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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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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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빨간색 컨버터블

DUMMY

26. 빨간색 컨버터블




#


그로부터 이틀 뒤.


[안녕하세요! 최호현 선수! 방금 특집 기사 올라갔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링크)]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잠도 안 자고 일이라도 한 건지, 생각보다 빨리 기사가 업로드됐다.


‘생각보다 워크에씩이 좋네.’


솔직히 말해서 8회 말의 그 난데없는 추격전 때문에 전담 기자를 바꿔야 하나··· 하고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이런 내 고민을 누군가는 자의식 과잉이 아니냐며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Crazy Korean Involved in High-Speed Chase with Philly Fans]

- 뭐야 이 클립은?

- 어떤 미친 동양인이 필리건에게 쫓기는 영상

- 아니, 누가 그걸 몰라? 왜 이딴 영상이 기사까지 났냐니까?

- 저 미친 동양인이 필리건들 사이에서 로키스를 응원했거든

- 정확히는 로키스에서 이번에 콜업된 동양인 포수지만.

- 미친놈이었네.


그렇다기에는 미국 언론까지 주목한 대단하신 분을 감히 내가 전담 기자로 부려 먹을 순 없으니까.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무튼.


[마일-하이 시티라 불리는 덴버, 그곳에서 본 낯선 이방인 유망주는 말 그대로 아이돌이었다(1).] 신정식 JH스포츠


“아.”


나는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뒤로가기 버튼을 향해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손가락을 간신히 막으며 기사를 클릭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들어선 타석. 일반적인 신인 타자라면 분명 진루타를 노렸을 것이다. 대기 타석에는 오늘만 3안타를 때려내고 있는 닉슨 리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최호현은 달랐다. 그는 필리스의 셋업맨인 리암 웨스트가 초구를 던지자마자 배트를 크게 휘둘렀고, 우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기는 초대형 홈런을 만들어냈다.


쿠어스 필드가 자랑하는 마일-하이 라인을 넘은 곳에.


그래,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해발 1.6km 지점 위에 꽂아 넣은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

.

.

* 추신. 최근 기자 본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에 JH 스포츠 일동과 본인은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과 팬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사전에 계획된 퍼포먼스가 아닌 기자의 우발적인 감정 조절 미흡으로 인한 사고였음을 알립니다.


혹여 해당 영상에 나오신 분들이 보상을 원하신다면 [email protected]으로 연락 바랍니다.


사과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의 정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사과는 뭐고, 한국의 정은 또 뭐야?’


이게 도대체 기사인지, 아니면 내 사생팬이 자기 블로그에 적은 감상평인지 헷갈리는 내용이 끝나고.


반응도 볼 겸 댓글 창을 연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Hans**** - 미친 사람인가 ㅋㅋㅋㅋㅋ

Illit**** - 호현아 기자한테 얼마를 줬길래 기사 처음부터 끝까지 얘가 이러냐··· 계약금 다 털었어?

Fhdd**** - 이게 현대문학이지

Ajm**** - 첫 홈런을 해발 1.6km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bdm**** - 근데 얘 진짜 잘하고 있는건 맞음?

Fhdd**** - 놀랍게도 팩트임

Seab**** - 놀랍게도 팩트임(현재 1타수 1안타 1홈런)

Soks**** - 그래도 19살짜리가 데뷔타석에서 역전 홈런 때린 거면 애가 싹수는 있다는 건데

Fkfk5**** - 아니 근데 다들 마지막 사과문은 안 봄? ㅋㅋㅋㅋㅋㅋㅋ 기자 이 새끼 정신 나갔네 ㅋㅋㅋㅋㅋ

Qodfk**** - ㅋㅋㅋㅋㅋㅋ나도 그거 읽다 배쨌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원정팀 팬석에서 홈팀 응원하는 건 선 넘긴 했어 ㅋㅋㅋㅋㅋㅋㅋ

Fkfk5**** - 심지어 그 원정석에 앉아 있는 게 ‘그’ 필리건이었던거임 ㅋㅋㅋㅋㅋㅋㅋ

.

.

.

Ehfhddy**** - (클린봇이 부적절한 표현을 지웠습니다.)

Alstn**** - 와··· 근데 타격폼 하나는 진짜 존나 호쾌하네 얘가 부산에 왔어야 했는데···


“댓글이··· 이게 맞나?”


미국 언론에까지 보도된 추격전 영상 덕분인지, 아니면 이런 감성이 요즘 세대에 잘 먹혀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댓글이 미친 속도로 달리고 있었거든.


띠링-


[팬서비스 증가]

[+0.2]

[팬서비스 증가]

[+0.1]

[팬서비스 증가]

[+0.06]

[팬서비스 감소]

[-0.1]


그와 동시에 내게만 들리는 알람 역시 미친 듯이 울려대고 있었고.


