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요리는 특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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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선
작품등록일 :
2024.08.1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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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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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감

DUMMY


“네?”


기용은 한 게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이혼 후 처음 연락이 와서는 하는 말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니.


심지어 이혼당한 건 기용 쪽이었는데 말이다.


-왜 우리 남편 연락 피해? 서정이랑 그렇게 됐어도 우리랑은 이러면 안 되지. 우리가 너 부모 없다고 해서 친자식같이 대해줬잖아!


서정의 지랄 맞은 성격은 이길복 여사를 닮았던 것. 기용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서정에게 한 것처럼 바로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


기용은 머리가 차게 식었다. 이제 서정과도 이들과도 영영 다시는 가족이 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어서일까.


“친자식이요? 그래서 친아들처럼 부려 먹으신 건가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는 기용. 이길복 여사는 기용이 죄송하다고 빌빌 길 줄 알아서인지 낮은 기용의 목소리에 잔뜩 당황했다.


-무, 뭐?!


“어디 약속 나가신다고 하면 저를 마치 택시 기사처럼 부르셨죠. 저희 집이랑 장모님 댁이랑 차로 30분 거리였습니다. 가끔은 약속이 끝날 때까지 근처에서 기다려달라고도 하셨고요.”

-아니 그건 내가 차가 없으니까···!


이제 그런 변명은 기용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요즘 택시라는 좋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래! 내가 친아들 같아서, 아들 없는 마음에 서러워서 사위 좀 부려 먹었다. 그게 그렇게 서러웠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이길복 여사가 되레 화를 냈다.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제 일이 있어서 힘들다고요. 그래도 부르셨죠.”

-그럼 어떻게 해! 택시는 불편하고 남편은 데려다 줄 생각을 안 하는데.


이길복 여사는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외식할 때나 좋은 거 드실 때 절 꼭 늦게 부르셨어요. 저를 잔반 처리반처럼 취급하며 남은 것만 주셨고요. 그런 걸 주면서 귀한 거니까 맛있게 먹으라고도 하셨죠.”


그제야 이길복 여사가 조용해졌다. 찔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서정이 기용은 식욕도 별로 없고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어도 별 감흥이 없다고 했다. 서정이 기용과 같은 미각 수준을 가졌어도 기용과는 달리 식당의 분위기는 타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길복 여사는 가족 외식이 있을 때면 기용을 아예 부르지 않거나 나중에 불렀다. 입 하나라도 덜고 싶어서였다.


“제가 그 정도의 눈치도 없을 줄 알았나요?”


기용은 내심 이길복 여사가 아니라고 부정하길 바랐다. 다 기용의 착각이라고 화를 내길 바랐다.


하지만 이길복 여사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그리고 전 서정이와 결혼 생활하는 중에 부정한 그 어떤 행위도 한 적 없습니다. 서정이와 달리요. 마음 같아서는 제 결혼 기간을 돌려달라고 서정이한테 소송이라도 걸고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송이라는 말에 이길복 여사는 그제야 말문이 트였다.


“서정이한테서 무슨 얘기를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당장 무일푼이 돼서 길바닥에 나 앉는다고 해도 다시는 서정이랑 안 삽니다. 앞으로 저한테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차단하겠습니다.”


기용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함께 듣고 있던 윤대훈은 이길복 여사와 함께 벙쪘다.


기용이 이럴 줄은 몰랐다. 그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건 확실해 보였다.


“방금 서정이···라고 했죠? 서정이랑 연락이라도 하는 걸까요?”


멍하던 이길복 여사가 윤대훈을 붙잡고 거의 광기에 가까운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


“일단 서정이한테 전화해 보자.”


서정도 기용을 못 잊고 있는 뉘앙스였다.


-엄마, 으엉. 기용 오빠 가게가 엄청나게 유명해졌어. SNS에서 핫하고 가게에 오는 손님들도 엄청나게 많아. 가게 밖으로 막 줄을 서 있더라니까? 오랜만에 본 얼굴은 왜 또 그렇게 잘생겼는지···.


서정은 이길복 여사의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나와서 울면서 기용의 소식을 전했다.


“그러게, 너는 왜 그런 남자를 놓쳐서는···!!”


이길복 여사의 언성이 높아졌다.


“너, 무슨 일이 있어도 기용이 다시 꼬셔. 할 수 있겠어?”


윤대훈은 발악하는 이길복 여사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그만할 때라고.


* * *


이길복 여사와의 통화를 끊자마자, 기용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엉거주춤 집까지 걸었다. 전화로는 큰소리쳤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심장이 마구 쿵쾅대고 있었다. 기용은 마음속에서 응어리져 있던 것들을 이렇게 털어놓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동시에 실망스러웠다. 이길복 여사는 기용을 단 한 번도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그저 서정의, 저들의 들러리 정도라고 생각했다. 기용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눈물이 차올랐다.


처음 자신이 만든 가족이자, 마지막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다.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면 오롯이 혼자뿐인 집이었다.


왈칵. 눈물이 나오려던 때였다.


“······?”


-헥헥. 헥헥.


익숙한 비주얼의 노란색 똥강아지가 기용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상대는 강아지라 기용의 말을 못 알아들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하도 당황스러워서 물었다. 분명 기용은 방금 도어락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문단속을 제대로 못 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정체 모를 강아지가 제 집에 들어온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재롱이!


