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요리는 특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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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선
작품등록일 :
2024.08.1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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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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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DUMMY


전 여자친구가 보낸 것 같은 연락의 주인공은 기용의 전 장인어른이었다. 기용은 장인과 윤서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용이 잘 된다고 하니 다시 노예로 부려 먹을 심산이라고. 기용은 서정의 가족들에게 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아이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그를 받아준 분들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나중에는 기용이 온다고 하면 나름 챙겨주려고 노력해 줬던 기억이 있다.


가족의 따뜻함을 원했던 기용은 그런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기용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편이 되어줄 것 같았다.


하지만 진짜 기용의 가족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서정의 가족이었다.


이혼 후에 서정과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슬펐지만, 서정의 가족들을 더 이상 못 본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장모님, 서정이 좀 말려 주십쇼. 저 서정이랑 장모님, 장인어른 없으면 혼자예요. 아시잖아요.’


기용이 한 번은 장모인 이길복 여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울었다. 이혼하겠다는 서정을, 문신 돼지에게 가 버린 서정을 잡아달라고.


‘그러게. 자네가 서정이한테 더 잘했어야지. 서정이가 사달라는 명품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다며. 난 여자로서 서정이 마음, 이해돼.’


이길복은 기용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사귄다던 돈 많은 오빠가 문신 돼지인 줄은 몰랐을 때의 이야기였다.


“이제 와서 무슨.”


기용은 그때를 회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상종하지 않을 인간들이다.


일이 잘 되고 믿을 구석이 생기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전처럼 혼자도 아니고 상태창과 재롱이가 있다.


하나도 외롭지 않고 심심하지 않았다. 기용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출근길에 올랐다.


* * *


“엥. 웬 컵밥 가게?!”


보이즈탑의 메인 보컬 태찬은 티이터를 보다가 혼잣말했다. 태찬은 남자 아이돌 치고 통통한 편에 속했다.


다른 아이돌이었으면 살 좀 빼라고 욕을 먹었겠지만, 태찬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리 비주얼 멤버가 아니기도 했거니와 본업을 너무나도 잘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작곡이면 작곡. 심지어 보이즈탑의 히트곡 <Summer rain>의 시그니처 안무는 태찬이 직접 만들었다. 다재다능하고 유머러스까지 한 그라 팬들도 태찬을 마냥 욕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팬서비스도 만점. 아이돌 중에서도 서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고 팬들과 소통도 많이 했다. 태찬은 그중 팬들이 소개해 주는 맛집에 찾아가는 걸 좋아했다.


거기서 만난 팬들에게 밥을 사주는 건 물론이고 정말 맛있으면 가게에 사인도 걸어놓고 팬들에게 맛집을 직접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근데 태찬이 추천 맛집들, 맛있는 거 맞아?

└그의 몸을 봐라···. 다 맛있는 음식들 먹고 찐 살이다. 그는 진짜만 취급하셔.

└난 얘 맛집 믿고 가는 게 얘가 전에 한 번 라이브에서 본인이 비위가 안 좋다고 했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태찬이 추천 맛집은 음식들이 다 깔끔하고 가게 안도 깨끗한 곳들이었음. 집 근처에 찬이 추천 맛집 있으면 한 번 가봐. 기다릴 정도의 맛은 아니어도 먹고 후회할 맛은 아닌 듯.


팬들은 물론이고 K-POP 덕후들은 태찬 추천 맛집을 믿고 갔으며 태찬의 인기와 인지도도 점점 올라갔다.


“이번에는 팬들이 컵밥 가게를 가 보래?”


매니저 김준호가 물었다. 바로 뒤에 있던 촬영이 갑자기 펑크나는 바람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응. 실시간 트랜드에도 뜰 정도의 맛집인가 봐. 컵밥이 맛있어 봤자, 컵밥 아닌가?”


