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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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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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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일 리도 없지 않습니까.

DUMMY

-첫 부관은 시스템의 AI가 직접 담당하게 되어있어요. 두 번째부터는 아니지만요.


도진의 머릿속에서 아리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눈 앞의 여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검은 생머리를 허리까지 늘어트린 정장차림의 여성.

길거리에 돌아다니기만 해도 연예기획사 명함을 수십 장은 수집할 수 있을 것 같은 미모의 여성은, 다름아닌 튜토리얼 시스템의 AI 아리아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머릿속으로 대화할 수 있는 건 똑같네.’

-엄밀히 말하면, 이 육체는 제 본체가 아니니까요. 본체는 시스템 그 자체거든요.

‘그래?’

-그렇다고, 이 육체가 제가 아닌 것도 아니지만요. 쉽게 말하자면···게임 아바타 정도 되겠네요.


그 말과 함께, 아리아는 그들이 찾아온 군안시의 신축 아파트를 세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곧, 그녀의 시선이 함께 온 복덕방 아저씨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벽의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 곰팡이 흔적이 있는 거 같은데요. 누수 있는 거 아니에요?”

“으잉? 여기 누수같은 건 없다고 들었는디······.”

“여긴 아닌 거 같으니까, 다른 데 보여주세요.”

“거, 젊은 아가씨가 보기보다 깐깐하구마잉. 그랴, 다음 집으로 가장께.”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아리아의 말에, 남자는 삐질 흘러나오는 땀을 닦고는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복덕방 아저씨를 뒤쫓아가며, 도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굳이 아파트일 필요는 없는데.’

-목표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고, 건강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은 거주환경을 갖는 거에요. 꼭 아파트일 필요야 없지만,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거주환경은 인도자님께 필수적이라고요.

‘그건 그렇다치고, 누수 보는 법은 어디서 배운거야? 그런 게 시스템에 들어있진 않았을텐데.’

-행성 통신망에 있던데요? 거기에, 이 육체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감각시스템들을 조금 이용하면 쉽더라고요. 인도자님께서 살아야 할 집인데, 최소한 하자는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 그래.’


논리적인 아리아의 말에, 딱히 할 말이 없어진 도진은 그녀가 하고싶은 대로 놔두기로 했다.

그녀의 말 대로, 좋은 거주환경이란 건 결국 도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주거비용이 좀 더 나가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푼돈이니까. 가전도 좀 사긴 해야할거고······.’


도진이 앞으로 생활에 써야 할 돈을 계산하던 그때였다.


“근디, 둘은 신혼집 보러온 겨?”

“네?”


생각지도 못한 아저씨의 물음에, 도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선남선녀인 거 보니께 그래보이는고마잉, 아녀?”

“아, 그건······.”


도진이 그 말에 대답하려 하는 그 때.


“뭐, 그런 셈이죠.”

“응?”


느닷없는 아리아의 대답에 도진의 두 눈이 커졌다.

곧, 아리아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차피 집을 구하게 되면 인도자님과 같이 지내게 될텐데, 이 편이 편하지 않겠어요?

‘···같이 산다고?’

-그럼, 저 혼자 밖에서 재울 생각이셨어요? 인도자님도 너무하시다, 정말.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불쌍한 표정을 짓는 아리아의 모습에, 도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후후, 농담이에요. 같이 살 거라는 말은 정말이지만요. 어쨌든, 튜토리얼 시스템의 AI이자 부관으로써 인도자님의 컨디션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으음, 뭐 그렇다면야.’


질질 끌리는 이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대신, 도진은 대화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나저나, 검증까지 이제 사흘 남았네.’

-음, 사실 저희한테는 검증 자체가 필요없는 행위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영향력 포인트 100배이벤트를 그냥 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단 말이지.’


뽑아먹을 건 최대한 뽑아먹어야 한다.

그 것이, 어찌어찌 3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도진의 지론이었다.

아직 크게 쓸 곳은 없지만, 언제 영향력 포인트가 필요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가능하면 뽑아먹을 수 있을 때 뽑아먹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실패할 가능성 따위는 없잖아?’


이건 마치 포커에서 로얄스트레이트플러시를 들고 시작한 것과 같다.

절대로 패배할 수 없는 패를 쥐었는데, 게임을 포기하는 바보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기대되는걸.’


생각을 마친 도진의 눈은, 이미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


사흘 뒤.

도진은 서울에 위치한 한국대학교로 향했다.

자타공인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대학교인 만큼, 상대인 상온초전도학회 또한 검증장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기에 장소를 선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만이네.”


차에서 내린 도진은 아련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와본 적 있는 곳이에요?”


뒤이어 조수석에서 내린 아리아의 물음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대학원 생활을 좀 했었거든, 도중에 그만뒀지만.”

“어째서요?”

“그냥, 다니기가 좀 불편해서.”


그 한마디만으로는 설명하기 복잡한 문제였지만, 도진은 대강 둘러대면서 어깨를 으쓱하고는 검증장소로 향했다.