누런색과 갈색 사이의 강아지는 그렇게 말하고 앉은 자세에서 제 오른손을 휙 들어 올렸다. 강아지가 말을 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됐지만, 기용은 눈앞에 보이는 이 강아지가 재롱이라는 게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뭐? 네가 그 오피스 강아지 재롱이 맞아···?”


큰 코와 작은 눈. 골든 리트리버의 새끼 때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 같다가도 묘하게 똥강아지스러운 느낌이 났다.


-맞다, 멍! 형이 날 필요로 할까 봐 이렇게 찾아왔멍!


“하.”


기용은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상하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집에 온 느낌. 방금까지 이길복 여사 그리고 서정의 생각으로 마음이 힘들었는데 재롱이를 보니, 꽁꽁 묶어서 긴장됐던 마음이 확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 한 번만 안아주라.”


학보사 기자들과 인터뷰했을 때 재롱이 덕분에 서정에 대한 기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눈앞에 나타난 재롱이를 보고 있자니, 푹 안기고 싶었다.


전에는 한 번만 때려보고 싶었는데.


-그러려고 왔멍!


재롱이는 그렇게 말하고 서 있는 기용을 향해 점프해서 달려들었다. 기용은 재롱이가 눈앞에 보이는 개의 형상을 했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홀로그램 같은 게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재롱이를 품에 안으니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복슬복슬하고도 부드러운 털,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따뜻한 몸 그리고 무엇보다 작게 ‘색색’거리는 재롱이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재롱이가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구나, 싶었다.


“고맙다.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헤헤. 재롱이는 형이 날 필요로 할 때마다 나타나멍.


기용은 ‘난 단 한 번도 널 필요로 한 적이 없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오늘은 재롱이가 필요했을지도 몰랐다.


이대로 잤다가는 틀림없이 악몽을 꿨을 테니까.


“근데 너, 강아지면서 말은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널 데리고 밖에 나갈 수 없겠는데?”


재롱이를 꼭 안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롱이는 조절할 수 있멍! 이렇게 형체가 있을 수도 있고 원래처럼 형의 상태창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멍.


오른손에서 아주 작은 검지를 세우고 말하는 재롱이.


-그리고··· 우월! 월으르릉월! 이렇게 짖을 수도 있···.


갑자기 재롱이가 큰 소리로 짖자, 기용은 놀라서 재롱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여기는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야.”


입을 틀어막는 걸로도 모자라서 기용은 제 입에도 검지를 대고 재롱이를 말렸다. 상태창 속에 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재롱이는 은근히 제 멋대로인 면이 있었다.


-헤헤. 알멍···.


그때 문밖에서 작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용은 재롱이를 향해 연신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갑작스럽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서 이웃에서 항의하러 왔을지도 모른다.


“기용 씨!”


집주인 미영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기용은 어색하게 인사하고 머리를 굴렸다. 집을 계약할 때 반려동물 금지 조항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하느라 애쓰는 중이었다.


“방금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던데 혹시 기용 씨네 집에서 나던 소리 맞나요?”

“네···. 그, 친구가 강아지를 잠시 맡겨서요.”


재롱이를 어떻게 상태창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미영이 집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고 하면 당장 집을 나가야 하니 일단 둘러댔다.


미영은 기용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방금 들은 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기용의 몸 뒤를 보겠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그때 기용의 어깨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재롱이. 나름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교육받은지라, 제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어색하게 지어 보였다.


“꺅!”


기용은 미영의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혹시 당장 나가라고 할까, 걱정이었다.


기용의 눈에는 재롱이 나름 똥강아지스럽게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봤을 때는 무섭고 싫을 수도 있었다.


“너무 귀엽다···!!!”


미영은 눈을 아주 크게 뜨고 재롱이를 눈에 가득 담으려고 했다.


“아. 강아지 좋아하시나 봐요.”


기용은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런 비주얼은 사기죠. 강아지 싫어하는 사람도 저 친구를 보면 사랑에 빠질 것 같은데요?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재롱이는 미영의 말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턱을 치킨다. 이제 당당해져도 됐다.


“재롱이에요. 녀석이 그 정도인가요?”


기용의 미감은 중. 그가 보기엔 재롱이가 나쁘지 않았는데 남들이 보기에도 그러한가 싶어서 물었다.


“그럼요! 쟤 사람 말도 알아들을 줄 아나 봐요. 너무 귀엽다. 몇 살이에요?”


그러고 보니 재롱이의 나이를 몰랐다. 기용이는 은근슬쩍 재롱이를 봤다. 재롱이는 제 주먹 쥔 손에서 기용에게만 보이게 한 손가락을 내밀었다.


‘저 자식은 하필이면 또 가운뎃발가락을 폈네.’


“한 살이라네요.”

“네?!”


미영이 화들짝 놀란다. 기용이 마치 방금 재롱이에게 뭔가를 들었다는 듯 말했기 때문이다.


“친구가 한 살이라고 했어요. 건물에서 강아지 키워도 되나요?”


미영은 재롱이에게 푹 빠져서 당장이라도 기용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눈빛을 마구 재롱이에게 보냈다.


“아···.”


기용의 질문에 미영은 이제 현실로 돌아왔다는 듯 사랑에 빠진 눈빛을 거두고 기용을 바라봤다. 기용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재롱이를 숨겨서 키우려면 키울 수는 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미영에게 그간 신세 진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똑똑.


그때 갑자기 미영의 뒤로 인영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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