태찬이 고민에 빠졌다. 그때 옆에 앉은 보이즈탑의 비주얼 멤버 서한이 태찬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어디에 있는 건데?”


서한은 보이즈탑에서 가장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멤버였지만, 팬들과의 소통은 부족한 편이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이기도 했고 특히 서한은 다른 멤버들보다 사생팬이 많았기에 소통이 조심스러웠다.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싶어도 두려웠던 것이다. 태찬처럼 태평하게 팬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돌아다닌다는 건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북 쪽에 있나 봐. 왜 너도 가고 싶어??”


태찬도 그런 서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는 마음을.


태찬은 촬영이 펑크난 김에 좀 더 맛있고 본격적인 맛집을 가고 싶었지만, 서한과 함께이니 그냥 컵밥 가게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응. 좀 궁금하네. 컵밥이 얼마나 맛있길래 실트에 오를 정도인지. 게다가 대학가에 있다고 하니까 더욱 가보고 싶어.”


서한은 대학교에 합격한 19살 그 해에 길거리 캐스팅이 돼서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8개월 만에 데뷔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멤버들보다 대학에 대한 로망이 큰 편이었다.


“형, <백반 컵밥>으로 가 줘.”


태찬이 그런 서한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요즘 스케줄이 많아서 무기력한 서한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고 한 게 참 오랜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케이~!”


매니저 김준호도 그런 사정을 알고 있어서 기분 좋게 <백반 컵밥>으로 향했다. 시간은 오후 네 시.


점심이 지나서인지 가게 근처에 사람은 많이 없었다. 컵밥을 포장하러 온 주부들이 손님의 주였다.


“와 여기는 대학가 보다는 그냥 주택가 느낌이다.”


서한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꼬리는 슬슬 올라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동네의 정취를 느끼니 기분이 좋았다.


김준호가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가 차에서 멤버들을 불러왔다.


“팬들은 안 보여서 안에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가게 안에서 먹을래?”


차에서 음식을 먹어도 됐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을 때는 웬만하면 나와서 먹는 걸 좋아하는 그들이었다.


차 안이 무척이나 답답하고 차에 음식 냄새가 배면 이동하는 동안 냄새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그래!”


태찬의 말에 서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오세요.”


기용이 반갑게 웃으며 셋을 맞았다.


“사장님이 잘생겼다고 해서 질투했는데 진짜 잘생기셨네.”


태찬은 그렇게 혼잣말했다. 서한도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제육 컵밥 하나, 소불고기 컵밥 하나, 치킨마요 컵밥 하나 주세요.”


김준호가 음식을 시키는 동안 태찬과 서한은 자리에 앉아서 가게 안을 구경했다. 대학가에 발랄한 가성비 맛집 느낌을 노렸는지 노란색 인테리어에 노란색 테이블과 의자로 이루어진 가게였다.


“깔끔한 것 같다. 그렇지?”


태찬의 말에 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팬들한테 왔다고 사진 찍어서 보여드리자.”


태찬이 카메라를 들자, 능숙하게 쓰고 있던 모자를 반대로 쓰고 말썽꾸러기 같은 표정을 짓는 서한. 비주얼 멤버답게 화보 촬영할 일이 많아서 표정을 쓰는 게 능숙했다.


“그러지 말고 브이로그를 찍는 건 어때? 서한이, 팬들이 추천한 맛집 처음 와보잖아.”


김준호는 어느새 차에서 카메라를 들고 와서 들이밀었다.


“하여튼 일 잘해.”


서한은 당해낼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메라를 켜고 태찬과 자신이 보이도록 구도를 잡았다.


“맛이 있어야 이 촬영분도 쓸 수 있을 테니까 부담 없이 찍자고.”


태찬이 말했다. 맛이 없는 맛집은 팬들에게 소개해 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칙.


“컵밥 세 개 나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용이 만든 컵밥이 나왔다.


“간단한 컵밥이라서 그런가? 엄청 빠르게 나온 것 같네.”


