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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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5 12:39
최근연재일 :
2024.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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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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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Rose in Real Life

DUMMY

로잘린 테오도어 – 그것이 그녀의 진짜 이름이었다.


“맞아, 그치, 그녀는 배우였지. 왜 생각을 못했을까?”


젠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드림위버에서의 공간에서는 현실과는 약간 비틀어져 가리워졌던 부분이 있었다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젠의 경우, 로즈의 눈을 마주친 순간이 매개체가 되어 가리워진 부분이 걷히고 꿈의 대상자인 로즈를 알아볼 수 있게 되면서 꿈이 현실과 이어질 수 있게 되었지만, 젠이 이곳을 오지 않았더라면, 무심코 로즈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 않았더라면 매개체가 연결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또한, 젠은 드림위버에서의 시간이 현실과 동일하게 흐르지 않았었다는 사실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젠의 기억에 로즈를 만났던 꿈의 시간은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후를 오가며 이어졌고 다만 그 기간동안 로즈와의 연결만이 남아있었다. 드림위버는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는 없지만, 개입이 필요한 곳으로 드림워커들을 이끌어주었다.


젠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눈으로 그녀를 쫓다가 천천히 그녀를 따라갔다. 카페로 들어간 그녀는 자주오는 곳인지, 점원과 밝게 인사하고, ‘항상 시키던 메뉴’를 주문했다. 구석에 앉은 그녀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젠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페로 뒤따라 들어오던 어떤 사람이 실수로 멈춰선 젠을 칠 뻔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실례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메뉴를 살펴보던 젠은 카페 아메리카노와 신문을 계산하고 로즈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신문을 펴 들었다. 그녀는 우유를 살짝 올린 하우스 커피와 스콘을 시킨 것 같았다. 느긋하게 밖을 바라보며 한입씩 먹을 때 마다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젠은 ‘다행이다, 잘 지내는 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 젠은 마음에 안정감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젠은 자주 이 카페를 찾았다. 로즈는 정확한 시간을 두고 들리지는 않았지만 2-4시 사이에 드문드문 카페를 들렀다. 자주 마주치자 안면이 생겼고, 한 두마디 말을 주고받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그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젠은 그녀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었고, 천천히 둘은 가까워져 갔다.


“그 때, ‘천일의 밤’이라는 영화에서 로즈가 맡았던 역할이 나는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해. 물론 작품이 좋았지만, 네가 해석한 그 캐릭터에는 뭔가 다른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정말 내 옆에도 있을 법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요소들이 많이 부각되었다고 느꼈어.”


“어머,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 포인트를 짚어서 이야기 해준 사람은 정말 몇 없었는데. 내가 많이 애정을 갖고 연구했던 캐릭터기도 하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많은 상처들을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싶은 마음이 있었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배신을 당했던 이야기도 하고, 젠이 꿈을 통해서 함께 했거나 다 알지 못해도 대충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로즈와 함께 이야기 하면서, 그 당시에 로즈에게 전하지 못했던, 해 주고 싶었던 많은 위로를 전하고 그 시간을 이겨내 온 것을 축하해주었다.


“젠이랑은 말이 정말 잘 통하는 것 같아.” 한참을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돌아가는 길에, 로즈가 말했다.


“로즈의 팬인 세월이 긴 만큼 내가 로즈에 대해 모르는 게 없기 때문이지!” 젠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로즈를 알게 된 것은 현실에서는 2년 남짓일지 몰라도, 로즈의 어린시절부터 데뷔하고 나서까지 응원해 온 시기를 따져보면, 여느 데뷔 때 부터의 팬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 긴 시간 동안을 응원해 온 셈이다.


“ㅎㅎ 그런거 말고라도,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유머코드도 맞고, 취미나 생활패턴도 비슷하고, 오래 안 내 친구도 너 만큼은 아니거든. 뭐랄까, 내 생각이 모두 이해받는 것 같아, 내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처럼. 그래서 남들에게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네게는 쉽게 하게 되, 고마워.“ 로즈가 다시 진지하게 눈을 맞춰오며 말했다.


“도움이 되었다니 좋네, 어서 들어가.” 쑥스러워진 젠이 얼버무리며 인사하고 뒤돌아 걸었다.


로즈를 눈 앞에서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아직도 가끔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반면, 로즈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젠은 계속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마음에 부담감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계속 가까워져도 되는 걸까? 나중에 로즈가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은 없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실망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고민이 생겼지만, 그러나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료 드림워커들은 모두 놀랐을 뿐 아니라, 걱정했다.


“꿈의 주체나 대상자와 실제적 만남을 이어갔다는 기록은 없어, 그치만 신기한 일이네, 어떻게 그렇게 단 번에 알아봤지?” 미노가 말했다.


