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부활했지만 1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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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06 16:0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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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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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치유

DUMMY

▶ 현재 레벨 : 1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200p

▶ 제국 계수 : 12 / 100,000,000



*

*

*



손가락으로 눈썹 사이의 작은 공간을 긁적거렸다.


그래. 기억을 되짚자면 참교육은 언제나 고달팠다. 그리고 가슴 시리게 외로웠다.


비록 입에서 쏟아져 나온 낱말들은 엄했지만, 그 뜻은 선하고 정의로웠을 터.


손가락으로 무참하게 개미를 짓눌러 살육하던 아이는 시뻘게진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어디론가 뛰어갔다.


훗. 배움이란 언제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지.


녀석의 앞날을 상상해 봤다. 훗날 큰 인물이 되어 오늘을 떠올리겠지. 그때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겠다며. 하하!


그러나 계수가 2밖에 오르지 않았다니, 상상한 것 이상으로 하찮은 일이 분명했다. 쯧.



.

.

.



손목에 감긴 시계나 주머니에 든 핸드폰 따위는 없었다. 때문에, 시간도 언제나 어림잡아 계산해야 했다.


시계방향대로 초침이 돌아가는 찰나의 순간들.


그 시간은 30년 인생에 스며있었다. 다시 말해, 그 쌓인 직감으로 찍어보면 얼추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그런 이 길가를 헤맨 지 50분쯤 지났다. 몇 분 오차는 있겠지만, 아마도 맞을 것이다.


“흠···. 한 시간 동안 개미를 죽이는 꼬마가 전부라니. 너무하는군.”


주변에 누구도 없으니,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편했다.


참고로 신으로서 행동거지에 신중해야 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그것은 내가 ‘전능한 신’이라는 사실을 그 아무도 몰라야 했기 때문이다.


뭐. 의심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


과거 다모스라는 녀석은 겉으로 깊은 충성심을 보였지만, 결국에는 등 뒤에 칼을 꽂았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작은 단검을 내 등허리에 꽂아 넣었다. 그게 이 제국에서의 첫 번째 죽음이었다.


처참한 죽음에 부활 후.


한동안 호숫가에서 초점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쓸어내리며 배신당한 이유를 찾았는데, 그 이유는 내 존재를 녀석에게 들켰기 때문이었다.


연수로 따져보자면 약 50년.


나는 신이라 불리는 존재.


그러나 전능한 능력을 한껏 뽐내는 경우보다, 그거 지그시 인간을 관찰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련 결론.


인간은 그 어떤 존재보다 연약하고 악하다. 그게 본성이었다.


어쨌든, 꿉꿉한 땀내가 풀풀 나는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지만 나는 신.


누군가에게 내 정체를 숨겨야 할 이유는 귀찮게도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명줄을 붙든 채,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들에게 들통나는 순간, 일정한 속도로 계수가 내려간다.


생각해 보라.


자기 남은 생명을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만 하는 상상을.


대세에 이끌려 적금으로 모아둔 전 재산 3,000만 원을 코인에 박았다. 그리고 나의 매수 시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끊임없이 추락하던 파란 그래프.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던 한 형님은 너는 아직 젊으니 없었던 돈 셈 치라며, 그날 술자리는 계산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인 편의점에 들어가 끊었던 담배를 이내 입에 물었다.


하물며 하찮은 돈 따위가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갉아먹었는데, 목숨은 어땠겠는가?


그러니 계수가 밑바닥으로 수렴해 죽지 않도록, 내 정체를 숨겨야 했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지만, 전능한 능력도 비밀스럽고 은밀히 사용해야 했다.


그때였다.


「 끄으으윽······. 」



사람. 사람이다.

그리고 입에서 흘러나오는 옅은 신음···. 이름 모를 인간의 고통과 슬픔이 분명했다.


“나이스.”


쯧. 가끔은 이렇게 현생에서의 기억 파편이 입으로 발현됐다.


특히 저속한 언어나 근본 없는 감탄사는 조심해야 할 터. 그렇지 않으면 그건 무슨 말이냐며 미개한 인간들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어쨌든,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할 일을 찾았다는 생각에 급히, 소리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 살가죽을 찔러대니, 시린 고통이 밀려왔지만 견뎌냈다.


나는 신이니깐.


그리고 잠시 후.


이름 따위 알 수 없는 시들어가는 풀떼기와 흙길 경계에 한 사내가 팔과 다리를 대자로 뻗은 채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잠시 자리에 서서 손바닥을 펴고는 지그시 바라봤다.


▶ 현재 레벨 : 1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200p

▶ 제국 계수 : 12 / 100,000,000

손에 쥐고 있는 전능한 능력 ‘치유’


그것을 발현하기 위해 가장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나를 이 제국으로 보낸 악몽이라 불리는 존재는 이를 지켜보고 있을게 분명했다.


“훗. 공허한 존재여. 이걸 기다리고 있었군. 그래. 원한다면 보여주지.”


발바닥이 욱신거렸지만, 그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확실히 말하는데,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신으로서 제법 기쁜 일이다. 그게 크고 중요해질수록 더 좋을 터.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릴 뻔했지만, 이내 미간에 한껏 주름을 주고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코 평수를 슬쩍 넓혔는데, 이 진지한 표정은 언제나 위용이 넘쳤다.


“헐. 아저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차···. 젠장······.


