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똥겜의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58,500
추천수 :
6,596
글자수 :
242,710

작성
24.08.11 15:00
조회
7,015
추천
253
글자
13쪽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4)

DUMMY


여신교단에게 있어 용사 후보, 그러니까 재능있는 영웅은 언제나 부족한 게 현실이다.


왜냐?

마왕군과 싸우다가 다 죽어나가니까.


이 세계는 영웅이라고 안 죽는 게 아니다.

부활마법이 분명 존재하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지극히 제한되어있다.


대륙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


이번에 용사 후보로서 지크를 키우기 위해 용사의 마을에 방문한 성녀 프레이야만 하더라도, 내가 알기로 그녀는 부활마법을 배우지 못하는 여사제다.


그런 의미에서 재능있는 용사 후보는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될 중요한 인재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중요한 인재가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도 같이 내던지며 마왕군과 싸우게 만드는 것이 여신교단의 역할.


이른바, 전쟁병기로 만드는 사상교육원인 셈이다.


용사 후보 중에서 싹수가 좀 괜찮다 싶은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만들게 하여, 그 감정을 원동력으로 삼아 마왕군을 증오하고 싸우게 만든다.


첫 번째 방법은 사랑.


용사 후보가 성녀를 향해 호감을 품고 그게 사랑으로 발전한다면,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별도 달도 마왕의 목도 따주려고 한다.


두 번째 방법은 부와 명성, 명예.


이쪽은 여신교단 뿐만 아니라 왕국이나 제국 등 여러 정치집단이 제시할 수 있다.


여신교단이 먼저 방문하지 않았다면, 지크를 데려가는 건 아마 우리 용사의 마을이 속해있는 왕국의 왕실기사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


'복수심.'


자신의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 고향을 초토화시킨 마족에 대한 증오와 복수를 원동력으로 삼아 전쟁병기로 만들기.


가장 좋은 성장 동력은 이 세 가지를 적당히 버무리는 것이며, 여신교단은 세 번째 방법을 사용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다.


즉.


[꺄아아악!]

[커헉!]


지금 용사의 마을을 습격한 '마족'과 같이.


'휴.'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서, 로드릭과의 연결을 통해 나는 마을 상황을 살피고 있다.


'감각 공유.'


강령술의 일종.

사역마의 감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기술과 비슷하지만, 네크로맨서인 나는 내가 부활시킨 시체의 감각을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고통은 제외.

그저 보는 것, 듣는 것만.


우지끈.

문이 부서진다.

바닥에 엎어진, 하지만 고개는 옆으로 돌아간 로드릭의 눈에 무언가가 보인다.


"으, 으아아!!"


마을 주민 하나.

지나가면서 나를 향해 '동생보다 못한 형'이라고 했던 중년 남자.


그는 문에 처박히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가, 로드릭의 시체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케, 켈트?! 히이익?!"


나라고 착각하며.


'잘 안 보이겠지.'


머리 위에는 꽃병을 깨뜨려놓았다.

로드릭 본인도 얼굴형이 나와 비슷한 느낌도 있고, 옷도 내가 입던 옷을 그대로 입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켈트와 지크 형제의 집.


누가 이 시체를 '켈트처럼 꾸민 채 심장이 뒤에서 찔리고 머리에 깨진 꽃병의 잔해가 흩어진 로드릭'이라고 생각할까.


"크르르."


그냥 봐도 오해하는데, 하물며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들어온 오크의 앞에서.


콰-앙!

눈에 핏발이 선 오크가 몽둥이를 휘두른다.

중년 남자는 급히 몸을 옆으로 날리지만, 몽둥이를 마저 피하지 못했다.


빠악.

"끄아아악!"


발뒤꿈치를 얻어맞은 것 같다.

남자는 그대로 옆으로 나뒹굴었고, 죽은 로드릭의 화분 흙 사이에 번쩍 뜨여있는 눈과 시선이 닿았다.


"어?"


남자는 뭔가 의아함을 느낀 것 같았으나.


와장창!

뒤에 있던 유리창에서 몽둥이가 내려와 남자의 머리통을 찍어버렸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력적인 장면.

인간을 상대로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벌이는 이들은 개체마다 그 크기가 2m는 훌쩍 넘을 것 같은 녹색 피부의 괴물들.


오크.


원작 속 사막의 전사와 같은 모습은 어디 엿바꿔먹었는지, 거적데기 하나로 아래를 가린 야만족스러운 모습을 한 배불뚝이들이다.


퀴이이익.

꾸엉.


심지어 대화도 언어가 아닌 울음소리다.


'처음 2시간 플레이하면서 마을을 습격하는 몬스터로 나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내가 알던 그 오크는 이곳에 없었다.

어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내 앞에 있는 '타락한 오크'들은 아니다.


