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부활했지만 1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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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06 16:04
최근연재일 :
2024.08.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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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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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동생

DUMMY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70p

▶ 제국 계수 : 134 / 100,000,000



*

*

*



장로는 라비. 즉, 내가 어쩔 수 없이 비정하게 가슴을 꿰뚫어 살생한 라울의 여동생.


그녀에 대해 말할 때, 언제나 눈을 지그시 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간중간 짓는 미소를 보자면, 둘의 관계는 각별해 보였다.


장로가 말하길 라비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는데, 언제나 손녀딸 같은 존재였다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런 인연이 있지. 꼭 어린 시절 날 보는 것 같아. 섭리를 따르고 총명하고, 예리하면서도 따스한 그런 아이라네. 내 가족이나 다름없지.”


이야기를 끝맺은 그녀가 손으로 미간을 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벌써, 걱정이야.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이런 건 익숙해지지 않는단 말이야. 참······.”


젠장···. 전능한 신이지만, 가슴 한편에 저릿하게 느껴지는 죄책감.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슬픔과 걱정이 뒤섞인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나도 동시에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댔다.


“그러게 왜 따라왔냐고 라울 이 새끼야. 미안하다······.”



.

.

.



땅바닥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지만, 작은 움막에서 밝혀진 불빛은 주변에 은은하게 퍼졌다. 그 때문에 옆 사람의 얼굴을 눈에 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작은 마을에 입구라고 부를 법한 한 어귀.


그곳에 라울의 여동생 라비가 얇은 천 조각이 조잡하게 이어진 망토를 걸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유리아 장로는 맥없이 가느다란 왼팔을 들어 나를 막았다.


“아니야. 내가 말하지. 여기서 기다리게.”


그녀의 굳은 표정이나 말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그러나 달빛이 비치는 그녀의 주름진 눈가는 왠지 촉촉해 보였다.


나는 신.


그 어느 인간이라도 나의 계획과 행동을 방해할 수 없을 터.


그러나 마음 한편에 응어리진 일말의 죄책감.


인간 따위가 느낄 어리석은 감정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저 둘에게서 몇 발짝 떨어진 채, 기름진 머리를 한 손으로 넘기며 기다렸다.


그리고 라비의 입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눈물이 흐르는 것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 흑흑······. 」


전능한 신.


그러나 솔직히 연약한 인간들이 흘리는 눈물에는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그녀의 지난 인생을 장로에게 듣자 하니, 고달프고 가혹했다. 따라서 유일한 핏줄인 오빠에게 부단히도 의지했을 터.


그 혈육을 내 손으로 죽이다니···. 오랜만에 사람들 틈에 껴 있었지만, 외롭고 쓸쓸했다.


그때였다.

전능한 신의 직감.


그 설명할 수 없는 감각에 잠시 숨이 멎더니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

.

.



아리스 장로는 주름이 가득한 야윈 손을 나를 향해 뻗었다.


“라비. 저 이방인이 라울의 유품을 가져왔단다. 우리는 여기서 들어갈 테니, 그의 마지막에 대해 들어보거라. 너무 슬퍼 말거라. 하얀 늑대가 녀석을 잘 인도하고 있을 게다.”


장로 주위에는 매번 무표정을 지은 여자와 남자 하나가 따라다녔다. 둘은 라비와 내게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익숙하게 노녀를 마을 한편으로 인도했다.


그들이 사라지자, 그나마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그러니 이름 모를 풀벌레가 우는 소리를 제외하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손에 쥐고 있는 작은 돌멩이를 라비에게 내밀었다.


“내가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있었단다. 녀석은 비굴하게 목숨을 부여잡지 않았지. 그저 운명을 받아들였다. 사내다운 녀석이었지.”


라비.


그녀의 머리는 옅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고, 귀밑으로 뚝 잘려진 단발이었다. 어두워서 낯빛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대체로 어두운 갈색 톤이었으며 입술을 허옇게 떠 있었다.


광대뼈 부근에는 주근깨 몇 개가 보였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선이 날카롭고 또렷한 그녀의 이목구비는 수려했다.


라울에 마지막 모습을 들은 라비는 살며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제는 그의 유품을 달라는 듯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이 돌멩이를 그저 아무 말 없이 건넸으면 됐다. 무지하고 어리석은 인간이었다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신. 애초에 미개한 인간들과 보고 듣는 것이 달랐다.


나는 눈매를 가느다랗게 가다듬고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


“라울의 여동생 라비여. 하나만 묻겠다.”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슬쩍 들더니, 아무런 말 없이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의아함이 묻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묘함은 아까부터 내 육감을 자극했다.


“왜. 거짓된 눈물을 흘렸지?”


내 눈을 지그시 응시하던 녀석의 눈꺼풀이 꿈틀댔다. 그리고 다시 아무 말 없었다.


유일한 혈육인 라울의 죽음과 장로와 몇몇 이들의 앞에서 흘리던 라비의 눈물 섞인 울음.


그러나 내 눈과 귀에 닿은 그녀의 태도는 거짓된 울음이라며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근거 따위는 없다. 이것은 그저 시퍼렇게 날이 선 신의 직감.


그녀의 입술이 무엇을 말할지,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고는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모든 운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기다렸습니다.”



.

.

.



경련이 일어나 바들바들 떨리는 눈가는 의지대로 멈출 수 없었다.


