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는 무대를 뒤집어 놓으시기로 작정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여의주두목
작품등록일 :
2024.08.15 11:18
최근연재일 :
2024.09.20 22:15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9
추천수 :
0
글자수 :
26,052

작성
24.08.30 22:15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2. 진정한 선물

DUMMY

"실력에 도움이 된다고?"

양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배드민턴 채는 당분간 잡아보지도 못한다매. 그런데, 실력에는 그게 좋아? 그게 어떻게 가능해?"

어느 순간, 양희는 반말로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화 내용에 집중하던 양희는 그 사실을 인지조차 못 했다.


"지금 제가 석주에게 시킬 게 라켓은 잡지 않더라도 나중에, 배드민턴에 도움 되는 걸 훈련시키는 거라서요."


"아. 네."

양희의 감상은 그것 뿐이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아까, 놀라서 말을 많이 하긴 했지만, 제 궁극적인 목표는 석주가 배드민턴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하게 하는 거예요."



"아, 그건 꼭 될겁니다."


"네, 꼭 그렇게 해 주세요. 정 안되면, 제가 딸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그만두게 할 겁니다. 부디, 제 손으로 그러진 않게 해줘요."


양희는 비정하게 얘기하고 돌아섰다.


---


"오늘은 각자 자신의 장래 희망에 대해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부담 가지지 말고, 5분 줄 테니 열심히 써서 발표해 봐요."

김도연 국어선생님은 명량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글짓기를 시켰다.


아이들은 정신없이 자신의 꿈으로 종이의 여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석주는 책상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몇 분 째, 텅 빈 부분만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녀는 꿈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 5분 끝났다. 누가 먼저 발표를 해볼까?"

이렇게 말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누가 발표할 지 마음속에 정해 두었다.


"자, 이준아, 너가 먼저 발표해 보자."

"네. 선생님."


그렇게 그는 발표를 시작했다.


"저는 커서 기계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로봇을 조립하고 분해하는 게, 저의 취미입니다. 그런데 커서도 이런 즐거움을 느끼려면 기계 공학자로서 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없지만, 나중에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기계공학자로서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마지막 말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휘이- 휘이-


몇몇 잘나가는 애들은 휘파람을 불면서, 더욱 더 뜨거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석주는 이준 쪽을 슬쩍 보았다. 문득 그에게서 알 수 없는 진지함이 느껴졌다.아무도 범접하지 못할 만한.


"그래, 선생님은 이준의 꿈을 응원한다. 다음 발표는 동석이가 해 볼까?"


김동석 학생 발표해 보세요.

"저는 앞으로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전 어렸을 때, 아빠가 맨날 푸념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 나도 공무원할걸. 아빠는 자영업자셨는데, 아이엠 뭐시기가 오면서, 망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맨날 하는 얘기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공무원은 안 짤린다는 것입니다. 저도 공무원을 해서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나이에 맞지 않게 숙연해졌다.


짝짝짝-


교실 어딘가에서 박수가 나왔다. 곧이어, 교실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네. 인생엔 여러 길이 있어요. 이런 목표를 가지는 경우도 있죠. 좋아요. 좋아요. 다음엔, 석주 학생이 발표해 보는 것으로 해요."


"저는 앞으로 갖고 싶은 직업이 없습니다. 지금은 그저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음.. 하고 싶은 게 없다니 안타깝네요. 인생에서 재미있는 걸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봐요."


그러고서는 몇 사람 더 시키다가 수업 종료 종이 울려서 마치게 되었다.



--


"아, 암울해."


급식을 먹으면서도, 석주는 푸념을 멈추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우울한데?"


"내가 배드민턴 수업 듣잖아. 그런데, 난 라켓 들고 뭐라도 해 보고 싶은데, 선생님이 그건 못 하게 하셔."


"배드민턴 수업인데, 라켓을 못 든다고?"


"응. 어제는 아루종일 풋워크 연습만 시키던데?"


"다른 애들도 그래?"


"아니. 나한테만."


"왜 너한테만 그래?"

"내가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 말 들을 때는 감격했는데, 막상 배드민턴 수업 하니까 그만두고 싶어져. 어떻게 배드민턴 수업인데, 라켓을 안 잡지? 진짜 선생님이 날 신경써주는 게 맞나?"


으음- 으으으읅


나연은 요상한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게 옛날 옛적 무예를 배우고 싶어 하던 사람이 있었거든. 그는 그 분야에 출중하다는 사람을 찾아가 그에게 스승이 되어 달라고 했어. 그랬는데, 그가 검술을 가르쳐주지는 않고, 맨날 도끼로 장작 패는 것만 시켜댔데. 칼은 한 번도 못 잡아보고"


으. 이런.


석주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마냥 몰입해서 들었다. 그 도끼만 잡아봤다는 사람이 자신이 된 것 마냥.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일 년이 지난 후부터 검술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데. 그런데, 도끼질 하던 게 의외로 검술에 연계가 많이 되서, 그 사람은 순식간에 무술 고수가 되었데."


"와 대박이네. 그 스승이라는 분이 혜안이 있었구나."

순간 석주는 말을 멈췄다.


혹시. 고선녀 선생님도 석주가 엄청난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큰그림이 아닐까.


"끼야아아."

석주는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나연이를 끌어안는다.


나연은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는 처음이야. 다음에 또 이야기 있으면 알려줘."


"알겠는데, 이것 좀 풀어줘. 어후, 답답해."

나연은 꽉 묶여져 있는 석주의 팔을 풀어낸다.


---


석주는 이번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배드민턴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선생님이 나에게만 재미없는 걸 시킨다가 아닌, 나에게만, 절대 고수가 되기 위한 걸 가르친다.


