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게임 속 마통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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쮸빠
작품등록일 :
2024.08.10 20:30
최근연재일 :
2024.08.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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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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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인

DUMMY

나는 대한민국 출신의 문명인이다.

인권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퍽!


존중과 나눔의 기쁨을 알며.


퍽!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푸직!


난 전생을 기억한다.

난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성이었다.

그래 난 문명인이다, 아니 정확히는 문명인이었던 것이 맞겠지.


“끄르르륵···.”


이곳은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데 필요한 것이 고작 두어 번의 주먹질이 전부인 세상.


시뻘건 핏물에 뒤덮여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남자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다.

다만,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 속에서도 남자의 두 눈엔 내 모습이 정확히 담겨있다.

환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내 모습이.


“킥킥킥 다음 생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라. 거기 나름 살기 좋으니까. 거기선 착하게 살고.”


난 이 남자에게 죽음과 동시에 축복을 줬다.

이런 좆같은 세상에서 태어나 쓰레기 같은 삶을 이어가던 남자에게 죽음이란 당연히 축복일 것이다.


이놈은 쓰레기다.

강도, 간간, 살인, 방화를 일삼던 쓰레기.

물론 나도 나쁜 놈인 건 매한가지지만, 내겐 숭고한 뜻이 있다.

이 세상에서 쓰레기들을 박멸하고자 하는 의지.


사실 저 남자와 내가 나쁜 놈이 된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세상이 좆같으니까.”


세상이 좆같아서 범죄를 저질렀다, 나라가 내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냐? 내가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더 좋은 사람이 됐을 거다.

누구나 흔히 내뱉을 수 있는 핑계성 발언들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를 증명해 냈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전생에선 경찰이었던 의로운 청년이 이번 삶에서는 주먹으로 사람을 패 죽이는 미친놈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아 그래 여긴 참으로 좆같은 세상이다.”


이 세상은 멸망할 뻔한 적이 있다.

100년 전 갑작스럽게 생겨난 대기 중의 독성은 산소에 노출된 모든 사람을 가차 없이 죽이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치사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급부가 있으니, 반대급부가 있었던 것일까?

대륙의 중앙에 커다란 반구 형태의 보호막이 생겨났고, 독성은 보호막을 침투하지 못했다.

물론 두 현상 다 이유 따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보호막 안에 자리 잡은 인류는 새로운 국가를 세웠다.

대륙 유일 왕국 매슬로.

사실 유일 왕국이라는 타이틀도 뇌피셜일 뿐이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사람들도 있는데 본인 믿기 나름이지 뭐.


“슬슬 잘 시간이네.”


그래 난 분명 문명인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사람을 죽이면서 웃게 된 것은.

솔직히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난다.





***




다음 날 아침 간밤의 뒤숭숭한 꿈자리를 뒤로하고 나는 정해진 루틴대로 아침을 맞이했다.


스으읍!


언제 느껴도 참으로 매캐한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분명 건강한 아침 루틴은 아니지만, 속이 더부룩해져서 잠이 깨는 데는 꽤 용이한 방법.

그리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씻지 않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이 더러운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 중 씻고 나온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우니까.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씻어도 그건 호사다.


“여 러프 왔냐?”


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내 일터.

정확히 말하면 낮의 일터다.


“에드거 여전히 못생긴 아침.”

“눈곱이나 떼고 말해라 이 자식아.”


에드거 녀석은 나랑 같은 고아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지내온 놈이다.

티격태격하며 싸웠던 적도 많지만, 언젠가부터 엄청나게 착해진 내 유일한 친구.

철이 든 것일까? 뭐 단점이라면 조금 못생겼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오늘 봉급날인데 끝나고 한잔하러 갈까?”

“소작농 해서 나오는 쥐꼬리만 한 봉급으로 술이 가당키나 하냐?”

“물론 내 봉급 말고 네 봉급으로. 아침에 보니까 동쪽 공터에서 시신 하나 나왔다던데?”


그리고 내 밤일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불안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괜찮다.

내 친구 에드거는 믿을 만하니까.


“귀신같은 놈. 끝나고 보자.”

“그나저나 이번엔 꽤 거물이던데? 트라이더스 갱단 부두목이라면서?”

“내가 항상 말했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 뜻이 뭐라고?”

“거지새끼든 매슬로의 국왕이든 죄지은 새끼는 죄지은 새끼일 뿐이다.”

“그렇지 정답. 그 새끼가 갱단 두목이든 이 나라 국왕이든 범죄자 새끼일 뿐이야.”


