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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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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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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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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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관계

DUMMY

15. 관계




#


“아.”


한국을 떠나온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 가던 그날.


난 아주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큰일 난 것 같은데.’


이미 일은 벌어진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순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뻔했기에.


뚜르르르르르르-


그래서 난, 저기 가슴 속 아주 깊은 곳에 소중히 보관해 놓은 용기를 꺼내 전화기를 들었다.


더 늦기 전에 이 불안함의 연쇄 고리를 끊기 위해서.


그리고.


- 언제까지 전화 안 하나 두고 봤다 내가.


분명 저쪽은 새벽 시간일 텐데, 신호가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도 대번에 전화를 받은 누나.


‘3단계.’


전화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 호현아.’가 없이 바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이미 내가 변명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상황.


나는 그간의 경험으로 수립된 ‘대(對) 최예진 대응 단계 3단계’를 바로 즉각 적용해 세상에서 가장 진중한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


“미안. 여기서 적응하느라.”


- ···그래. 그거 아니었으면 진작에 전화했지. 전엔 세상 곰탱이 같더니 갑자기 예민해져서는··· 너, 사춘기야?


“아냐. 그런 거.”


다행히 누나는 내 빠른 사과가 흡족하셨는지 금방 목소리에 감정을 빼고 내 안부를 물어왔다.


어쩌면 그리움이 미움보다 커서일 수도 있고.

혹은 미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움이 너무 커 그랬을 수도 있겠지.


누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세상 미련한 사람.


- 그래. 밥은? 거기 막 식빵에 땅콩잼 이런 거밖에 없다며?


“전에는 그랬다는데 요새는 안 그래.”


- 그래? 진짜로?


“견과류 알러지 있는 사람 배려한다고 딸기, 포도, 복숭아 잼까지 있더라.”


- ···그리고?


“아. 우리 팀은 감독이 능력이 좋아서 재정이 좀 괜찮은 편이라 하루에 이온 음료 한 통씩은 줘.”


- ···누나가 돈 보내줄까?


“아니. 괜찮아.”


- 보내줘야 할 것 같은데.


“누나, 결혼은 안 해?”


- 해야지.


“결혼할 돈은 있고?”


- 니가 사준 집은 있지. 혼수 대신 이거 들고 가면 뭐라고 안 하지 않을까?


“그건 그렇네. 능력 좋아. 최예진씨.”


- 최예진씨? 많이 컸다? 누나가 기저귀 갈아주면서 키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도 나이를 많이 먹어서.”


- 너가 먹는 만큼 나도 먹거든?


“그러게. 그러면 좋겠다.”


- 뭐래는거야 진짜. 너. 지금 누나 나이 먹었다고 놀리는 거지.


“아냐. 그건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실이지.”


- 너 지금 어디에 있다고? 스포케인? 기다려라.


“미안.”


그렇게 누나와의 전화 통화가 무사히 끝나고.


“후.”


끼이익-


나는 오랜만에 깊숙한 곳에 넣어뒀던 감정을 꺼낸 반동으로 인해 잠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요동치는 머리와 심장이 다시 고요해질 때까지.


사실, 이게 바로 내가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 이유였다.


원한다면 수십, 수백 번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나니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말했듯, 원한다면 한 회차당 적어도 10년씩은 말 그대로 ‘놀고먹으면서’ 지낼 수 있음에도 내가 그러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난 나약하니까.


그래서 그런 생활에 빠지다 보면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의지하게 될 테니까.


야구조차 포기한 채.

그리고,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내가 의지하려 마음먹은 대상은, 그 순간 반드시 사라질 테고.


그래서 난 정말로 내가 엇나갈 것 같은 회차가 아니라면 누나 외에 타인이 내게 접근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


물론 야구 외적인 일에 연관되어 귀찮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당장 내일이 등판인데 어떻게? 일단 이번 등판 끝나고 다음 불펜투구 세션 때 한번 보지.”

“진짜? 고마워!”


이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게 아닌, 그저 단순한 변덕에 불과했다.


#


시즌이 시작한 지 2주가 지난 오늘.


1주일간 꿀 같은 홈경기를 펼친 스포케인 인디언스는 방금 막 지옥의 원정 7연전을 마친 뒤 다시 홈으로 향하는 버스 앞에 서 있었다.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아니면 머무르거나. 그건 너희들의 선택이다. 이상.”


원정 5연패라는 기록에 웃음을 잃은 감독의 살벌한 한마디와 함께.


