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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두목
작품등록일 :
2024.08.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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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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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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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로 변경

DUMMY

"고선녀선생님."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서 석주는 선생님을 향해 갔다.


선녀는 석주를 보자 표정이 밝아졌다.


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며 다짐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 아이는 내가 지킨다.


하지만, 바로 그 다짐에 김이 빠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선생님, 저 배드민턴 그만두고 싶어요."


"아니, 무슨 일 있는 거야? 너가 왜 그만 둬? 누가 너 괴롭히기라도 하는 거야?"


"아뇨. 제가 배드민턴이 안 맞는 거 같아서요."


"너 선택은 존중하지만, 넌 진짜 배드민턴에 재능이 있어. 아직 풋워크만 해서 재미를 못 느낀거 같은데, 내가 라켓 잡는 거 허용해줄 테니까, 한달만, 아니, 일주일만 있다가 가자."


"아뇨. 그래도 재미 없는 건 마찬가지일거 같아요.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꾸벅 고개를 숙이고 석주는 그 자리를 떠났다.


----


다음 날.


국어 수업이 끝났다.

영어 수업도 끝났다.


여러 수업이 지나가는 데도, 석주에게는 감흥이 없었다. 석주에게 안타까운 건, 배드민턴 뿐. 그리고 고선녀 선생님.


"야, 오늘은 어디 갈래?"


"수업 끝나곤 당연히 떡볶이 집이지. 그런데, 너 배드민턴 하러 안 가?"


"응? 나 그게 그만뒀어."


"그만둬? 왜?"


"나연아. 너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있어?"


"그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나한텐 그게 고선녀 선생님이야. 그런데, 내가 수업을 들으면 선생님이 불행해져."


"흠.... 연결이 안 되는데. 매칭이 전혀 안되."


"내가 말이야. 우연히. 문 뒤에서 엄마랑 고선녀 선생님이랑 말하는 걸 들었어."


"그래. 대체 무슨 말이 오갔길래?"


"엄마가 선생님에게 세게 얘기했어. 어떻게든 내가 배드민턴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래서. 내가 배드민턴을 관둬야 선생님이 힘들어지지 않을 거 같아."


훔, 나연의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


"이봐. 잘 들어. 고선녀 선생님이 너에게 뭘 원할 거 같아? 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너를 고작 학부모 민원 때문에,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좋아할 거 같아?"


"아니."


"그럼 너는? 정말 배드민턴 관두고 싶어?"


"아니."


"그럼 뭐가 좋은 선택일까?"


"!!"


--


마음을 고쳐먹은 석주가, 배드민턴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고, 성실히 다니는 동안 석주의 오빠 석봉은 변호사로써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무려, 그 이름높다는 김앤창에.


첫 출근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근하는 이석봉.


"신입 왔네. 오전 모임하자."

김상률 대표는 새로온 이석봉을 위해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 신입 변호사 들어왔다.

다들 신입변호사님에게 일 같은 거 잘 알려주고. 신입 변호사님은 이름이 어떻게 되지?"

김상률 대표는 신입을 예뻐했다.


"이석봉 변호사입니다."


"이석봉 변호사. 이름 좋네. 잠깐만.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한석봉과 같은 이름이구나. 일 잘하겠네."


"감사합니다."


"여기 옆에 있는 분들이 다 너 선배고, 일 잘하시는 분들이야. 착실하게 배우고, 익히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김상률 변호사는 파릇파릇한 후배에게 종언을 마쳤고, 사담이 이어졌다.


선배들은 신입 이석봉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고, 이것저것 물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석봉은 뿌듯했다.


--


근무 3일차.


정신없이 문서 정리를 하던 석봉은 문득 시계를 보았다. 오후 10시가 되었지만 선배들은 아무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띠리링-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석봉아, 지금 일하고 있어?"


"네. 아직 사무실이예요."


"그래, 신입 때는 열심히 일 배워야지."


