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계약으로 방송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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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
작품등록일 :
2024.08.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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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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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시와 합방하다 (2)

DUMMY

저녁 11시.

민준은 럭시의 너튜브에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했다.

요정이 말했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너튜브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채널을 알고리즘에 많이 노출해줍니다. 따라서 합방의 영향으로 구독자가 백 명 가까이 늘어난 지금, 새로 올라갈 영상은 반드시 알고리즘에 노출될 겁니다.】


민준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널은 점점 죽어갈 수밖에 없어.’


꾸준히 유입을 모아야 한다.

그렇기에 민준은 사력을 다해 이번 영상을 제작했다.

럭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이 영상을 보고 나면 럭시의 팬이 되게끔.


‘내수는 최대한 뺀다. 누가 봐도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해.’


가장 보편적으로.

또한, 가장 자극적으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원리는 간단했다.

우선 영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용자들에게 일차적으로 영상을 노출한다. 이번 영상의 경우엔 여자 BJ를 주로 보는 이들과 배틀워를 좋아하는 이들이 그 대상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기준에 의거해 영상을 판단한다.

몇 퍼센트의 인원이 영상을 클릭하는지, 그들의 평균 시청 시간은 어떤지, 댓글과 좋아요 개수는 어느 정도인지, 구독을 누르는 비율은 어떤지, 해당 너튜브의 다른 영상을 이어서 시청하는지······.


그리고 영상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노출 범위를 늘린다.

이전엔 여자 BJ와 배틀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만 노출했다면 이제는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폭넓게 뿌리는 것이었다.

거기서 또다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더 넓은 범위로 가는 거지.’


별거 아닌 영상이 대뜸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렇기에 민준은 최대한 대중적으로 영상을 편집했다.

럭시가 누군지, 배틀워는 어떤 게임인지, 트리카는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결과는······.


-조회수 27,131회, 9시간 전.


역대급 떡상이었다.


* * *


[흑, 흐흑······.]


민준은 헤드셋을 쓴 채 가만히 럭시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벌써 5분째였다.

럭시는 민준이 온라인에 접속하자 바로 디스코드로 전화를 걸어오더니, 민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너튜브······ 시작한 지 1년 넘었는데······ 훌쩍, 손해만 2천만 원 넘게 보고 아무런 성과도, 훌쩍, 없어서······.]


요약하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민준이 오자마자 바로 떡상해서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거의 눈물 반 이야기 반이라 해석하는 데 한참 걸렸다.


[앞으로도 저희 열심히 해봐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하지만 민준은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럭시의 진심이 민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뜨겁게 올라오는 감정.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건 이렇게나 뿌듯한 것이었구나.’


거의 30분간의 통화를 끝마친 민준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


하꼬 대잔치까지 4주도 남지 않았다.

여전히 1순위 목표는 민준 자신의 떡상이었지만, 럭시를 돋보이게 하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했다.

고작 조회수 3만 가까이 나온 걸로 저렇게 우는데, 실버 버튼(구독자 10만 명)을 받게 되면 얼마나 기뻐할까.


‘게다가 럭시 님의 구독자가 빨리 늘어야 나도 독립하기 편해져.’


하꼬 대잔치를 끝낸 뒤엔 본격적으로 자신의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럭시의 편집자도 새로 구해야 할 터.

럭튜브의 구독자가 많아진다면 이 역시 한결 수월해질 터였다.


‘나는 일주일에 한 개 정도만 편집해주고 메인 편집은 새로운 사람에게 맡기는 거지.’


그런 이유로, 반드시 하꼬 대잔치 때 럭시를 떡상시켜야 했다.

그때 요정이 말했다.


【참고로 통화 내용은 전부 녹음했습니다.】

‘네?’


민준이 얼른 알트탭을 눌러 확인했다.

정말로 화면 한편에 OBS 프로그램이 띄워져 있었다.


【너튜버의 진심만큼 강력한 아이템은 없죠. 이 부분도 잘 편집하면 나중에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으시네요.’


민준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만, 진짜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럭튜브가 알고리즘의 시험대에 오른 지금,

다음에 올릴 영상의 주제가 정해졌다.


* * *


럭시는 보통 하루 4~5시간씩 방송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외의 시간을 탱자탱자 노는 것은 아니었다.

너튜브에서 오는 손실을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었고, 썸네일러에게 썸네일도 컨펌해줘야 했다.

편집자 회의도 그 일환이었다.


[핫클립이요?]


오후 두 시.

민준과 디스코드로 회의 중이던 럭시가 놀란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4일 뒤면 목소리 변조 풀어야 하잖아요. 그 전까지 기존 영상들을 다 소진해야죠.”


