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계약으로 방송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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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
작품등록일 :
2024.08.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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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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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하꼬 너튜버 럭시 (2)

DUMMY

처음만 해도 계약 얘기만 간단히 하려던 민준이었다.

하지만 럭시 2.0(버추얼 아바타 + 찐 목소리 공개)에 대해 한참이나 토론하는 바람에 결국 디스코드를 껐을 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 뒤였다.


끼익.


의자에 몸을 늘어뜨리는 민준.

그의 머릿속으로 럭시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편집해주신 영상을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저도 몰랐던 제 매력들이 보이더라고요. 이제껏 제 영상을 보고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사실 민준이 이것저것 조언해주는 것 자체가 선을 넘는 일이었다.

럭시야말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럭시는 민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편집 영상 때문이었어.’


민준이 영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네 매력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그런 내가 보기에, 이렇게 하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그렇기에 럭시는 과감하게 민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었다.


두근, 두근······.


‘만약 잘못되면 온전히 내 책임이야.’


기존 팬들이 럭시의 변화를 싫어한다면? 새로 유입되는 팬들마저 없다면?

그런 생각을 하자 부담감이 몸을 옥죄어왔다.

천성이 무던한 민준조차 심장이 두방망이질칠 정도.


【너튜브를 보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때 요정이 말했다.

민준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이 사람은 뭔데 백만 구독자지? 이 사람은 이렇게 재밌는데 왜 구독자가 이렇게 적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대기업 너튜버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뭔데요?’

【판 안에서 움직이는 게 아닌, 스스로 판을 만드는 것. 남이 만든 판 위에서 남들 다 하는 대로 똑같이 해서는 절대 대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연예인, 프로게이머, 셀럽 등 기존에 쌓아 올린 명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대부분 제로에서부터 구독자를 쌓아나간다.

그리고 그중 극히 일부만이 유의미한 수익을 올린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가령, 배틀워를 잘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하지만 배틀워를 이용해 판을 짜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총블리처럼요?’

【그렇습니다. 총블리도 막 프로게이머를 은퇴하고 너튜버로 전향했을 땐 구독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배틀워가 출시되자마자 재빨리 노선을 튼 덕분에 ‘타 FPS 프로 출신이 배틀워를 한다면?’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며 그제야 구독자를 늘릴 수 있었죠.】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총블리는 언더워치 1세대 프로게이머였다. 언더워치 세계 리그가 발족하며 일찍이 은퇴를 선언한.


【그렇지만 그런 총블리도 구독자 70만 명에서 꽤 오랜 기간 정체되었습니다. 배틀워가 만든 판 안에서만 움직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그가 어느 한 콘텐츠를 통해 바로 백만 구독자를 뚫어버립니다.】

‘와, 그게 무슨 콘텐츠였는데요?’

【배틀워 대규모 합방입니다.】

‘······!’


총블리가 주기적으로 여는 대규모 BJ 합방.

그는 단순히 배틀워를 플레이하는 게 아닌, 배틀워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판을 만들어냈다.

백만 구독자는 그에 대한 보상이었다.


【계약자 역시 백만 구독자를 목표로 하는 바. 반드시 판을 만드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럭시의 컨설팅은 그 시작이 되기 충분할 겁니다.】


민준은 가슴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을 밀어낼 정도로 강하게 박동하는 심장.

고작 한 사람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부담이 심했다.


‘그런데 백 명의 참가자를 조율해야 하는 총블리는 어떨까.’


백만 구독자.

오로지 왕관의 무게를 버텨낸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곳.


씨익.


민준이 짙게 웃었다.


‘그렇다면 힘 조절을 해야겠네요.’

【어떤 식으로?】

‘한 달 안에 1만 구독자를 넘어버리면 하꼬 대잔치에 못 뽑히잖아요? 그러니 적당히 9천 명 정도만 찍을 수 있게 힘 조절을 하려고요.’

【바로 그 마인드입니다.】


부담감이 적지 않았지만, 천상 관종인 민준에게 부담감이란 열정을 불태울 장작에 불과했다.

민준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럭시 2.0 프로젝트도 구체화해야 했고, 자신의 너튜브 채널도 구상해야 했으며, 그 와중에 편집 공부도 해야 했다.

새벽까지 편집하느라 몽롱해진 정신 상태론 불가능한 일.

그러니 자고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민준은 침대로 가 누웠다.

흥분으로 고취된 몸을 최대한 이완시킨다.

의식이 흐려질 즈음, 요정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럼 대가를 치르고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기상! 기사앙!!”

“······!!!”


귓가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민준은 눈을 번쩍 떴다.

그와 함께 코를 파고드는 텁텁한 공기.


‘여긴 어디지?’


퍼뜩 정신을 차린 민준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믿기지 않는 광경.


‘군대······?’


좁고 딱딱한 매트리스, 허름한 모포, 녹이 슨 관물대.

