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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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아리
작품등록일 :
2024.08.10 13:23
최근연재일 :
2024.09.0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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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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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두 번째 고객

DUMMY

“형님! 여깁니다! 여기! 하하!”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청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바로 차를 돌려 녀석을 태운 후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형님 진짜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하나도 안 변했는지. 비결 좀 알려주십쇼!”


녀석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가볍게 타박했다.


“안 본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뭔 늙은이 취급하고 있어.”

“하하! 장난이죠. 장난! 형님이 올해가 서른여섯이었나요?”

“만으로 서른넷.”

“오! 띠동갑하고도 두 살 더 많으시네요!”


나이 공격에 할 말이 없어지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부드럽게 핸들을 돌렸다.


조수석에 앉은 김대현은 입이 심심했는지 계속해서 조잘거렸다.


“형님, 우현이형은 누구한테 원 포인트 레슨 받는 거예요?”

“토마스 그론마크라고 리버풀 전담 스로인 코치로 일하고 있어.”

“미친! 진짜예요?”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냐.”


김대현은 그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있어?”

“예전에 너튜브에서 텀블링 영상을 봤거든요. 그거 보고 따라 하려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나는 영어를 알아먹질 못해서 몸으로 때웠다는 녀석의 말에 헛웃음을 흘렸다.


“형님, 어떤 것 같아요?”

“스로인 훈련?”

“네.”


내가 느낀 그대로 전달해줬다.


“단순히 공을 멀리 던지는 것만 연구한 게 아니라 스로인 자체를 연구했더라고. 아까 강의를 듣는데 꽤 흥미로운 것들이 있더라.”

“그래요? 어떤 점이요?”


황색 신호를 지나 붉은색 신호가 들어오자 브레이크를 밟았다.


“우리나라는 스로인을 단순히 던지는 세트피스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데 그론마크는 스로인을 전략적으로 접근하더라고.”


그론마크의 이론을 몇 가지 말하자 예상대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말 신기하네요. 스로인을 진심으로 대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유럽은 스로인뿐만 아니라 세트피스도 따로 코치가 있거든.”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때우니 뭐.”


김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동의했다.


“맞아요! 짧게 준다거나 붙인다거나 파포스트로 보낸다거나. 당연히 세트피스 전담 코치도 없죠.”

“물론 세트피스를 공부하는 코치들도 있겠지만, 깊게 파고들기는 어렵겠지.”

“시간도 시간인데 세트피스 전담 코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높으신 분들이 없으니까요.”


살짝 위험해 보여서 주의를 줬다.


들이박을 때 가리면서 박아야지 협회는 건드리면 안 된다.


한국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도 협회 힘은 굉장히 강했으니까.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그러다 너 밉보인다.”

“에이! 당연히 안 하죠! 그냥 입 꾹 다물고 웃기만 할 거예요.”


알아들었으니 다행이네.


한국 축구의 암울한 현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윗대가리들이 완전히 물갈이가 돼야 뭔가 변화가 있을 테니까.


아무튼 그건 버려두고.


그론마크를 언급해 김대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녀석은 꼽사리로라도 신문물을 배우고 싶다는 티를 보였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우와! 형님!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아직 정해진 건 아냐. 토미의 허락이 필요하거든.”

“뭐, 해주지 않을까요? 그냥 한 명 더 가르치는 거잖아요.”

“공짜가 아니라서 하는 소리야.”


대충 들어간 비용을 말해주자 녀석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금붕어처럼 연신 뻐끔거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친분으로 싸게 데려온 거지 없었으면 수천만 원은 깨졌어.”

“아니 형님, 우현이형에게 투자가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고객이 하나잖아. 그만큼 관리가 빡세게 들어가는 거지.”

“그렇게 말하니 이해는 되네요.”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국내에서 나만큼 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는 많지 않다는걸.


누가 외국인 코치를 원 포인트 레슨으로 불러올 수 있겠는가.


돈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었다.


나는 강하게 액셀을 밟았다.


‘이제 유리한 패는 다 보여줬어.’


앞으로 꺼낼 패는 온갖 부정적인 패들이다.


국내 에이전트들의 견제도 있고 구단들과 화해했다곤 하나 여전히 앙금은 남아 있을 테니까.


완전히 고립된 상황.


강하게 견제가 들어오면 받아칠 힘이 없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앞날이 깜깜해 보이는 회사였다.


다만 안우현 건은 약간 예외다.


부천은 싸게 긁어볼 카드로 안우현을 선택했고 애초에 견제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망할 거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김대현은 다르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풀백 유망주.


김대현은 공수 밸런스가 좋고 발이 매우 빠른 데다 날카로운 킥력을 갖춘 선수였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가끔 실수가 나올 때가 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었다.


미래가 창창하고 성공이 보장된 선수가 내 고객으로 있다?


당연히 견제가 들어올 거다.


직접적인 견제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훼방을 늘어놓겠지.


김대현도 모르지 않았다.


사방에서 린치질 당하는 모습을 봤었으니까.


그럼에도 내게 계약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하나다.


오랜 꿈이었던 유럽 리그 진출.


그 꿈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에이전시와 손잡고 진출해도 유럽 리그는 갈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해외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에이전시는 없었다.


구단 정보들, 친분, 인맥을 갖춘 에이전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외국인 코치를 붙여준 걸 봤으니 고민은 더 깊어질 거다.


