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요리는 특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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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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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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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개 짖는 소리가 났는데 사장님 댁에서 난 거 맞나요?”


유영이었다. 학보사 일을 모두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뜬금없이 개 짖는 소리가 들렸던 것.


이 건물에 사는 4년 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더군다나 바로 윗집인 기용의 집에서 들렸기에 바로 올라왔다.


집주인인 미영을 발견하고 유영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다가 시선은 기용을 거쳐 그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재롱이에게로 향했다.


“어머!”


유영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환하게 웃었다.


“개 짖는 소리가 밑에 층까지 났구나. 내가 잘 교육해서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 처음 소개할게. 재롱이야.”

“안녕, 재롱아!”


유영의 말에 재롱이는 개답지 않게 고개를 꾸벅 숙이려다가 말고 정신을 차리고 개답게 헥헥 거렸다.


“친구 강아지를 대신 맡아주는 거야.”


기용은 그렇게 말하고 미영의 눈치를 봤다. 아직 재롱이를 집에서 키워도 되는지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


“계약서에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지만, 다른 분들 배려해서 조용히 키우면 될 것 같아요.”


미영은 그렇게 말하고 재롱이를 향해 싱긋 웃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재롱이 잘 교육할게요!”


그러다가 신메뉴가 떠올랐다. 아직 80%를 달성하지 못한. 성취도가 낮아서 신메뉴로 올리기엔 아직 찝찝했다.


“혹시 두 분 다 저녁 드셨나요?”


유영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저었다. 미영은 저녁을 먹은 후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기용이 지난번에 해준 참치마요 컵밥으로 팔로워도 늘었고 무척이나 맛도 있었다.


“저도 아직이에요.”

“괜찮으시면 신메뉴 개발 중인데 드셔보시겠어요? 사천 짜장 컵밥이에요. 전에 아주머니가 주신 트뤼플 오일을 넣어서 만들었어요.”


미영이 준 트뤼플 오일이라는 말에 유영의 눈이 가느다랗게 변했다. 둘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요리해서 집으로 가져다주시나요?”


미영이 묻자, 기용이 웃었다.


“괜찮으시면 두 분 다 집으로 들어오셔서 드세요. 바로 먹어야 맛있죠.”


기용은 집을 잘 어지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물건을 쓰면 쓰고 나서 물건을 제 자리에 놓고 주말마다 청소도 꼭 한다.


서정과 함께 살 때부터 있던 습관이다.


“우와. 엄청나게 깔끔한데요.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어요.”


미영이 깔끔한 집을 보고 말했다. 미영은 청소에 소질이 없어서 일주일에 세 번씩 청소하러 와주시는 이모님이 계셨다.


“맞아요. 저보다 나은 것 같아요.”


유영도 사정은 마찬가지. 학보사 일로 정신이 없어서 청소를 잘못한다는 핑계도 있지만, 유영은 애초에 정리 정돈이 잘 안되는 타입.


“재롱이랑 놀고 계시면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기용은 그렇게 말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미영과 유영이 둘만 있는 상황이 미안했지만, 재롱이도 있었고 여자들은 처음 보는 사이에도 단번에 친해진다고 들었다.


더군다나 유영과 미영은 4년간 알고 지냈던 사이. 기용이 부엌으로 가고 유영과 미영은 재롱이와 거실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어···. 일단 앉을까요?”


미영이 말했다. 여자는 하루 만에도 친해질 수 있지만, 이미 친해질 기회를 놓친 여자들은 다시 가까워지기 쉽지 않았다.


재롱이는 두 여자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읽고 재롱이라도 부려보려고도 했으나, 기용이 신경 쓰였다. 신메뉴를 만드는 동안에는 상태창이 뜨지 않아서 혼자 잘하고 있는지 걱정됐다.


“어? 재롱이가 사장님한테 가네요. 역시 주인을 알아보나 봐요.”

“그러게요. 학교 끝나고 오신 거죠?”

“네.”

···


그 대화를 끝으로 정적이 이어졌다.


“왜 여기에 왔어. 아주머니랑 유영이랑 같이 있지. 다들 널 예뻐해 줄 텐데.”


기용이 양파를 썰다가 말고 제 다리에 붙어있는 재롱이를 바라봤다.


-어색해서 같이 있을 수가 없다, 멍···. 게다가 형이 신메뉴를 만든다고 하는데 전직 오피스 강아지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멍!