정작 내가 저지르는 살인도 범죄일진대, 나는 이에 대한 자각이 없는 듯 헛소리를 내뱉었고. 에드거는 이 모순에 대한 말꼬리를 잡지 않았다.


퍽 퍽 퍽!


“아악···! 잘못했습니다.”

“이놈이 한두 번도 아니고 할당량이 우습냐? 너 빠지면 일하게 해달라고 줄 설 사람이 한 트럭이야 이 머저리야! 잘리기 싫으면 오늘 밤 내 숙소로 찾아와라.”


한 중년의 남성이 어려 보이는 소년에게 발길질을 가하고 있다.


재수 없는 작업반장 새끼.

갱단에게 빌붙어 우리 같은 소작농들을 헐값에 부려 먹는 얌체 같은 놈, 아 참고로 저새기는 남색을 즐긴다.

뭐 저 정도면 이곳에서 나름 성공한 편이다.

왕국 매슬로의 최외각, 보호막과 인접해 있어 빈민들이 살아가는 이곳 제4구역 피소로에서 말이다.


‘흠··· 저 새끼는 청부 살인 목록에 안 들어오려나?’


처음 부임했을 땐 예쁘장한 소년들에게 정중히 데이트를 요청하던 젠틀한 놈이었는데, 점점 권력의 맛에 취해가더니 요즘은 매일 저 꼴이다.

의뢰만 들어와 준다면 여기 소년들의 순결을 지킬 수 있을 텐데.

나는 괜스레 입맛을 다시고 작업에 열중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밭일하던 중 에드거가 말을 걸어왔다.


“야 러프 너 만약 내가 돈 좀 빌려달라고 하면 얼마나 빌려줄 수 있냐?”

“난 친구 사이에 돈 거래 안 한다. 그냥 줬으면 줬지, 빌려주는 일은 없을걸.”


대답을 들은 에드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자식 감동이라도 받은 것일까.


“그럼 러프··· 내가 만약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네게 나를 죽여 달라는 청부가 들어오면 나를··· 죽일 거냐?”

“미친놈인가? 네가 그런 범죄를 저지를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만약이잖아.”

“그럼, 그 만약이 이루어지고 나서 생각해 보자. 일이나 해.”

“하하··· 역시 너답네. 그래 일이나 하자.”


그런데 진짜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과연 에드거를 죽일까?

쓰레기는 죽는 게 당연하긴 한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고된 노동을 마치고 나는 땀범벅인 상태로 허름한 주점으로 향했다.

에드거는 들릴 곳이 있다며 어딘가로 향했고 잠시 후 돌아왔다.


그렇게 주점으로 입장.

우리 몸에선 땀 냄새가 진동했지만, 입장과 동시에 주점의 악취에 파묻혀 금세 그 존재감을 잃어버렸기에 별문제는 없었다.


“야 내가 분명 남은 음식 주워 먹지 말라고 했지?”


짝!


“죄송합니다.”

“네놈 입구멍에 들어갈 바에 지나가던 개새끼 배나 불리는 게 더 이득이라니까? 휴··· 가서 일이나 해라.”


종업원으로 보이는 소년의 따귀를 날리고 있는 거구의 남자.

이 주점의 사장이다.

언젠가 청소해야 할 대상 중 하나.


“빌어먹을 소작농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붙이는 거지?”


짤랑


나는 바지춤에 들어있는 동화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자리나 안내해라.”

“아이고 거지새끼가 아니라 고객님이셨군요. 편한 자리로 앉으세요.”


우리가 첫 손님인 탓일까.

첫 개시가 허탕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껏 상냥해진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고 곧장 싸구려 맥주를 시켰다.


“크으으, 이맛에 산다. 진짜.”


에드거는 미지근한 맥주를 한껏 들이켜더니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맛대가리 없는 맥주가 뭐 그리 좋다는 건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도저히 입에 대지 못할 오줌과 비슷한 맛이었지만, 사실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


“그렇게 좋냐?”

“그럼, 친구 잘 둔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호사를 누리는데 안 좋을 리가 있냐?”


오늘 우리가 받은 소작농 봉급은 동화 10개.

일반적인 피소로의 빈민이 한 달을 살아갈 수 있는 양의 돈이다.

그런데 무려 이 오줌 맛 맥주 한 잔의 가격이 동화 1개.

에드거가 호사를 누린다고 할 만한 사치긴 하다.


“한 잔 더 시켜.”


