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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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작품등록일 :
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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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STS

DUMMY

31. STS




#


LA 공항에서 작은 팬 미팅이 끝난 뒤.


-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어. 무슨 연예인 된 기분이더라.”


- 그럴 만하네. 어? 니 영상 누가 찍어 올렸다. 와. 유니폼 말고 다른 옷 입은 거 보니까 몸이 더 커졌네? 너무 커서 이제 집에 있는 옷은 안 맞는 거 아냐?


“아마 그렇겠지.”


나는 LA 시내의 호텔에서 누나와의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여기 헬스장 시설이 그렇게 좋다는데.’


마음은 LA까지 오는 전세기에서 맥주를 나르는 동안 맥스에게 들은 말이 있어 당장이라도 헬스장으로 가고 싶었지만, 경보 단계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도 이 상태에서 며칠만 더 시간을 끌었으면 3단계 경보가 울릴 수도 있는, 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 잘됐네. 그 거적때기들 다 가져다 버리고 싶었는데. 어? 잠깐만.


“거적때기라니. 말이 너무, 왜?”


- 이 사람들 댓글에서 싸운다.


“왜 싸워?”


- 다저스 저지 입고 다른 팀 선수한테 싸인받는게 맞냐면서 막 싸우네. 와. 완전 전쟁터야. 누구는 같은 한국인인데 그럴 수도 있다면서 그러고, 누구는 예의가 아니라고 하고. 야. 그래도 니 욕은 없다. 다행이네.


“그래?”


누나와의 그 통화에서 난 ‘그 짓’을 하기에 지금이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떤 SNS인데?”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먹는 사람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태풍이 정말 커다란 무언가로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불러오듯.


#


내가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스포츠 스타, 그중에서도 축구와 야구, 농구같이 프로 무대가 잘 형성된 종목의 선수는 사회에서 꽤 특이한 위치에 있었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중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고.


물론, 스포츠 스타에게 공인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걸 어색해하는 사람 역시 있겠지만.


어쨌든, 그들이 공인의 기준에 부합하든 안 하든 대중들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 자체는 공인 수준이긴 하니까.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더.


문제는, 이 대중들의 시선을 운동선수가 의식하는 순간 딱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었다.


나만 해도 한창 혈기 왕성했던 100살 언저리 때 부산에서 그런 일을 겪다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릴 뻔 했던 적도 있고.


부산의 모든 음식점에서 내 카드를 거부하던, 부산의 왕이라 불러주던 사람들이 시즌 후반에 기록 달성을 위해 조금 무리를 하자 갑자기 돌변해서 욕을 퍼부어 대는 게 그게 참 견디기 힘들더라고.


굳이 부산뿐만이 아니라 어디든 다 비슷하고, 단지 그걸 표현하냐 안 하냐의 차이라는 걸 알아챈 건 조금 뒤의 일이지만.


‘길에서 발견한 튀어나온 못 같은 거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도 괜히 밀어 넣고 싶어 하는.’


그런데 하나 우스운 건, 대중들은 튀어나온 못을 때리려 하는 습성이 있으면서도 그 튀어나온 못의 생김새가 정말 희한하면 또 그걸 신나서 자랑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걸 보통 야구팬들은 스타성이라 부르고, STS라는 스탯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지.


HoHyeon Choi @BestCHOIce

[팬분들의 목소리를 더 가깝게 듣고 싶어 가입했습니다. 반갑습니다.]


RE : MileHighMike @RockyRunner

- 정말 choi 맞아요?


RE : Purple Passion @Crusader

- 맞는 거 같은데? 뒤의 배경이 우리 클럽하우스잖아.


RE : CoorsKing @MileHighMav

- 음··· 초이? 이게 옳은 결정일까요?


RE :MountainMaMa @RockiesRebel

- @ROCKIES 누구든지 당장 choi에게 가서 이 계정을 지워버려 이 머저리들아!


RE : BlakeBuddy @PurplePride28

- 다들 왜 그래? 난 좋은데. 반가워요 초이! 말투가 ‘여기’ 사람들 같진 않지만. 그건 차차 익숙해집시다.

.

.

.

우우우우우웅-


“알림을 꺼놓는 걸 깜빡했네.”


그런 의미에서.

SNS는 나를 ‘튀어나온 못’이라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였다.


예컨대.


HoHyeon Choi @BestCHOIce

[오늘 LA 공항에서 저를 환영해 주신 한인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HoHyeon Choi @BestCHOIce

[하지만 그분들에게 싸인을 해주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HoHyeon Choi @BestCHOIce

[언제나 최고의 한국인 투수를 보유하던, 한국이란 나라에 진심인 @Dodgers인데, 이상하게 한국 최고의 타자들과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HoHyeon Choi @BestCHOIce

[이번에도 그 기회를 @ROCKIES에게 뺏기게 되었는데, @Dodgers의 아시안 팬 분들은 어떤 기분인가요?]


이런 자그마한 도발을 통해서.


띠리리리리리리리리리링-


하하.


