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똥겜의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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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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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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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1)

DUMMY

세상에 이런 불행한 사람이 있다.


고전갓겜을 리메이크한 똥망겜에 팩트를 날렸다.

게임사가 그를 그 똥망겜 속에 빙의시켰다.

자기들이 SSR등급으로 바꾼 원작 속 시작마을, 경비병 엑스트라에게.


아.

그게 나다.


'개같은 게임사 놈들.'


똥겜을 똥겜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심지어 고전게임을 리메이크한답시고 능욕을 해놓았고, 코딩 덩어리 게임이었던 주제에 나를 빙의시켰다.


'반드시 복수하겠어.'


죽으라고 던져놓았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거다.

뭔가 마법과 기적의 힘으로 이 세상을 탈출할 수 있다면, 반드시 탈출하여 게임사를 고소할 것이다.


물론 이는 아주 먼 나중의 일.


당장은 이 사망 플래그 가득한 게임에서 살아남는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태창!"


외친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시스템! 인포메이션! 정보창! C!"


혹시나 다른 바리에이션을 외쳐보지만, 뭔가 '띵'하면서 홀로그램 화면이 나오는 것도 없다.


'게임에 빙의했는데 상태창도 안 주는 개쓰레기 똥망겜.'


상태창은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상태창 비슷한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원작의 설정 속에 남아있다는 것.


"후."


마을의 대로를 걷다가 어느 한 건물 앞에 멈춰선다.

주변을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은 내가 이 대낮에 이곳 '신전'에 방문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전의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아-


문을 열자마자 성가대가 합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원작 속 신전 BGM이 귀에 들린다.


환청이냐고?

그건 아니다.


이건 일종의 편의점 문에 달린 방울종이랑 비슷한 거다.


"이런. 누가 왔...허허, 켈트 왔느냐?"


성가대의 노랫소리에 후덕한 인상의 백발 노사제가 나를 맞이한다.

조금 전까지 기도문을 읽고 있었는지, 벗어둔 안경을 끼며 나를 향해 성호를 그었다.


"여신께서 보살펴주시길. 그래, 신전에는 어쩐 일로?"

"제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왔습니다."


원작 설정 중 하나.

시스템적인 부분을 내가 인지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중 나의 재능에 관련된 부분.


"제게 경비병 이외의 길이 있는지."


여신교단의 신전은 캐릭터가 '전직'할 수 있는 장소로, 조건을 만족한 캐릭터는 여신상의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특정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다.


실제 직업이 아니다.

인게임에서 전사 마법사, 궁수, 도적 등의 직업을 말하는 것이다.


"켈트야."


노사제, 갈라하드가 인자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여신께서 각자에게 준 재능은 전부 가장 뛰어난 재능이란다. 내게 '전도'의 재능을 내려주신 것처럼."

"알고 있습니다."


성검전기의 캐릭터들은 여신상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알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이 세계관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운명대로 사는 것.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사는 것. 그것이 여신께서 우리 인간들에게 내려준 축복이란다."


헛소리.


"물론 알고 있습니다, 사제님."


헛소리지만, 평생 여신의 종복으로 살아온 노사제를 상대로 종교적 토론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저는 제가 경비병을 그만뒀을 때, 다른 길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을 뿐입니다."

"허허...."


노사제 갈라하드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살리며 살아가는 것은 상식이므로.


다른 재능을 아무리 갈고 닦아봐야,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재능의 등급이 높은 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


마치 캐릭터의 등급이 노말, 레어, 슈퍼레어 등으로 나뉘어진 뽑기 게임처럼.


"알겠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렴. 정해진 재능말고 다른 재능이 개화하는 건...전설의 '용사'님이나 가능한 일이니."


노사제 갈라하드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나는 여신상 앞에 서서 갈라하드와 같이 기도하며 눈을 감았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플레이어의 편이라면 저를 도와주시고, 게임사의 편이라면 부디 시스템 버그를 일으키기를.'


여신에게 속으로 물어도 대답은 없다.

왜냐하면 여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여신교단의 성녀 뿐이기에.


번쩍.


노사제 갈라하드의 기도가 끝나고, 내 앞에 빛무리가 반짝인다.


'젠장.'


빛무리가 반짝이는 모습이 꼭 그 망겜의 뽑기 화면을 연상케한다.


10회 연속 뽑기가 아닌 1회 뽑기를 할 때.

똑같은 뽑기 화면이 연출되지만, 보라색이나 황금빛, 무지개빛이 반짝이는 게 아닌 어딘가 밋밋한 파란색의 빛만이 반짝이고 있는 경우.


