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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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아르
작품등록일 :
2024.08.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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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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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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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5~-1년. 인생의 목표, 야망

DUMMY

-


지나가던 선비(?)의 도움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백단은 못 밖으로 걸어 나와 숨을 몰아쉬었다.


“백단 오빠! 괜찮아?!”


“게세르! 괜찮으십니까?!”


희령과 하라가 다급하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백단은 그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몸에 구멍이 뚫렸는데···.”


“이까짓 거 기만 몇 번 순환시키면 금방 나아.”


실제로 실시간으로 백단의 상처는 재생되고 있었다.


희령과 하라는 재생되는 백단의 피부를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나, 가끔 오빠가 진짜 사람인지 의심이 가.”


“게세르. 게세르를 보면 가끔 게세르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야. 이것들아.”


백단은 희령과 하라의 머리를 한 대씩 때려주곤 허리를 펴며 검을 집어넣었다.


“아아. 이럴 수가···.”


그때 옆에서 허망함 가득한 한탄 소리가 들려왔다.


세 명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털썩 주저앉은 채 허망하게 호수를 바라보는 모용우가 있었다.


“흑룡의 사체가···, 그 자체만으로도 귀한 지보至寶나 진배없는 그것이 호수에 가라앉다니···.”


백단 일행은 모용우의 말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백단 오빠. 저 쓰ㄹ···, 아니 저 도련님을 어떡하지?”


“게세르. 저 개ㅅ···, 아니 저 양반을 어떻게 하죠?”


“내버려 두자···. 이젠 신경 쓰기도 싫다.”


백단은 이젠 모용우를 상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있었다. 백단이 고개를 돌리자 수풀을 가르며 한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 시대 일반 평민들과는 다른 듬직한 체구에 자세히 보니 모피 옷이 아닌 어디서 많이 본···, 그래. 두정갑 같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백단은 그를 보자마자 반색하며 그에게 달려가 감사를 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남자가 백단에게 물었다.


“그대는 백룡의 현신現身이요?”


“백룡? 아, 아아!”


백단은 그가 꿈에 나왔던 의문의 신형이었음을 깨달았다.


‘꿈, 완전히 잘 맞는 거 아니야?’


백단은 이상할 정도로 잘 들어맞는 꿈(?)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그대도 백룡과 흑룡이 나오는 꿈을 꾸었습니까?”


“맞소. 나는 백룡의 도움(?)을 듣고 흑룡을 잡으러 왔소. 그리고 잡았지.”


남자는 아직도 자신이 흑룡을 잡은 것이 믿기지 않는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활을 잡고 있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환희, 그리고 흥분이 담긴 떨림이었다.


“그 꿈에 나온 백룡이라면 내가 맞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아. 역시.”


남자는 부르르, 전신을 떨더니 백단 앞에 절을 하기 시작했다.


“천한 소인이 백룡을 뵈옵니다.”


“아닙니다. 귀하가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습니까? 절을 그만두시지요.”


생명의 은인이 도리어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에 당황한 백단은 도리어 그를 말렸다. 도리어 존칭까지 쓰며 상체를 숙인 백단은 그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내가 오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귀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결단을 내려 이곳에 와준 덕분에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꿈과 직감은 이걸 말하는 거였구나.’


백단은 흑룡 토벌에서 죽음의 위기를 느꼈으나 그 안에서 실낱같은 생존의 가능성을 직감했다.


그것은 아마 꿈속에서 보았던 눈앞의 남자이리라.


“아니, 백룡의 현신께서 어찌 소인에게 이런 과한 감사를···.”


“내 그대에겐 목숨을 빚졌으니 거듭 감사를 표해도 다함이 없습니다. 혹, 귀하의 함자를 물을 수 있겠습니까?”


“제 이름은 이춘이라고 합니다.”


“이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백단은 어쩐지 낯익은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재차 물었다.


“귀하께서 어디에 사는지 내 물어도 되겠습니까?”


“소인은 동북면 알동에 살고 있습니다. 다루가치직을 수행하고 있지요.”


“그렇군요. 동북면 알동의···. 응?!”