물론 나는 밤일로 쏠쏠한 돈을 벌고 있기에, 이 정도 지출은 별거 아닌 편이다.


“사장님 여기 맥주 한 잔 더!”

“감사합니다. 호구님, 아니 고객님!”

“아 맞다 러프,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혹시 네가 실버 마스크 아니냐?”


실버 마스크.

1년 전쯤부터 가끔 나타나 매슬로의 부정부패한 관리들을 처형하는 신비로운 존재다.

내 삶의 롤모델이기도 하고.


“아니 아무리 봐도 너랑 하는 짓이 똑같잖아.”

“대체 뭐가 똑같은데?”

“쓰레기 새끼들만 청부받아 살인해 주는 피소로의 청소부, 개같은 관리들을 살인해 주는 실버 마스크. 딱 느낌이 오잖아.”

“아서라 내가 실버 마스크면 너는 매슬로 국왕이다.”

“이건 억지 아니냐?”

“뭐 눈 2개 코 1개 입 1개 달린 거 똑같잖아? 판박이네. 아마 왕이라는 놈도 못생겼을걸?”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였다.


끼이익


주점의 낡은 문이 요란한 경첩 소리를 내며 열렸고, 5명의 건장한 사내가 들어왔다.

곧장 자리에 앉아 오줌 맛 맥주를 시키는 것이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피소로 에선 지나가는 똥개도 조심해야 한다지만, 여기 주점 사장의 뒤를 봐주는 갱단도 있을 테니 여기서 사고를 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혹은 어느새 한잔을 다 비운 오줌 맛 맥주에 은은한 취기가 돌았던 탓일까? 나는 평소와 달리 너무나 무방비했다.


“러프 너는 만약 엄청난 돈을 손에 쥘 기회라면 어떻게 할 거냐?”

“공짜로?”

“아니 네가 가장 아끼는 것을 내줘야 한다면?”

“내가 가장 아끼는 건 우리 집에 있는 나무 베개인데 그 정도면 충분히 내줄 수 있지.”

“하··· 너란 놈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에드거는 찡그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어쩐지 놈의 얼굴이 불안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내가 평소 술이 약한 편도 아닌데 뭔가 취한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난 말이야···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리가 나보고 결혼하재.”

“오 드디어 자빠트린 거냐? 조카님 제발 아빠 말고 엄마 닮게 태어나주세요.”


“그래, 태어날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더 이상 피소로에서 살 순 없지. 나는 매리랑 세이설로 갈 거다.”


제3구역 세이설.

매슬로의 평민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피소로 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프라와 치안을 자랑하는 곳.


“미친놈 세이설로 이주하려면 뇌물을 얼마나 찔러줘야 하는지 몰라서 말하ㅡ”


퍽!


갑작스러운 뒤통수의 충격에 의해 쓰러지면서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러프 미안하다.”


무덤덤한 표정의 에드거였다.




***




“이봐 이놈이 우리 부두목을 죽인 것이 확실한가?”

“네 맞습니다. 저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놈이라 저만 유일하게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이 앳돼 보이는 놈이 그 악명 자자한 ‘피소로 청소부’라고? 허허 참···.”

“진짜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에드거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흠··· 그건 끌고 가서 확인해 보면 될 문제고. 보아하니 약도 잘 먹인 것 같고··· 좋아.”




5명의 거한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에드거의 발밑으로 묵직한 주머니를 던졌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에드거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여 주머니를 잡으려 했다.

이 돈이면 매리와 함께 세이설로 이주할 수 있기에 설레는 마음이었다.


꾸욱.


거한 중 한 명이 주머니를 밟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봐 쓰레기, 난 친구를 팔아먹는 새끼들이 제일 싫단 말이지. 그래 바로 너 같은 새끼의 말이야.”


에드거는 멈칫했다.


‘친구라···.’


분명 에드거와 러프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맞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친구였던 사이가 맞겠지.

러프는 허약하고 비열한 자신과 다르게 건강했고, 싸움도 잘했으며, 친절한 사람이었다.


“저는 이놈과 친구가 아닙니다.”


러프가 청부 살인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웃으며 사람을 죽이는 놈이랑 어떻게 친구가 되겠습니까?”


처음엔 이해하려 했다.

피소로에서 살인은 비일비재한 일이며, 돈도 벌면서 쓰레기들만 청부받아서 죽인다니··· 마치 히어로 같지 않은가?

친구로서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러프는 단단히 뒤틀렸다.

