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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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아르
작품등록일 :
2024.08.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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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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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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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3)

DUMMY

-


백단이 단 한 수만에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이며 모용우를 패배시킨 이후, 백단 일행의 대우는 180도 달라졌다.


가뜩이나 귀빈 취급을 받고있는 그들이었는데 그 대우가 더 업그레이드되었달까.


백단의 표현대로라면 VIP에서 VVIP급으로 대우가 상승한 느낌이었다.


“그 나이에 벌써 초절정이라니! 무시무시한 재능을 가졌구나.”


“별것 아닌 성취이옵니다.”


“하하. 겸양 떨 필요 없다. 17살에 초절정이라니. 처음 삼재검법을 배웠다고 했을 때 내 그대가 소궁주임을 의아해했거늘, 이제야 이해가 가는구나. 빙궁의 장래가 밝겠구나. 참으로 밝아!”


‘아니, 진짜 재능 따위 하나도 없었는데.’


모용청은 17살 나이로, 고작 삼재검법을 수련해 초절정을 오른 백단을 천재 중의 천재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백단에게 재능 따위 없고 그저 현대인의 관점에 근거해 무공을 어레인지해 익히다 보니 초절정에 도달한 것뿐이지만.


물론 백단의 필사적인 노력도 있었다. 노력 역시 재능이라고 본다면 백단의 재능은 나름 출중한 셈이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백단이 초절정에 이른 고수임은 분명했고, 모용청은 그날 밤 백단을 불러들여 그에게 부탁했다.


“부디 부탁이네. 흑룡을 잡는 데 힘을 보태주게.”


“예?”


난데없이 불려온 백단은 모용청의 뜬금없는 부탁을 듣고 당황해했다.


“흑룡 말입니까? 갑자기 웬 용이 등장합니까?”


“음. 그렇구먼. 내 사정 설명 없이 부탁 먼저 말하고 말았군. 지금부터 설명해주겠네.”


모용청은 백단에게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불함산不咸山에 사악한 이무기가 사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아뇨. 처음 듣습니다만.”


‘불함산? 스읍.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백단은 흑룡이라는 뜬금없는 키워드보다 불함산이라는 낯익은 이름에 의아해했다.


“흐음. 하긴. 그대는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 사실 몇 달 전부터 저 불함산에서 사악한 이무기가 날뛰기 시작했다네.”


“이무기가 말인가요?”


‘역시 무협. 어디를 가나 영물은 한명씩 있구나.’


백단은 빙궁에 있을 무렵 토벌했던 은호나 청랑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무기는 용이 되기 위해 수련하는 영험한 동물이네. 이번에 딱 1,000년 묵은 몇 달 전 용이 되고자 승천 의식을 수행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네.”


천지에는 예부터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불함산의 기운은 정순하여 이무기가 수행하기에 적격인 장소였다.


불함산의 이무기는 장장 1,000년간 수련해 영기를 쌓아 올려 이번에 용이 되기 위한 승천 의식을 수행했으나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 말인가요? 어째서 실패한 건가요?”


“그게 말이지···.”


백단의 질문에 잠시 당황한 모용청은 이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은 우리 아들내미 때문에 승천 의식에 실패하고 말았다네.”


“···네?”


“우리 아들이 일전에 저 불함산의 천지天池에 유람을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만 이무기가 승천 의식을 행하는 모습을 보고 만 거야.”


모용청은 말하기도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손으로 한번 쓸며 씁쓸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그만 이무기를 보고 매우 놀라 ‘큰 뱀이다!’라고 말해버렸지 뭔가. 그래서 이무기는 용이 되는 데 그만 실패하고 말았네.”


옛 전설에 이무기가 승천할 때 사람이 본다면 그 즉시 ‘용이다!’라고 소리쳐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만약 ‘뱀이다!’라고 소리치면 이무기는 용으로 승천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추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모용우가 어겨버린 것이다.


“와···.”


“그래서 분노하는 이무기는 미쳐 날뛰게 되었다네. 용은 되지 못했지만, 용에 준하는 영험함을 품고 있는 이무기가 날뛰니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지.”


“그···렇군요.”


‘1,000년 수행을 날려버렸으니 미쳐 날뛸 만 하네. 나라도 개빡칠 것 같은데.’


