 확인하고 때에 따라서 철저하고 예리한 계획이 필요했다.


“쯧. 신성력에 비해 계수가 너무 낮아. 이러다가 또 죽겠네. 서둘러야겠어.”


지금껏 계수가 0에 수렴해 목숨을 잃은 적은 없었지만, 50 이하로 떨어져 근 1~2년은 고생했었다.


어디서든 움켜쥐고 태어난 능력에 비해, 주변 상황이나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고생이다. 그리고 그 명제는 전능한 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커다란 바위를 둘러싼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더니, 환한 빛줄기가 사선으로 쏟아져 내렸다.


“아보 부족이라고 했나? 슬슬 다시 출발해야겠군.”


이 제국에는 귀족과 부족이 존재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저 문명 발전의 차이로 발생한

갈라짐이었다.


영악하고 기민한 귀족들은 서로 지켜야 할 약속과 이득을 계산하며, 제국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부족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삶은 대체로 궁핍했고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를 따랐으며,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도리에 열중했다.


내 살생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내는 부족 출신이었다.


그에게 어느 부족인지 물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네 목숨을 거둬가니, 빚을 갚겠다는 것. 사실 그것은 변명에 가깝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는 나머지 하나다.


그것은 바로 정착하기 위해서.


마치, 프리랜서처럼 정처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그 나름대로 장점은 있지만, 대체로 위험하고 안정성이 떨어졌다. 이 제국에 첫 번째로 환생하던 그때가 그랬다.


결국 전능함은 티 나지 않도록, 인간에게 드러내야 했다.


그러니 비밀스럽게 그들의 삶에 스며드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



.

.

.



“아보 부족? 저 산기슭을 따라 쭉 올라가게. 근데 거기는 왜 가려고?”


“빚을 갚기 위해서요. 좋지 않은 소식도 하나 있고.”


“그래? 워낙 자기들끼리만, 쉬쉬거리며 살아가는 이들이니 조심하게.”


길 끝자락에서 만난 노인은 검은 머리카락 하나 보임 없이 새하얬다. 그 또한 부족 출신이었는데, 아보 부족은 베일에 싸여 있다며, 조심하라고 귀띔했다.


문명의 발전이 닿지 않는 부족들의 삶은 비루했다. 그리고 한없이 무지했다.


그러나 순수하다.


그러니 정착하기에는 잔머리 굴리며 뒤통수 후리기 좋아하는 귀족보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거짓 없이 투명한 그들이 나았다.


“여기군······.”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내려가는 길이 없었다. 그러니 낭떠러지라 부르는 게 적절했다.


그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움집 무리.

눈대중으로 세어보니 스무 개가 조금 넘었다. 거대한 산새에 둘러싸인 그 절경은 하나의 요새와 비슷했다.


길이라고 볼 수 없는 비탈길을 내려오느라, 주변에 보이는 커다란 손으로 도려냈다. 날이 선 작은 돌조각으로 이리저리 깎아보니, 제법 지팡이라 부를 수 있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뭐. 그렇지 않아도 신으로서 하나쯤 필요하긴 했다. 그 이유는 모른다. 그냥 신이라는 이미지가 그러니깐.


“계시오.”


마을에는 입구라고 부를 만한 게 딱히 없었다. 그러나 바닥에 깔린 검은 자갈은 그 경계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 바스락 – 바스락 - 」


“윽.”


빌어먹을 신발 하나 없으니, 고귀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작은 자갈에 견디기 힘든 고통이 찾아왔다.


이것은 흡사. 건강에 좋다며 어르신들이 거닐던 일종의 지압 판.


고통에 신음하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신으로서 기품이 떨어졌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마법사 따위가 아니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픔이 길어지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가장 앞에 보이는 집으로 총총 뛰어갔다.


“아···. 미친. 뒤지는지 알았네.”


“뉘시오······?”


젠장. 저급스러운 현생의 말투를 누군가 들어버렸다.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걸걸했으며 오랜 세월이 묻어나 있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자, 흰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 노녀가 눈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유랑객이오. 여기가 아보 부족 맞소?”


노녀는 내 말에 입을 열지 않고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천히 나를 살폈다.


“유랑객?”


“그렇소. 과거 의술을 익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떠돌고 있소.”


4회차 환생한 신은 지금처럼 노련했다.


애초에 이 부족으로 발걸음을 시작할 때부터, 계획하던 것 하나.


가진 신성력에 비해 계수가 낮았으니, 치유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의사라는 밑밥을 깔아야 했다. 그러면 적어도 큰 의심은 피할 수 있으니깐.


“의술이라? 참나. 꼴은 보니 거지나 다름없구먼···. 하루 묵을 곳이 필요하오?”


그녀는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옷소매를 매만지며 물었다.