재롱이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서 안경을 가지고 왔는지 앞발로 안경을 들어 올렸다.


“나 혼자서도 잘하고 있는데? 비록 성취율은 80%가 안 됐지만.”


-재롱이가 도와줄 거다, 멍!


“아니 괜찮다니까. 넌 가서 재롱이나 부리고 있어.”


-싫멍!


기용과 재롱이가 실랑이하는 사이 여자들 사이에서는 계속해서 정적이 흘렀다. 기용이 사는 곳은 투룸이지만, 거실과 부엌 사이에 거리가 꽤 있어서 재롱과 기용이 하는 말이 들리지 않았다.


둘이 워낙 작은 소리로 대화하기도 했고.


“사장님 음식, 드셔보신 적 있어요?”


유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다.


“네! 참치마요 컵밥이요. 유영 학생은요?”

“전 모든 메뉴를 먹어 봤어요. 원래는 사장님이 만든 컵밥이 이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거든요. 참치마요 컵밥은 어때요? 맛있어진 후의 참치마요는 못 먹어봤어요.”


저번에 기용을 인터뷰한 후에는 슬아에게 참치마요 컵밥을 양보해서 못 먹어봤다.


“참치마요 컵밥을 아직 못 먹어 보셨어요? 진짜 맛있어요. 참치의 식감이 통조림 참치 같지 않고 꼭 크림 같달까? 참치랑 마요네즈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요. 중간중간 씹히는 양파가 상쾌함을 더해주고요. 다른 메뉴들도 궁금했는데. 특히 소불고기 컵밥이요. 그건 드셔보셨어요?”


미영이 참치마요 컵밥을 먹을 때가 생각나서 몽롱한 얼굴로 참치마요의 맛을 묘사했다.


“네! 메뉴 선택할 줄 아시네요! <백반 컵밥>은 소불고기 컵밥이 찐이예요. 불고기를 씹을 때마다 적당히 바삭한 식감이···.”


미영과 유영은 의외로 재롱이가 아니라 기용의 음식으로 친해질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남녀노소 누구든 공동 관심사였다.


게다가 기용이 만든 음식은 가성비 컵밥이라는 메뉴에 맞지 않게 고퀄리티였다. 자꾸 생각나는 맛이자, 군더더기 없는 맛.


유영과 미영은 기용이 만든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신메뉴가 궁금해졌다. 그때 용맹하게 등장하는 재롱이.


“사천짜장 컵밥 완성되었습니다.”


기용이 적당히 익힌 반숙의 달걀프라이와 무순으로 데코레이션한 사천짜장 컵밥을 들고 왔다.


“우와.”


아까부터 나던 짭짤하고 고소한 짜장의 향기에 미영은 밥을 먹고 왔는데도 식욕이 막 샘솟던 차였다. 아직도 저녁을 먹지 못한 유영은 조금이라도 컵밥을 빨리 받으려고 벌떡 일어나서 기용의 손에 있는 컵밥을 제가 받았다.


가까이서 맡으니, 묘하게 트뤼플 오일의 향이 느껴졌다.


“맞다. 저 트뤼플 오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빼달라는 걸 깜빡했네요.”


유영이 아쉬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트뤼플이 유행할 때 몇 번 시도해 봤는데 유영의 취향은 아니었다.


아무리 미각에 둔감하다지만, 호불호는 있던 것. 트뤼플은 유영에게 확실한 불호였다.


“아이고. 어쩌지. 다시 해줄까?”


유영이 고개를 저었다. 공짜 밥을 먹으면서 반찬 투정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신메뉴 테스트하시는 중 아니에요? 저처럼 트뤼플을 싫어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절호의 기회죠!”


유영은 손가락을 튕기며 해맑게 말했다. 미영은 옆에서 그런 유영의 해맑음과 젊음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재롱이는 어느새 기용의 옆에 딱 붙어서 기용이 앉자, 저도 같이 앉았다.


“제가 먹을 땐 괜찮았는데 다른 분들이 드실 때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드세요.”


기용도 제 몫의 사천짜장 컵밥을 놓고 둘을 바라봤다. 기용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미영과 유영은 컵밥을 크게 한 입 먹었다.


트뤼플 향을 싫어한다는 유영은 씹을 때마다 묘한 얼굴이었다. 그러다가 표정이 펴졌다.


“트뤼플 향, 부담스럽지 않은데요? 오히려 고급스러워요!”