마족화된 오크.

이들은 오직 인간을 죽이기 위해 살아가는 마수들이다.


퍽, 퍼억.


시야가 뒤틀린다.

쓰러진 중년 남성과 함께, 오크들이 로드릭의 시신을 향해 마구 몽둥이를 내려찍는다.


'칫. 귀가.'


고막이 망가진 걸까.

조금 전까지 오크들의 거친 숨소리도 잘 들리던 로드릭의 청각이 노이즈가 낀 것마냥 소리가 옅어진다.


오크들이 로드릭의 머리를 마저 몽둥이로 깨뜨렸기 때문.


아마 이 상태라면-


파바밧!


오크를 향해 무언가가 날아와 처박힌다.

오크의 심장을 꿰뚫은 백금빛의 화살은 신성함마저 느껴졌다.


철컹!


은빛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이 집에 들이닥쳤다.

사람을 구하기에는 늦었지만, 은색검에 불어넣은 신성력을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들은 단숨에 오크를 몰살했다.


뀌이익.

오크들이 검보라색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


만일 살아있는 이가 있다고 한다면, '왜 이제서야'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릴 타이밍.

그리고 성기사들은 '저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하며 참담한 표정을 짓겠지만-


"퉤."


성기사들은 바닥에 침을 뱉을 뿐이었다.


"이 짓도 참."

"어머, 이 짓도 뭐요?"


성기사의 뒤, 문에서 검은 로브를 쓴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 성...!"

"쉬잇."


성기사를 향해 검지에 입술을 붙이며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성녀 프레이야.


"오크 노예들은 전부 다 제거 되었나요?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하던데."

"예. 마지막으로 도망친 사람까지 여기에서 확실히 죽었습니다."


용사의 마을에 폭주하는 마족들을 풀고, 그 마족들을 성기사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영웅 지크의 고향을 초토화시킨 장본인.


"생존자는요?"

"그...세 명이 없습니다."

"뭐라고요?"


성기사의 보고에 목소리가 순식간에 표독스러워진다.


"어떻게 세 명이나...!"

"두, 두 명은 이미 보고드린 '예의 건'입니다. 목동으로 위장한 기사와 그...."

"아아, '그녀' 말이군요. ...그래도 그 기사라면 이상을 감지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다행히도 일이 생기기 전에 마을을 떠난 상태입니다. 단장께서는 그들을 '최초의 발견자'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흐음.... 다음부터는 제대로 보고하세요. 남은 한 사람은요?"

"그것이...."


성기사가 로드릭을, 나를 가리킨다.


"용사후보 지크의 형, 켈트와 트러블이 있었던 마을 경비병 로드릭이 실종되었습니다."

"실종?"

"예. 다만, 한 가지 추정되는 바가 있다면."


로드릭의 시신 위에 성기사의 군화발이 툭툭 닿는다.


"이 상처, 오크들이 낸 상처가 아닙니다."

"칼에 찔린 흔적?"

"예. 아무래도...로드릭이 지크의 형을 살해하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저희가 마을에 오크를 풀기 전에."

"하. 뭐 이렇게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는 건지."


성녀 프레이야가 이를 갈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로드릭은 공개수배 하세요. 얼마나 배짱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용사 후보의 형을 죽였다고 해도 그 동생에게 '나도 한 번 죽여봐라'하면서 대놓고 돌아다닐 수는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죄목은...."

"언제나와 같이 이단이죠."


타닥.

무언가, 불 붙이는 소리가 들린다.


"나머지는 전부 태워요. 뒷공작은 언제나와 같이."

"전부 소각시켜 잿더미만 남기겠습니다."

"네. 그러면...응?"


성녀 프레이야가 로드릭을, 나를 바라본다.


"왜 그러십니까?"

"음.... 아뇨, 그냥 기시감인가 싶어서."


다 끝났다고 생각한 건가.

긴장감을 풀어버린 게 실책이다.


'로드릭이 사령술에 걸린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화륵.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로드릭의 시야가 곧 검붉은 연기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위이잉.

로드릭의 시신과 연결된 마나를 해제한다.

전신에서 땀이 뻘뻘 흐르지만, 나는 숨을 죽인 채 아주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걸리면 죽는다.'


내가 지금 숨어있는 곳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동굴.


'성녀는 몰라도, 성기사들은 위험하니까.'


바깥에 사람의 흔적을 지워 발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람의 흔적을 찾게 된다면 얼마든지 들어와서 나를 죽일 수 있는 거리.


마을 경비병 A에 불과한 켈트는 저 3대 600은 거뜬히 칠 것 같은 근육떡대 성기사들을 한 명도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숨어야 한다.


저들이 지크에게 '네 형은 죽었다.'라고 보고할 때까지.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



* * *



사흘이 지났다.