기껏 럭시 2.0이 출범했는데 막상 너튜브에는 기존 목소리의 영상들이 올라오면 임팩트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스피릿 님이 너무 고생하시는 것 아닐지······.]

“중요할 때니까요.”

[스피릿 님······!]

“그건 그렇고.”


민준은 메일함을 열었다.

‘제인’에게서 새로운 메일이 와 있었다.


“제인 님한테 티저 영상 왔던데, 확인해보셨어요?”

[아, 오자마자 확인해봤어요. 저는 딱히 피드백할 게 없더라고요.]

“저도요. 딱 요청한 대로 왔으니, 그냥 그대로 쓰면 될 것 같아요.”


처음 민준에게 계획(매일 하나씩 티저 공개)을 들었을 때, 럭시는 아는 3D 작업자가 있다고 했다.

그가 바로 제인이었다.

한편 럭시가 제인에게 의뢰한 영상은 총 여섯 개.

그중 다섯 개는 그저 알이 우주 공간을 부유하는 것뿐이었기에 몇 시간 안 되어 바로 메일로 왔지만, 마지막 티저는 제법 복잡하다 보니 이제야 완성되었다.


“드디어 마지막 열쇠가 손에 들어왔네요.”

[마지막 열쇠······.]


럭시가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긴, 타인인 민준보단 당사자인 그녀가 더 흥분될 것이었다.

비상(飛上)까지 앞으로 4일······.

정말 머지않았다.


[그럼 티저 영상 그대로 쓰겠다고 전달해놓을게요. 아, 그리고 핫클립도 스피릿 님이 원하시는 대로 편집해주세요.]


보통 너튜버는 어떤 부분을 영상으로 만들지, 또 방향성은 어떻게 할지 다 정해놓고 편집을 맡긴다.

럭시 역시 이전에는 그렇게 했지만, 민준을 고용한 뒤론 전혀 다르게 했다.


전권 위임.

그야말로 너튜브에 관련된 모든 것을 민준에게 일임한 것이었다.

민준의 감각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 가능한 일.

민준이 히죽 웃었다.


“네, 제 마음대로 편집해드릴게요.”

[······뭔가 말투가 의미심장한데요······?]

“오햅니다. 아무튼, 영상은 잘 편집해서 내일 중으로 보내드릴게요.”


민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면 혹시 내일 방송 중에 감상회 한 번 하시는 건 어떠세요?”

[감상회요? 핫클립 영상을요?]

“네, 첫날에 제가 너튜브에 올린 걸 시청자들이랑 같이 봤었잖아요? 그런 식으로 내일 방송 때도 똑같이 해보는 거죠.”


저번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일까.

럭시가 호의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요. 메일로 보내주시면 내일 방송 때 은하단이랑 같이 시청할게요.]

“네, 그리고 보다가 수정할 만한 부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에이, 스피릿 님 영상에 피드백 드릴 게 어디 있어요~]

“흐음, 있을지도 모르죠.”

[······?]


민준은 의미심장한 어조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지금의 럭시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 * *


최근 민준의 생활은 단조로웠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냈다.

영상 편집, 대형 방송인 분석, 콘텐트 탐색 등 할 일이 많았기 때문.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온종일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역시 움직이니까 머리가 돌아가네요.’

【인간은 수렵 민족이기 때문에 운동할 때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런닝을 하면서 가르침을 받는 것도 괜찮은 것이죠.】


민준은 강변 코스를 달리고 있었다.

머릿속에 너튜브 일타강사를 동행시킨 채로.

운동과 공부를 동시에 하는 중인 것이다.


지금의 민준에겐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감각이 좋다 할지라도 아는 게 없으면 너튜버로 성공할 수 없기에.


그렇게 30분쯤 달려 반환점을 찍었을 때였다.


“엥?”


누군가 민준의 옷자락을 콱 움켜쥐었다.

요정의 특강에 집중하며 달리던 민준은 그제야 현실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여기서 뭐 해?”


민서였다.

갈색 머리칼을 포니테일로 묶은 운동복 차림의 여동생.

민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여긴 웬일이야? 학교 안 가냐?”

“오후 공강이라 집에 왔지. 그러는 오빠야말로 웬 조깅?”

“집에만 있으니 좀이 쑤셔서 매일 한 시간씩 뛰고 있다.”

“올~”


기왕 만났으니 민서도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는 길.

민서가 물었다.


“요새 맨날 방에서 중얼거리고 있던데,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들렸어?”

“당연히 들리지. 물 마시러 거실 나갈 때면 무슨 말 하는지도 다 들려. 무슨무슨 님 하고 존칭 쓰던데, 친구는 아닌 거지?”