석봉은 잠깐 생각하다 엄마에게 묻고 싶었던 걸 물어봤다.


"엄마, 난 언제 쉴 수 있어?"


"응? 무슨 말이야? 아직 넌 신입이야. 일을 배워야 한다고."


"엄마, 예전에 엄마는 내가 공부할 때, 놀고 싶으면, 변호사 되고 나서 놀라고 했어. 그래서 됐잖아. 보란 듯이 김앤창에도 들어갔잖아. 내가 왜 못 쉬고 이래야 되는데?"


엄마는 푹 한숨을 쉰다.

"헤이, 아들. 잘 들어. 인생은 전쟁터야. 쉬고 싶어? 남들은 변호사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한 번 쉬기 시작하면, 계속 쉬게 되고 결국 경쟁력 떨어져서 도태되. 그러고 싶어?"


"그런 건 아니지만, 언제까지 이래야 되?"


"아들!! 정신 차려. 너의 그런 나약한 마음이 결국엔 널 바닥으로 끌어당기게 될거야. 그러고 싶지 않으면 내 말 듣고 일이나 열심히 해."

엄마는 빽 소리를 질렀다.


"알겠습니다."

기계적으로 대답한 그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개의치 않고.


그는 담배를 꺼내든다. 그리고 입에 가져다 댄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별들이 쏟아지듯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곳은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인다. 그가 있는 사무실과는 반대로.


그가 피고 있던 담배는 타들어간다. 그와 함께, 그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그의 인생이 여기서 낭비되고 있는 것만 같다.


--


석주가 배드민턴 시작한 지 세 달 후.


석주는 계속 배드민턴 수업을 들으면서, 라켓을 잡아 보진 않았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상당히 많이 연습이 되었다.


"석주야. 오늘부터는 이제..."


석주는 고선녀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실지 예상이 갔다. 그레서 떨렸다.


"라켓을 잡아보자."


선녀는 석주에게 배드민턴 채 하나를 건넸다.

흔하디 흔한 배드민턴 채였지만, 석주에게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물건은 없었다.


"선생님. 완죤 최고예요. 고선녀 쌤. 킹왕짱짱맨. 알라뷰."


석주는 어느 나라 말일지 알 수 없는 말을 해가며, 이 순간의 감격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오바 그만하고 이제 라켓 잡았으니, 배드민턴 연습 열심히 해."

선생님은 무뚝뚝하게 얘기했다.


그렇게 라켓을 잡은 석주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서브를 알려 줄 거야. 서브는 포핸드 서브와 백핸드 서브가 있는데...."

선생님은 석주를 포함한 수강생들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었다. 셔틀콕 잡는 법부터 자세, 시선처리까지 상세히.


"자, 서브 연습은 리시버랑 같이 하는 게 효과적이예요. 둘씩 짝지어서 같이 해 봐요."


석주는 채윤범 학생과 같이 하게 되었다.


네트로 향하는 길.


"야, 너 맨날 배드민턴은 안 하고 저쪽에서 이상한 짓만 하고 있더니, 이젠 좀 칠 만하냐?"


시비조로 쏘아대던 윤범은 네트에 도착해서도 궁시렁대면서 같이 연습했다.


"야, 똑바로 안 줘? 눈은 뜨고 치는 거 맞아?"


"언제까지 이따위로 줄 거야?"


석주의 이어지는 실수에, 윤범이 거칠게 얘기했다.


석주는 볼 감각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오랫동안 라켓을 안 잡았으니까.



"미안. 실수였어. 다시 줄게."


"한 번에 좀 제대로 달라고. 혼자 딴 거 하더니, 나 못해요 하고 시비거는 거야 뭐야?"

윤범은 엄청 신경질적으로 비꼬았다.


석주가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쯤 호루라기가 울렸다.


"10분 지났으니까, 팀 바꿔서 해."


석주는 짐 하나를 넘긴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주예라고 해요."


"전 이석주예요."


"반가워요."