‘그럼 나는 곧 올라가겠군.’


사실 저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을 찾자면 팀 내에서는 내가 첫 번째로 꼽힐 가능성이 컸다.


나는 2주간 14경기에 출전해 0.391의 타율과 0.541의 출루율, 1.470의 장타율과 함께 8홈런을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말 그대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 과정에서 그 유명한 마이너리그 원정 버스 정도는 별문제도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괜찮았지.’


비록 좁고 덜덜거리긴 했어도, 내가 뛰는 노스웨스트리그는 그리 원정길이 험하지 않은 편이었으니.


거리만 봐도 그랬다.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제일 가까운 원정인 파스코는 고작 220km 정도밖에 안 됐고, 제일 먼 곳이라고 해봤자 670km 수준인 캐나다 밴쿠버 정도였으니까.


그간 KBO의 여러 팀을 거치면서 부산에 터를 잡은 적도 꽤 있었기에 500~600km 수준의 원정길 정도는 뭐.


“으으윽, 후우. 내일은 홈경기지?”

“난 이제 저 빌어먹게 좁아터진 버스만 봐도 화가 나.”

“그건 나도.”


물론, 그건 나만 그런 것 같았지만.


그래서일까.


‘14경기 6승 8패. 좋은 성적은 아니지.’


인디언스는 원정 5연패를 포함해 6승 8패로 리그 3위로 쳐져 있었다.


차라리 다른 지구와의 원정경기가 섞여 있었다면 모를까, 근처의 같은 지구끼리 경기를 벌인 결과였기에 감독도 저렇게 화가 난 거고.


어떻게 OPS가 1.4에 2경기에 홈런 하나씩은 꼬박꼬박 날리는 타자를 두고 질 수가 있냐 말한다면, 난 내 OPS가 설령 2.0을 찍었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말해주고 싶었다.


원래 잘되는 팀은 그냥 잘 되지만, 못 되는 팀은 온갖 이유가 튀어나와 방해하는 법이거든.


그리고, 그 온갖 이유 중에 현재 스포케인에게 제일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건 바로 선발 투수진의 집단 난조였다.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두들겨 맞으니, 불펜이 과부하 되고, 불펜이 과부하가 걸리니 결국 투수진 전체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발생한 거지.


심지어 이런 악순환이 시즌 초반부터 나타난다는 건, 말 그대로 팀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뼈를 깎는 마음가짐으로 투수진을 아예 개편하는 게 아니라면.


‘그나마 내가 있으니 이 정도지.’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나라고 한들 뭔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뭐라도 투구 비슷한 걸 해야 어떻게든 게임을 풀어나가지, 투구 대신 똥을 뿌리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머리를 최대한 짜내서 어떻게든 막아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닝을 더해갈수록 그런 내 감 역시 둔해지기 마련이니까.


오랜만에 마스크를 아주 질리게도 쓰는 바람에 체력 소모가 있어서 그렇기도 했고.


‘초이. 경기에 나가는 걸 즐기는 것 같더군.’

‘네?’

‘나는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좋아. 걱정하지 말게. 자넨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거야.’

‘아, 네. 뭐.’


왠지는 몰라도, 분명 서브 포수가 이를 벅벅 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 경기에서 대부분의 수비이닝을 소화했거든.


경기 후반, 대주자로 교체할 만한 타이밍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물론, 감독의 눈이 좋아 투수진 대폭발을 가벼운 화재 수준으로 억제한 내 능력을 바로 파악하고 어쩔 수 없이 계속 기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큰 그림이 느껴진다는 말이지.’


아마도.

내 예상대로라면.


뭐, 감독, 그리고 팀이 어떤 의중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덕분에 성장 자체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잘 되고 있었다.


[・평가 단계 : 7

(성장 가속 : 80%, 부상 방지 : 55%)

평가 기준(▽)

・포수 수비 이닝(12.1)↑↑

・워크에씩(0.1)↑

・인사이드워크(97.1)↑↑

・팬서비스(71)↑

・팀워크(15)]


일단 수비 이닝 자체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고, 구르고 구르는 와중 워크에씩이 천장을 쳐 평가 단계도 하나 올랐으니까.


인사이드 워크도 이러다 머리에 쥐라도 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집중한 덕분에 단계 상승이 얼마 안 남았고.


