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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5 12:39
최근연재일 :
2024.09.22 06: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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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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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 Awakening

DUMMY

온통 하얀 방에 햇빛이 비치고, 빛을 따라 남자의 속눈썹이 보인다. 그의 얼굴은 살짝 찡그려지는가 싶다가,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천천히 깜박이기 시작한다.


‘가끔 나는 꿈에 갇힌 채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같이 선명한 꿈을 꾸어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는 더욱 그렇다.


꿈은 내게 많은 이들의 비밀을 보여주며,

그들의 깊은 내면을 느끼게 해주고는


어느덧 나와 눈을 마주쳐 오고,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손을 뻗어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침투해온다.


꿈속에서 나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한참을 휘둘리다가 깨어나서는

그 감정의 여운에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곤 한다’


남자가 눈을 들어보니 하얀 방에 달려있는 하얀색 커튼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그 뒤로 그림자가 비치는 것이 보인다. 그림자는 여자무용수, 정장을 입은 남성, 개구장이 같은 소년의 모습을 비추고는 마지막에 손을 뻗으며 사라진다.

1-1 Awakening.png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흠칫 닦아내고 누워서 손으로 얼굴을 감싼 후, 지긋이 누른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마사지를 해주고 꿈에서 현실로 천천히 복귀해 본다. 일어나서 면도를 하고, 세수하다가 거울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세면대에서 대충 머리를 같이 감아버리고는 시간을 보니 아 늦었다, 빨리 나가야 한다. 오늘이 몇일이더라, 무슨 수업이 있더라 달력을 확인하던 그는 가방에 책을 챙겨 넣고, 학교로 향한다.


9월 새학기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막 수업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서는 주간이었다. 가을이 오려나 싶었는데 아직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의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몸이 녹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에 집으로 다시 가버릴까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지하철 계단을 올라오는데, 바로 앞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가 보인다. 마음에 갈등이 일지만, 이렇게 지나치고 나면 계속 불편한 마음이 들겠지 싶어 핸드폰을 넣고, 가방을 고쳐 메고, 할머니에게로 향한다.


“도와드릴까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계단 끝까지 짐을 들어드리고 묵묵히 학교로 향한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니 에어컨 바람이 열기를 가라앉혀 준다.


“음-음-음흠흠, 음음 흠 흠흠흐음- “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다가 강의실에 도착한 젠은 노트를 꺼냈다. 언젠가부터 귀에 맴도는 이 반복되는 멜로디를 적어두고 싶어 빈 페이지를 펼쳤다.


“어둠 속에서, 새벽이 밝아오네,

붉은 빛이 온 세상을 하얗게···”


남자는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꾸는 편이었고 가족들도 비슷한 빈도로 꿈을 꾸는 편 이어서 자신이 특이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어렸을 때는 꿈 얘기를 하면 친구들이 재밌다고 좋아해 줘서 세상 제일의 이야기 꾼이 된 것 마냥 좋았던 적도 있었는데, 조금 크면서는 현실성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몽상가, 괴짜 같다는 말을 몇 번 듣고 나서는 조용히 혼자 생각하고 나만의 이야기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는 것을 터득했다.


언젠가 우연히 고대 서적을 접하다가 장자라는 위인이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것을 보고 흥미롭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제물론’에 언급된 ‘호접지몽’에서 장자는 나비로 변한 꿈을 꾸었다 깨면서 본인이 나비였는지 장자였는지 혼란스러워 했는데, 남자도 이러한 경험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세상에는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꿈은 꽤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드라마에서 한창 재미있는 일이 펼쳐지나 싶더니 알고 보니 꿈이었거나, 데자뷰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시간이 다시 되돌아가는 듯한 스토리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다들 말하지는 않아도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고, 나는 그런 경험이 조금 잦을 뿐이라고 남자는 생각하고 살아왔다.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수업이 오늘따라 굉장히 지루하다. 집중도 안되는 것 같고··· 고개를 돌려보니 친구 미노가 저 뒤에 앉아있는 게 보인다. 눈인사를 하고는 앞을 쳐다봤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보니 수업은 끝나 있고, 미노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 게 보인다.


“젠, 너 오늘 수업에서 엄청 졸더라, ㅋㅋ 맥 교수님이 너 엄청 쳐다본 거 알아? 근데 넌 괜찮은 거야?”


“아 어제 또 꿈을 꾸어서··· 잠을 좀 설쳤어.”


“음··· 너 요즘 꿈을 자주 꿔···?”


