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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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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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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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모두 모여봐.

DUMMY

29. 모두 모여봐.




#


내가 겪어본 바. 포수란 포지션은 3번의 진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흐읍!”


촤아악- 툭.


“볼.”


첫 번째는 야구의 수비 포지션으로써의 포수에게 요구되는 동작을 실전에서 아무런 무리 없이 펼쳐낼 수 있을 때.


예컨대, 투수란 종족들이 완전히 반대 코스에, 그것도 원바운드 성 변화구를 던져도 그걸 인식하는 순간 바로 몸을 움직여 잡거나 블로킹을 성공시킬 수 있는 단계를 뜻하지.


휘익-


“블로킹 좋은데? 빠졌으면 바로 타점인데. 아깝네.”

“빠졌어도 당신은 타점 못 올려.”


이 단계에서 심화 과정에 들어서면 기계심판을 활용한 역(逆) 프레이밍, 일명 ‘덮밥’으로 타자의 멘탈을 무너트린다든지.


“흡!”

“···세이프.”

“챌린지!”


분명 원바운드 공을 내 눈앞에 잘 떨어트려 놨는데도 불구하고 1루를 향해 미적대며 귀루하는 주자를 잡아낼 수 있게 된다.


“···아웃!”

“내가 타점은 못 올린다고 했지?”

“···”

“투아웃!”


그리고 대부분의 포수는 이 단계의 끝에서 자신들의 수비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런 이들 중 몇몇 머리가 좋은 포수들은 두 번째 단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우완투수 상대 타율 0.291, 커터, 슬라이더 타율 0.191. 대신 빠른 공에 강하고 체인지업에는 거의 3할 후반대 타율. 2볼 이후 헛스윙률이 2할 이상 증가.’


툭.


- 싱커. 인 로우.


바로 경기마다 주어지는 상대의 구종별 정보나 카운트별 타율, 타구 방향 같은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능동적으로 볼 배합에 참여할 수 있는 단계지.


“흐읍-”


퍼엉!


“스트라이크!”

“···걸쳤습니까?”


끄덕-


“젠장.”


어떻게 보면 다음 단계라고 하기엔 포수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능력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환경 자체가 이런 능력을 키우기 쉽지만은 않았다.


예전처럼 공 하나하나마다 덕아웃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직접 싸인을 내야 하는 시대도 아니고, 덕아웃에서 전력 분석 담당 코치가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포수는 물론이고 센터라인 모두에게 다음 공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다 보니.


‘짬’이 좀 쌓이고 포수로서의 에고가 좀 쌓인 녀석들은 Wrist card라 해서 흔히 ‘카드’라 불리는, 팔뚝에 차는 밴드에 그런 정보들을 요약해 차고 나서며 혼자 이리저리 싸인을 내고는 한다만··· 보통은 그런 상황에도 수비 위치 같은 경우는 대부분 포수가 아닌 벤치에서 싸인이 나가곤 하지.


그런데 왜 그 효율적인 체계가 있는데도 포수가 이런 데이터를 ‘직접’ 머리에 넣고 게임을 운영해야(Game Calling)하느냐.


- 유격수, 왼쪽으로 한걸음.


‘움직이라고? 날?’

‘네.’

‘왜?’

‘한 번 더 싱커로 몸쪽을 노릴 겁니다.’

‘···오케이.’


이유는 단순했다.


- 싱커. 인 로우.


“···”


끄덕.


포수가 이런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사용할수록 저 투수라는 종자들이 포수의 말을 잘 듣게 되거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미리 유격수의 수비위치를 지정하지 않았더라면, 온갖 구종으로 온갖 곳에 쑤셔 박는 재미로 투수 짓을 해먹고 잇는 저 니콜라스 벤틀리라는 투수가 같은 구종을 같은 코스로 2구 연속 던지라는 볼 배합을 따랐을까?


따악-


“퍼스트!”