고개를 끄덕이며 이춘의 말을 듣던 백단은 당황하며 고개를 다시 들었다.


“내, 내 잘못 들어서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해주겠습니까?”


“예? 예에. 소인은 동북면 알동에 살고 있습니다. 다루가치직을 수행하고 있고···.”


“동북면? 다루가치?”


‘어? 이거 설마?’


“혹시 그 동북면이라는 곳, 혹은 근처에 쌍성총관부雙城摠管府라는 곳이 있습니까?”


‘혹시, 에이. 설마 아니겠지.’


백단은 머릿속에선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재차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어어? 어어어?”


이춘의 말을 들은 백단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그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읆조렸다.


“쌍성총관부가 실존한다고···?”


“아. 예. 쌍성총관부는 실제로 있습니다만···.”


“혹시, 저 아래의 나라 이름이 뭡니까?”


“예? 그것은 어찌 여쭙는지.”


“내 중요한 질문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야.”


이춘은 백단의 질문에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고려라고 합니다.”


-


백단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렸다.


“고려···.”


평생 들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제는 전생에 묻어두고 왔던 옛 과거의 이름이 나왔다.


물론 그의 전생의 전전 국가였긴 했지만 너무나 익숙한 국가명에 백단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여긴 원元이요? 저 아래엔 왜국이 있고?”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 천하는 대원이 있고 아래에 고려가 있으며, 더 아래엔 왜국이 있지 않습니까?”


이춘은 왜 이런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백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백룡의 현신이 웃고 있다.’


백단의 입꼬리는 귀 끝까지 걸려있었다.


“하, 하하하.”


백단의 입에서 허탈한, 그러나 환희에 가득찬 웃음 터져 나왔다.


“하하하!!!”


백단은 크게 웃었다. 미친 듯이 웃었다. 기뻐서, 너무나 기뻐서 절로 튀어나온 웃음이었다.


이춘도, 희령도, 하라도, 모용우도 당황하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여긴 과거였구나!’


백단은 줄곧 이곳이 ‘이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순히 ‘지명이 닮았을 뿐인 무협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곳은 평행세계의 과거였던 거야!’


백단의 머릿속에서 섬광 같은, 번개같이 내리꽂힌 깨달음이 새겨졌다.


이곳은 ‘그가 알던 세계의 과거’였다. ‘그러나 무협이 가미된 세계’였던 것이다!


‘이곳은 내가 아는 세계다! 내 고향의 조금 다른 형태의 과거였을 뿐이야!’


그 사실이 참으로 기꺼워 백단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를 옥죄듯 어떤 무형의 힘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백단이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상체를 숙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추에 짓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내 그의 가슴에서 어떤 불타는 무언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무게를 잊었다.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박장대소를 하며 가슴 안의 불길을 웃음과 함께 토해냈다.


그 불길은 아주 거셌고, 탐욕스러웠으며, 동시에 끈적하기까지 했다.


―――그것의 이름은 야망이었다.


너무 웃어 눈가에 눈물마저 맺힌 백단은 손가락으로 눈물을 훑었다.


“지금 몇년도···, 아니 연호가 어떻게 되오?”


“지원 원년입니다만···.”


“지원···. 지원 원년이라. 그렇다면 1335년이란 말이지?”


백단은 자신의 뇌에 기를 집중해 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살렸다.


이내 그의 빈약한 역사 지식과 기초 상식들이 교차검증되며 빠르게 연호를 서력으로 변환했다.


‘앞으로 33년 뒤 원나라가 망한다. 24년 뒤에는 홍건적의 난이 일어난다.’


―――곧(?) 원말명초가 다가온다.


‘가까운(?) 미래. 혼돈의 시대가 온다!’


―――백단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나만의 나라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삶(역사)에 의미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눈에 불꽃 같은 야망이 피어올랐다.


북해빙궁의 모든 얼음과 눈마저 녹일 정도로 거센 불길이 말이다.


‘내 두 번째 삶의 의미가 여기 있었구나.’


백단이 허리춤에 달린 검을 바라봤다.


‘나는 무공 치트(?)가 있고, 역사의 지식마저 안다. 만약 내가 나라를 세우면 어디까지 클 수 있을까?’