내 정체를 확신하는 그녀의 입술은 반가움 없이 섬뜩했다. 덜컹 내려앉은 심장에 그녀의 팔목을 급히 붙잡았다.


그리고 이 녀석을 어디론가 은밀한 곳으로 데려가야 했다.


왜냐고?


필요하다면 살생해야 하니깐. 내 손으로 남매를 죽여야 하는 것은 비정한 일이지만, 나는 신. 내가 짊어진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다.


고개를 재빨리 이리저리 돌리며, 녀석을 끌고 갈 만한 곳을 찾았다. 그러나 이 부족 그리고 마을에 대해서는 아는게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장로가 지내는 거처나, 들어가자마자 구역질이 나는 재래식 화장실이 전부였다.


“그리 찾으실 것 없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전능한 내 마음이 보이기라도 한 듯, 라비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당장이라도 녀석의 망토 끝자락을 붙잡아 어디론가 밀어 넣어, 생사를 결정할 운명의 저울질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발걸음은 그저 녀석의 뒷모습을 따랐다.


라비나 나를 데려간 곳은 녀석이 지내는 집이었다. 지푸라기 같은 것을 엮어서 천장과 벽면을 둘러싼 이 건축물 내부는 흙과 벽돌로 견고하게 쌓여 있었다.


한편에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작은 벽난로가 있었고, 왼편에 보이는 돌침대는 잠이라곤 도저히 잘 수 없어 보였다.


얇은 천막을 젖히고 들어가자. 나는 녀석의 왼쪽 어깨를 붙잡아 낚아챘다.


“네 녀석 누구지? 부디 신중하게 대답하길 바란다. 나는 거짓을 용서하지 않으니깐.”


내 물음에 녀석은 곧장 반응하지 않았다. 살며시 들썩이는 어깨는 그저 녀석의 옅은 한숨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몸을 돌리자, 벽난로의 노란 불빛에 녀석의 얼굴이 비쳤다. 그리고 표정 어디에도 당황함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 라비는 옅은 미소를 보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기억하지 못하실 게 당연합니다. 저도 이 모습이 아직 낯서니 말이죠.”


“뭐······?”


고개를 갸웃거리며 라비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찾으려 애썼지만, 지금은 그저 그녀의 말을 더 들어야만 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레미입니다. 바스 님.”



.

.

.



그러니깐 바스는 내가 오메가 제국에 2번째로 환생했을 때, 사용한 이름이었다.


전능하고 고귀한 신이지만, 인간 사이에서 지내려면 이름 하나는 필요했다.


첫 번째는 라스.

두 번째가 바스.

세 번째는 나스.


물론, 세 번째는 4레벨에 산을 오르다가 발을 헛딛어 그대로 사망. 마음으로만 지어진 이름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뒤에 ‘스’자를 붙인 건 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미숙한 인간이 외우거나 부르기 쉽도록 자비를 베푼 것.


아무튼, 신으로서 바스의 삶은 가장 높은 레벨에 닿았다.


46레벨.


그러나 괜한 고집을 부리다가 전염병에 걸려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때 옆을 지키고 있던 녀석이 레미였다.


그녀는 총명했으며 냉철하고 계산적이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기꺼이 희생했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 헌신했다.


물론,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법. 그런 의미에서 레미는 싹수가 없었다.


그래도 레미가 있었기에 오메가 제국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닿을 수 있었다.



.

.

.



그 레미가 내 앞에 있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것조차 말이 안 됐다.


이곳은 제국의 지난 과거나 앞서간 미래 따위가 아니다. 그저 다른 공간.


그런 의미에서 내가 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이 레미였다는 녀석의 말은 믿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그게 무슨 말이지? 네 녀석이 어째서 레미라는 것이냐. 여긴 다른 세상······,”


“그저 공허한 존재가 변덕이라도 부렸나 보죠.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녀의 핏기 없는 입술에서 나온 공허한 존재. 녀석도 악몽이란 존재를 마주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심문 따위는 불필요했다.


녀석은 내게 진실을 고하는 게 확실했다.


“이럴 수가···. 그런데 모습은? 왜 다른 사람으로 나타난 거지?”


내 물음에 레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걸치고 있던 망토를 벗어 벽면에 솟은 돌기에 걸었다.


“그거야.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녀석의 말에는 오답이 없었다. 나 역시 지난 회차와 다르게 다른 인간의 모습을 지녔으니 말이다.


전능한 신이지만 놀라움에 다리가 풀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황급히 다리를 굽히고는 왼편에 놓인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놀라운 전개군···. 좋아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쯧. 여기서 지낸 지는 얼마나 된 거지?”


어느새 벽난로 앞에 서 있던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내게 건네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22년 하고도 54일이 지났네요.”


“뭐······?”


나는 녀석이 건넨 말에 일시 정지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그···무슨···? 그러면 그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오길 기다렸다는 것이냐?”


녀석은 내 물음에 대답을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편에 놓인 나무로 조각된 의자를 가져오더니 내 정면에 두고 앉았다.



.

.

.



“이번에는 반드시 99레벨까지 닿아야 합니다. 그러니 제가 여기에 온 것이겠죠.”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70p

▶ 제국 계수 : 134 / 1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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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도적 24.08.09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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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24.08.08 17 1 11쪽
5 부족 24.08.07 17 0 11쪽
4 처단 24.08.07 29 1 11쪽
3 살생 24.08.07 21 0 12쪽
2 치유 24.08.06 21 1 12쪽
1 부활 24.08.06 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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