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게임 속 마통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쮸빠
작품등록일 :
2024.08.10 20:30
최근연재일 :
2024.08.15 20:0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14
추천수 :
1
글자수 :
56,534

작성
24.08.10 20:35
조회
18
추천
1
글자
16쪽

자격 증명 (1)

DUMMY

찌르르르 짹짹


나는 간밤에 웅장한 꿈을 꾼 것만 같은 몽롱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뭔가 엄청 슬펐고, 기뻤으며 또한 그리웠다는 느낌뿐.

뭐 어차피 개꿈일 것이다.


“아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스으읍!


정해진 루틴대로 매캐한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분명 건강한 아침 루틴은 아니지만···.

이상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들이마시는 공기가 맑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잠에서 깰 때 새소리도 들렸다.


인간조차 살아가기 힘든 환경의 피소로이기에 ‘아침에 새소리를 들었으면 그날 도박장을 가라’라는 격언까지 존재할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몽롱한 느낌도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뭔가 까끌까끌한 것이 아닌 상쾌한 몽롱함이라 해야 하나?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다.

아무튼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오랜만에 씻어볼까.”


그렇게 가벼운 세안을 마치고 집을 나서 일터로 향했다.


“여 러프 왔냐?

“에드거 여전히 못생겼지만 좋은 아침.”

“눈곱이나 떼고··· 아니 뭐야 설마 씻고 온 거냐?”

“그냥 오랜만에 기분이 좋더라고. 아 그나저나 일하기 싫은데··· 맥주 세 잔 사줄 테니 내 몫까지 일하기 콜?”


아 달콤하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의 맛이지.

떨떠름한 표정의 에드거는 맥주 세 잔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콜...”


퍽 퍽 퍽!


“악···! 잘못했어요.”

“이놈이 한두 번도 아니고 할당량이 우습냐? 너 빠지면 일하게 해달라고 줄 설 사람이 한 트럭이야 이 머저리야! 잘리기 싫으면 오늘 밤 내 숙소로 찾아와라.”


작업반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뻘짓거리를 하는 중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놈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 같은데··· 왜일까?

저놈은 죽이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가 복잡하다.


“반장님, 저기 세워둔 인력거 누가 훔쳐가던데요?”

“뭬야? 어떤 우라질 놈이!”


반장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갔다.

소년이 묘한 눈빛을 보내왔다.

감사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눈빛.

그래봤자 조삼모사일 뿐이지만, 저 소년에겐 이 작은 선의 조차도 낯선 것이겠지.

인력거가 멀쩡한 것을 확인한 반장 놈이 자신을 속였다고 길길이 날뛰었지만, 에드거가 봤다는 말로 떠넘긴 건 여담이다.


작업이 시작되고, 내가 작업반장의 눈을 피해 조용히 꿀을 빨던 도중 에드거가 말을 걸어왔다.


“야 러프 너 만약 내가 돈 좀 빌려달라고 하면 얼마나 빌려줄 수 있냐?”

“난 친구 사이에 돈 거래 안 한다. 그냥 줬으면 줬지, 빌려주는 일은 없을걸.”

“그럼, 러프··· 내가 만약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네게 나를 죽여 달라는 청부가 들어오면 나를··· 죽일 거냐?”

“미친놈인가? 내가 하나뿐인 친구를 죽일 리가 없잖아.”


대답을 들은 에드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자식 감동이라도 받은 것일까.

하지만 나는 에드거의 질문 덕분에 어지러웠던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고, 한 가지를 결심했다.


‘나중에 말해 줘야지.’


시간이 흘러 꿀 같은 노동을 마치고 나는 처음 그대로의 뽀송한 상태로 주점으로 향했다.

에드거는 들릴 곳이 있다며 어딘가로 향했고 잠시 후 그가 돌아왔을 땐 어딘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주점에 들어가자마자 사장이 시비를 걸어왔지만, 두둑한 동화를 보여주곤 자리에 앉아 싸구려 맥주를 시켰다.


“크으으 이맛에 산다. 진짜.”

“그렇게 좋냐?”

“그럼, 친구 잘 둔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호사를 누리는데 안 좋을 리가 있냐? 그런데 너는 왜 안 마셔?”


이상하다.

아무리 오줌 맛 맥주라고 해도 꽤 익숙해졌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입에 대기 싫은 느낌이다.

