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계약으로 방송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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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
작품등록일 :
2024.08.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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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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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과 계약하다 (2)

DUMMY

총블리.

17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기업 너튜버로, 주력 콘텐츠는 ‘배틀워’였다.

섬에 떨어진 100인 중 최후의 1인을 가리는 3인칭 배틀로얄 게임.


【앞으로 약 4주 후에 총블리가 대규모 합방을 기획합니다. 너튜브 구독자 1만 명 미만의 ‘하꼬’ 너튜버들을 모아 배틀워 대회를 여는 것인데, 이때 25인의 하꼬 너튜버들은 각자 3명의 지인과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총블리가 중계하죠.】


총블리는 너튜버 겸 BJ였다.

생방송 플랫폼 ‘트리카’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고, 그중 하이라이트를 편집하여 너튜브에 올리는 것이었다.

배틀워 대규모 합방은 그가 주기적으로 여는 일종의 축제였다.


【25인의 하꼬 너튜버 중 1인과 친분을 쌓고 그의 팀에 들어가십시오. 거기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면 유의미한 구독자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겁니다.】


요정이 보여준 미래.

일주일에 걸쳐 진행된 대회에서 적잖은 수의 하꼬 너튜버들이 ‘떡상’을 맞이했다.

특히 전 프로를 팀원으로 영입한 어느 남자 너튜버의 경우엔 아예 구독자가 열 배로 늘기까지 했다! (8백 명에서 8천 명으로 는 것이긴 하지만.)


【저들 중 어떤 분을 고르시겠습니까?】


민준은 미래에서 본 너튜버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방금 말한 남자 너튜버와 친해지는 게 옳았다.

열 배 떡상은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럭시라는 분이 좋을 거 같아요.’


정작 민준이 택한 사람은 구독자 1.2천 명의 여자 너튜버였다.

대회를 통해 고작 1백의 구독자밖에 얻지 못한 너튜버.

그 상승 폭은 25명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했다.


【어째서죠?】


요정의 목소리에 흥미가 어렸다.


‘너튜버가 떡상한다고 해서 저까지 떡상하는 건 아니잖아요? 구독자를 늘리려면 제 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양학팀에 들어가 봤자 들러리밖에 더 되겠어요?’

【정확합니다!】


희열에 찬 외침에 민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정이 아차 했다.


【크흠, 저답지 않게 흥분했군요. 죄송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너튜브를 키우려면 캐릭터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해당 팀에 들어간다면 계약자는 매력을 보여줄 기회도 얻지 못하고 총알받이1로 전락하겠죠.】


요정의 말은 신랄했다.

삶에 찌든 직장인 같은 시니컬함은 앙증맞은 목소리와 정반대였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그렇다면, 그 많은 인물들 중 하필 럭시를 고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본능적으로 전 프로 팀을 거른 민준이었기에 요정은 은근히 기대감을 드러냈다.


‘목소리가 예쁘더라고요. 저랑 잘 어울릴 거 같아요.’

【······.】


* * *


20XX년 3월 8일.

입대를 위해 휴학계를 냈다가 입대가 무산되는 바람에 얼결에 그냥 휴학생이 되어버린 민준은 날 좋은 오후에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것은 다름 아닌 너튜브 페이지.


-스피릿

-구독자 0명.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페이지였다.

시청자들이 사용하는 일반 계정이 아닌 브랜드 계정.

요정의 도움을 받아 만든 계정이기에 닉네임은 스피릿(요정)으로 정했다.


‘진짜 내가 너튜버가 되었구나.’


민준은 묘한 얼굴로 자신의 계정을 보았다.

이제야 실감이 되었던 것이다.


‘저 0을 백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


민준은 닉네임 옆의 ‘구독’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늘어나는 숫자.


-구독자 1명.


【좋습니다. 그럼 이제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준비됐습니다!’


민준이 속으로 대답한 순간, 인터넷 창이 저절로 닫히며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파란색 기본 바탕화면 위로 여러 개의 게임 아이콘이 있었는데, 그 아래로 처음 보는 아이콘이 떠 있었다.


-Premiere Pro.


“프리미에르······ 프로······?”

【프리미어 프로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편집 프로그램이죠. 계약자는 우선 이 편집기를 다루는 법을 익힐 겁니다.】


민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편집은 편집자한테 따로 맡기지 않나요? 너튜버들 보면 항상 편집자 구하고 있던데.’