기용은 Step. 2의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덕분에 밀려드는 주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비주얼은 맛있어 보이는데.”


태찬은 컵밥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간편식이라는 느낌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던 탓이었고 기용이 맛집 사장님치고는 너무나도 잘생겼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희는 여러분이 추천한 맛집에 왔어요. 오늘은 특별히 서한이도 데리고 와서 이렇게 카메라를 켰습니다. 잘했죠?”


태찬이 브이로그용 카메라를 보고 팬들을 향해 인사했다. 서한도 웃으며 제 하얀 큰 손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제가 오자고 했어요. 대학가에 있는 컵밥 가게라는 게 특이해서요.”


서한이 싱긋 웃었다. 원하던 대학가의 느낌과는 조금 벗어난 곳이었지만, 이것도 이대로 좋았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화려한 곳들만 다니다가 오랜만에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을 오니 마음이 편안했다. 게다가 이곳의 사장인 기용 얼굴이 묘하게 친근했다.


매일 잘생긴 연예인들 얼굴을 보다 보니 비슷하게 잘생긴 기용도 익숙하게 느껴졌던 탓이다.


“음···!!”


옆에서 먼저 먹던 김준호가 눈을 크게 뜨고 저도 모르게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 옆에는 저희 매니저 형이 있어요. 왜, 형 맛있어?”


태찬이 물었다. 김준호와 함께 맛집 투어를 여럿 다녀봤지만, 이런 반응이 나왔을 때는 딱 세 번 있었다.


제주도에서 유명하다는 고깃집을 갔을 때 그리고 부산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국밥 가게를 갔을 때, 마지막으로 지금이다.


“다들 내 거 한 입씩 먹어 봐.”


김준호가 시킨 메뉴는 제육 컵밥. 서한이 시킨 메뉴는 소불고기 컵밥, 태찬이 시킨 메뉴는 치킨 마요 컵밥이었다.


서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제육 컵밥을 한입 베어 물었다. 요즘 무척이나 피곤한 탓에 무엇을 먹어도 그리 맛있지 않게 느껴졌다.


매번 배달 음식 아니면 차가운 케이터링을 먹다 보니 더욱 그렇기도 했다.


“와···. 어떻게 제육에서 이런 맛이?”


그래서 더욱 기용의 컵밥이 맛있게 느껴졌다. 그간 케이터링과 밥차로 먹어봤던 제육과는 확연히 다른 불맛과 담백함. 고기를 씹을 때마다 육즙과 함께 양념이 입안 가득 흘렀다.


카메라 앞에 대고 음식을 설명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서한은 제가 시킨 소불고기 컵밥으로 눈을 돌렸다.


“무, 무슨 컵밥 맛이 이래?!”


태찬은 옆에서 화가 나 있었다. 서한이 아니었으면 이런 맛집을 모를 뻔했기 때문이다.


컵밥을 가볍게 생각했다. 음식의 맛에 있어서는 편견을 가지면 안 됐는데.


그렇게 셋은 브이로그를 찍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컵밥을 흡입했다. 그리고 그 브이로그는 손이 빠른 편집자를 만나 평소보다 빨리 세상 밖으로 공개된다.


* * *


기용은 오늘도 평소보다 늦게 가게를 마감했다. 손님들이 많아서 마감 시간을 한 시간 늦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다음날 필요한 재료 준비도 많은 양을 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저녁 시간이 되면 재료가 없어서 메뉴를 품절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


이제는 손님들이 다양한 메뉴를 시킨다지만 여전히 치킨마요, 제육, 참치마요 컵밥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다.


가게의 불을 모두 끄고 가게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였다.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바로 서정의 엄마였던 이길복 여사.


전화를 피하려다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기용은 심호흡을 한 차례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백 서방? 어떻게 자네가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기용의 얼굴. 그리고 그런 기용의 얼굴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재롱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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