전생에 느꼈던 퇴근 후 시원한 생맥주의 맛이 생생히 기억난다.


“천천히 마시려고. 아 그리고 에드거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뭔데?”

“나 이제 청부 살인은 그만두려고.”

“뭐라고? 왜?”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이다.


‘난 대체 왜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는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청부 살인을 당연히 여기게 된 것이.

아니 그 위험하고 귀찮은 일을 왜 직접 한단 말인가?

물론 처음 청부 살인을 시작했을 때의 의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쓰레기들을 죽이고 싶다. 아니 박멸하고 싶다.’


마치 태생적으로 쓰레기들과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

어쩌면 내가 전생에 경찰이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물론 이 의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다만, 방법이 잘못됐다.

물론 정말 구제할 수 없는 쓰레기들은 죽는 게 맞다.

하지만, 이 또한 일정한 규칙이나 법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내가 행했던 무차별적인 청부 살인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위험하고 귀찮아.”

“하하··· 싱겁기는. 빨리 건배하고 한잔···.”


끼익


주점의 낡은 문이 요란한 경첩 소리를 내며 열렸고, 5명의 건장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들을 보자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에드거의 표정.

이상하다, 묘한 기시감이 몰려왔다.

내가 이 상황을 겪은적이ㅡ


“형님들 이 자식 약을 안 먹었습니다. 그냥 지금 바로 치십쇼!”


갑자기 에드거가 발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자신 있다고 해서 맡겼더니 이거 하나 제대로 못 해? 약속한 보수에서 반을 까겠다.”

“에드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머리가 새하얘진다.

에드거가 나를 배신했다고?


“야 이 사이코패스 새끼야. 넌 내가 알던 러프가 아니야! 이제 와서 멀쩡한 척해봤자 소용없다고!”

“사랑싸움은 나중에 하고 네가 진짜 피소로의 청소부냐? 그런 것치고는 너무 귀엽게 생겼는데, 이봐 난 남녀 안 가리니까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가지고 논 다음에 죽여줄게.”

“크하하하하.”


거한들이 웃으며 떠들어 댔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곧 5대 1의 싸움이 벌어질 거라는 것? 아니다.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내가 질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중요한 건 내 유일한 친구가 나를 배신했다는 것, 대체 왜?


“야 덩어리들 아가리 좀 닥쳐봐. 에드거··· 지금이라도 장난이라고 말해. 협박당했다거나 실수였다거나 뭐라고 변명이라도 좀 해보란 말이야.”


심상치 않은 내 표정에 위협을 느꼈을까.

에드거는 대답 대신 도망을 택했다.


“꺼져 사이코패스 새ㅡ 크헉!”


아니 사실 이미 대답이 됐다.

난 이 정도 상황에서 ‘내 친구가 그럴 리 없어!’ 따위를 울부짖을 만큼 멍청한 놈이 아니니까.

내가 속고 있었다.

사실 이따위 쓰레기 같은 세상에 친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걸지도 몰랐다.

그래서 손을 뻗어 도망치는 에드거를 잡았다.

이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따른 행동.


“미안! 내가 잘못했어! 살려줘 러프··· 우린 친구잖아··· 그렇지?”

“그래 친구였었지. 네가 피소로의 여느 쓰레기들과 다를 거 없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배신감에 대한 슬픔은 빠르게 식어갔고 급속도로 다른 어떠한 감정으로 치환되기 시작했다. 그 감정은 바로 분노.

믿었던 친구의 배신은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뜨겁다.

마치 맨몸으로 불구덩이에 던져진 듯.

맹목적으로 눈앞의 것을 태워버리려는 듯한 뜨거운 감정이 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친구를 배신하는 건 쓰레기 같은 짓이다.


“배신자와 쓰레기는 죽어야지.”

“큭! 크어어억!”


에드거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이제 잠시 후면 에드거는 죽을 것이다.

바로 내 손에.

하지만 난 곧 손에 힘을 풀고 말았다.

어제의 나였다면 결코 힘을 푸는 일 따위는 없었겠지만.


“하하하··· 씨발··· 가라. 한 번만 내 눈에 띄면 진짜 죽여버린다.”


지금 이놈을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내 친구 에드거는 이미 죽었는데.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 에드거가 빠르게 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형님들 보수의 반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빨리 이놈 좀 죽여···.”