“아웃!”


그럴 리가.

접신한 무당처럼 고개를 미친 듯이 가로젓다 결국 자기가 원하는 공을 던지겠다고 떼나 썼겠지.


“헤이, 초이.”

“왜요, 니콜라스?”

“방금 전, 좋았어.”

“별말씀을.”


아, 세 번째는 뭐냐고?

난 이미 알려줬었다.


기본적인 포수 수비.

데이터의 활용.

그리고 데이터 밖에 있는, 예를 들면 타자는 물론이고 우리 수비의 무게중심이나 타자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단서까지 고려하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게 그 세 번째라고.


나처럼.

뭐, 흔하지는 않지.


#


- Swing and a miss. 니콜라스 벤틀리가 퀄리티 스타트를 향해 다가갑니다. 4회 초까지 무실점을 이어 나가는 로키스.


“좋았어! 니콜!”


팬마다 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르다.


[드디어 니콜라스가 쿠어스에서도 피칭다운 피칭을 하기 시작했어!]

- 이봐. 아직 4회 초야.

- 니콜라스는 지난 5년 동안 그 4회 초를 조용히 넘긴 적이 없다니까? 드디어 터지는 거라고!

- Umm···. 터졌다고 하기에는 니콜라스는 너무 늙었어 친구.


누군가는 피할 수 없는 세금을 내면서도 키우고 있는 유망주가 ‘터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우리 로스터에는 왜 이렇게 늙은이들이 많지?]

- 니콜라스보고 ‘터졌다’고 신나 하는 게 우리 처지야.

- 서비스타임도 한참 지난 투수를 가지고 말이지.

- 그래도 FA때는 덴버에 남지 않을까?

- 니콜라스가? 글쎄. 쿠어스 성적을 보면 절대 그러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 지금 장기계약으로 묶어버리면?

- 기다렸다는 듯 똥 같은 공을 던지겠지. 현실을 봐.

- 젠장.


[내가 계속 말해왔지만, 우린 유망주가 아니라 늙고 병든 머저리들을 믿어야 해.]

- 아니면 이 로스터를 다 갈아치워야 하는데, 제이슨의 능력으로는 그게 불가능하거든

- 동의.

- 맙소사.


누군가는 베테랑들의 노련한 플레이를 좋아하는 부류도 있었다.


[우린 언제 행복하게 야구를 볼 수 있지?]

- 일을 열심히 하고, 가정에 충실해, 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명상을 통해서 멘탈을 관리해. 그런 뒤에 TV를 틀어 로키스의 경기를 보면 행복하게 볼 수 있어.

- 오. Bud-dha의 가르침이야?

- 아니. 경기장에 직접 가서 저 빌어먹을 놈들의 경기를 두 눈으로 보는 멍청이들보다는 내가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거든.

- Oh···


하지만.

팬들마다 좋아하는 것들이 다를지라도 결국 모든 팬의 염원이 모이는 지점은 하나였다.


승리.


내가 내 돈을 주고 산 티켓값으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어 상대를 뭉개놓은 뒤 캐스터의 승리 멘트를 자장가 삼아 잠드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퍼포먼스를 바라보며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


팬 각자마다 팬이 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어쩌면 그게 스포츠를 대하는 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었다.


[Roctober 세대는 모여봐.]

-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지?

-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지. ‘애야. 미안하다. 내가 그날 너를 쿠어스 필드에 데려가지 말아야 했는데.’ 아버지가 말한 그 날은 2007년 10월 15일이었고, 그 날 경기의 표를 구했다는 말에 어린 내가 미친듯이 날뛰며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나. 그리고 경기가 끝났을 때 나는 펑펑 울고 있었지. 돌아가신 그날, 서서히 차가워지는 손으로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는 아버지 앞에서도.

- 아...


그 과정에서 적절한 스토리가 가미된다면, 이미 그 팬의 영혼은 그 팀에 종속되다시피 하는 거고.