“그렇기도 하오. 그리고 찾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찾는 사람?”


“그렇소. 라울의 여동생 라비라는 사람이 어디 있소?”



.

.

.



“이 무슨···. 그러게 멀리 나가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나는 그녀에게 지난 일을 실토했다. 물론, 내가 그자를 살생했다는 말은 빼고 말이다.


도적에게 당한 그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 살려보려고 애를 썼지만, 유언과 유품만 겨우 건졌다고 말하니, 노녀는 눈을 질끈 감고는 손으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그녀를 통해 듣기로, 내가 살생한 라울이라는 자는 마을에서 유일한 남자 청년이었다고 했다.


신으로서 어쩔 수 없는 가혹한 선택을 했지만, 어딘지 모를 죄책감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렇군···. 안타까운 목숨이군······.”


노녀는 가녀린 손으로 처마 밑 마루를 짚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옅은 신음과 함께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참고로 이 세상에는 내 존재를 믿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근본 없는 잡신이나 정령 따위를 믿을 뿐.


“누구에게 기도하는 것이오?”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몇 번이나 조아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믿는 하얀 늑대에게 빌었다네. 이 마을을 지켜주는 정령이지. 죽으면 눈앞이 어두워지니, 누군가 녀석을 이끌어야 하잖나.”


“그래. 그 이야기도 일리가 있네.”


굳이 존재하지 않는 정령 따위를 믿냐며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이런 지점에서 나는 제법 자비로웠으니 말이다.


그저 이럴 때는 정체를 숨긴 채, 가만히 있어 주는 게 그들을 위로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나저나, 라비라는 아이는 어딨소? 그 아이에게 전달할 유품이 있는데.”


나는 주머니에서 라울이 건네준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이 마을에 깔린 돌멩이와 비슷. 하니 똑같았다.


“그래···. 암. 전해줘야지. 조금 기다리게나 소일거리를 하러 나갔는데, 해가 저물어야 들어올 거야.”



.

.

.



노녀는 손수 마을 몇몇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해 줬다. 듣고 보니 그녀는 이 마을을 다스리는 장로. 시골로 치자면 이장과 비슷한 존재였다.


그녀는 유랑객이 마을에 온 것도 오랜만이라며, 먹을 것이며 잘 곳을 마련해 줬다.


그리고 한 노인은 손수 가죽 조각으로 신발을 만들더니 내게 건넸다.


“의술을 익혔다고 들었는데, 행색이 거지나 다름없구먼. 허허. 근데, 자네 혹시 허리도 고칠 수 있는가?”


그래. 바로 이거다. 어디든 아픈 사람이 있어야 치유하니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 엎드리라고 말하고 다짜고짜 치유를 걸 순 없었다. 그러다간 또 이 노인을 죽여야 하니깐.


“허허. 가능하지요. 몇 가지 풀뿌리가 필요하니, 내일 저기 보이는 산에서 좀 찾아보겠습니다.”


내 계획은 이러했다.


약초나 풀뿌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에 뭐든 그걸 먹이고, 그들이 깊은 잠이 들면 치유를 걸 생각이었다.


“여기서 얼마나 지낼 생각인가?”


장로라 불리는 노녀의 이름은 유리아라 불렸다. 긴 흰머리와 함께, 한복과 비슷한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은 여기저기 주름이 가득했지만, 선 굵은 이목구비는 기품이 넘쳤다.


“글쎄 말입니다. 그리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행색이 이래 보여도 꽤 바쁜 몸입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락함에 옅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단순히 발에 신겨진 신발이나 따스하게 몸을 녹일 집 때문은 아니었다.


고독하게 정해진 운명을 걸어가는 신. 그에게는 이런 순수한 인간들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네!?”


놀라움과 슬픔이 섞이고 그저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억양.


저 멀리서 들려오는 한 여자의 목소리는 라울의 동생이 분명했다.


“왔군요. 제가 직접 가지요.”


“아니. 아니야. 같이 가야지. 그리고 설명은 내가 하지. 라비는 아직 마음이 어리니 말이야.”


나와 노녀는 검은 자갈이 깔린 바닥을 걷기 시작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저녁에 들으니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마주한 내가 살생한 자의 여동생.


그리고 잔혹한 운명은 거대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

.

.




“신이시여. 기다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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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계획 24.08.09 14 0 12쪽
8 도적 24.08.09 21 0 12쪽
7 라비 24.08.08 19 1 12쪽
6 동생 24.08.08 16 1 11쪽
» 부족 24.08.07 17 0 11쪽
4 처단 24.08.07 28 1 11쪽
3 살생 24.08.07 21 0 12쪽
2 치유 24.08.06 21 1 12쪽
1 부활 24.08.06 4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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