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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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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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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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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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7년. 백단의 청

DUMMY

-


천만다행하게도 백단은 설화령의 강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필사적으로 기를 뿜어내 자신을 보호하던 그를 희령과 하라가 필사적으로 변호했기 때문이다.


“오빠는 저희를 덮치려던 게 아니라 환골탈태를 한 거예요!”


“맞습니다. 궁주님. 그는 변태가 아니라 단지 환골탈태했을 뿐입니다.”


“게세르라고 옛 전설을 추앙하는 샤먼의 말은 믿을 수 없다. 희령이 네가 다시 한번 말해보라.”


“······.”


“······.”


희령은 어머니의 치졸함에, 하라는 늘 받던 취급에 한숨을 쉬었다.


“오빠가 환골탈태했어요.”


“말도 안 돼!”


설화령은 경악했다.


환골탈태가 무엇인가?


절정과 초절정을 가르는 기준.


무림에서 진정 고수라고 말할 수 있는 최소 조건.


더 나아가 나이를 먹었다면 반로환동마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기적의 경지가 아닌가!


모든 무림인의 꿈과 희망, 그토록 열망하는 경지를 저 단전조차 없는 애송이(철저하게 설화령의 관점이다)가 이뤘다고?


설화령은 그제야 백단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호오?”


그리고 순수하게 무인으로 감탄했다.


백단의 육체는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그러면서 앳되고 여리여리한 몸매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금강역사의 상이 어린 모습을 하면 이런 모습일까?


실제로도 어리다. 속에 든 것이 이제 이립을 넘은 남정네라고 하지만 육체의 나이는 15살.


현대에 비유하면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나이가 바로 그의 나이였다.


···그보다 훨씬 어릴 때 백단을 죽이려고 이것저것 외방 임무에 내몬 설화령이었지만, 뭐 이 시대(중세)가 다 그렇지 않은가.


여하튼 백단은 어린 몸으로 환골탈태마저 이뤄낸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혹시 아홉 대맥을 뚫었느냐?”


“예. 궁주님.”


백단은 희령이 얼굴을 붉히며 건네주는 옷가지로 하의를 가리며 절을 올렸다.


“이 불초 제자. 미욱하지만 구음절맥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과분한 경지를 이뤘습니다.”


“그래 보이는구나.”


“······.”


“단전도 없는데 환골탈태를 하다니, 과분하긴 하군.”


‘어머니···. 부끄러워요.’


‘아, 오트강이 어째서 숲으로 숨으셨는지 알겠구나.’


‘이딴게 빙궁주?’


각각 희령과 하라, 백단의 생각이었다.


한편 설화령은 속으로는 내심 백단의 성취에 경악하고 있었다.


‘단전도 없으면서 고작 아홉 대맥을 뚫은 것만으로도 환골탈태를 이루다니.’


―――저잣거리의 무인에게 말했으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제아무리 절맥증이 치료되었을 때 잠재력이 폭발적으로 개화해도 그것이 환골탈태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


그 말은 곧 백단이 자신의 힘만으로 환골탈태의 경지에까지 다다랐다는 의미.


‘단전으로 일갑자는 내공을 쌓아야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환골탈태거늘, 고작 운기조식만으로 환골탈태를 이뤄냈다고?’


실로 무시무시한 혈도다. 단순한 호흡, 기의 유동, 운기조식만으로 천지와 동화되어 환골탈태까지 이뤄낼 정도로 무한히 기를 자아낸다는 의미가 아닌가?


‘아니, 저건 이미 자연과 한 몸이다.’


백단이 호흡할수록 그의 기척이 자연과 천천히 동화되어갔다.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러 이젠 완숙의 경지에 다가가는 그녀였지만 그녀조차도 기감氣感으론 백단의 기척을 파악할 수 없었다.


‘오감···. 더 나아가 시각적으로 포착하지 않으면 눈앞에 있는지도 모르겠군.’


만약 백단이 은신술과 경공, 암살술을 배운다면 분명 대성大成할 것이다.


설화령은 백단이 은신술을 배운다면 눈치채지 못하고 목이 베이리라.


‘심지어 육체의 전성기조차 다다르지 못했다.’


느껴지는 외공(신체적 힘)마저 설화령이 기를 사용하지 않고선 이길 수 없을 정도인데 아직 15살이다.


백단은 저기서 더 성장할 것이다. 어쩌면 기조차 다루지 않고 순수 힘만으로 곰의 척추를 꺾어버릴지도 모른다.


“허···.”


설화령은 백단이 이룩한 경지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전설 속의 공령지체空靈之體가 눈앞에 있구나.”


전설 속의 전설.


수백 년 전에 존재했었다는 화경이나 현경조차 뛰어넘은 궁극의 경지를 백단은 자력으로 도달했다.


‘무武의 깨달음이 극에 달하지 않더라도, 그저 저 특수한 외공의 극에 달하는 것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였던가? 저것이?’


백단은 보통의 무림인들과 상궤를 달리하는 성장 과정을 거쳤다.