‘역시.’


이것 역시 예상했던 바였다.

평가 항목 중 팬서비스의 ‘팬’은 꽤 통용되는 범위가 넓은 항목이었으니까.


말하자면 저 기사로 인해 한국에서도 내 팬이 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안티팬, 흔히 말하는 ‘까’가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기도 했고.


뭐, 별로 상관은 없었다.

직전 회차에는 부산 팬들 이외에 거의 모든 구단 팬이 내 ‘까’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는데도 평가 기준에는 별 영향을 안 줬으니.


왜냐하면 이런 인터넷상의 반응들은 내가 관측, 그러니까 확인해야 평가 기준에 반영이 되는 시스템이거든.


그게 아니었다면 직전 회차에 해외 진출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순간 내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겠지.


굳이 그렇게 포인트의 가감이 이루어지게 만들어 놓은 건, 어쩌면 이 저주에서 흔치 않은 ‘배려’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 배려를 받았으니 나는 그 배려를 누리면 되는 일이고.


‘이제 적당히 내게 우호적인 커뮤니티만 돌아다니면 되겠네.’


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통발’ 정도가 되겠지.


#


끼익-


“안녕하세요.”


말했다시피, 나는 현재 법적으로 운전면허가 없었다.


한국에서야 빠르면 한 달 안쪽에도 딸 수 있는 게 운전면허라지만, 미국은 그게 아니더라고.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해 국제면허로 바꿔 인증을 받는다 해도 유효기간이 짧거나 거주자로 처리가 되어 다시 면허를 따야 하는 경우가 생겼고.


그래서 팀 차원에서 내게 운전사를 배치해 줬다.


“타.”


문제는, 그 운전사가 데빈 올리버라는 사실이지.


‘차라리 우버를 이용하는 게 나았나.’


로키스 정도 되는 구단이 돈을 아끼기 위해, 혹은 내가 신인이라고 해서 따로 기사를 고용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이잉-


“···”

“안전벨트.”

“네.”


부릉-


다만 데빈 올리버의 집이 내가 임시로 묵고 있는 호텔에서 제일 가까웠고, 감독은 데빈에게 19살의 어린 포수와 함께 출퇴근하며 메이저리그에 대해 ‘선배’ 다운 조언을 해주길 바랐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겠지.


그 결과 나는 지금 차종이 뭔지도 모를 빨간색 컨버터블의 조수석에서 어색함이란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고 있는 거고.


···솔직히 말해서, 이런 분위기가 딱히 신경 쓰인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이것과 똑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 정도는 몇 번이나 겪어봤기도 했고.


다가오는 상대를 쳐내는 것에도 익숙한 난데, 아예 다가오지 않으려 하는 상대에게 같이 마주 다가가지 않는 것 정도야.


문제는.


“오! 초이!”

“하하.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띠링-


“그저께 경기는 봤어요! 정말 멋진 홈런이었다니까! 감히 필리스 주제에 우리를 무시하더니!”

“하하하.”


이곳이 미국이라는 사실과, 내가 묵는 호텔에서 쿠어스 필드로 향하는 길목에는 빌어먹게도 많은 교차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소수인종에 속하는 동양인이다 보니, 지금처럼 천장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는 그놈의 ‘스몰 톡’이 쉴 새 없이 날아왔거든.


“그래서, 감독이 주전 마스크는 언제 준대요?”

“네?”

“설마 데빈을 계속 주전으로 쓸 생각은 아니겠죠? 아니, 이건 모르려나? 걱정 마요 초이. 내가 봤을 때, 아무리 브래드가 빵 대가리라도 당신을 곧 주전으로 쓰지 않고는 못 배길 테니까!”


그리고, 그 대화의 주제는 보통 이런 주제로 향해 가기 마련이었고.


“하하하···”


그 뒤는 뭐.

내게 말을 건 사람은 내가 조용히 몸을 뒤로 기대는 순간 보이는 데빈 올리버를 보는 순간 사색이 됐고, 곧 신호가 바뀌자마자 미친 듯이 밟아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거지.


그러길래 SUV나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지.

그랬으면 처음부터 데빈 올리버가 보여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냐.


“···”


이러니 아무리 나라고 해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거기서 발생하는 팬서비스 포인트 역시 쏠쏠했으니까.


내게는 일상이지만, 팬들에게는 그런 일상 속의 작은 행운 같은 거잖아?


그러니 이런 대꾸 한두 번으로도 꽤 유의미한 포인트가 모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


기이이이잉-


그렇게 한차례 태풍이 지난 뒤.

데빈 올리버는 늘 그랬듯 ‘뚜껑’을 다시 씌우며 에어컨을 틀었고, 그에 따라 올드 팝송이 흘러나오는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점점 커졌다.


- Everybody at the bar gettin' tipsy.


어제처럼.