기품은 찾아볼 수 없는 저급한 현생의 말투가 튀어나와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 누워있는 사내의 모습이 참혹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

극심한 고통으로 정신이 아득해 보이는 그는 내 저질스러운 말투를 그다지 신경 쓰지 못했다.


사소한 실수는 자칫 신의 권능을 떨어뜨렸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바닥에 널브러진 그를 살폈다.


나이는 현생의 나와 비슷한 서른쯤.


양쪽 눈두덩이는 무언가에 짓눌린 듯 시퍼렇게 부어 있었고, 코와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머리 주변에는 모근까지 모조리 뽑힌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고, 그가 걸친 거적때기와 비슷한 망토는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흡사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굶주린 들짐승에 잡아 뜯긴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사이는 날카로운 무언가로 베어져 땅바닥으로 피가 흥건했는데, 그게 가장 치명상으로 보였다. 의사는 아니지만, 누구라도 그를 보면 가족에게 연락해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위로했을 게 분명했다.


나는 그의 옆으로 급히 다가가 앉았다.


“이보게. 이게 무슨 일인가?”


거울 따위 없어 내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눈썹을 꿈틀거리는 모습은 진중하고 염려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의 질끈 감은 눈은 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순간순간 몸을 움찔거리거나, 피사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깊게 신음할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선혈이 낭자한 입술이 떨리며 열렸다.


“도적···들에게···. 당했네······.”


“도적?”


“그래······.”


전능한 신이 존재했지만, 이 세상에 퍼져있는 인간들은 미개했다. 그러니 이런 흉악한 범죄는 어디서든 일어났다.


“이보게. 그 도적들은 어디로 갔지?”


그는 내 물음에 잔뜩 찡그린 눈꺼풀을 살며시 올리더니, 한껏 글썽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에 길은···. 하나···밖에 없지···. 앞으로 가지 말게나······.”


나는 고개를 돌려 앞에 보이는 흙길을 바라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비열한 짓이 일어난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난 듯 보였다.


“끄윽. 컥. 끄헉. 흡.”


그때였다. 옅게 흘러나오던 그의 숨소리가 이내 불규칙하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 보였다.


무능한 1레벨 신이라면 그저 그의 손을 꼭 잡아주다가, 가족에게 전달한 유언이나 들으면 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깊은 혼돈 속에 존재하는 악몽.


그 존재가 내 손에 쥐여준 치유. 그리고 그 권능 한 능력은 처절하게 죽어가는 이 사내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이 자가 내 능력을 눈치채면 안 됐다. 자칫 잘못하면 치유로 살려내고 살육으로 죽여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


아. 이토록 잔혹하고 모순된 운명이라니. 역시, 신은 괴롭고 외롭다.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향할 때는 살려야 하나.


눈동자가 왼쪽으로 향할 때는 그저 죽기를 기다려야 하나며 저울질할 때였다.


“음···. 그래. 그게 좋겠군.”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았다. 말 그대로 그것은 광명. 미개한 인간들은 상상하지 못할 그런 묘수가 떠올랐다.


나는 손으로 진득한 피로 엉겨 붙은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줬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멀리 나가지는 못하네. 잘 가게. 참고로 나도 도적 중 한 명이거든. 하하하!”


「 퍽. 」


“크윽······.”


힘껏 쥐어진 내 주먹은 그의 명치를 강타했다. 낮고 둔탁한 소리가 허공에 흐르자, 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죽은 건 아니겠지? 그럼 복잡해지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콧구멍에 검지를 갖다 대어 보니, 아주 미세한 공기의 갈림이 느껴졌다.


“흠···. 다행이군. 들킬 일은 없겠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서 열 걸음 정도 물러났다. 그리고 몸을 숨기고도 남을법한 커다란 바위에 몸을 구겨 넣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두 가지.


치유의 범위는 대략 10미터 정도이며, 발동과 동시에 회복한 그가 눈을 뜨면, 내 전능한 능력이 들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 곧바로 깨어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유약한 1레벨인 만큼 섬세하고 조심해야 했다.


이내 양손을 바위에 올리고는 고개만 슬쩍 내밀었다. 그리고 그가 누운 곳으로 오른손을 뻗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의 이름으로 말한다. 인간이여 일어나거라!”


영광스러운 푸른 광채가 손에서 뻗어 나와 그에게 닿아야 했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죽었나? 왜 이러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다시 기품 없는 세상 말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쯧.


아무래도 거리의 문제인가 싶었다.


나는 바위 뒤에서 조심스레 나와 그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신의 이름으로 말한다. 인간이여 일어나거라!”


아무 일도 없었다.


“뭐야. 왜 안 되는데. 진짜 죽었나?”


다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신의 이름으로 말한다. 인간이여 일어나거라!”


그 순간.


푸른 광채가 손바닥에서 퍼져 나오더니, 그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 빛무리는 사내의 몸을 이리저리 훑고 다니더니, 풀어 헤쳐진 가슴 부근 옷깃과 붉은 피가 낭자한 오른팔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


“아씨. 거리 문제였네. 나이스.”


아차. 경박스러운 말투가 입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터져 나왔다. 쯧.


어쨌든, 찬란하고 영광스럽게 발현되는 치유의 능력을 바라보며, 다시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손끝이 움찔거렸다.



.

.

.



▶ 현재 레벨 : 1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80p

▶ 제국 계수 : 198 / 100,000,000


※ 제국 계수가 186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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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도적 24.08.09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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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살생 24.08.07 21 0 12쪽
» 치유 24.08.06 21 1 12쪽
1 부활 24.08.06 4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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