다른 애들이 짝 맞춰 배드민턴 게임을 즐기고 있을 때, 나 혼자만이 한쪽 구석에서 쌀 미(米)자 형태로 색칠된 바닥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이런 훈련쯤이야. 얼마든 견뎌낼 수 있어.


.....



30분 후.


견뎌내긴 개뿔.

재미 하나도 없고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머릿속에는 배드민턴은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다고 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석주는 천천히 선생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만두겠다고. 그 말만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배이준. 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녀와 같은 반인 데다가, 석주가 계속 눈독 들이고 있던 애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눈이 고정되어 있었던, 석주는 선녀 선생님이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나한테는 왜 온 거지? 이석주 학생?"


"선생님 수업이 너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당황한 석주는 아무 말이나 내뱉고는 자리로 갔다.


석주는 자리로 돌아가 쌀 미(米)자 바닥에서 하던 훈련을 계속했다.


평소와 같은 지루함이 아니라, 흥분과 설렘이 있는 기분으로.



"야, 너도 배드민턴 듣는 거야. 반갑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석주는 이준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물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투는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나도 배드민턴 한 번 배워보고 싶었어. 기계공학 하려면 스포츠를 열심히 하라고 아빠가 그래서."


"응?"


"사람 몸, 근육도 결국엔 기계랑 같아서, 다양한 종목에서 몸을 많이 써보면, 기계원리 금방 파악한다고 그랬거든. 아빠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기계공학자를 향한 꿈. 성공하길 바란다."


"응 고마워."

이준은 살살 웃는다.



이후의 석주의 배드민턴장 생활은 매우 즐거워졌다. 아무리 지루한 훈련이 있더라도 이준만 보고 있으면 행복해졌으니까.


---



"이준아, 너는 사랑하는 여자 생기면, 잘해주고 싶다고 했잖아. 넌 누구 사랑해본 적 있어?"


"아니, 없어. 그냥 어른들이 나중에 그런 거 생긴다고 하길래, 그렇게 되면 잘 해보고 싶어서."


"뭐야, 수업시간에 했던 말은 지금은 의미없는 말이네."


"그래서. 지금은 그래도 소중한 사람에게 잘 하려고 하고 있어."


"그 사람이 누군데?"


"우리 부모님이랑, 학교 친구들? 정도 인거 같아."


"그러면 그분들에게는 기계 만들어 줘?"


"아니. 그냥 매년 생일 선물 같은 거 주는 정도?"


-



그렇게 그와 헤어지고 난 뒤 석주는 그녀에게 중요한 것을 생각해보았다.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은 배이준, 그리고 배드민턴 선생님 정도 인거 같았다. 일단 이준이는 나중에 챙기고 선생님 챙겨줘야지 ^^


고선녀 선생님이 선물 받고 신나할 것을 생각하니까 , 저절로 어깨가 덩실거렸다.


그녀는 초콜릿을 사 들고 와서 선생님이 휴게 때 주로 있는 집무실을 찾아갔다.


"... ......... .... ... . .. .. .. ..."


무슨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전혀 못 알아들었다. 다만 이게 어머니가 낸 고함 소리라는 것을 알겠다.


가까이 가서 벽에 귀를 대 보았다.


"대체 왜 우리 아이가 당신 수업 듣고 나서는 즐거운 표정으로 오냐고요?"

진양희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고선녀는 이제처럼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선녀는 진양희가 아닌, 이석주를 생각했다. 그녀는 라켓을 쥘 수 조차 없는데도, 자신의 수업이 재미있어서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

풋워크만 시키는데도.


진짜로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귀엽다.


집안이 공부만 하든 어쩌든 간에, 석주만큼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게 해 주고 싶었다.


"석주, 무조건 배드민턴 시킬 겁니다. 석주가 원하는 만큼 수업을 제공해 줄 겁니다. 그 아이가 원한다면 무료로도 해 줄 의향 있어요?"



"무슨 소리예요? 내가 누군지 잊으셨어요?"

잊을 리가 있겠는가? 학교 재단의 가장 큰 손 진양희를 모르는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석주는 견딜 수 없어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마치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괴로워하던 그녀는 1층에 도달하자, 화단에 구토를 하고 만다. 막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간다. 그러다가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석주는 황급히 일어나 떠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이가 그녀를 붙잡는다.


"석주야, 무슨 일이야?"

그녀를 붙잡은 건 다름 아니라 이준이었다.


석주는 그를 보자마자 난데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준이 미처 대답할 사이도 없이.


넌, 대체 무슨 일이야?


석주는 그를 쳐다 보지도 못하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대체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엄마는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등등


그러다 눈을 떠 보았을 때, 아직도 이준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괜찮아졌어?"

그는 나를 바라보며,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다.


"너에게 소중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사람이야. 그리고, 나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그런 사람에게 넌 어떻게 할 거야?"


"그들에게 필요한 걸 해줘야지"



그 순간, 석주는 갑자기 자신이 고선녀 선생님에게 줄 선물은 하찮은 초콜릿 따위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아니라, 배드민턴을 그만둬서 이런 상황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메달리스트는 무대를 뒤집어 놓으시기로 작정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5. 동호회 적응중 입니다만 NEW 4시간 전 0 0 12쪽
4 4. 새로운 세계 24.09.13 1 0 11쪽
3 3. 진로 변경 24.09.06 4 0 11쪽
» 2. 진정한 선물 24.08.30 6 0 12쪽
1 1. 금메달리스트의 무대를 뒤엎는 발언 24.08.23 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