【영상 하나에 일이십만 원씩 낼 정도로 구독자가 많다면 그래도 되죠.】

‘그렇게 비싸다고요?!’


민준이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영상을 두세 개만 업로드해도 매달 150만 원은 줘야 한다는 뜻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구독자가 적은 너튜버들은 페이를 덜 주는 대신 편집자에게 너튜브 지분을 나눠주거나, 아예 너튜버 본인이 편집까지 다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걸 지금부터 배워야 한다고요?’


앞으로 1년 안에 백만 구독자를 달성해야 하는 마당에?

민준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물론 요정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세 가지 도움 중 두 번째, ‘편집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계약자는 시간이 정지된 정신 공간 속에서 이 편집 프로그램을 숙달할 것입니다. 설정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진 외부의 시간이 정지하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시간이 정지한다니, 그게 무슨······.’


굳이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요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커다란 비눗방울 같은 것이 민준을 감쌌기 때문이다.

그 거대 비눗방울 속엔 오직 민준과 책상, 의자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참고로 프리미어 프로는 너튜브 편집자 80퍼센트 이상이 사용하는 편집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시인성이 좋지 않기에 초보자가 기능을 익히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죠.】

“······혹시 요정님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당연한 질문을 하는군요.】


요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영원히 이 안에서 벗어나실 수 없습니다.】

“······!”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곳은 정신 공간이라 식사를 하거나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민준은 새삼 느꼈다.

역시 요정의 사고방식은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예상 종료 시간은 100시간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바탕화면에 있는 세 가지 풀영상을 스타일에 어울리게 편집하십시오. 필요할 때마다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편집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다.


.

.

.


【87시간. 예상보다 일찍 끝내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으어어······.”


민준은 거의 좀비가 되어 침대에 드러누웠다.

87시간.

쉬지도, 먹지도 않고 편집만 했으니 사실상 한 달짜리 편집 공부를 단번에 몰아서 한 셈이었다.


‘지금 제 실력은 편집자들 중에서 어느 정도인가요?’

【아직 전문 편집자라 할 수는 없고, 편집자를 지망하는 아마추어들 사이에선 중간 이상 하는 정도입니다.】

‘씨이벌······.’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민준이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분명 87시간 동안 쉬지 않고 편집만 했음에도 오히려 심신이 편안했다. 마치 숙면이라도 취하고 온 것처럼.

요정이 묻는다.


【그럼 세 번째 도움을 받으시겠습니까? 이번엔 럭시의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뇨, 그 전에 따로 해볼 게 있어요.’

【무엇입니까?】


민준은 컴퓨터로 럭시의 너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이분의 너튜브 영상들을 분석해보려고요.’

【이유는요?】

‘편집본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버렸거든요.’


TV를 보다 보면 출연자들이 ‘방송으로 보던 것보다 재미없는데?’라는 농담을 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수십 시간의 촬영 영상을 한 시간 내외로 압축한다는 것은 그만큼 액기스만 남긴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너튜브도 다르지 않았다.


‘너튜브 영상을 보면 그 사람의 매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죠.’


편집본이란 너튜버의 매력을 추리고 추린 정수.

그것을 봄으로써 손쉽게 럭시의 매력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게임은 럭튜브.]


영상을 재생하자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하이톤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때마침 배틀워 영상이었다.


‘좋은 교보재가 되겠네.’


민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영상에 몰입했다.

큰돈 내고 편집을 맡길 정도의 편집자라면 분명 배울 점도 많을 터.

하나도 놓치기 싫었다.


“음······.”


그런데 영상이 이어질수록 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편집을 왜 이런 식으로 했지······?’


영상 내용은 평범한 랜덤 스쿼드였다.

처음 보는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배틀로얄을 벌이는 모드인데, 실시간 소통을 위해 마이크를 이용하곤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인게임 마이크를 끄고 시청자들과 소통하던 럭시가 실수로 인게임 마이크를 켜버린 것이었다.

이때 팀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것이 이번 영상의 핵심일 터.

그런데······.


‘이 편집자는 왜 전투 위주로 편집한 거지?’


이해가 안 됐다.

팀원들과의 티키타카라는 아주 좋은 재료가 있음에도 정작 편집자가 만든 영상은 대부분 총을 파밍하고 적들을 만나 교전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명백히 재미 포인트를 놓친 모습.