파아앗.


빛무리 속에서 한 사람이 보인다.

마을의 경비병으로 서있는 나 자신, 켈트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여신께서 점지해주신 네가 가장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모습이지. 일주일 전에도 그랬고, 네가 갑자기 찾아왔던 한 달 전에도 그랬고."


여신의 점지다.


"네 적성은 경비병이고, 다른 일보다 이것이 적성과 재능, 삶의 양식에 가장 맞는 직업이라 말씀하시는구나."

"...예."

"응?"


한창 빛무리 속의 나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이 흘러나온 걸까.


"왠지, 오늘은 기쁜 것 같구나? 평소에는 시무룩하더니."

"...정해진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도 모르게 나온 기쁨의 웃음을 갈라하드 사제에게 들킨 나머지, 나는 적당한 말로 그의 관심을 돌렸다.


"오오,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그래. 여신께서 정한 운명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이 땅을 살아가는 피조물로서 그분의 말씀을 가장 잘 지키며 살아가는 길이지. 경비병 켈트."


갈라하드가 내게 성호를 그으며 기도한다.


"우리 [용사의 마을]의 경비를 잘 부탁한단다."

"예, 사제님."


갈라하드는 보지 못했다.


빛무리 너머, 나의 적성을 미래의 모습처럼 보여주는 신성력의 속.


투구를 깊게 눌러쓴 경비병에게는 이전과 달리, 짙은 다크서클과 함께 해골 목걸이가 걸려있다는 것을.



* * *



퇴근 후.


"켈트. 너 또 신전에 가서 다른 재능 있는지 알아보러 갔다며?"


여기, 내 앞에 전형적인 '고전게임 속 마을주민 여자캐릭터A'에 해당하는 소녀가 있다.


"켈트. 내 말 듣고 있어?"

"너는 누구지?"

"뭐? 너, 혹시 뭐 엄청난 재능이라도 발견한 거야? 네 소꿉친구, 엠마를 이렇게 바로 모른 척할 만큼?"

"아니. 그냥 농담 한 번 해봤다."


갈색에 긴 머리를 땋고, 축사 특유의 냄새가 옷에 잔뜩 묻은 마을 소녀 엠마.


나에게는 기억이 없지만, 이 소녀는 놀랍게도 나의 소꿉친구다.

정확히는 '경비병 켈트'의 소꿉친구.


"뭐야. 서로 성공하면 나중에 모른척하기 없다고 약속했잖아. 잊었어?"

"그랬었나?"

"와, 진짜 까먹었나보네. 너 사실은 뭔가 엄청난 재능을 발견한 거지? 그래서 일부러 지금 이러는 거지?"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기억.

경비병 켈트는 이 소녀와 그런 약속을 했을지 몰라도,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기억이라도 물려받거나 배경설정을 알고 있다면 모를까.


"미안. 내가 한 달 전에 머리를 크게 어디 박았잖냐. 요즘 뭔가를 기억하는 게 좀 많이 그렇더라고."

"아, 그, 미안. 그랬었지."


처음으로 빙의를 한 이후.

켈트에 빙의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나는 우선 켈트로서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생쇼를 했다.


쾅!

-무슨 소리야?!

-누, 누구세요?!

-케, 켈트...?! 너 머리에 피가...!


다행히 언어는 통하길래, 기억을 잃은 척 연기를 했다.

뒤통수를 크게 벽에 박았고, 그걸 본 동료 경비들이 나를 치료하고 경비병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줬다.


경비병 켈트가 그래도 경비대나 마을 안에서 나름 성실하고 착한 청년이었는지, 동료들은 내가 사회의 한 부품으로 복귀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뭔가 다른 사람 같아. 빨리 기억이 돌아왔으면 좋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기억이 복구되기를 바라는 건 엠마 한 명.

나머지 사람들은 기억상실로 인해 신병이 되어버린 내가 빨리 숙련된 경비병이 되기를 바랐다.


'인게임의 재능 덕분에 경비병으로서는 쉽게 복귀할 수 있었지만.'


여신이 정해준 재능에 따라, 나는 실제 그 재능을 살려 경비병으로 사흘 만에 업무를 숙달하고 복귀할 수 있었다.


성검전기의 적성과 재능은 거짓이 아니다.

군대의 경험이나 그런 것과 별개로, 내가 이 용사의 마을 경비대의 일원으로 '기억상실 폐급신병에서 경비조장을 노리는 에이스'까지 올라간 건 그 재능 덕분이었다.


분명 재능과 적성은 도움이 된다.