바로 그때.


[게임에 입장합니다]


이상한 목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시야가 점멸했다.

그와 동시에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엄청난 두통이 몰려왔다.


“크아아아악!”


전생 현생을 통틀어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고통에 나는 있는 힘껏 소리 질렀고.

두통이 사라지고 시야가 회복됐을 땐 전혀 다른 세상이 내 앞에 나타났다.


“헉헉··· 이게 대체?”


[게임에 입장하신 걸 환영합니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당신의 머릿속에 입력해 두었습니다. 잠시 후 1단계 자격 증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상한 목소리의 말 대로 내 머릿속에는 처음 접하는 정보가 들어와 있었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뒤로한 채 그 정보들을 곱씹어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대한민국에서 한참 유행했던 게임이랑 똑같잖아?”


아무리 봐도 똑같다.

튜토리얼의 이름이 특이하게도 ‘자격 증명’ 이였다는 것을 포함해 내 머릿속에 입력된 이 세계의 기본적인 정보는 전생에 플레이했던 게임과 매우 유사했다.


대한민국의 젊은 남성의 90%가 플레이했을 정도로 유명했던 게임.

나 또한 그중 하나였고 나름 랭킹의 끝자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그 게임을 접하지 않은 지 30년쯤은 지난 것 같은데, 왜 이리도 기억이 생생한 것일까?

다만, 유독 게임의 이름만큼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그 게임이 처음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미칠듯한 난이도의 튜토리얼, 아니 자격 증명 때문이었다.

사실 클리어 자체는 할만했다.

다만 문제는 높은 랭크로 클리어하는 것.

이 같은 시스템은 무릇 게이머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고 계정 삭제를 반복해가며 자격 증명 공략에만 집중하는 게이머도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 또한 자격 증명에만 2달 정도는 썼었지.’


지금 이 상황이 꿈이나 상상이라기에는 내 정신이 너무 또렷하다.

에드거의 배신이 나를 각성시킨 것일까?

좀 전까지 느껴졌던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들은 금세 희미해졌고,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이성적인 상태.

그렇게 머릿속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 현상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정보 1. 이곳의 이름은 게임. 이 세상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플레이했던 ‘게임’과 똑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정보 2. 지금 이 상황은 현실이며 자격 증명을 클리어하면 나는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정보 3. 나는 전생에 이 자격 증명을 A 랭크로 깬 경험이 있다.

정보 4. 앞으로 난 매달 이곳으로 끌려올 것이며, 이곳에서의 죽음은 현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보 5.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 게임이라는 것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현실의 보호막이 사라진다.

결론. 나는 이 ‘자격 증명’이라는 것을 클리어해야만 한다. 가능한 높은 랭크로.


이는 게임과 현실, 두 곳에서 다 살아남기 위한 결론.

현실에 대한 부정은 대응을 늦출 뿐이다.

아직 어안이 벙벙하지만, 결론을 내렸으면 행동해야 할 뿐.


“상태창?”


[러프]

칭호 : 최초의 NPC


근력 : 12

내구 : 10

민첩 : 11

지력 : 8

마나 : 0


“어우 시발 깜짝이야.”


갑자기 눈앞에 희끄무레한 게 생겨나서 놀라긴 했지만, 정말 다행이다.

상태창의 유무는 그 게임의 난이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까.


“내 스탯은··· 이거 사기캐 아니야?”


게임 캐릭터 생성 당시 무작위로 정해지는 스탯의 최소치는 3, 최대치는 8이었다.

단 1이라도 높은 스탯을 얻기 위해 10시간 동안 주사위만 굴렸던 유저도 존재했던 만큼, 그 게임에서 스탯 1의 차이는 꽤 중요했다.


하지만 내 스탯은 최소치가 8, 최대치가 12.

그냥 미친 사기캐라고 볼 수 있다.

뭐 사실 상당히 뛰어난 내 신체 능력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최초의 NPC라는 건 또 뭘까?


[지금부터 자격 증명 1단계를 시작합니다. 살아남으세요]


아차, 지금은 이런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높은 랭크를 받기 위해선 시간이 생명.

곧 첫 번째 이벤트가 발생할 것이다.


“꺄악 살려주세요!”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숲의 아래쪽에서 빨간 망토를 쓴 소녀가 필사적으로 뛰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컹컹!