그는 무공을 배워 환골탈태하면서 수명이 크게 늘었다. 기대되는 수명만 따져도 100살 이상.


운기조식만 잘하며 보양만 해도 거진 200살은 살 것이다.


즉, 그는 원말명초의 시기를 직접 겪으며 그 환란의 틈 사이에서 자신만의 나라를 건국할 수 있을 터.


이내 그의 머릿속에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온갖 처첩부터 시작해서 궁에 한가득 쌓여있는 금은보화.


지도에 칠해진 자신만의 나라의 색. 역사를 비틀어버릴 새로운 나라.


‘여자도, 돈도, 재물도, 권력도 원하는 데로 얻을 수 있다.’


그의 눈에 세계가 무채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에 눈에 비친 세계는 마치 새하얀 캔버스지처럼 보였다.


그 무엇으로든 칠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그림판처럼 말이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백단은 이춘에게 거듭 상체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춘은 계속 질문하다가 절로 깨달음을 얻은 듯 박장대소를 하다가 다시 감사를 표하는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당황하기만 했다.


그러나 백단은 그의 손을 꼬옥 붙잡고 격렬하게 흔들었다.


“혹시나 하고 또 한 번 질문합니다만, 혹 그대 아들 중에 이자춘이라는 아해가 있지 않습니까?”


“아니?! 백룡의 현신이 그걸 어찌 아십니까!”


“아하하! 역시!”


‘이 사람은 이자춘의 아비다! 이성계의 할아버지였다!’


세상에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백단은 이 기묘한 우연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장차 그대의 자손에, 손자 대에 큰 번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믿어도 좋습니다.”


백단은 확신이 가득 찬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 그렇습니까?”


이춘은 백단이 미친 건가? 생각했지만 일단 백룡의 현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던지라 그의 말이 일종의 예언이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였다.


사실, 흑룡을 쏴 죽인 상황에서 흑룡과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던 범상치 않은 인간이 자손에게 번영이 있으라는 덕담(?)을 해주었는데 그 누가 안 기쁠까 싶지만.


“네. 그대를 이리 빈손으로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쉽군요. 어디 뭐라도 줄 것이···.”


백단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유일하게 지상에 남아있는 흑룡의 오른 다리를 바라봤다.


서걱! 그는 검을 뽑아 들고 흑룡의 엄지를 단숨에 잘라냈다.


그리고 그 발톱을 뽑아 이춘에게 건넸다.


“이걸 가져가십시오.”


“아니?! 이 귀한 것을!?”


이춘은 용의 발톱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발톱을 잡았다.


“이 발톱은 천하의 명검 못지않으니 잘 제련하면 천하의 명검이 될 겁니다. 언젠가 그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이리 드립니다.”


“아아.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춘은 숫제 절까지 하며 그에게서 발톱을 받아서 들었다.


“아니! 백단 도령! 당신이 뭔데 이리 멋대로 흑룡의 발톱을 함부로 넘겨···.”


백단은 옆에서 쫑알대는 모용의 머리채를 붙잡아 그대로 땅에 거꾸로 집어처넣었다.


“분위기 망치지 마라. 버러지가.”


그가 싸늘하게 머리가 땅에 박힌 모용우를 향해 말하며 그의 등을 짓밟았다.


그리고 이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 이 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길가의 버러지나 다름없으니 그냥 못본 채 하시지요.”


“아···. 예···.”


이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연이 있으면 다시 만납시다.”


“떠나시는 겁니까?”


“예에. 떠나야지요.”


백단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이 아주 화창한 것이 그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


“저는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요.”


백단의 삶에 목표가 생겼다.


그를 위해선 아주, 아주 할 일이 많으리라.


-


“백단 오빠. 이렇게 가도 괜찮은 거야?”


희령이 흑룡의 발톱을 등에 멘 백단에게 물었다.


“저런 쓰레기라도 모용세가의 도련님인데, 버려두고 가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쓰레기는 신경도 쓰지 마라. 지도 절정 초입이면 알아서 잘 행동하겠지.”


백단은 등에 멘 흑룡의 발톱을 고쳐 매며 말했다.