백단은 모용우의 트롤 짓에 경악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타락해 검은 비늘을 품고 날뛰는 이무기를 뒤늦게나마 흑룡이라 추앙하며 분노를 달래려 해보았으나 오히려 흑룡의 이름을 등에 업고 더더욱 크게 날뛰더군.”


이에 당황한 모용세가는 분노한 이무기를 달래려 위령 제사도 지내보고 흑룡의 이름을 바치며 그를 뒤늦게나마 숭앙하며 화를 가라앉히려고 해봤다.


그러나 이무기는 1,000년의 영험함을 품고 있는 영물.


오히려 위령 제사의 힘과 모용세가가 바친 흑룡이라는 이름값마저 집어삼켜 진짜 흑룡에 준하는 수준으로 파워업을 한 것이다.


“그래서 더 강해진 이무기는 흑룡이라 불리며 주위에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네.”


“허···.”


“그래서 우리 모용세가는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흑룡을 토벌하기로 했다네."


“아. 그렇군요.”


‘지들이 용으로 승천하지 못하게 했으면서, 책임을 지고 토벌한다고? 이게 오대세가라고 불리는 모용세가의 민낯···?’


모용세가는 나름의 책임을 지려는 것 같았으나, 흑룡의 입장에선 모용세가는 불구대천의 원수나 다름없는 자들.


백단은 모용세가가 흑룡의 승천을 막았으면서 도리어 사악한 이무기라 부르며 토벌을 준비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토벌하지 못한 겁니까?”


“우리도 최선을 다해 토벌하려고 했지. 그러나 흑룡이 어디 보통 영물이던가. 반쪽짜리 용이더라도 그 용이라네!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라면 상대조차 못 하고 한입에 삼켜질 테니.”


모용청은 분하다는 듯 소리쳤다.


“우리에겐 흑룡을 토벌하러 보낼 초절정의 고수가 없네. 모용세가는 흑룡을 토벌할 여력을 낼 수 없었어.”


“초절정의 고수가 없다고요? 그럼 가주님과 장로님들은 뭡니까?”


‘아니, 당신도 초절정이잖아?’


백단은 모용청의 말에 어이가 없어 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모용청은 오히려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으응? 지금 나나 장로님들 보고 흑룡을 토벌하러 가란 말인가?”


“예. 그러면 쉽게 토벌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허허. 이 친구. 처음 봤을 때도 순박해 보였는데,, 아주 세상 물정 모르는구먼.”


모용청은 백단의 말에 껄껄 웃으면서 자신이나 장로가 흑룡을 토벌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모용세가의 가장 큰 전력이라네. 우리가 비우면 세가에 무슨 변고가 있을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까 쉽게 말해, 모용세가가 위험할 만약의 가능성이 있으니 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우리가 자리를 비우면 가뜩이나 무림을 탐탁지 않아 하던 관에서도 이 기회를 노려 우리를 공격할걸세. 직접적인 토벌은 아니더라도 여러 이권과 뒷공작을 펼칠지도 모르지.”


“관이 말입니까?”


백단은 모용청의 말에 크게 놀라며 물었다.


“관무불가침의 원칙이 있지 않습니까?”


“관무불가침의 원칙이 있긴 하지. 그러나 세상 사는 게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오대세가는 전부 관의 주시를 받고 있다네.”


쉽게 말해, 오대세가는 정부 조직의 요주의 감시 대상이란 소리다.


“과거의 수많은 세가도 한순간의 틈으로 누명을 써 몰락의 길을 걸었지. 우리는 모용세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비울 수 없다네.”


“아···. 그렇군요.”


“그런데 때마침 자네가 등장해준 것이네! 약관도 안된 나이로 초절정에 오른 고수인 자네가 말이야!”


모용청은 백단의 손을 붙잡으며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디 우리를 도와 흑룡을 토벌해주게. 그렇다면 우리 모용세가는 이 은혜를 잊지 않고 크게 보답하겠네!”


“······.”


‘그러니까···.’


백단은 천천히 모용청에게 들은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아들놈이 트롤 짓 해서 이무기의 승천을 막았으면서, 사악한 이무기라 부르고 토벌하려고 했지만 정작 자기 세가가 더 중요해서 지금까지 토벌도 하지 못하고 놔두고 있었다가, 나라는 외부 인력이 나타나니 나한테 떠넘기려고 한다고?’


백단은 모용청의 부탁에 어이가 없다 못해 뇌를 깨고 탈출하는 감각을 느꼈다.


이딴 게? 오대세가?