아직 덜 자란 대형견 정도 크기의 늑대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첫 번째 이벤트는 늑대로부터 저 소녀를 구하는 것.

랭크 산정 기준은 ‘얼마나 빠르게 피해를 입지 않고 잡느냐’이다.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게이머들에게 무기 하나 쥐여주지 않고 늑대를 잡으라니.

이 얼마나 불친절한가.

더군다나 이건 게임이 아니라 실전이다.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못 긴장감이 내 몸을 잠식했다.

하지만 여유 부릴 시간은 없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난 사기캐다!


“선빵 필승!”


나는 고도의 차이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늑대를 향해 달려 나갔다.

내 뛰어난 스탯과 내리막의 이점이 합쳐지니 내 몸은 순식간에 소녀를 지나쳤고.


펑!


그 가속력을 그대로 담아 늑대의 얼굴에 사커킥을 날렸다.

마치 수박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무 사이로 메아리쳤고 나는 그 충격을 제어하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억!”


산길이라 그런지 나무뿌리와 돌멩이 등에 몸이 갈려 나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10바퀴가량 구르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지만,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늑대는 그대로 두개골이 함몰된 듯 절명해 있었고, 내가 받은 피해는 직접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랭크 산정에 들어가지도 않을 터.


최선의 결과였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멍하게 서 있는 빨간 망토 소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코앞에 다다라서야 소녀는 입을 열었다.


“아!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사냥꾼님. 저는 할머니에게 빵을 가져다주러 가는 길이었어요. 실례가 아니라면 할머니 집까지 동행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늑대가 또 나올까 봐 걱정이네요.”


역시 내 기억이랑 똑같은 대사다.

말을 마친 소녀는 다시 멍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음 그런데 뭐랄까··· 이 소녀는 분명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입력된 행동과 정해진 말만 내뱉는 기계 같은 느낌이다.

이 세계의 NPC는 다 이런 식인 건가?


“귀찮은데요.”


만약 내가 이벤트를 거부한다면?


“···.”


역시 소녀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런 미동도 없다.

하긴 원래 거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까짓거 같이 갑시다.”

“감사해요. 사냥꾼님. 할머니 집은 위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나와요. 출발할까요?”


-뭐 이 정도면 얼굴은 반반하니까 같이 가는 맛은 있겠네.


“네? 뭐라고 했어요?”


분명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소녀는 대답 없이 위로 올라갈 뿐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걸까?

그렇게 약간의 찝찝함을 뒤로하고 나는 소녀와 함께 등반을 시작했다.


“와··· 근데 진짜 잘 만들었다.”


어두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나무들, 각종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는 모니터 속을 바라보며 내가 상상했었던 세계를 그대로 옮겨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우 우우~!


이런 두 번째 이벤트 발생이다.

처음보다 조금 더 커진 덩치를 가진 늑대의 등장.


“사냥꾼님 늑대예요!”


그래 눈과 귀가 달린 이상 나도 알고 있단다.

걱정은 없다.

첫 번째 전투를 치르고 어느 정도 감이 왔으니까.

나는 그대로 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컹컹컹!


전투는 금방 끝났다.

첫 번째보다는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이곳에 들어오면서 어쩐지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이라 늑대 2마리까진 거뜬할 것 같다는 계산이 선다.


“감사해요. 사냥꾼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겠죠. 조금만 더 힘내 주세요!”

“고마우면 뭐라도 좀 주고 말하던가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대답할 리도 없고, 애석하게도 클리어 전까지는 별도의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콩알만 한 게 쫑알쫑알 시끄러워 죽겠네. 확 그냥 잡아먹어 버릴까?


또다.

역시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뭐 잡아먹어?”


-어어··· 얘 뭐야? 내 마음을 읽는다고? 아··· 이러면 이거 나가린데?


소녀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난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당황한 듯한 소녀의 목소리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중세시대 게임 속 마통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청소가 필요하겠네 24.08.15 7 0 14쪽
7 보육원 24.08.14 10 0 16쪽
6 텔레포트 24.08.13 11 0 16쪽
5 자격 증명 (4) 24.08.12 11 0 16쪽
4 자격 증명 (3) 24.08.11 14 0 14쪽
3 자격 증명 (2) 24.08.10 13 0 15쪽
» 자격 증명 (1) 24.08.10 19 1 16쪽
1 문명인 24.08.10 30 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