녀석이 고민에 잠긴 지금,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생겼다.


‘정보 열람.’


통화할 때는 나타나지 않던 메시지들이 눈앞에 쫙 펼쳐졌다.


‘역시 선수들의 정보는 눈으로 확인할 때만 생기는 건가.’


안우현은 예외였다.


녀석은 ‘내 고객’이었기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안우현의 정보를 끄고 다시 김대현의 정보를 불러왔다.


[이름] 김대현

[나이] 20세

[신장] 174cm [몸무게] 68kg

[포지션] 풀백

[주발] 양발

[종합 능력] 119/154

[특성] 2/4

*스피드 레이서(B)

-필드를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온 더 볼과 오프 더 볼 모두 영향을 줍니다. 공수 전환 시 빠르게 복귀할 수 있습니다.

*데드볼 스페셜리스트(B)

-우수한 킥력으로 코너킥과 프리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세트피스 정확도가 높아지고 골키퍼가 손을 쓰기 어려워집니다.

[정보]

*김대현은 현재 K리그1에 어울리는 실력을 갖춘 플레이어입니다.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실전 경험이 많을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당신을 꽤 신뢰합니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네.’


안우현이 단순히 복권 긁기라면 김대현은 축구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다.


그들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녀석의 능력은 무척 빼어났다.


[종합 능력] 119/154


풀백에게 중요한 능력인 활동량과 지구력은 준수했고 속도와 관련된 스탯이 16으로 매우 높았다.


기본기가 튼튼한 선수답게 패스, 볼 트래핑, 드리블 등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의 진면목은 역시 코너킥와 프리킥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유명했던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답게 각각 15, 16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비 스탯도 준수했고 크로스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다만 왜소한 체격 때문인지 피지컬과 헤딩, 점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해외 진출을 생각한다면 피지컬을 좀 더 키워야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아무튼 김대현은 앞서 말했듯 한 단계 도약할 시기였다.


K리그로 가느냐 아니면 해외 진출로 트느냐.


물론 해외 오퍼는 없을 거다.


2부 리그까지 관심을 가질 유럽 스카우트는 거의 없었으니까.


‘해외 진출은 나를 통해 뚫겠다는 생각이겠지.’


그러니까 선택의 문제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유럽물을 먹어보느냐 아니면 국내에서 담금질을 더하느냐의 문제.


에이전트 입장에서 보자면 해외 진출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특히 피지컬을 해결하지 않으면 K리그1에서도 애를 먹을 거다.


K리그1은 피지컬적인 면에서는 아시아 최고 수준인 데다 경기 템포가 무척 빠른 리그였으니까.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벽을 느끼고 좌절을 겪지.’


2부에서 날아다니다가 1부에서 추락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다.


김대현이 그러지 않으리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눈앞에 펼쳐진 정보가 다는 아니었으니까.


공터에 도착할 때까지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주차를 끝내고 안우현과 그론마크가 훈련하는 공터로 향했다.


슬슬 결론을 낼 때가 됐는데.


나는 코트를 여미며 김대현을 슬쩍 보고는 허연 입김을 뿜어냈다.


“어떻게 할래?”

“하하. 그러게요.”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김대현이 담배를 굉장히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꾹 참았다.


아무래도 금단증상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내 스타일 알지?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밥상을 차려줄 거야. 하지만 밥을 적게 먹든, 많이 먹든 그건 네 몫이라는 건 알아둬.”


녀석은 허연 입김을 허공에 흘려보내며 말없이 피식 웃었다.


저 멀리 안우현과 그론마크의 모습이 보일 때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어.”

“이번에는 도망치지 마시고 끝까지 한 번 가보자고요.”


녀석이 손을 내밀자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덥석 잡았다.


잡은 상태로 힘을 꽉 주자 김대현은 아프다며 비명을 질러댔다.


내 장난에 툴툴거리던 녀석은 계약서를 대충 읽었다.


“꼼꼼히 안 읽어봐도 되냐?”

“독소조항 집어넣었어요?”

“아마추어냐? 그런 걸 넣게?”

“그럼, 다 안 읽어도 상관없죠.”


‘형님을 믿으니까요.’라고 중얼거린 녀석은 자기 마음대로 수수료를 볼펜으로 직직 그은 후 상향 조정했다.


“형님은 다른 놈들과 다르게 7%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원래는 수수료가 10%였는데 협회에서 더 못 주겠다면서 5%로 확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시장도 작은데 수수료까지 줄어들었던 터라 영세한 에이전시들이 큰 피해를 봤다.


국내에서는 구단이 갑이었기에 에이전트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로써 옛 고객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들어봐야 알겠지만, 급할 건 없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상 2년 동안은 내 고객이었으니까.


그리고 내 고객인 만큼 원하는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다.


안우현과 함께 휴식 중이던 그론마크는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킴, 무리한 요청이라니. 괜찮아. 원래 스로인 훈련은 여러 명을 가르칠 때 효과가 좋거든!”

“토미, 고마워.”

“흐흐흐. 고맙긴! 비용은 청구할 테니 그렇게 알아둬.”


이미 상당한 지출을 한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지출을 더 하게 됐지만, 괜찮았다.


김대현이 있었으니까.


녀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적자는 꽤 메워질 거다.


아마도?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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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고객 24.08.24 404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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