‘아니, 너희들 오대세가잖아. 모용세가라며.’


백단은 자신이 오대세가에 품었던 환상이 산산조각이 났음을 느꼈다.


그가 정파의 상징이자 정의의 축이라고 여겼던 모용세가는 사실 호족 세력에 가까운 정체성을 가졌으며 자기 세력권을 유지하기 위해 실책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거, 굉장히, 기분 나쁜데?’


백단은 필사적으로 웃는 낯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속은 더없이 썩어들어 갔다.


흑룡은 절정의 무사들로도 쉽사리 처리하지 못하는 영물 중의 영물.


초절정의 무인이 가야 토벌할 수 있을 정도인데 정작 세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가만히 있다가 백단이라는 묘령의 고수가 나타나자 후다닥 부탁한 것이다.


‘심지어 이거, 죽을 수도 있잖아.’


백단은 모용청이 말은 안 했을 뿐, 이 부탁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 직감했다.


그의 직감은 유독 ‘죽음&생존’에 한해서는 굉장히 예리한 촉을 보여주곤 했다.


몇번이고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각성한 백단만의 특별한 감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직감이 경고하고 있다. 죽을 수도 있다고.


백단은 은호를 토벌했던 경험이 있던 만큼 진짜배기 영물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하물며 용이라니! 아무리 반쪽짜리 용이라도 그 영험함이 진짜라면 얼마나 강할지 쉽사리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백단은 모용청이 사람 좋은 척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실을 깨닫고 불쾌함을 느꼈으나―――···.


‘그래도 한번 해볼까?’


그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죽음의 직감은 느끼고 있었으나, 동시에 그는 살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무림 초출이면 영물 한 마리는 잡아주는 게 국룰이지.’


거기다가 그는 소설로나 읽었던 무협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은연중 항상 도취해있던 상태.


‘까짓거 내가 조금 손해를 보고 말지.’


그래서일까? 그는 관대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용청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예. 토벌해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그날 밤.


백단은 또다시 백룡이 되는 꿈을 꾸었다.


그는 큰 산의 못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응? 여긴···?]


백단은 무의식적으로 못에서 헤엄을 치며 즐기다가 자신이 다시 백룡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꿈을 꾸는 건가?]


그는 백룡이 된 자기 몸을 살펴보다가 이내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러자 먹구름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흑룡이 튀어나와 백단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저 씨발 흑룡 새끼가 또!]


백단은 저번 꿈에서 자신을 죽인 흑룡이 나오자 이번엔 이를 갈며 흑룡을 향해 맞서 돌진했다.


그리고 충돌! 두 용은 서로 뒤엉키며 서로를 물고 뜯으며 싸우기 시작했다.


[내가 또 당할 줄 알았냐!]


백단이 흑룡의 목을 물고 그대로 못에 처박았다.


그러나 흑룡은 개의하지 않고 발톱으로 백룡이 된 백단의 눈을 긁었다.


[아악!]


백단이 주춤하자 흑룡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백단의 목을 물고 부러뜨릴 기세로 꺾기 시작했다.


[커, 커커!]


다시 한번 죽을 위기에 처한 백단!


그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 이내 안개 속에서 사람의 신형을 발견했다.


모피 옷을 입은 사냥꾼 혹은 장수처럼 보이는 큰 사람.


[너, 너너! 저번 꿈에서 나왔던 걔지?!]


그는 의문의 신형이 저번 꿈에서 등장했던 사람과 동일한 사람임을 깨닫고 소리쳤다.


백단은 손을 그에게 뻗으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야. 제발 도와줘!]


그러나 의문의 신형은 백단의 위용에 기겁했는지 도리어 몸을 움츠려 숨기 바빴다.


백단은 부러지기 일보 직전인 자기 목을 보며 필사적으로 그에게 애원했다.


[내가 저번에 도와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안 도와주는 건데?!]


그때였다. 백단의 머릿속에서 죽음의 직감이 울렸다.


한번. 두번. 세번. 이윽고 일곱번.


빠르게 일곱번 울린 경종에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아, 이때가 아니구나.’


저자는 지금 자신을 도울 수 없다.


백단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꼈고, 목이 부러지기 직전 다급하게 그에게 말했다.


[칠일 뒤! 칠일 뒤 나를 도와라!]


그러자 의문의 신형이 몸을 움찔거렸다.


[칠일 뒤다! 칠일 뒤에 나를 도와줘!]


