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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자국

DUMMY

결국, 사장은 도진이 낸 사표를 받아들었다.


“권 대리 너, 그 나이에 여기 말고 받아주는 데 없다, 알지? 나중에라도 후회되면 다시 와.”


중소기업 사장들이 으레 하는 멘트를 치며 회유하려고는 했지만, 완강한 도진의 거부 앞에선 별 도리가 없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미 100억이 넘는 돈을 통장에 채워놓은 도진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해결됐네. 계속 질척댈 줄 알았더니.’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가요?


도진의 생각을 전해받은 아리아가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뭐, 그렇지. 그래도 한 달 정도 인수인계는 하고 가야겠지만.’


딱히 회사를 몇 년 동안 다니며 정이 들어서라기 보다는,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고 싶어서인 이유가 컸다.

도진 대신 이 중소기업의 빈 자리를 채워줄 신입이 조금은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 출근은 계속 해야하는 거네요?

‘그래도···대충 연차 몰아서 쓰고 하면 움직일 시간은 충분할 거야.’


지구의 보호기간이 풀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1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도진은 괜히 계획의 첫 시작을 찝찝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반차쓰고 일찍 퇴근해야지.’


생각과 함께, 도진은 다시 사무실로 들아왔다.

그리고.


‘음?’


도진은 조금 전과 달라진 사무실의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전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최 부장이 보이지 않는 탓도 있었지만, 그 뿐만은 아니었다.


‘왜···다들 날 쳐다보는거지?’


사무실의 직원들이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도진은 왠지 모를 부담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무슨 일 있어요? 부장님은요?”

“아까 조기퇴근한다고 씩씩대며 나갔어요. 그리고······.”


도진의 말에 대답한 것은 사무실에서 가장 어린 나이의 직원인 이주연 경리였다.


“대리님, 아까 진짜 멋있었던 거 아세요?”

“···네?”


뜬금없는 경리의 말에, 도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주연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최 부장님한테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 처음봤어요! 다들 사장님 조카라 대놓고 말도 못했는데, 대리님이 한 마디 할 때마다 속이 얼마나 시원했는지 아세요?”

“아.”


그제야, 도진은 그녀를 비롯한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봤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대리님, 방금 진짜 대단했습니다!”

“최 부장님 나갈 때 얼굴 못 보셨죠? 저는 소주 세 병쯤 먹은 줄 알았다니깐요? 완전 벌개가지고······.”

“안 그래도 그놈의 팡숀 팡숀 해서 스트레스 받았는데, 대리님 덕분에 속이 뻥 뚫렸어요.”

“뭐···그만 두려고 하니까 딱히 안 무섭더라고요.”


뒤이어 나오는 직원들의 칭찬과 존경어린 눈빛을 받으며, 도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에에? 그만두세요? 정말요?”

“아, 그래서 들이받으신거구나?”

“최 부장님도 잘 못 걸렸네. 퇴사할 사람한테······.”


그 말에 직원들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도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갈 사람은 갈 사람이고, 여러분은 일 해야죠. 자자, 일 합시다, 일.”


짝! 짝!

말과 함께 박수를 친 도진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인수인계 준비 겸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였다.


[업적: 동네 대장을 획득했습니다.]

[보상: 영향력 1]


도진의 눈 앞에 황금색으로 쓰여진 문구 두 개가 허공에 나타났다.


‘응? 영향력을 이런 식으로 준다고?’


영향력이 무엇인지는 도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스타로드’의 게임 진행에 필요한 여러 자원들 중 하나로, 주로 외교나 정치와 관련된 행동을 할 때 사용되는 포인트였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자기 직장상사에게 대들기 같은 업적 따위를 본 적은 없었으니 도진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뮬레이션에서의 인도자님과 이 곳에서의 인도자님은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니, 당연하죠.


도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아리아였다.


-시뮬레이션에서는 행성 전체를 통치하는 자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영향력을 얻기는 조금 더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그걸 감안해서 튜토리얼 시스템에서는 인도자님의 현재 사회적 위치에 맞는 업적들을 새롭게 만들어둔 거고요.

‘그러면, 영향력의 사용은?’

-시뮬레이션과 똑같아요.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할 때 지불하면, 그 양에 따라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이 올라가는거죠.

‘···겨우 1 가지고? 게임에서는 못해도 초당 200씩은 쌓였던 거 같은데.’

-영향력은 말 그대로 행성, 혹은 은하에 펼칠 수 있는 자신의 영향력을 의미하니까요. 1이면···대충 10명 정도의 호의를 산 셈이죠.

‘그럼, 그 많은 걸 어떻게 모으라고?’

설명을 들은 도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게임 속에서 영향력을 사용할 때는 못해도 수 천, 많으면 수십 만의 영향력을 소모해야 했다.

다시 말해, 그가 영향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못해도 10만 명 정도는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부지런히 움직이셔야 한답니다? 후후.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리아의 웃음 뿐이었다.


‘그래···그런 식으로 돌아간다, 이 말이지? 뭐···당장 영향력은 필요없을테니까,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고.’


게임 속에서도 본격적으로 영향력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외계종족들을 조우하는 중반 이후다.