“칫.”


민준은 대충 둘러대려다가 문득 생각을 고쳤다.

목소리를 착 낮추며 말한다.


“나 너튜브 편집 공부한다고 했잖아. 그게 잘 돼서 지금 너튜버랑 함께 일하고 있어.”

“뭐? 잠깐, 그럼 매일 얘기하는 상대가 너튜버였던 거야? 아니, 편집 공부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사실 편집 공부를 시작한 건 꽤 됐어. 최근에 밝혔을 뿐이지.”

“그치? 하긴······.”


【역시 계약자의 거짓말은 일품이군요. 감탄스럽습니다.】


민준은 요정의 말을 무시하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그런데 말이야, 너 예전에 그림 좀 그렸지?”

“······또 무슨 속셈인데.”


민서의 눈이 샐쭉해졌다.

역린을 건드린 듯한 표정.


“아니 왜, 너 예전에 덕질한다면서 애니 남캐 같은 거 그려서 SNS에 올렸었잖아. 팔로워도 꽤 되지 않았던가?”

“그게 언제적 이야기야. 고2 때 본격적으로 공부 시작하면서 다 접었어.”

“그래도 짬바가 있을 거 아니야.”


민준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민서도 무언가 의도가 있음을 눈치챘다.


“뭔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나 그림 좀 그려줘라.”

“뭐? 그림?”

“너튜브를 하려면 썸네일이 있어야 하잖아. 그거 좀 그려줘.”

“헐······.”


민준이 굳이 민서에게 진실을 밝힌 이유.

그것은 곧 자신의 채널에 올릴 영상의 썸네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썸네일과 제목만큼 시청자를 유입시키기 쉬운 것도 없었으니까.


‘얘가 거절해도 외주로 썸네일러를 구하면 되긴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거니와, 정확히 원하는 만큼의 그림을 그려주리란 보장이 없었다.

그에 반해 민서는 보장된 인재였다.

그림쟁이의 집합소인 SNS에서도 나름대로 팔로워를 모았었으며, 문외한인 민준이 보기에도 제법 그럴듯한 그림을 그렸었다.


‘게다가 스케줄에 쫓길 때면 바로 독촉할 수 있지.’


흔히 말하는 ‘일러레님이 잠수 탔어요 ㅠㅠ’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민준의 눈이 번뜩였다.


“용돈 줄게.”

“얼마?”

“싯가.”

“에라이 이 화상아.”


민서가 민준의 어깨를 찰싹 때리더니 몇 발짝 앞으로 달려갔다.


“최저 시급도 못 채워주면 죽을 줄 알아.”

“그건 네 손에 달려 있지.”

“그럼 아빠한테 이를 거야.”

“이 비겁한······!”


그렇게 민준은 썸네일러를 구했다.

그것도 언제든 독촉 가능하며 실력도 뛰어난 썸네일러를.


작가의말

앞으로는 매일 점심 1시 20분에 연재하겠습니다.

다만, 유입을 위해 가끔 오늘처럼 시간대를 바꿔서 연재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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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BJ류채린 (3) +3 24.09.12 308 15 12쪽
25 BJ류채린 (2) +6 24.09.11 337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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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격공장 (2) 24.09.09 363 15 13쪽
22 격공장 (1) +1 24.09.08 362 17 13쪽
21 현실 만남 (2) 24.09.07 358 19 13쪽
20 현실 만남 (1) +2 24.09.06 366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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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Re:birth (2) +1 24.09.05 349 17 12쪽
17 Re:birth (1) +1 24.09.04 35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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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알을 깨고 나오다 (2) 24.09.02 357 15 12쪽
14 알을 깨고 나오다 (1) 24.08.30 369 15 12쪽
13 떡상하다 (3) 24.08.29 373 14 13쪽
12 떡상하다 (2) 24.08.28 369 14 13쪽
11 떡상하다 (1) 24.08.27 390 15 13쪽
10 럭시와 합방하다 (3) 24.08.26 373 17 12쪽
» 럭시와 합방하다 (2) +1 24.08.25 371 13 12쪽
8 럭시와 합방하다 (1) +1 24.08.24 376 17 12쪽
7 하꼬 너튜버 럭시 (4) 24.08.23 395 16 12쪽
6 하꼬 너튜버 럭시 (3) 24.08.21 420 17 14쪽
5 하꼬 너튜버 럭시 (2) 24.08.20 435 17 12쪽
4 하꼬 너튜버 럭시 (1) 24.08.19 477 16 12쪽
3 요정과 계약하다 (3) 24.08.18 520 15 12쪽
2 요정과 계약하다 (2) 24.08.18 611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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