어째서 일주일 뒤인지 백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직감이었다. 그는 그저 그렇게 느꼈고 말했을 뿐이다.


[커헉!]


의문의 신형에게 필사적으로 날짜를 전한 백단의 목이 끝내 꺾였다.


목이 부러진 백단을 흑룡이 헌신짝처럼 못으로 던졌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천천히 호수의 바닥에 가라앉았다.


‘아···.’


그는 타오르는 분노를 품은 흑룡의 눈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


그리고 백단은 눈을 떴다.


“허억!”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채 깨어난 백단은 제 목을 쓰다듬었다.


“크읏···!”


목의 피멍은 어느새 더 심하게 번져있었다.


“진짜 뭐지? 예지몽이라도 되는 건가?”


흑룡에게 물려 죽는 꿈을 꾸고, 흑룡 토벌을 부탁받고, 다시 흑룡에게 물려 죽는 꿈을 꾸었다.


이쯤 되니 백단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시시각각 울리는 죽음의 직감에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해야지.”


백단은 지금이라도 부탁을 무르고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그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야. 나는 다시는 물러서지 않아.’


그는 이전 생보다 더 나아간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미련이나 후회를 품더라도 말이다.


“불길하지만, 결국에 영물. 죽이면 그만이다.”


백단은 목에 붕대를 감고 검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이미 밖에선 희령과 하라가 검과 단검을 매단 채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흑룡을 토벌하기로 했다며?”


희령이 백단에게 물었다.


“응.”


“와아. 백단 오빠의 꿈 진짜 예지몽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딱 흑룡을 토벌하게 될 수가 있지?”


희령은 백단의 꿈에서 나온 흑룡을 토벌하러 간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면서도 그의 목에 감긴 붕대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하지만 괜찮을까? 백단 오빠. 오빠는 그···. 꿈에서 흑룡에게 물려 죽었잖아?”


백단은 꿈에서 흑룡에게 물려 죽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희령은 왜인지 모를 불길함에 백단을 걱정했다.


“오히려 이게 나을 수 있습니다. 희령.”


하라는 그런 희령의 걱정에 어깨를 잡으며 그녀에게 자상하게 말해주었다.


“흉한 꿈을 꾸었다고 모두가 흉참한 일을 꾸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이렇게 흑룡이 나와준다면 오히려 좋을지도 모릅니다.”


“흑룡이 나오는 게 좋다고?”


“우리가 직접 흑룡을 잡는 것 아닙니까?”


하라는 희령에게 설명해주었다.


“흑룡이 흉조로 나타났다면 그 흉조를 직접 잡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흉조가 길조가 될 터. 오히려 이건 재앙을 삭초제근하는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희령은 하라의 말에 안심하며 백단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백단 오빠.”


“그래. 잡으면 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


백단은 희령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하라도 은근슬쩍 백단에게 다가왔다.


그는 풋, 웃고는 하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허허. 양손의 꽃인가? 빙궁의 소궁주께선 인기가 많구나.”


“빙궁의 소궁주. 백단이 모용세가의 가주를 뵈옵니다.”


백단이 다급히 뒤를 돌아 모용청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뒤이어 희령과 하라도 그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다시 한번, 내 부탁을 들어줘서 진심으로 고맙네. 자네가 우리 모용세가를 위해 큰 결단을 해주었어.”


“아닙니다. 도리어 견문을 넓힐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젋은 혈기인가. 참 좋을 때구나. 그래서 말인데···.”


모용청은 슬며시 운을 떼며 등 뒤에서 한 인물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인물은 바로 모용우였다.


“우리 아들도 데려가 주게.”


“예?”


갑자기 추가된 인원에 백단은 당황했다.


“가주님의 아들을 말입니까?”


“그래. 부디 우리 모용세가에게도 실책을 만회할 기회를 주게나. 우리 아들이 저지른 실수이니 아들내미도 이 일을 해결할 의무가 있으니까 말이야.”


“······.”


“하하. 걱정하지 말게. 우리 아들도 절정의 초입에 다다른지라 그대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닐 테니까.”


모용청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모용우를 백단에게 떠밀었다.


모용우는 자신만만 표정으로 그에게 미소를 짓고는 포권으로 인사하며 말했다.


“이번 흑룡 토벌에 함께하기로 한 모용우입니다. 빙궁의 소궁주보다야 부족한 실력이다마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수준은 아닙니다. 부디 저를 데려가 제 실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십시오.”