그렇게 그들은 서로 서브를 주고받았다.


"죄송해요. 계속 안 되네요."

"괜찮아요. 다음엔 잘 치면 되죠."

이전처럼 석주는 계속 실수를 연발했지만, 주예는 기분나빠하지 않고, 석주를 격려해주었다.

그러다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 혹시 수업 끝나고 5분만 저 좀 개인레슨 더 해주면 안 되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어차피 레슨 해줄 거지만, 선녀는 괜시리 캐물어봤다.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해주세요? 네?"

석주는 선생님에게 팔짱을 끼며, 고집을 피웠다.


"으음.. 그래."


그렇게 석주는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잠깐씩 개인 레슨을 꾸준히 받았다.


5분이라던 개인 레슨은, 점차 10분. 20분. 계속 늘어났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석주의 실력이 몰라보게 늘어나게 되었다. 기술 영역별로 봐도, 서브는 물론이고, 푸시, 드라이브 등 각종 기술에 대해연마한 팔방미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들 많이 연습 했으니, 오늘은 개인전으로 시합을 해볼게. 우승한 사람은 상품권 하나 받아갈 수 있어."


선녀 선생님은 툭 치듯 가볍게 얘기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네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시합을 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


시합은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총 32강.


석주는 가볍게 3승을 거둔다.


그리고 만난 준결승 상대. 채윤범과 마주본다.


"못 하는 거 같던데, 운 좋게 오래 버텼네."

윤범은 그녀에게 거칠게 말했다.


하지만, 윤범의 거만한 태도는 석주와 공을 몇 번 주고받자, 금방 수그러들었다.


"아니, 얘 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이러는 거야? 뭐 잘못된 거 아냐?"


너무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어가며 경기를 하던 윤범은 헛소리를 했다.


"야, 이건 아웃 아냐? 왜 인이라는 거야?"

"아니, 이건 내 득점이라고."


그리고 계속 자기 점수라고 우기기까지.

결국 고선녀 선생님이 심판을 봐주면서, 진정되긴 했지만, 윤범의 실점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석주의 승리했고, 결승에 올라갔다.


결승전 상대는 성주예였다.


그녀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가 스코어가 11-13까지 갔다. 15점 내기 시합인데, 석주가 11점이라 많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성주예와 맞붙었다. 오랫동안 경기를 치른 성주예는 먼저 체력이 빠진, 주예는 눈에 보일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걸 캐치한 석주는 양 사이드로 번갈아가며 하이 클리어로 공을 주면서 주예를 체력적, 정신적으로 지치게 했다.


힘이 빠진 주예는 계속 실책을 범하게 되고, 석주는 4연속 득점으로 15-13을 만들었다.


"자, 오늘 우승자는 이석주야."

석주의 손엔, 선녀가 전해준 상품권이 쥐어졌다.


석주는 상품권을 힘껏들어 흔들었다. 윤범을 제외한 학생들은 모두 석주에게 박수를 쳐 주었다.


특히 주예가 제일 크게.


--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석주야,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아?"

엄마의 어두운 목소리.


"뭔데요?"


"너가 배드민턴 시작한 지 반년 되는 날이야."


".."


"그래서 엄마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지금이라도 배드민턴 관두고 공부에 올인하는 게 맞을 거 같은데..."


"아뇨. 전 계속 하는 게 나을..."


"뭔 소리야? 당장 그만둬!!!"

엄마는 사자후를 질렀다.


"내가 그래도 마음 약해져서 좀 봐줬더니, 계속 놀겠다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때였다. 내가 엄마에게 큰 소리로 항의한 게.


"아뇨. 전 배드민턴 계속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엄마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말을 했다.


"취미로서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가 되겠습니다."


사자직업 아니면 취급도 안해주는 우리 집.


내가 방금 한 말은 핵폭탄과도 같을 것이다.


"너, 어떻게..."


띠리링-


절묘한 타이밍에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와 엄마는 말을 멈추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발신자는 김앤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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