이미 재능의 도움으로 내 목숨을 스스로 한 번 구해낸 것과 같이.


"엠마."

"응?"

"네 재능, 분명 '가축관리인'이었지?"

"음, 뭐, 그렇지. 정확히는 양치기지만."


엠마가 쓰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언젠가 양을 구하면 말이야, 우리 가족 목장을 양 목장으로 만들 생각이야."

"지금 있는 소들은 다 어떻게 하고?"

"그건 우리 아버지 재능이지. 소는 내 재능이 아니야. 매번...으으."


엠마가 질색을 하며 몸을 떤다.

양치기에 재능이 있다면 가축 관리도 어느정도 재능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가장 훌륭한 적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야구 선수에 적성이 있어도 투수냐 타자냐 하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있잖아. 켈트."


엠마가 슬쩍 내게 뭔가를 물으려고 한다.


"너 만일 더 큰 도시에서 불러준다면, 그 도시의 경비병이 될 거야?"

"......왜. 내가 마을 경비병이 적성이 아니라, 그보다 더 넓은 도시를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시 경비병이 될까봐?"

"음, 뭐,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엠마가 볼을 긁적거리며 시선을 피한다.


"그래. 어떻게 될지 모르지."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거고.


뎅뎅뎅.

"!!"


경종이 울린다.

엠마의 얼굴이 바로 창백해지고, 내 몸은 바로 피가 끓는 것처럼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켈트...!"

"집으로 돌아가. 경종이 크게 울리지 않는 걸 보면 큰 위협은 아닐 테니까."


바닥에 잠시 내려놓은 무기를 챙겨 달린다.


경종이 크게 울리는 마을의 남쪽 울타리.

그래도 나름 마을이라고 벽돌로 쌓은 울타리와 함께 성문처럼 꾸며놓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앞에는 덜덜 떨고 있는 경비병 둘이 창을 든 채 서 있을 뿐이다.


성문을 닫는다?

그런 건 없다.


이곳은 용사의 마을이고, 설정상 '멸망이 예정된 곳.'


'원작에서도 이미 없어진 마을이었으니.'


이런 한적한 시골 마을에 성문 같은 게 달려있을 리도 없다.

성문이 있었어도 망했겠지만.


"왔구나, 켈트!!"

"적은?"

"고, 고블린 한 부대...!"


대로의 끝, 녹색 피부를 가진 마물-고블린들이 나무몽둥이를 든 채 다가오고 있다.


"씁...."


원작을 생각하면, 고블린은 그냥 지능은 뛰어나고 무리생활을 하지만 신체능력은 약한 하급 마물.


그러나 저 고블린은 조금 다르다.


"키시시싯!"


키는 원작 속 고블린과 비슷하며, 신체 능력도 성체의 근력이 인간 청소년보다 못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히히히후후헤헤!!"


손에 들고 있는 막대는 나뭇가지나 몽둥이가 아니다.


치지지직.

타들어가는 화약.


'리메이크 씨바.'


원작 속 잡몹캐에 불과했던 고블린.

단검이나 몽둥이가 전부였던, 그나마 원거리 무기는 독침이 전부인 잡몹 고블린.

개발진은 그 고블린에 어떤 변주를 넣고 싶어했는지, 지금 저 고블린이 직접 손에 든 무기로 증명하고 있다.


"으, 으아아! 날아온다!!"

"괜찮아! 방패로 밀쳐내!!"

"키히히힛!!"


저 신작 고블린들이 손에 들고 있는 건 화약 막대.


여름철 불꽃놀이를 할 때 쓰는 폭죽과도 같은 화력이 뭉친.


폭탄이다.


휘이이잉─!


나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화약 막대.


'경비.'


내 안의 경비병, 켈트를 불러일으킨다.


날아오는 화약 막대는 하나.


퍼-억!

나는 전력을 다해 방패를 앞으로 휘둘러, 막대의 끝을 튕겨냈다.


휘리릭.

하늘로 솟구치는 막대.


콰-앙!


"후."


전신에 활력이 들끓기 시작한다.


보이는 것은 고블린 열둘.


아니.


'시체 자원 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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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터지고 있습니다 (1) +16 24.08.12 6,758 269 12쪽
5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4) +9 24.08.11 7,017 253 13쪽
4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3) +13 24.08.10 7,709 280 14쪽
3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2) +14 24.08.09 8,911 303 13쪽
»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1) +16 24.08.09 10,509 325 13쪽
1 사실대로 리뷰했는데 빙의당했다 +55 24.08.09 13,244 3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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