너튜브에서나 보던 생활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빨리빨리 안 움직여!!”


그렇게 민준은 훈련병이 되었다.


.

.

.


“허억!”


민준은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베이지색 벽지, 고사양 게임도 문제없이 돌아가는 컴퓨터, 넓고 푹신푹신한 싱글 베드······.


‘돌아왔다!’


그 누가 알겠는가.

방금 자신이 논산훈련소에서 무려 24시간을 보내고 왔음을!

민준은 총소리가 그렇게나 거대하고 위압적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풀썩.


민준은 온몸의 힘이 쫙 풀려서 침대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혼이 나간 듯한 표정.

그때 앙증맞은 목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이로써 계약자는 미래를 본 대가를 치렀습니다. 낮잠도 푹 잤으니, 다시 힘내서 일해보죠.】

‘요정님.’

【네, 계약자.】

‘앞으론 절대 무단으로 능력을 사용하지 말아주십시오.’

【하지만 꿈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효율적인······.】

‘절대!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당초 요정은 민준에게 세 가지 도움을 약속했지만, 아무래도 세 번째 도움은 받지 않을 듯싶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내 제정신을 되찾은 민준이 휘적거리며 거실로 나갔다.

칼칼한 냄새.

저녁 메뉴는 아침에 먹고 남은 김치찌개였다.


“늦었네? 뭐 하고 있었어?”

“잠 좀 깨고 왔어요.”

“어서 앉으렴.”


민준은 김치찌개를 크게 한술 떠서 먹었다.

입안에 퍼지는 매콤한 맛.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떨어졌다.


“어머! 무슨 일 있니?”

“아뇨, 그냥 찌개가 너무 싱싱하고 맛있어서요.”

“얘가 왜 이래······.”


쏟아지는 가족들의 시선을 받아내며 민준은 각오를 다졌다.

무슨 짓을 써서라도 무조건 1년 안에 백만 구독자를 달성하겠다고.


【좋은 마인드입니다. 제가 가르쳐드리는 것만 잘 따라오신다면 분명 1년 안에 골드 버튼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정은 앙증맞은 목소리로 무감정하게 말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다시 작업의 시간이 돌아왔다.


* * *


대가에 대해 처음 말했을 때, 요정은 다음과 같이 첨언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계약자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 대가를 성실히 치르고 온 지금, 민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의욕 하나는 확실히 생겼네요.’


원래도 열심히 하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목숨을 걸고 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

만약 1년 내로 백만 구독자를 찍지 못한다면 저 짓거리를 또 한 번 하러 가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실패 시 군 생활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총 36개월의 군 생활을 해야 하며 당연히 훈련소 기간도 두 배입니다.】

“으윽······!”


의욕이라는 게 끓어오른다!

민준은 정신이 번쩍 든 얼굴로 마우스를 조작했다.


지금 그가 하는 것은 영상을 전체 공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럭시만 볼 수 있도록 일부 공개로 설정해놓았던 편집 영상.


어째서?

럭시의 공식 채널에 이미 같은 소재의 편집본이 올라와 있는데 민준은 또다시 이 영상을 공개하려는 것일까.

공들여 편집한 영상을 버리기 아까워서?

아니, 이것은 이미 럭시와 이야기된 사항이었다.


‘럭시 님의 매력은 잔잔한 와중에 은은하게 드러나는 똘끼야. 하지만 본인은 그 점을 모르고 있었지.’


그러니 스스로 자각할 때까진 민준이 실시간으로 함께하며 그 부분을 극대화해주어야 했다.

즉, 합방을 해야 한다는 뜻.

그런데 웬 시커먼 사내놈이 갑자기 자기네 BJ와 합방을 한다고 하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갈!!

-누나······ 우리 버리는 거야······?

-안돼 ㅠㅠ 우리 럭시 지켜 ㅠㅠ

-NTR이라, 은근 맛있을지도? 츄베릅······

-진행시켜!


아무튼, 썩 좋은 반응은 아닐 터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민준은 일단 편집자로서 인지도를 쌓기로 했다.

BJ들이 합동 게임을 할 때 매니저, 편집자, 썸네일러 등을 부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까.


민준은 아까 럭시와 나눴던 대화를 되짚었다.


[합방이요?]

“네, 제가 럭시 님의 매력이 잘 드러날 만한 상황을 만들어드릴게요. 때마침 명분도 있잖아요?”

[어떤······?]

“배틀워 대회가 끝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현재 트리카에선 배틀워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나는 배틀워 실력이 썩 좋지 못하다, 그러니 실력을 늘리기 위해 고수에게 배워보겠다······.”

[고수라면, 혹시 배틀워 잘하세요?]

“한때 랭커까지 찍어봤어요.”

[헉.]


배틀워뿐만이 아니다.