기를 느끼지 못해 단전을 만들지 못하고, 외공에 가까운 독자 무공을 쌓아 올린 끝에 역설적으로 내공의 극의 끝에 습득하는 경지를 육체적으로 취득했다.


‘물론 그것이 내공의 극의에 이르렀다는 것이, 무武의 극의에 이르렀다는 것은 아니지만.’


백단은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공령지체다.


그는 더는 내기와 자연지기의 구분이 필요 없는 존재였다.


아마 신체적 수명은 150살 정도.


기를 적절하게 운용한다면 200살은 살 수 있으리라.


-


“궁주님.”


“세상에···. 외공으로 내공의 경지를 취득하다니···. 세상에···. 말도 안 돼···. 응? 무어냐?”


설화령이 한참 생각의 나래에 잠겨있을 때 백단은 이 기세를 몰아 입을 열었다.


“4년 전, 제가 드린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


설화령의 눈이 부릅뜨였다.


언젠가, 백단이 구음절맥을 치료하면 그가 지금까지 세운 공을 모두 모아 하나의 부탁으로 들어주겠다고.


백단은 그것을 잊지 않았고 지금 그 부탁을 올리고자 했다.


“지금까지 제가 세운 공을 통틀어 궁주님께 한가지 청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그것이 무어냐.”


“소궁주가 되고 싶습니다.”


그 충격적인 발언에 희령의 눈이 크게 뜨이고, 하라조차 입을 떡 벌렸다.


설화령은 내심 짐작하고 있었는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눈썹이 떨리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백단이 고개를 들어 설화령을 바라봤다.


그의 두 눈에는 빙궁에는 어울리지 않는 불꽃 같은 야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를, 소궁주로 만들어주십시오.”


“너는 지금 나보고 너를 소궁주로 책봉하란 이야기냐?”


“예. 그렇습니다.”


“네 옆에는 내 딸 희령이가 있다.”


“알고 있습니다.”


“너를 친 오라비처럼 따랐던 그 희령이가 말이다.”


“역시, 알고 있습니다.”


백단이 희령을 한번 슥 보았다.


“희령아.”


“···응. 오빠.”


“나는 원대한 목표가 있다.”


백단은 두 번째 인생의 가족이자 처음으로 생긴 여동생에게 자신의 야망을 이야기했다.


“나는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될 것이다.”


‘나는 절대로 전생처럼 아무것도 없는 인생을 살지 않겠다.’


후회해도 의미를 남길 것이며, 미련을 가지더라도 더 나아간 삶을 살 것이다.


그것이 백단의 각오. 그의 두 번째 인생의 모토.


“······!”


“그렇기에 나는 소궁주가 될 셈이다. 소궁주란 타이틀···, 아니 직책은 그 야망을 위한 내 첫걸음이 될 것이야.”


그는 북해빙궁에서 자라왔다.


그는 자신이 빙궁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구한 사람들, 나와 함께 자라온 희령과 하라가 있는 곳.’


그는 기꺼히 빙궁의 이름을 짊어지고 저 강호로 나갈 것이다.


(7년 후 그는 빙궁을 배신하고 떠나지만, 훗날의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천하제일인이 되는 첫걸음이다.”


설희령은 북해빙궁의 적자이자 빙궁의 비전 무공을 이은 후계자.


―――그러니.


“나는 너의 ‘운명’을 빼앗겠다.”


―――오늘, 백단은 그 운명을 빼앗을 것이다.


백단의 결의에 찬 눈빛을 봐서일까, 설희령은 제가 친오빠처럼 따랐던, 더 나아가 어떤 감정마저 품고 있는 사내를 보며 각오를 품었다.


“응!”


설희령은 기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오빠를 지지할게!”


설화령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백단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올려다봤다.


“궁주님. 그동안의 제 공을 헤하려 부디 이 청을 가납하여주소서.”


그가 공손히 설화령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그녀는 파리해진 안색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희령아.”


“네. 어머니궁주님.”


“너는 이 빙궁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 있다.”


“네.”


“이 빙궁의 모든 재산, 수많은 휘화 무사들과 권력. 네가 원한다면 백단조차도 가질 수 있다.”


“그렇겠죠.”


“그런데 그것을 포기하겠다고? 그 기회를 백단에게 넘겨주겠다는 이야기냐?”


“네.”


설희령은 제 어머니를 보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


“오빠는, 아니 백단은 스스로를 증명했어요. 어머니. 저는 저 사람보다 약해요.”


설희령은 천재였으나 무재無才였던 백단보다 약했다. 거기다가 여태껏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빙궁 휘하의 마을들을 구원해왔던 것도 전부 백단이었다.


“백단은 저보다 빙궁을 잘 이끌 거예요.”


“아아. 아아아.”


설희령의 말에 설화령은 끝내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거렸다.


제 머리를 붙잡고 근처 나무둥치를 잡아 간신히 몸을 지탱한 그녀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백단을 바라봤다.


“네가 기어코 빙궁을 집어삼키는구나. 네 너를 품지 말았어야 했거늘.”