“발톱을 다 빼가긴 했지만 그래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게 다리는 남겨뒀잖아?”


“그렇지만···.”


“걱정 마십시오. 희령. 그자의 운명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라가 희령의 걱정을 일축하며 말했다.


“그자의 생명선은 묘하게 길더군요. 아마 오래 장수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객사할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희령은 하라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이 됬다는 듯 어깨를 폈다.


그러나 하라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녀는 도리어 백단이 걱정된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게세르. 괜찮으십니까?”


“응? 나야 괜찮지. 혹시 상처를 얘기하는 거면 벌써 다 나았으니까 안심해도 돼.”


“아니, 그것이 아니라···. 아니, 아닙니다.”


하라는 조용히 입을 다물며 생각했다.


‘방금, 게세르를 휘감은 운기가 크게 변했다.’


백단이 크게 박장대소를 하며 웃을 때 천지의 기가 마치 그를 억누르려는 듯 옥죄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단의 속 안에서 무언가 크게 출렁인 순간 백단은 천지의 기마저 떨쳐내고 운기를 크게 비틀어버렸다.


‘게세르의 운명이 변했어.’


하라는 백단이 운명을 방금 운명을 바꿨다고 확신했다.


“얘들아. 나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백단은 그들을 불러 세우며 말했다.


“응? 인생의 목표? 오빠의 목표는 천하제일인이 아니었어?”


“방금 바뀌었다.”


희령의 물음에 백단이 답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하라가 물었다. 백단은 실실 웃으면서 그녀들을 보며 야망에 불타는 눈으로 말했다.


“나는 말이지.”


“왕이 될 거다.”


―――그것은 선언.


“에?”


“예?”


희령과 하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백단 오빠. 진심이야? 진심으로 왕이 될 거야?”


“게세르. 정말입니까? 정말로 왕이 되실 겁니까?”


“그래.”


백단은 굳건한 결의를 담아 그녀들에게 말했다.


“나는 왕이 된다.”


‘천하제일인? X까! 그 따위 것보다 왕이 되는 게 더 까리한 거 아니야!’


더이상 천하제일인은 백단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고작’ 무림 따위의 천하제일인으론 만족할 수 없다.


기왕 무협 세계에, 그가 아는 역사의 과거에 왔다면 폼 나게 왕이라도 해줘야 하는 게 국룰(?)이 아니겠는가!


‘이곳은 동아시아다. 이미 사람이 살만한 땅은 원, 고려, 일본이 다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과 동떨어져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필요해.’


그의 머릿속에서 세계지도 그려졌다. 이윽고 그는 동아시아에서 유이하게 나라가 없는 섬 중 하나를 떠올렸다.


“사할린···.”


‘나는 사할린에 나만의 국가를 건설한다.’


“나와 함께 하자. 얘들아.”


백단은 양손을 희령과 하라에게 뻗으며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천년영화千年榮華를 약속할게. 너희에게 믿기지 않는 권력과 부를 주마.”


희령은 그의 사랑스러운 여동생 같은 아이, 하라는 그의 나이 어린 소꿉친구.


그는 그 둘을 자신의 나라의 중책으로 세우고 싶었다.


나라의 중심인물로서 무한한 영광을 함께 누리고 싶었다.


“부디 나와 함께 해줄래?”


백단은 자각하지 못했으나, 그것은 제삼자가 들었으면 고백이라고 볼 수 있는 말이었다.


희령과 하라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더니 안절부절 못하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백단의 손을 잡았다.


“응. 백단···. 오빠.”


“알겠습니다. 게세르. 아니 백단.”


“그럼 가자.”


백단은 그녀들의 손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나만의 나라를 세우려면 준비할 게 아주 많아.”


그를 따라올 인재(인구)부터 시작해서 온갖 선진 문물과 가축, 종자부터 준비할 것이 아주 많다.


“무림으로 가자.”


-


그리고 5년이 지나―――


―――기도 전에 그는 목도했다.


1339년. 모월 모일.


백단은 소름이 끼치는 표정으로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전신에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흘렀다.


“호오?”


분홍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작은 신형이 그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대였구나.”