“맞아요. 사천짜장이라 그런지 짜장을 먹었을 때의 더부룩함도 덜한 것 같고요.”


미영이 연신 사천짜장 컵밥을 숟가락으로 푸며 말했다. 외부 미팅을 나가면 고급 중식당에서 밥을 먹을 일이 많았다.


중식당은 일식보다 든든하고 한식보다는 이색적인 느낌이라 종종 택하는 장소였다. 그렇다 보니 서울에서 웬만한 유명 중식당은 다 가본 미영이었다.


기용의 사천짜장은 그들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미영이 선물해 준 트뤼플 오일이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해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씹는 맛이 조금 부족했다. 새우가 있었지만, 돼지는 다진 고기만 들어가서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여기에 돼지고기를 크게 썰어서 넣으면 단가가 안 맞을까요?”


어느새 한 그릇을 싹 비운 미영이 물었다.


“좋네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씹는 맛이 부족했는데 다진 돼지고기 대신 고기를 크게 썰어서 넣으면 더 괜찮을 것 같아요.”


기용이 좋아하자, 미영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기용의 일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좋았다. 미영의 팔로워는 참치마요 컵밥을 올린 이후로 고공행진 중이었으니까.


“맞아요. 씹을 게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트뤼플 오일 때문인지 고급스러운 맛이 느껴지는데 고기는 새우만 있으니 조금 아쉬워요. 물론 다진 돼지고기도 있긴 하지만요.”


유영도 미영의 말에 동의했다. 다른 학보사 기자들에 비하면 미식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들과 함께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감이라는 게 있었다.


“다들 조언 감사해요. 신메뉴 내기 전에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고기 문제였군요.”


그때였다. 익숙한 BGM이 들렸다.

-빠빠라밤~!


[백기용 어린이! Step. 3를 수료했군요.]

-아주 훌~륭해요.


[백기용 어린이, 성공 프로젝트 Step. 4!]

[Step. 4 <백반 컵밥>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에게 친절하기!]


-앙!


기용이 갑자기 뜬 상태창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재롱이가 나타나서 미영과 유영 사이에 배를 까고 드러누웠다.


“꺅. 드디어 우리한테 관심이 생긴 거니~!?”

“애교도 많았구나.”


여자들이 재롱이에 정신이 팔린 사이, 기용은 상태창을 열어 봤다.


[이름: 백기용]

[Step. 4 <백반 컵밥>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에게 친절하기! (0% 진행 중···)]

[포인트: 980 +20]

up! [요리 실력: 중하] *룰렛 오픈!*

[미각: 중하]

[외모: 중상]

[미감: 중]

new! [서비스: 중상]

[]

[]

[]

···


신메뉴 개발에 오롯이 혼자 성공하면서 요리 실력이 올라간 것 같았다. 기용은 뿌듯한 마음으로 상태창을 바라봤다.


“사장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늘 SNS 계정 만들어 드릴까요?”


유영이 재롱이의 배를 만지다가 번뜩 생각이 스쳤다. 이 귀여운 것을 SNS에 올리면 분명 반응이 좋을 것이다.


요즘은 SNS에 귀여운 강아지 사진만 올려도 인기를 얻지 않나. 게다가 기용은 맛집 가게 사장님. SNS에 재롱이 사진을 올리면 좋은 시너지를 얻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기용 씨 아직 SNS 계정 없었어요?”


미영도 화들짝 놀랐다.


“네. 굳이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장사하는 사람한테 SNS 계정이 없었다니. 핸드폰 줘 봐요!”


미영과 유영은 신이 나서 순식간에 기용의 핸드폰에 SNS 앱을 설치하고 줬다.


“아이디 만들어서 가입하시고 여기에 소개 글이랑 프로필 사진만 올리면 돼요!”


기용은 유영과 미영에게 계정을 만들고 소개 글을 작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직관적인 UI 덕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기용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서 토독토독 자판을 두들기며 소개 글을 작성했다. 옆에서 그런 기용을 바라보던 재롱이 기용의 팔에 제 손을 얹었다.


“왜?”


작게 묻자, 재롱이가 인상을 쓰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소개 글 다 썼어요?”


미영과 유영이 와서 기용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이웃 님들~^^

<백반 컵밥> 사장 백. 기. 용입니당~^^!]


“······?”


유영은 그동안 왜 기용이 SNS를 안 했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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