[최호현님. 10,000,000원 출금 완료되었습니다. -JJ증권-]


그리고, 그 덕분에 난 요즘 꽤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많은 돈이라고 부르기엔 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조금 초라해 보이긴 하지만, 그냥 놔두기만 해도 1년 뒤에 1억이 될 금액을 빼서 쓰고 있었으니 그렇게 불러도 되겠지.


왜 그런 돈을 빼서 쓰냐고?


먹어야지.

놀랍게도 근육은 물과 햇빛만 준다고 크는 게 아니다.


피버타임이 왔으면 질러야 할거아냐.

그게 무슨 고기든 일단 단백질처럼 보이는 물건들은 다 입에 처넣으면서.


“후.”

“뭐야?”

“땅콩버터에 딸기잼 바른 샌드위치.”

“아니, 그게 어디서 났냐고 엘리야.”

“어디서 났긴? 점심때 만들어서 아껴놓은 거지.”

“아. 어쩐지 오늘 빵이 부족하더라니.”

“헛소리하지 마. 내 몫에서 나눠서 만든 거니까.”


내가 아무리 성장 가속의 효과를 본다고 한들, 유전자의 축복을 모아 받은 여기 이 짐승 같은 놈들처럼 땅콩버터에 딸기잼을 섞어서 빵 쪼가리에 찍어 먹는다고 크는 것도 아니었으니 더욱더.


적절한 영양소의 공급, 그리고 충분한 회복 시간.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짐승들을 따라잡으려면 반드시 챙겨줘야 할 것들이지.


끼익-


“초이! 좁아!”

“참아. 난 지금 2홈런을 치고도 경기에서 패배한 기분을 잠으로 풀어야겠으니까.”

“진짜 이럴 거야?”

“뒤에 자리 많잖아.”

“여기가 내 지정석이라고!”

“그럼 좁게 가면 되겠네. 난 이제 잔다. 굿나잇.”


그렇게 ‘충분한 회복 시간’을 위해 안대를 낀 채 끼익거리는 버스의 의자를 뒤로 한껏 젖혔을 때.


“초이. 대화 좀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그때의 그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는데도 그때의 그 공 같은 느낌이 안 와.’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내게 달라진 게 있는 게 아니라면, 남은 건 너 하나니까.’


‘부탁할게. 진심으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꿀 같은 휴식 시간을 방해한 건 트래비스였다.


‘···당장 내일이 등판인데 어떻게? 일단 이번 등판 끝나고 다음 불펜투구 세션 때 한번 보지.’


그리고, 난 내 근육들이 성장할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그렇게 며칠 뒤.


나는 엊그제 등판을 마친 뒤 불펜에서 회복 세션에 들어간 놈을 데리고 팔자에도 없는 원포인트 레슨을 시작했다.


“팔은?”

“2000개를 던졌어도 이만큼 쉬면 다 풀려.”

“2000개나 던지기 전에 경기를 끝내야지.”

“···”


트래비스가 현재까지 기록 중인 성적은 직전 등판을 포함해 3번의 경기에서 14.1이닝, 12실점이었다.


다른 세부 수치를 볼 것도 없이 방어율로만 따져도 7.6에다 3경기 평균 이닝이 겨우 4이닝을 넘는 수준이니 말 그대로 폐급 그 자체의 성적인 셈이지.


1선발부터 이래버리니 팀이 잘 돌아갈 리가.


“네 가장 큰 문제는 상하체의 분리가 아예 안 된다는 거야.”

“상하체 분리?”

“그래.”


그래도 다행인 건, 고칠 점이 명확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어쨌거나 보더라인을 컨트롤하며 정교한 제구로 상대 타자들을 상대하는 스타일이 아닌 구위로 찍어 누르는 파워 피쳐가 되어야 할 재능이기도 했고.


“일단 스트라이드부터 줄여.”

“스트라이드를?”

“마음에 안 들면 폼을 뜯어고치거나 지면 반발력을 쓸 수 있는 테크닉을 익히면 되는 문제인데, 그건 일이 커져. 그러니까 줄여.”

“어.”


그러니 일단 급한 대로 패스트볼의 구위부터 끌어올려 주면 될 일이었다.


공의 회전축같이 복잡한 걸 건들기에는 장비도, 시간도 없으니 말 그대로 원포인트 레슨처럼.


‘그 대신 제구가 더 불안해지겠지만···’


그거야 뭐, 코치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얘 공을 천년만년 받을 생각이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뜯어고치겠지만, 글쎄. 아닐 것 같거든.