―――괴물이 말했다.


“4년 전, 여余의 흥미를 끈 것이.”


키득키득. 사람의 형체를 한 불가해不可解는 그렇게 등장했다.


-


같은 시각 이춘은 철공鐵工(대장장이)이 내민 검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 발톱이 워낙 단단해서 무려 4년이 걸렸습니다요.”


철공은 잔뜩 야윈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아니다. 잘했다. 아주 잘했어. 용의 발톱을 제련하다니 실로 대단하구나. 과연 동북면 최고의 철공이라 할만해! 여봐라! 이자에게 쌀 백섬과 비단 열필을 내려주거라!”


이춘은 철공을 치하하며 조심스러운 손길로 철공이 만든 검을 잡아보았다.


“크윽!”


그러자 그의 몸에서 급격하게 생기가 검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이고! 조심하십시오! 어르신! 재료가 보통 재료가 아닌지라 이 검이 아주 요도妖刀가 되었습니다요!”


“과연, 보통 검이 아니구나.”


숨을 헐떡이며 이춘이 다급하게 손을 떼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바라보았다. 고작 잠깐을 잡았을 뿐인데 그의 손에 주름이 가득했다. 생기가 가득 빨린 것이다.


“아무래도 요기妖氣를 억누르고 독기를 뺄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구나. 어딘가에 묻어두기라도 해야겠군.”


이춘은 두꺼운 가죽으로 검을 감싸며 집어 들었다.


“어르신. 근데 검 이름은 무엇으로 하실 생각입니까?”


“검···. 검의 이름이라···.”


가죽에 휘감긴 검을 바라보던 이춘은 이내 좋은 이름이 생각났다는 듯 번뜩이는 표정을 지었다.


“전어도傳御刀.”


그렇게 전어도의 전설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드디어 주인공이 무협 세계가 원래 세계의 역사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국가 건설기, 대체역사가 시작되겠군요.

물론 소개문대로 극강의 편의주의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전어도는 대체역사 흉내겸 넣어보았습니다.

전어도는 전설에 나오는 검인데 재료가 특별하면 좋잖아요?

나중에 조선과 접촉할 때 이득으로 작용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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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건국기 12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 24.09.03 41 1 20쪽
35 건국기 11화. 백단과 비녀羆女 24.09.03 38 1 14쪽
34 건국기 10화. 박달나무 아래 곰이 쓰러지다 24.09.03 41 1 12쪽
33 건국기 9화. 박달나무와 곰, 달과 호랑이(2) 24.09.02 42 1 11쪽
32 건국기 8화. 박달나무와 곰, 달과 호랑이 24.09.02 46 1 12쪽
31 건국기 7화. 키문카무이Kim-un-kamuy 24.09.01 51 1 22쪽
30 건국기 6화. 스톤펑크Stonepunk 24.09.01 54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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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건국기 4화. 또 하나의 문제가 나오고, +2 24.08.29 49 1 27쪽
27 건국기 3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24.08.29 54 1 17쪽
26 건국기 2화. 총체적 난국 24.08.29 68 0 19쪽
25 건국기 1화. 시작부터 망해버린 이세계, 아니 건국 생활 24.08.28 90 1 23쪽
24 프롤로그 완. 이주Migration +2 24.08.28 76 2 27쪽
23 프롤로그 1년. 그동안의 준비와 만남, 그리고 운명 24.08.27 72 2 31쪽
» 프롤로그 -5~-1년. 인생의 목표, 야망 24.08.26 71 1 18쪽
21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완) 24.08.26 67 1 24쪽
20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3) 24.08.23 72 1 20쪽
19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2) +2 24.08.22 71 2 22쪽
18 프롤로그 -5년. 백룡의 꿈, 흑룡의 꿈 24.08.21 70 1 12쪽
17 프롤로그 -5년. 무림 초출 24.08.21 72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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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프롤로그 -7년. 백단의 청 24.08.20 72 2 12쪽
14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완) +2 24.08.20 84 1 19쪽
13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2) +2 24.08.19 84 3 23쪽
12 프롤로그 -7년. 은호사냥 +2 24.08.19 89 3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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