자신 이외의 사람에겐 감정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고, 돈을 벌기 위해 쓰레기 청부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닌 살인 그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언젠가 러프가 말했다.

자신이 사람을 죽일 때 웃고 있노라고.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알던 러프가 아니었다.


에드거는 러프가 두려웠지만 그때부터 더 철저하게 러프의 착한 친구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고작 두려움 따위에 관계를 정리하기엔 떨어지는 콩고물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낮의 대화에서 에드거는 러프를 트라이더스 갱단에 팔아넘기기로 결심했다.


계기는 단순했다.

러프가 자신의 질문에 결코 ‘죽이지 않는다’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점점 미쳐가는 러프는 언젠가 자신마저 죽일 게 분명했다.

마침, 보수도 두둑하니 일석이조랄까.


사실 이 모든 건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에드거는 인정하고 있으니까, 자신은 여느 피소로의 주민과 다를 바 없는 쓰레기고, 비열한 놈이라는 것을.


“마음 같아선 찢어 죽여버리고 싶지만, 우리 대장이 보증한 의뢰이니 특별히 보내주지. 대신 의뢰비의 반은 놓고 가라.”

“그,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이 돈은 딱 매리와 에드거가 세이설로 이주할 수 있는 뇌물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즉 반을 놓고 가면 둘 중 한 명은 이주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싫다고? 그래 그러면 그냥 가도록. 우리 대장의 체면도 있고 하니 지금은 보내주지. 하지만 네가 세이설로 가는 길에 불의의 사고로 뒈지는 거는 우리 탓이 아니겠지? 마침, 네 품에는 돈도 들어있었고 말이야. 아 참 네 아내 년은 내 몸종으로 거둬 주도록 하지.”

“큭···.”


에드거는 안일했던 자신을 책망했다.

갱단 놈들이야 원래 믿을 게 못 된다지만, 트라이더스 대장의 보증이 있는 한 수작을 벌이진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드거는 순식간에 결정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반을 드릴 테니 제 안전을 보장해 주십시오.”

“늦었다. 시간이 지났으니, 2/3를 내놓고 가라.”

“이런 날강도 같은···! 이렇게 하시지요. 돈의 반과 함께 매리를 드리겠습니다.”

“크하하하 역시 너는 구제 불가능한 쓰레기 새끼가 맞았어. 좋다 꺼져라.”


애초에 매리를 버리기로 말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매리는 제가 그쪽으로···.”


끼익


적막한 주점에 다시 한번 경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의아했다.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진 주점 사장이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을 터. 나가기 전까진 들어오지 말라고 일러뒀다.

즉 지금 문이 열릴 일은 없다는 뜻이다.


저벅저벅


가벼운 발걸음 소리일 뿐이지만, 이상하게 그 작은 소리가 주점 내부를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네놈은 누구ㅡ”

“쉿. 고대하던 첫 만남을 냄새나는 쓰레기들이 방해하는 건 원치 않는다.”


그 말을 끝으로 주점 내부의 모두가 쓰러졌다.

물론 의문의 남자와 이미 쓰러져있던 러프는 예외.


“호오··· 이 올곧은 천성이 어찌 이리도 뒤틀려 있을 수 있지?”


의문의 남자가 러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 이 세상이 좀 별나기는 해도··· 넌 대체 어느 세상에서 왔길래 이리도 뒤틀려져 버린 것이냐.”


남자는 생각에 빠진 듯 잠시 행동을 멈췄다.


“흠··· 그렇군. 천성이 이만큼 뒤틀려 있으니 찾기 힘든 거였어. 시작이 어긋난 것쯤이야··· 그 정도는 알아서 극복할 터이고, 그래도 뒤틀린 것은 되돌려 주는 것이 도리겠지. 어디 보자 10년 전쯤으로 되돌리면 적당하겠군”


순간 어두운 주점 내를 환하게 밝힐만한 빛이 남자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순식간에 러프의 머릿속으로 흡수됐다.


“어어···? 이게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흠흠 30년쯤, 전생까지 돌아갔나. 뭐 이것도 본디 네 천성일 테니 문제는 없겠지.”


당황스러워하던 남자는 금세 표정을 갈무리했다.


“자 이제 모두 네게 달렸다. 고맙다 지금이라도 내 눈에 띄어 줘서. 너를 만남으로 인해 드디어 내 명의 일부를 완수했구나··· 드디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겠어. 그럼 잘 가라.”


남자가 가볍게 손을 휘저었고.


서걱


그렇게 러프의 목이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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