그러니 한두 경기쯤 내가 써먹을 정도까지만 키워놓고 튀면 될 문제였다.


“던져봐. 내가 말한 대로 상하체의 분리를 신경 쓰면서.”


하지만.


쌔애액- 텅!

툭, 투둑, 툭.


말로 한번 가르친다고 교정이 됐다면, 투구폼을 교정하기 위한 그 수많은 첨단 장비가 왜 필요하겠어.


“이건 못 잡아. 난 포수지 슈퍼맨이 아니니까.”

“···”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트래비스가 던진 공은 쳐놓은 그물은커녕 불펜의 천장을 때린 뒤 저 앞에 떨어져 버렸다.


“후우.”


나는 불펜의 마운드에서 내려가 그 공을 주운 뒤 트래비스의 발자국이 찍힌 그 자리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한 발짝이야. 이 공을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만 뻗어. 투구 템포니 하는 것들은 그냥 던지던 느낌대로 던지고.”

“···”

“경고하는데, 이 공이 여기서 움직이는 순간 난 불펜에서 나갈 거야. 명심해.”


그리고.

어쨌건 간에 이 폐급에 가까운 놈이 그 많은 선수들 사이에서 지명을 받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혼자 천천히 투구폼을 몇 번 휘적이며 감을 잡는 듯하더니, 이내 공을 들고 다시 한번 전방의 그물을 향해 던지는 트래비스.


퍼엉-


“어?”


처음이라 그런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삐걱거린 탓에 구속도 그렇고, 여러모로 프로답지 않은 공이라 할 수 있었지만.


“됐네.”

“됐어. 하. 이게 이렇게 쉽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던져. 지금 몸에 때려 박지 않으면 평생 저런 공은 못 던지니까.”

“어, 어.”


트래비스와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 우린 그때의 그 공과 한없이 가까운 공을 던졌노라고.


#


그렇게 훈련이 끝난 뒤.


“경기 중에 공을 앞에 놓고 던지면 안 되겠지?”

“심판이 널 죽이기 전에 내가 널 죽이겠지.”


나는 이틀 뒤 등판을 대비해 실컷 던지지 못한 게 아쉬웠는지 헛소리를 하는 트래비스와 쓰던 불펜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마워. 진심으로.”


그 와중, 하라는 공은 안 줍고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트래비스.


살다 보면 가끔 이런 타입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쓸데없이 진지하고, 매사에 고마움을 너무도 확실하게 표현하는 부류들이.


가만히 두면 혼자 청춘 드라마 한 편을 찍어대며 ‘아, 난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해.’라고 주절거리며 잊히는 부류들이기도 했지.


그렇기에 나는 마침 손에 들고 있던 공을 들고 놈에게 다가가 왼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고마우면 정리는 네가 다 하도록.”

“어?”


저딴 말을 할 정도면 아직 힘이 많이 남아있다는 거니까, 정리 정도는 맡겨놔도 되겠지.


타닥.


그렇게 트래비스를 내버려둔 채 불펜의 문을 닫고 나와 부족한 운동량도 채울 겸 숙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을 때.


“초이! 진짜야! 진짜 고맙다고!”


어느새 멀어진 불펜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띠링!


그와 동시에 울린, 오로지 내 귀에만 들려오는 소리에 습관처럼 지나치던 차의 창문을 바라본 나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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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쓸만한데? +7 24.09.17 3,176 118 10쪽
32 32. 이 타구는 큽니다. +8 24.09.16 3,387 130 14쪽
31 31. STS +6 24.09.15 3,586 133 12쪽
30 30. 때와 장소 +9 24.09.14 3,760 118 13쪽
29 29. 모두 모여봐. +11 24.09.13 3,870 125 12쪽
28 28. 애송이 +4 24.09.12 4,173 116 12쪽
27 27. 붉은 픽업트럭 +9 24.09.11 4,347 1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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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Purchase the Contract +4 24.09.07 4,398 113 13쪽
22 22. 자네가 요즘 야구를 아주 잘한다지? +5 24.09.06 4,478 115 12쪽
21 21.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4 24.09.05 4,498 112 14쪽
20 20. 모든 것은 부메랑 +2 24.09.04 4,605 10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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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저는 지금부터 적어도 3점은 더 낼 수 있는데. +2 24.08.28 5,232 122 14쪽
12 12. 미친놈(들) +8 24.08.27 5,517 116 13쪽
11 11. 스포케인 인디언스 +2 24.08.26 5,627 1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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