‘레전드 오브 레전드’ 다이아, ‘언더워치’ 마스터 등.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했던 게임들은 죄다 상위 1퍼센트에 들었던 민준이기에 앞으로 럭시가 어떤 게임을 하든 보조할 수 있을 터였다.

상부상조.

럭시는 자신의 매력을 살릴 수 있어서 좋고, 자신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그 인지도를 내 채널을 키우는 데도 사용할 수 있지.’


민준은 새로 고침을 눌렀다.

그러자 업데이트된 댓글.


========

[럭시의 보물창고]

우리 소중한 편집자님······ 화이팅!! ♡♡♡

========


민준은 곧바로 그 댓글을 고정했다.

사람들이 이 ‘스피릿’ 채널이 단순한 팬 채널이 아닌, 공식 편집자 채널임을 알 수 있도록.


‘이제부터 시작이다.’


럭시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그렇기에 합방을 하더라도 이견을 내지 않을 만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물론 나중엔 편집자를 그만두고 너튜버로서 독립하겠지만, 그때는 너튜버 대 너튜버로 교류를 이어나가면 될 일이었다.


민준은 럭시의 너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배틀워 영상을 클릭하자 이전에 없던 고정 댓글이 보였다.


========

[럭시의 보물창고]

다른 스타일의 편집본을 보고 싶다면?

https://neotu.be/RYVw6WrL0UI

========


우웅-


그때 알림음과 함께 모니터 구석에 디스코드 알림창이 떠올랐다.


[럭시]

링크 올렸어요.

고정 댓글에······!


민준은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열리는 자신의 편집 영상.

여기까진 모두 사전에 약속된 대로였다.

이젠 다음 파트로 넘어갈 차례.


[스피릿]

내일부터 바로 합방 진행하도록 하죠.

배틀워,

친구 요청 보내놓을게요.


[럭시]

넵!

그럼 전 이제 방송 시작해볼게요 ㅎㅎ

아, 그리고

메일로 전자계약서 보내드렸어요!


[스피릿]

바로 확인하고 답신 드리겠습니닷!


메일함을 열어보니, 정말로 럭시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첨부된 것은 하나의 전자계약서.


‘여기에 서명하면 정식으로 편집자가 되는 건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


‘제대로 해봐야지.’


모든 것을 불사르겠다.

한 치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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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자멸하는 우승 후보 (2) NEW +1 5시간 전 87 3 12쪽
33 자멸하는 우승 후보 (1) +1 24.09.18 203 11 13쪽
32 하꼬 대잔치 1st ROUND (2) +2 24.09.17 235 11 12쪽
31 하꼬 대잔치 1st ROUND (1) +3 24.09.16 281 16 12쪽
30 마지막 멤버 (3) +2 24.09.15 266 10 14쪽
29 마지막 멤버 (2) 24.09.14 286 11 13쪽
28 마지막 멤버 (1) 24.09.14 288 11 12쪽
27 BJ류채린 (4) +2 24.09.13 291 11 15쪽
26 BJ류채린 (3) +3 24.09.12 297 14 12쪽
25 BJ류채린 (2) +6 24.09.11 326 11 12쪽
24 BJ류채린 (1) +1 24.09.10 354 11 13쪽
23 격공장 (2) 24.09.09 354 13 13쪽
22 격공장 (1) +1 24.09.08 353 15 13쪽
21 현실 만남 (2) 24.09.07 349 18 13쪽
20 현실 만남 (1) +2 24.09.06 358 16 12쪽
19 Re:birth (3) 24.09.06 351 17 14쪽
18 Re:birth (2) +1 24.09.05 340 16 12쪽
17 Re:birth (1) +1 24.09.04 344 18 12쪽
16 알을 깨고 나오다 (3) 24.09.03 346 16 13쪽
15 알을 깨고 나오다 (2) 24.09.02 346 15 12쪽
14 알을 깨고 나오다 (1) 24.08.30 359 15 12쪽
13 떡상하다 (3) 24.08.29 363 14 13쪽
12 떡상하다 (2) 24.08.28 359 14 13쪽
11 떡상하다 (1) 24.08.27 380 15 13쪽
10 럭시와 합방하다 (3) 24.08.26 363 16 12쪽
9 럭시와 합방하다 (2) +1 24.08.25 359 12 12쪽
8 럭시와 합방하다 (1) +1 24.08.24 366 17 12쪽
7 하꼬 너튜버 럭시 (4) 24.08.23 386 16 12쪽
6 하꼬 너튜버 럭시 (3) 24.08.21 411 17 14쪽
» 하꼬 너튜버 럭시 (2) 24.08.20 426 17 12쪽
4 하꼬 너튜버 럭시 (1) 24.08.19 467 16 12쪽
3 요정과 계약하다 (3) 24.08.18 507 15 12쪽
2 요정과 계약하다 (2) 24.08.18 594 17 11쪽
1 요정과 계약하다 (1) 24.08.18 841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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