“아···.”


백단은 모용우와 모용청을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이내 그가 무슨 속셈임을 눈치챘다.


‘이 새끼. 지금 초절정인 내가 있으니까 자기 아들이 안전할 거라고 확신하고 딸려보네 공적을 쌓게 하려는 거구나!’


모용청은 제 아들이자 후계자에게 흑룡 토벌이란 업적을 쥐여주려는 것이다.


그것도 백단이라는 유용한 도구를 활용해서! 안전하게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백단은 표정을 구겼다.


‘이 시발 새끼들이?’


백단은 흑룡을 타락시킨 주범이면서, 자기 세력 지키려고 토벌도 못 하고 있다가, 공적까지 날름 먹으려고 하는 그들을 보며 분노했다.


그는 한순간 그냥 의뢰를 포기하고 가버릴까. 생각했지만 희령과 하라를 보고 분노를 필사적으로 가라앉혔다.


‘참자. 얘들도 살면서 용 한 번쯤은 봐야지.’


백단은 희령을 여동생(같은 아이)이라고 생각했고, 하라를 나이가 어린 소꿉친구(?)라고 생각했다.


육체는 17살이지만 속은 37살인 백단은 이제 막 중학생인 그들이 더 넓은 세상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용청의 속셈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어차피 흑룡은 내가 죽일 테니까.’


백단은 검을 잡으며 심검을 날카롭게 세웠다.


하라와 희령을 위험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몇번이고 다짐한 백단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자. 그럼 가시죠. 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백단은 앞서가기 시작한 모용우의 뒷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참자. 아직 어린애잖아.’


“우리도 가자.”


“응.”


“예.”


백단은 희령과 하라를 데리고 모용우의 뒤를 따라 흑룡 토벌에 나섰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게.”


뒤에서 모용청은 그들을 배웅하며 그들의 안부를 빌었다.


-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모용세가와 백단의 악연은.


아니, 훗날 백단이 세울 나라와 모용세가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먼 미래 모용청과 백단은 국가와 세가의 미래를 걸고 생사결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이때의 그들은 아직 몰랐다.


-


“허억!”


잠을 자던 이춘李椿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다급하게 자리끼(밤에 마시려고 잘 자리의 머리맡에 두는 물)을 들이키곤, 다급하게 밖에 사람을 불렀다.


“걔! 아무도 없느냐! 어서 나갈 채비를 해라!”


“아이고. 가주님. 갑자기 어디를 가시려는 겁니까?”



“내 흉한 꿈을 꾸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런다.”


이춘은 노비를 불러 두정갑을 갖춰 입고, 자신의 활을 챙겼다. 그리고 자기 애마에 올라탔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시려는 겁니까? 장소라도 말씀해주십시오.”


“백두산.”


이춘은 굳은 결의에 가득 찬 눈으로 북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두산의 흑룡을 잡으러 간다.”


이럇! 이춘은 그날 홀로 백두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새벽에 깨어 잠이 안와 가볍게 끄적여봅니다.

예상외로 백룡흑룡편이 길어지네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여러모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예정입니다.

무협에서 대체역사로 가는, 그 계기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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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프롤로그 1년. 그동안의 준비와 만남, 그리고 운명 24.08.27 72 2 31쪽
22 프롤로그 -5~-1년. 인생의 목표, 야망 24.08.26 70 1 18쪽
21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완) 24.08.26 67 1 24쪽
»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3) 24.08.23 72 1 20쪽
19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2) +2 24.08.22 71 2 22쪽
18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 24.08.21 70 1 12쪽
17 프롤로그 -5년. 무림 초출 24.08.21 72 2 20쪽
16 프롤로그 -5년. 검강劍罡 24.08.21 76 2 30쪽
15 프롤로그 -7년. 백단의 청 24.08.20 72 2 12쪽
14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완) +2 24.08.20 84 1 19쪽
13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2) +2 24.08.19 84 3 23쪽
12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 +2 24.08.19 89 3 29쪽
11 프롤로그 -11년. 심검心劍 24.08.18 92 2 16쪽
10 프롤로그 -11년. 검기상인劒氣傷人, 삼매진화三昧眞火 24.08.16 100 2 29쪽
9 프롤로그 -11년. 늑대 24.08.16 104 2 26쪽
8 프롤로그 -12년. 삼재三才 24.08.15 109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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