지금의 도진이 게임의 시작지점까지 올라가는 데만 해도 년 단위는 걸릴 테니, 그 때까지는 딱히 쓸 일이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도진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자, 전 반차 써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리아와 대화를 하다보니 순식간에 퇴근할 시간이 된 것을 확인한 도진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싸 밖으로 나갔다.


“사표내고 나니까 연차는 눈치 안보고 써서 좋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역시, 슬슬 첫 테크트리를 올리러 가시는 거겠죠?

“그렇지.”


부웅-!

자신의 소형 승용차에 올라타 엑셀을 밟으며, 도진은 아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들릴 곳이 있지만 말야.”

-들릴 곳이요?


의아해하는 아리아의 목소리에, 도진은 대답 대신 씨익 미소를 짓고는 어딘가로 운전을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인근에 위치한 신도시의 백화점이었다.


끼익-!

경기 남부권 최대규모의 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도진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의 식품관으로 향했다.

그의 목적지는 분명했다.


‘어디보자···아, 저기있네.’


목적지를 확인한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그 곳은 다름아닌, 정육코너였다.

값비싼 한우들이 담긴 냉장고 앞에 선 도진은 직원을 향해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등심 제일 비싼거로 세 근 주세요, 구이용으로요.”

“네, 손님!”

-···이게, 들릴 곳이었어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겠어?’


아리아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도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깃값을 결제하고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의 차가 향한 곳은 자신의 원룸이 아니었다.

신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구시가지의 아파트에 도착한 도진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 다음 초인종을 눌렀다.


삐리리-! 삐리리-!

도진이 익숙한 초인종 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기다리던 그때.


삐리릭-!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 중년의 여자가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도진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도진아, 이 시간엔 어쩐 일이야?”

“오늘 반차냈어.”

“응? 니네 회사, 연차 쓰려고 하면 눈치준다며. 평소에는 그래서 오지도 않더니······.”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자.”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방문에 당황한 어머니를 향해, 도진은 한우가 담긴 백화점 쇼핑백을 건넸다.


“응? 웬 백화점? 대체 뭐길래···한우? 아니, 이게 얼마 어치야? 이렇게 비싼건 어디서······.”

“아버지랑 동생 빨리 오라그래, 오늘 고기먹자.”


쇼핑백 속 고기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어머니를 향해, 도진은 씨익 웃어보였다.


***


치이이익-!

저녁이 되자, 식탁에 앉은 도진과 가족들은 한우, 그 것도 1++급의 최상급 한우를 말 그대로 배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다.


“와···더는 못 먹겠어······.”

“구운 건 다 먹어야지, 현서야. 자자, 빨리 먹어.”

“그러는 엄마는?”

“엄마는 배불러서 못 먹는다, 얘.”

“자자, 빨리들 먹어. 오랜만에 도진이가 고기도 사왔는데, 남기면 안 되지.”


행복한 표정으로 배를 만지작거리며 동시에 젓가락질을 하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바라보며, 도진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 권혁수가 도진을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은 그때였다.


“그런데, 정말 선물받은 거야? 이 비싼 걸?”

“그럼요. 친구한테 받았어요.”

‘정확히는, 선물받은 돈으로 산 거긴 하지만요.’


그의 통장에 든 돈은 137억 원.

그 중, 다른 돈은 몰라도 ATM기를 통해 출금했던 500만 원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쓸 생각이었다.

그 중 하나는 다름아닌 비싸고 맛 좋은 한우였고 말이다.


“이야, 친구 잘 뒀네, 우리 오빠?”

“그럼.”

-어떻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거짓말은 아니지. 내 입장에선 선물이라고, 선물.’


머릿속에서 울리는 아리아의 황당해하는 목소리에, 도진은 속으로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그럼 먼저 방에 들어가볼게요. 일 처리해야 할 게 조금 있어서.”

“고기 더 먹지 않고?”

“아냐, 도진이도 바쁘겠지. 그래. 오랜만에 왔는데 푹 쉬렴.”


걱정스러워하는 어머니와 그녀를 말리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인 다음, 도진은 오랜만에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여긴 언제 와도 똑같네.’


집을 떠난 지 꽤 되었음에도 처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도진은 왠지 모를 아련함을 느끼면서 의자에 앉았다.


‘그럼···아리아?’

-네?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드디어!


도진의 말에, 고기를 구워먹는 내내 삐진 듯한 표정으로 인도자를 바라보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작이라면, 테크트리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지금 바로 띄워드릴게요! 얍!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팟!

[기술 포인트: 20]이라고 적힌 글자 아래로, 수 많은 네모난버튼들로 이루어진 거미줄이 나타났다.

이 것이, 바로 ‘스타로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테크트리였다.

이 트리의 순서를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시작부터 게임의 운명이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뭐, 처음은 당연히 정해져있지.’


도진은 이미 어떤 기술을 먼저 얻을 지 결정한 상태였다.


[소모 기술 포인트: 20]

[기술을 연구하시겠습니까?]


‘물론.’


눈 앞에 창이 떠오르자마자, 도진은 생각과 함께 손가락을 뻗어 [예]라고 쓰인 버튼을 눌렀다.

곧, 그의 눈 앞에 또다른 창 하나가 떠올랐다.


[소재-상온초전도체 연구를 완료하셨습니다.]


‘이제, 첫 발자국이야.’


눈 앞의 창을 바라보는 도진의 눈이, 번뜩 빛났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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