그때 요정이 말을 꺼냈다.


【같은 게임을 해도 어떤 너튜버는 재밌고, 어떤 너튜버는 지루합니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그것을 통해 어떤 재미를 뽑아내냐가 중요하다는 의미죠. 그 감각이 바로 재능입니다. 노력으로는 따라 할 수 없는.】

‘감각······.’


곰곰이 생각하던 민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의미심장한 표정.


‘혹시 방금 본 편집본의 풀버전, 다운 받아주실 수 있나요?’

【왜죠?】

‘잘하면 이걸 이용해서 럭시 님의 팀원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흠, 그것은 세 번째 도움으로 해결해드리려 했는데······.】

‘그럼 그건 킵해둘게요. 나중에 진짜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건데 굳이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 민준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 * *


대부분의 종합게임 너튜버들이 그러하듯 럭시 역시 트리카 생방송을 병행하고 있었다.

트리카 팔로워는 3.2천 명.

트리카의 팔로우는 너튜브 구독과 마찬가지로 무료였기에 얼추 1대1로 비교하면 편했다.


【너튜브보다 생방송이 더 잘된 케이스입니다.】

‘너튜브 영상들을 그렇게 조져놓았으니 뭐······.’


요정은 럭시의 트리카 채널에서 해당 판의 풀버전을 가져왔다.

영상의 길이는 총 37분.


‘게임 내용은 흐름이 이해될 정도로만 삽입하자. 핵심은 어디까지나 팀원들과의 티키타카야.’


민준은 우선 영상을 처음부터 쭉 시청했다.

컷 편집에 들어가기 전, 영상의 흐름을 파악해놓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민준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여기다.’


편집 영상에서 본 부분.


-럭시 님, 오늘 점심 뭐 드셨어요??


낙하산을 타고 떨어져 내리는 사이 하나의 채팅이 올라왔다.

아주 일상적인 질문이었다.

인게임 마이크가 켜져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저는 외계인이라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보충해요. 오늘 점심은 라면맛 햇빛이었네요.]


그 순간,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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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하꼬 대잔치 1st ROUND (1) +3 24.09.16 281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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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지막 멤버 (2) 24.09.14 286 11 13쪽
28 마지막 멤버 (1) 24.09.14 288 11 12쪽
27 BJ류채린 (4) +2 24.09.13 291 11 15쪽
26 BJ류채린 (3) +3 24.09.12 297 14 12쪽
25 BJ류채린 (2) +6 24.09.11 325 11 12쪽
24 BJ류채린 (1) +1 24.09.10 353 11 13쪽
23 격공장 (2) 24.09.09 354 13 13쪽
22 격공장 (1) +1 24.09.08 353 15 13쪽
21 현실 만남 (2) 24.09.07 349 18 13쪽
20 현실 만남 (1) +2 24.09.06 358 16 12쪽
19 Re:birth (3) 24.09.06 351 17 14쪽
18 Re:birth (2) +1 24.09.05 340 16 12쪽
17 Re:birth (1) +1 24.09.04 344 18 12쪽
16 알을 깨고 나오다 (3) 24.09.03 346 16 13쪽
15 알을 깨고 나오다 (2) 24.09.02 346 15 12쪽
14 알을 깨고 나오다 (1) 24.08.30 359 15 12쪽
13 떡상하다 (3) 24.08.29 363 14 13쪽
12 떡상하다 (2) 24.08.28 359 14 13쪽
11 떡상하다 (1) 24.08.27 380 15 13쪽
10 럭시와 합방하다 (3) 24.08.26 363 16 12쪽
9 럭시와 합방하다 (2) +1 24.08.25 359 12 12쪽
8 럭시와 합방하다 (1) +1 24.08.24 366 17 12쪽
7 하꼬 너튜버 럭시 (4) 24.08.23 386 16 12쪽
6 하꼬 너튜버 럭시 (3) 24.08.21 411 17 14쪽
5 하꼬 너튜버 럭시 (2) 24.08.20 425 17 12쪽
4 하꼬 너튜버 럭시 (1) 24.08.19 467 16 12쪽
3 요정과 계약하다 (3) 24.08.18 507 15 12쪽
» 요정과 계약하다 (2) 24.08.18 594 17 11쪽
1 요정과 계약하다 (1) 24.08.18 841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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