“여보. 왜 울어요?”

“아냐.”

“또 아버님 생각하는 거예요?”

“아냐. 그런 거.”


예컨대, 여기 2007년 로키스의 ‘Roctober’ 당시 11살이었던 로버트란 꼬맹이가 49살의 로버트 씨가 된 지금도 그때의 그 경기장을 그리듯이.


이처럼 팬이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이유가 어찌 됐든 로키스의 팬들은 2007년 이후 챔피언십은 물론이고 디비전 시리즈조차 올라가지 못한 팀의 경기를 계속해서 시청하며 애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방금 그 스윙 봤어?]

- 봤지. 우리 집 개에게 따라 하라고 했더니 제법 비슷하게 따라 하던데.

- 젠장. 내가 쓰려던 말인데.


반쯤 체념을 하며, 경기의 승패보다는 ‘어떤 식으로 욕을 해야 창의적으로 보일까?’를 고민하는 시간이긴 했지만.


그리고.


- 카운트는 1-0, 오. 공이 뒤로, 아! 초이가 마치 로켓이라도 된 양 솟구쳐 공을 잡아냅니다.

- 어허우. 야구뿐만 아니라 배구에도 재능이 있는 선수군요.

- 어쨌든 공을 뒤로 보내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같군요. 그만큼 그는 지금 완벽한 블로커입니다.


[···포수가 원래 저런 포지션이었어?]

-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 아마 맞을걸? 한 15년 전쯤엔 그랬던 거 같아.

- 그때 포수가 누군데?

- ‘그 놈’

- 젠장. 또 그 자식이야?


“와우.”

“왜요?”

“방금 19살짜리 포수가 하늘을 날았어.”

“···그래요? 나도 같이 볼까?”

“VR 글래스 줘?”

“으음. 그래요. 오랜만에 같이 야구나 보지 뭐.”


로버트는 방금 전까지 눈물을 생성해 내던 눈물샘이 급격하게 마르는 것을 느꼈다.


“맥스가 왜 포수를··· 아, 저 친구가 그?”

“그래. 든든하지?”

“···어리다고 하지 않았어요?”

“얼굴은 어려. 동양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으흠? 여보?”

“아. 미안. 애들 앞에서는 조심할게.”


19살, 동양에서 온 작은··· 아니, 커다란 꼬마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맙소사. 그는 이번 경기에서 단 한 번도 공을 뒤로 보내지 않았어.]

- 원래 포수들은 그걸 하는 포지션이야.

- 그를 향해 던지는 게 우리 투수들이라는 걸 생각해 줄래?

- 오. 미안.


데뷔전부터 벼락같은 홈런으로 역전승을 일궈낸 그 포수는, 이어서 다음 기회에는 가디언즈 놈들의 추격 의지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홈런을 쳐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랜만에 ‘멍청한’ 제이슨이 타격 재능이 있는 유망주를 콜업했다며 좋아했었는데.


“타격이 다가 아니었어.”

“설마, 이 동양, 아니 이 사람 공도 잘 쳐요?”

“그렇지.”

“오. 그래요?”


그땐 그 홈런들이 가진 임팩트 때문에 몰랐지만, 본격적으로 1회부터 마스크를 쓴 지금은 알 수 있었다.


- 오. 브랜든 헤이스. 뜁니다. 그리고··· 잡힙니다! 완벽한 도루저지!

- 봅시다. 팝 타임이··· 1.76이 나왔군요. 말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 이건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부터 도루저지를 생각하지 않고 있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수치에요. 그 말은 곧 상대가 도루를 할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소립니다.

- 이런 말이 저 선수에게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노련하군요.

- 글쎄요. 벤치의 싸인이 있다는 걸 고려해 봐야 하지만···

- 마침 덕아웃 사이드가 나오네요··· 네. 덕아웃의 그 누구도 피치 컴에 손을 올려놓지 않았습니다.