뒤따라오는 아리아와 함께 그가 가방 하나 없는 굉장히 단촐한 복장으로 교정을 가로지르던 그 때였다.


“궈, 권 선생!”


익숙한 목소리에,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 쪽 방향을 바라봤다.

그 곳엔, 도진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도진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박형준 씨?”


박형준.

그가 지방대를 나와 한국대학교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공부하던 남자였다.

그리고, 도진이 대학원을 때려치우도록 만든 사람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대충 3년은 된 거 같은데, 맞나?”


도진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준은 도진을 향해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물론, 도진이 그를 반갑게 맞이해줘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아, 네. 안녕하세요.”


도진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하지만 그는 곧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봐, 권 선생! 좀 유명해졌다고 너무한 거 아냐? 사람을 이렇게 무시하기 있어?”


등 뒤에서 들려온 짜증스런 목소리에, 도진은 눈살을 찌푸린 채 형준을 바라봤다.

곧, 그의 입이 열리려던 순간.


“무슨 일이세요, 대표님? 아는 사이세요?”


도진의 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형준을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곧, 그 곳에서 정장차림의 미녀를 발견한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

“와, 연예인인가?”

“저런 사람은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형준을 비롯한 사람들의 말을 무시한 채, 도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 사이 아냐.”

“그렇군요.”


그 말과 함께, 아리아는 형준을 비롯한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희 대표님께선 지금 바쁘셔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나중에 부탁드릴게요. 그럼.”


형준을 향해 양해를 구하는 그녀의 말투는 꽤나 부드러웠다.

하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헉.”

“쿨럭, 쿨럭!”



아리아의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날카로운 기세에, 형준을 비롯한 학생들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사레들린 기침을 연신 내뱉었다.

도진과 아리아는 기침을 멈추지 않는 그들을 내버려둔 채 가던 길로 향했다.


“너무 심한 거 아냐?”

“저 정도는 해야 귀찮게 안 하죠. 혹시, 불편하셨던 건 아니죠?”

“뭐, 그건 아니지만.”


조금 전과 달리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리아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정리해준 덕분에 귀찮은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들어가자고.”


그 말과 함께, 도진은 어느새 도착한 건물의 정문을 지나쳤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확신으로 가득찬 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채.


***


한국대학교 대강당.

본래는 졸업식과 같은 교내의 큰 행사를 치루는 용도의 건물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다.

단상에는 한 번도 올라온 적 없는 첨단실험기기들이 줄지어 늘어서있었고, 단상 아래와 2층의 좌석 사이사이엔 국내와 해외의 여러 방송국에서 온 기자들과 스태프들이 커다란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진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상 바로 앞자리에는 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다름아닌, 상온초전도체 검증을 위해 이 자리에 모인 상온초전도학회의 사람들이었다.


“흠, 슬슬 올 때가 됐는데.”

“10분 전에 교내로 들어왔다니, 곧 올 겁니다.”

“그렇군요.”


학회장인 정재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바라봤다.

부학회장인 최광준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학회장, 근데···정말 괜찮겠습니까?”

“뭐가 말입니까?”

“5억, 말입니다. 아무리 검증 통과를 조건으로 걸었다지만, 5억이면 지금 우리 학회 예산 전부잖습니까. 앞으로 집행해야 할 예산도 꽤나 많은데······.”


5억.

도진이 검증에 응하는 조건으로 건 청구서를, 학회장인 정재철은 조건부였지만 받아들였다.

검증에 통과할 경우, 검증에 사용된 상온초전도체 샘플을 5억에 구매하곘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만약 진짜 상온초전도체라면, 5억에 구입한다해도 딱히 손해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학회 예산을 다 털어넣을 정도의 가치가 아니니 하는 말이요.”

“그리고, 애초에 진짜일 리도 없지 않습니까. 상온초전도체라니,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는 건 온 세상이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재철은 이미 자신의, 학회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재산도 아닌 학회의 예산을 턱턱 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놈이 무슨 사기를 칠 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저 장비들 앞에선 모든 게 들통날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끙···학회장만 믿겠습니다. 난 모르는 일이요.”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짚는 부학회장을 뒤로 한 채, 재철은 다시 손목의 시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뚜벅 뚜벅

강당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구두굽소리에 재철과 학회 회원들, 그리고 기자들과 카메라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쏠렸다.

그 곳엔, 정장을 빼입은 한 남녀가 단상 방향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여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남자의 정체는 분명했다.


“권도진······.”


다름아닌, 이번 검증의 대상인 권도진이었다.

하지만, 기자들과 카메라를 사로잡은 것은 권도진 본인이 아닌, 그의 손에 들려있는 무언가였다.


“저, 저건······.”

“빨리 잡아! 최대한 확대해서!”


그가 손에 든 것은, 주먹만한 크기의 자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자석의 위에 띄워져있는 손가락 마디만한 크기의 금속이었다.

마치 허공에 못박힌 듯, 도진과 자석을 따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금속 조각.

상온초전도체였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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