‘내일은 우버를 타야겠군.’


내일은 반드시 혼자 쿠어스 필드로 향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


내 홈런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시리즈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기세를 올린 우리는, 다음 차례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즈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1-0]


어제 있었던 1차전의 결과는 1대 0.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역전 홈런 하나 쳤다고 내가 단숨에 데빈 올리버의 자리를 차지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나름 그 모습이 인상 깊긴 했던지, 경기 마지막에 대타 겸 대수비 요원으로 투입이 되며 한 타석을 소화하긴 했지만.


‘조금만 더 제대로 맞았다면.’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타석이긴 했다.

클리블랜드의 마무리인 에단 스톤을 상대로 5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을 당해 버렸으니까.


‘106마일··· 두어 번만 더 상대해 보면 느낌이 올 것 같은데.’


규정상 AI 피칭머신을 캠프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지.


170km/h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은 어디 누구한테 던져달라고 해도 힘든 공이니까.


뭐, 개인적이라곤 했지만 팀 차원에서도 그 타석이 아쉽긴 마찬가지였을 거다.


클리블랜드 역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감히 범접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기에 필라델피아를 잡은 기세를 몰아 연승까지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실제로도 점수를 주기 전까지는 쿠어스 필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투수전과 함께 거의 목표를 달성할 뻔했었고.


“데빈. 어제 게임 콜링은 괜찮았어. 가디언스 놈들이 아예 정신을 못 차리던데?”


덕분에 다른 건 몰라도 경기 전 배터리 회의의 분위기는 꽤 좋은 편이었다.


쿠어스에서 1점만 내줬으면 당연히 투수들의 할 몫은 다 한 거고, 나머지 패배의 지분은 타자들에게 있다는 듯.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으니까요. 앤드류의 공도 좋았고. 아, 물론 호세의 공도 좋을 게 분명하니 오늘도 놈들은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

“하하하. 그렇지.”


데빈 올리버 역시 나와 있을 때와는 달리 제법 수더분하게 회의를 이끌어 나가는게, 나름 베테랑으로 접어들어 가는 완숙한 포수의 느낌을 내고 있었고.


‘후우.’


그리고 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인내심이 점점 깎여나가 예리한 바늘이 되어 심장을 찌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저 자리를 차지할 게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건 닫힌 시간에 갇힌 채 표류하는 나라는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강박이었고, 해방의 순간을 바라는 한 야구선수의 조급이었다.


털어내고 싶어도 털어낼 수 없는.

그렇기에 차라리 인정하고 다스릴 수밖에 없는.


그래서 난 내게 던져진 이 능력을 저주라 부를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뻐어억!


"헤이! 헤이! 왓 더."


다행히도 난 가라앉히고 난 뒤에 남은 감정의 부유물들을 한 번에 털어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팀워크 증가!]

[+30]


제법 괜찮은 추가 보상과 함께.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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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9 24.09.19 2,583 110 13쪽
34 34. 팀워크 +6 24.09.18 2,946 106 12쪽
33 33. 쓸만한데? +7 24.09.17 3,216 118 10쪽
32 32. 이 타구는 큽니다. +8 24.09.16 3,430 130 14쪽
31 31. STS +6 24.09.15 3,623 134 12쪽
30 30. 때와 장소 +9 24.09.14 3,795 118 13쪽
29 29. 모두 모여봐. +11 24.09.13 3,906 125 12쪽
28 28. 애송이 +4 24.09.12 4,206 116 12쪽
27 27. 붉은 픽업트럭 +9 24.09.11 4,372 137 14쪽
» 26. 빨간색 컨버터블 +9 24.09.10 4,492 131 12쪽
25 25. 수미상관 +15 24.09.09 4,573 146 16쪽
24 24. 빅리거 +8 24.09.08 4,597 124 11쪽
23 23. Purchase the Contract +4 24.09.07 4,423 113 13쪽
22 22. 자네가 요즘 야구를 아주 잘한다지? +5 24.09.06 4,505 115 12쪽
21 21.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4 24.09.05 4,523 113 14쪽
20 20. 모든 것은 부메랑 +2 24.09.04 4,629 108 14쪽
19 19. 고요한 밤 +5 24.09.03 4,664 110 15쪽
18 18. 선망의 대상 +1 24.09.02 4,720 109 12쪽
17 17. 만남은 쉽고 이별은 더 쉬운 +2 24.09.01 4,733 108 12쪽
16 16. one month +2 24.08.31 4,746 111 12쪽
15 15. 관계 +3 24.08.30 4,907 113 16쪽
14 14. He’s a Genius +5 24.08.29 5,096 115 16쪽
13 13. 저는 지금부터 적어도 3점은 더 낼 수 있는데. +2 24.08.28 5,259 1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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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스포케인 인디언스 +2 24.08.26 5,657 1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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