-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이군요. 그는 로키스의 파격적인 콜업이 옳았다는 걸 계속해서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


그 유망주의 능력은 화끈한 타격뿐만이 아니라는걸.


아니, 오히려 타격에 가려진 수비가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


[제이슨이 CHOI를 콜업한건 완벽한 Top CHOIce였어.]


오늘 그가 보기에, 최호현은 완벽한 유망주였다.

세금을 낼 필요도 없으며, 미래를 기대하게 하고, 때로는 베테랑 같은 면모를 보여주며, 심지어는···


‘제이슨이 정신을 차린 거라면, 저 친구를 중심으로 로스터를 짤 테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아니, 사실은 언제나 기대하고 있던 ‘우승’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게 했으니까.


“이제 대런 필립스를 데려오라는 소리는 안 해도 되겠는데?”


진작 로키스의 경기에서 학을 떼고 ‘현생’을 살던 그의 아내마저 이런 소리를 할 정도였으니.


“여보···”

“노노노노노노. 안돼. 지금은 자야 할 시간이고, 아무리 취미라 해도 밤을 새우면서까지 컴퓨터 앞에 붙어있을 순 없어. 여보, 로버트? 젠장. 눈이 돌았네.”

“고마워.”


그는 점점 근지러워지는 손가락을 결국 참지 못한 나머지 VR 글래스를 벗어던진 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모두 모여봐. CHOI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고.]


도저히 설레발을 떨지 않고서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았기에.


작가의말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보름달의 기운을 가득 받아 행복한 명절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또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기적같은 연휴가 되길 기원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아, 연재는 계속됩니다.

명절? 작가에게 그딴건 사치다.

내게 연재는... 죽음이니까.

작가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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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9 24.09.19 2,524 110 13쪽
34 34. 팀워크 +6 24.09.18 2,896 106 12쪽
33 33. 쓸만한데? +7 24.09.17 3,176 118 10쪽
32 32. 이 타구는 큽니다. +8 24.09.16 3,386 130 14쪽
31 31. STS +6 24.09.15 3,585 133 12쪽
30 30. 때와 장소 +9 24.09.14 3,760 118 13쪽
» 29. 모두 모여봐. +11 24.09.13 3,870 125 12쪽
28 28. 애송이 +4 24.09.12 4,171 116 12쪽
27 27. 붉은 픽업트럭 +9 24.09.11 4,347 137 14쪽
26 26. 빨간색 컨버터블 +9 24.09.10 4,465 131 12쪽
25 25. 수미상관 +15 24.09.09 4,547 146 16쪽
24 24. 빅리거 +8 24.09.08 4,573 124 11쪽
23 23. Purchase the Contract +4 24.09.07 4,398 113 13쪽
22 22. 자네가 요즘 야구를 아주 잘한다지? +5 24.09.06 4,478 115 12쪽
21 21.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4 24.09.05 4,498 112 14쪽
20 20. 모든 것은 부메랑 +2 24.09.04 4,605 108 14쪽
19 19. 고요한 밤 +5 24.09.03 4,641 110 15쪽
18 18. 선망의 대상 +1 24.09.02 4,700 109 12쪽
17 17. 만남은 쉽고 이별은 더 쉬운 +2 24.09.01 4,713 108 12쪽
16 16. one month +2 24.08.31 4,724 111 12쪽
15 15. 관계 +3 24.08.30 4,884 113 16쪽
14 14. He’s a Genius +5 24.08.29 5,073 115 16쪽
13 13. 저는 지금부터 적어도 3점은 더 낼 수 있는데. +2 24.08.28 5,232 122 14쪽
12 12. 미친놈(들) +8 24.08.27 5,517 116 13쪽
11 11. 스포케인 인디언스 +2 24.08.26 5,625 118 13쪽
10 10. 디스 이즈 코리안 캬라멜 +4 24.08.25 5,898 11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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