“보통은 꿈 대상자에 대해 이렇게 오래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긴 하지, 이름도 바뀌었고, 약간 생김새도 살짝 다른 느낌이라며? 토마스, 너도 그 꿈에 관찰자로 같이 들어갔었잖아, 듣고나니 그런 것 같아?” 엘라라가 물었다.


“사실 설명을 듣고 나니 그런 것 같은데, 지나친다고 해서 그렇게 연관지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젠이 그렇게 알아볼 수 있었던 기억력이 신기하긴 해. 다시 말하지만 조심해 젠, 드림워커가 아닌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금지야.” 토마스가 강조했다.


처음에는 젠도 위험할까 싶어서 거리를 두려고 생각도 했고, 카페로의 발걸음을 멈춰보기도 했다. 그러나 젠은 점차 로즈에게 끌리는 감정을 부정할 수 없었다. 좋아한다 고백을 하고 싶어도,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없는 지금은 젠이 감정의 선을 지키도록 만들었다.


“요즘 잠이 많아 진 것 같아.” 어느날 카페에 평소보다 늦게 나타난 로즈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피곤했나보다.” 젠이 미소지으며 대꾸했다.


“평소와 별 다를 건 없었는데, 똑같은 꿈을 꿔.” 로즈가 계속해서 말했다.


“··· 무슨 말이야?” 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한 남자의 이야기인 것 같아.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로즈의 증상은 젠이 드림워커가 되기 전의 증상과 동일했다.


젠은 동료들에게 이를 털어 놓았고, 키라는 명단에 로즈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우선 며칠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어쩌면 잘 된 일일 것이라고, 조금은 솔직하게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을 고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로즈가 완전히 실망해서 관계가 어그러지면 어쩌나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다.



“키라한테 얘기 들었어, 로즈가 능력을 발현한 것 같다고?”


오랫만에 본 미노는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며 젠에게 다가와 말했다. 동남아 지역을 여행했다던 미노는 그 여파로 피부가 보기 좋을 정도로 타 있었고, 운동도 꾸준히 했는지 벌크업이 되어 있었다.


“응, 로즈는 평소에 꿈을 잘 안 꾸던 편인데, 요즘은 그렇게 많이 꾼다고 하더라고.” 젠이 대답했다.


“드림위버의 능력은 전이되게 마련이니까” 미노가 대수롭지 않은 듯, 그렇지만, 젠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나는 너로 인해 능력을 갖게 된 건가 그럼?” 젠이 물었다.


“··· 너는··· 유전이지, 아주 훌륭한 드림위버 부부의 아들이니까.” 미노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젠은 미노를 바라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젠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고개를 돌려 대꾸했다. 젠은 누구에게도 부모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선교사인 이모네 가정에 입양되어 다른 나라에서 자랐다. 대학을 자란 곳에서 멀리 떨어져 오게 된 것도 부모님과 어릴 적 살았던 추억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모님이 남겨 주신 집으로 이사를 왔고, 그 집에는 아직도 어릴 적 자신의 키를 재던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젠은 부모님의 사고를 눈 앞에서 목격했고, 그 당시에는 기억을 잃고, 한참 실어증에 걸렸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이모와 이모부를 엄마, 아빠로 부르기 시작한 젠은 10학년 무렵, 꿈을 통해 그 기억을 찾았고,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미노가 언급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곳의 룰이야,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성인이 되기까지 드림워커에 대한 이야기는 알리지 않는 것,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 스스로가 원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드림워커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게 인도 하는 것.” 미노는 덤덤히 이야기 했다.


“내 부모님을 알아? 어떻게?” 젠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음, 그건 좀 더 나중에. 한 번 생각해봐, 내가 누구였는지, 어쩌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지. 그리고 로즈는, 네가 데려와, 키라에게 얘기해 둘게. 모든 걸 다 설명하려고 할 필요 없어, 그건 엘라라가 잘하니까, 알지? 곧 또 보자.” 혼란스러워하는 젠을 미노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의문을 남겨놓고 일어난 그는 윙크를 하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는 잰 걸음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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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9 The Broken Dream (1) NEW 7시간 전 0 0 9쪽
8 1-8 Noise in the Dreamweaver 24.09.20 2 0 11쪽
» 1-7 Rose in Real Life 24.09.15 4 0 10쪽
6 1-6 Emotion Flooding 24.09.10 5 1 10쪽
5 1-5 Meeting Rose 24.09.05 7 0 13쪽
4 1-4 Worlds Connected to the Dreamweaver 24.08.30 10 1 11쪽
3 1-3 The Dreamweaver 24.08.25 12 0 11쪽
2 1-2 Connector, Observer, Administrator 24.08.20 11 0 12쪽
1 1-1 Awakening 24.08.15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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