“······.”


“그러나···.”


설화령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틀림없는 빙궁의 무인. 네 미래가 차마 기대되는구나.”


그것은 한명의 무림인으로서 백단이라는 떠오르는 후학을 기대하는 선배 무림인의 마음.


희령을 가르치며 성장해가는 그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녀의 배반당한 마음.


동시에 겉치레로나마 백단을 가르쳐주었던 한때의 스승으로서의 마음.


희령이를 가르치며 그녀의 찬란한 미래를 바라마지않던 배신당한 스승의 마음.


그녀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직접 제 손으로 백단을 구하면서 품었던 아주 실낱같은, 모성애.


제 딸에게 품었던 기대가 헌신짝처럼 내던져진 어머니의 마음.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힌 표정이었다.


“좋다.”


“······!”


“대신! 조건을 걸겠다!”


백단이 환희에 가득한 표정을 짓는 순간, 설화령이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빙궁의 소궁주가 된다는 것은 북해빙궁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끄는 자가 된다는 의미다.”


북해빙궁의 궁주는 마땅히 자신 휘하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너는 네 자질을 증명해야 한다.”


“···어떻게 증명해야 합니까?”


“강함으로.”


그렇기에 빙궁주는 강해야 한다.


이 척박한 산림에서 그들을 지키고 마음의 기둥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나를 이겨라.”


설화령은 그에게 선언했다.


“네 손으로 직접 나를 꺾어, 네 강함을 입증해라. 그렇다면 너를 소궁주에 책봉하겠다.”


“······.”


“······.”


“······.”


그녀의 말에 백단도, 희령도, 하라도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그녀의 말은, 강호를 통틀어 백명도 채 안 되는 초절정의 무인을 꺾으라는 이야기였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57살 먹은 완숙하고 전투 경험이 풍부한 무인을 15살 꼬맹이가 이겨보란 소리.


“저, 궁주님···. 그래도 당신을 양어머니로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허한다.”


“양심 뒤졌습니까?”


“뭐?!”


설화령의 기세가 포악하게 뒤바뀐다.


“어머니···.”


희령은 까도 까도 나오는 제 어머니의 추함에 더이상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평소 친하다가도 앙숙처럼 싸우던 하라조차도 그순간만큼은 희령을 동정하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


그날 이후 백단의 패륜(?)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2년 후입니다. 그리고 무림 초출이 시작되겠군요.

무림 초출편도 훌쩍훌쩍 지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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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건국기 13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2) 24.09.04 36 1 16쪽
36 건국기 12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 24.09.03 41 1 20쪽
35 건국기 11화. 백단과 비녀羆女 24.09.03 38 1 14쪽
34 건국기 10화. 박달나무 아래 곰이 쓰러지다 24.09.03 41 1 12쪽
33 건국기 9화. 박달나무와 곰, 달과 호랑이(2) 24.09.02 42 1 11쪽
32 건국기 8화. 박달나무와 곰, 달과 호랑이 24.09.02 46 1 12쪽
31 건국기 7화. 키문카무이Kim-un-kamuy 24.09.01 51 1 22쪽
30 건국기 6화. 스톤펑크Stonepunk 24.09.01 54 1 26쪽
29 건국기 5화. 그걸 해결해도 소용이 없다. 24.08.31 47 2 20쪽
28 건국기 4화. 또 하나의 문제가 나오고, +2 24.08.29 49 1 27쪽
27 건국기 3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24.08.29 54 1 17쪽
26 건국기 2화. 총체적 난국 24.08.29 68 0 19쪽
25 건국기 1화. 시작부터 망해버린 이세계, 아니 건국 생활 24.08.28 90 1 23쪽
24 프롤로그 완. 이주Migration +2 24.08.28 76 2 27쪽
23 프롤로그 1년. 그동안의 준비와 만남, 그리고 운명 24.08.27 72 2 31쪽
22 프롤로그 -5~-1년. 인생의 목표, 야망 24.08.26 71 1 18쪽
21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완) 24.08.26 67 1 24쪽
20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3) 24.08.23 72 1 20쪽
19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2) +2 24.08.22 71 2 22쪽
18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 24.08.21 70 1 12쪽
17 프롤로그 -5년. 무림 초출 24.08.21 72 2 20쪽
16 프롤로그 -5년. 검강劍罡 24.08.21 76 2 30쪽
» 프롤로그 -7년. 백단의 청 24.08.20 73 2 12쪽
14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완) +2 24.08.20 85 1 19쪽
13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2) +2 24.08.19 84 3 23쪽
12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 +2 24.08.19 89 3 29쪽
11 프롤로그 -11년. 심검心劍 24.08.18 92 2 16쪽
10 프롤로그 -11년. 검기상인劒氣傷人, 삼매진화三昧眞火 24.08.16 100 2 29쪽
9 프롤로그 -11년. 늑대 24.08.16 104 2 26쪽
8 프롤로그 -12년. 삼재三才 24.08.15 109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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