바깥을 확인할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당장은 그런 짓을 저질렀다가는 내가 오히려 포착될 수 있어 포기했다.


'시체를 조종해서 주변을 훑었다가는 성기사들에게 들키니까.'


마을을 습격한 이들은 성기사들.

흑마법의 흔적조차 느낄 수 없게, 나는 내가 숨어있는 근방에만 순찰을 돌렸다.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나는 나의 은신처에 계속 머무르기로 했다.


'성기사들은 이곳에 은신처가, 마을의 생존자가, 그리고 흑마법사가 있다는 걸 몰라.'


이제 이 은신처는 안전하다.


내가 만든 은신처인가? 아니다.

빙의 전에 켈트가 미리 만들어놓은 은신처인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곳은 일종의 '이스터에그'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어두운 지하동굴.

봉인을 풀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고대 흑마법사의 무덤.


'원래는 다른 캐릭터를 위해 준비된 장소지만....'


성검전기는 고전게임이었으나, 동료 캐릭터로 흑마법사를 영입하는데 세계관 상 크게 거부감이 드는 문제는 아니었다.

비록 흑마법사, 네크로맨서라는 게 특정 직업-성기사라거나 하는 자들에게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은 직업이었지만, 원작 게임사에서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보도록 만들었다.


이야기 중간에 합류하는 조연 캐릭터.


고되고 힘들게 살다가 조상의 안배를 발견하고, 이 안배가 실은 알고 보니 주인공 마을의 바로 근처에 있는 지하동굴이더라.


'미안.'


도의적으로 사과는 하겠다.


'일단 나도 살아야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마법서라거나 로브, 해골 지팡이 등이 모두 그 소년을 위한 '유산'이라고 한다면 나는 도굴을 한 셈이니까.


'하지만 벌써 수백 년 전이잖아.'


후손이기는 하지만 정말 머-언 후손.


'그 정도 방치되었으면 후손보다 먼저 발견한 내가 정당한 계승자지.'


설정상 핏줄 자체는 정말로 이어졌겠지만, 수백 년 동안 조상이 남겨둔 안배를 찾지 못했다면 그건 이 유산을 남겨둔 흑마법사도 인정할 것이다.


"사령왕, 다오스 자하드."


설정상으로 존재하는 고대의 흑마법사이자, [사령왕]으로 알려진 존재.


네크로맨서라서 그렇지, 당대의 활약이나 그 힘은 '대마법사'의 반열에 올랐던 존재.


홀연히 말년에 행적을 감췄고, 지하에 자신의 마법 연구실을 만들고 봉인하여 안배를 남겼다.


그리고 대부분의 원작 플레이어들은 이 안배를 자신이 챙겼다.


봉인을 푸는 게 무슨 특별한 마도구나 혈통이 필요한 게 아니고, 그냥 '시동어'하나만 외우면 열리는 봉인이었으니까.


후손에게 남겨준 수수께끼같은 '가훈'으로서.


성검전기는 고전게임이었다.


플레이어들은 시작의 마을 바로 옆에 있는 대마법사의 연구실 위치를 이전 플레이의 경험을 통해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은 연구했다.


혹시, 초반부터 진입하는 방법이 없을까?


'당시에는 벽뚫기 버그를 이용했었지.'


플레이어들은 코드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마법으로 봉인된 대마법사의 유물을 쉽게 챙길 수 있었다.


일종의-버그성 치트 플레이.

나는 봉인된 문의 앞에서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이 아지트를 손에 넣었으니.


"어둠의 문이여. 자하드가 명한다. 명을 따르라."


언제 이곳을 발견했느냐.


'첫 날.'


빙의하자마자, 나는 살아남기 위해 자하드 가문의 비전을 챙겼다.


사령왕의 유산을.


'수백 년 전의 보물이면 줍는 사람이 임자지.'


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는 없으니까 좋았다.



작가의말

지식채널2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똥겜의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80 205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722 199 12쪽
10 스켈레톤 메이커 (2) +14 24.08.16 5,043 204 12쪽
9 스켈레톤 메이커 (1) +9 24.08.15 5,481 204 13쪽
8 터지고 있습니다 (3) +7 24.08.14 5,889 216 13쪽
7 터지고 있습니다 (2) +10 24.08.13 6,412 235 14쪽
6 터지고 있습니다 (1) +16 24.08.12 6,758 269 12쪽
»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4) +9 24.08.11 7,016 253 13쪽
4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3) +13 24.08.10 7,709 280 14쪽
3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2) +14 24.08.09 8,911 303 13쪽
2 마을 경비병A는 사령술사의 꿈을 꾸는가 (1) +16 24.08.09 10,507 325 13쪽
1 사실대로 리뷰했는데 빙의당했다 +55 24.08.09 13,244 39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