“꿈을 잘 꾸는 편이긴 한데··· 요즘 들어 좀 뭔가 꿈이 구체적이 되어 가는 것 같기는 해···”


“...? 어떻게 구체적인데? 말해봐.”


“... 이상하다고 생각할 걸···”


“... 몰랐냐? 너 원래 이상해.”


“... 맞는 말이긴 한데··· 확 그냥!” 젠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미노를 째려보며 앞에 있는 책을 던질까, 고민하다가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요즘 잠을 자면, 한 사람의 인생을 꿈으로 꿔. 언젠가는 하루, 한 달, 때로는 몇 년을 그곳에서 묵고 돌아온 느낌이 들어. 일어나서 보면 나는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시간 감각도 없을 때도 있고, 내가 정말 그 세계로 가서 살다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을 내가 진짜 겪은 것 같이 마음이 동화되어서··· 일어나고 나면 한참 동안 감정을 다스리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한다니까. 정말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지? 정확히 이렇게 된 게 어느 시점부터야?”


“예전에도 꿈을 많이 꾸기는 했는데, 한 사람의 한 장면씩이 잠시 등장하다가 말았다면, 요즘은 한 인물의 전 인생의 모습이 이렇게 오래도록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달라. 이렇게 된 거는··· 어디 보자··· 지난달에 우리끼리 파티하던 날 밤이었던 것 같으니까··· 한 달 반쯤 되었어.”


“... 음··· 그렇구나 오래되었네···? 왜 그동안 한번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딱히 특별하다고 생각을 안 하기도 했고, 꿈이 재미있으니까 사실 기다려지기도 했고, 문제가 될 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 원래 꿈 얘기하는 거 안 좋아하잖아. 근데 이제는 내 생활에 뭔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거지.”


“사실, 네가 만나봤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 오늘 저녁에 혹시 시간 돼?” 미노가 좀 망설이다가 말했다.


“음? 누군데?”


“왜 그때 파티에서 만났던 엘라라 기억나? 내가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좀 알거든, 엘라라가 그중 하나거든.”


8월 초, 미노는 동네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한다며 젠을 초대했었다. 방학이고, 딱히 일정이 없었던 젠은 잠시 들러서 놀다 갔는데, 엘라라는 거기서 카드 게임을 잘하던 눈에 띄는 친구였다. 나름 카드 게임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던 젠이지만, 엘라라는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달라 보여서 한참 동안 게임이 무르익어가는 것을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면, 미노는 의외로 발이 넓은 친구다. 파티한다고 모을 수 있는 친구들이 집 한가득 매울 수 있다면, 젠의 기준에서 미노는 인싸 그룹에 들어간다.


젠은 고등학교 때 운동을 좀 하다가, 갑자기 노선을 바꾸어 집에서는 멀리 떨어진 지금, 이 대학으로 오게 되었는데, 낯 가리는 젠에게 대학 오리엔테이션이 여간 불편한 자리가 아니었다. 빨리 집에 갈 기회만 보고 있던 젠이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다가와서 말을 걸어줬던 것도 미노였고, 미노 특유의 친화력이 둘이 친구가 된 계기의 팔 할은 되었던 것 같다.


“뭐라고? 이 이야기를 처음 본 사람에게 하라고? 나 낯가리는 거 알잖아.”


“아니 들어봐, 이건 이상한 게 아니야. 생각보다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꽤 많아. 믿어봐, 네게 도움이 될 거야. 7시, 우리 집으로 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있다고? 꽤 많다고?”


“그래, 어떻게 보면 능력이거든 그것도, 와서 얘기를 들어봐, 네게 꼭 필요한 얘기일 거야.”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 나는 말주변도 없고, 좀 그런데···”


“네 얘기를 하기 어려우면 일단 들어봐,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어땠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낯선 사람을 만나서 몇 년 동안 피해 왔던 꿈 얘기를 하는 건 정말 내키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많다는 건 좀 솔깃하다. 속는 셈 치고 가봐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냥 가서 좀 듣고 와도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최근 증상으로 인해 아침에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감정이 더 풍부해지는 경험은 좀 조절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이번 2학년 1학기는 장학금도 좀 필요하고, 개인적으로 중요한 학기이기도 해서 망하면 안 되기도 하고··· 뭐 대학 때문에 이 지역에 이사 와서 아직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좀 두루두루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너도 같이 가는 거지?” 생각을 마친 젠이 슬쩍 긍정의 의사를 보이자, “물론” 씩 웃으며 대답하는 미노의 모습이 왠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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