#


[실시간 다저스에 도발 때린 MLB 신인.jpg]

- 근데 그 신인이 한국인임


“참 빨라. 사람들.”


다저스를 향한 내 도발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Holy Shit! 내가 당장 우리 보물의 계정을 뺏어야 한다고 했잖아!]


뭐, 퍼져 나갔다곤 해도 아직은 한국 쪽 커뮤니티 몇 개와 내 SNS를 초 단위로 확인하던 로키스 팬 포럼 정도였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히 내 SNS의 주목도는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고, 그에 따른 정산 역시 이뤄졌다.


띠링-


[팬서비스 증가]

[+0.00002]


인터넷 커뮤니티 글로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데, SNS라고 다를까.


뭐, 휘발성이 강한 매체다 보니 보통 소수점 다섯 번째 자리가 대부분인 데다 조금 많이 답글이 달린 글이어야 세 자리, 네 자리 단위를 주는 거라 아주 큰 소득은 아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니까.’


그래도 24시간 계속해서 포인트가 올라간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아주 형편없는 획득량은 아니었다.


저주의 알람을 끄는 기능이 없었다면 말 그대로 진짜 저주처럼 느껴지긴 했겠지만.


게다가.


RE : GDG @LoookkkDger

- 이거 진심이야?


RE : bluuuemajic @doingoda

- 이건 또 어디서 튀어나온 멍청이야?


지금 당장은 부정적인 반응이 많기도 했고.

이건 예상했던 부분이긴 했다.

팬 규모로 따지면 로키스의 팬들도 만만치는 않지만, 다저스는 전국 단위가 아닌 세계 단위로 인기가 있는 구단이었으니까.


[그래서 얜 왜 자기가 한국 최고의 타자라는거임?]


그나마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쪽에서도 내가 뭔데 스스로 한국 최고의 타자라 운운하는지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뭐··· 이것 역시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그걸 예상했음에도 당연히 내가 한국 최고의 타자가 맞으니까 한 말이지만.

난 지난 60년간 그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거든.


뭐, 이건 경험상 사람들이 인정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테니 잠깐 제쳐두고.


조금 의외인 건, 일본 쪽 반응이 아주 격했다는 사실이었다.


RE : さくらの舞 @SakuraDance

- 아시아 최고의 타자라고요? 일본 선수들을 무시하는 건가요?


RE : 富士山のぼる @MtFujiClimber

- GOAT가 다저스 소속이었던 일본인인데?


RE : もみじ狩り @AutumnLeaves

- 역시 한국인들은 시끄럽다wwwwwwwwwwww


···뭐, 한국이 아닌 아시안이라는 단어를 써서 그런지 직전 세대의 전설들까지 주욱 나열해 가며 아주 진심으로 폭주하고 있었다.


“별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많이 쏟네. 여기도.”


굳이 일본 쪽 반응까지 생각하고 올린 글은 아닌데 말이지.


덕분에 서서히 보합세를 보이던 포인트가 또다시 소수점 넷째 자리 단위에서 미세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게 살짝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어차피 이정도 하락은 예상했던 부분이기에 크게 신경은 쓰지 않으려 했다.


어차피 이런 소소한 포인트를 얻기 위해 벌인 일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이것도 말했듯 시간이 지날수록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마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니까.


‘굳이 이런 번잡스러운 짓을 하지 않아도 때가 되어 ROY 후보에만 이름이 오르내려도 이것보다는 더 벌 테니.’


그러니 내가 노리는 건 더 큰 무언가였다.

SNS는 그걸 낚기 위한 낚싯대였고.


그리고.


RE : Kevin Park @Kevinpark11

- 어린 친구. 루키면 루키답게 행동하는 게 어때?


기다리던 사람이 마침내 먹이를 물었다.


#


다음날.


“초이! 베스트 초이스! 싸인 부탁해요!”


나는 다저스타디움의 낮 경기를 앞두고 관중석에서 날 부르짖는 팬들에게 다가가 팬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좋아. 꼬마. 이름이 뭐야?”

“초이요!”

“뭐?”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이름을 초이라고 바꿀 거예요!”

“···하하. 아쉽지만 그건 내 성이야. 내 이름은 호-현이라고.”

“알아요!”

“그래? 그럼 뭐.”


띠링-


사막 한가운데서도 팬을 찾을 수 있다는 밈을 가진 시카고 컵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로키스의 팬덤도 나름대로 미국 전역에 존재하는 정도는 되었으니까.


그리고.


“옆에 친구는?”

“저는 다저스 팬이에요.”

“오. 의리를 지키는 거. 아주 중요한 일이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그럼.”

“정말 케빈과 싸울 거예요?”

“케빈? 아. 어디서 봤어?”

“인터넷이요.”

“그래? 그럼 그 글을 쓴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 보네. 나는 싸울 생각이 없거든.”

“하지만 아빠도 그랬는데요? 초이와 케빈이 오늘 경기에서 한판 붙을 거라고.”

“음··· 다저스 꼬마야. 일단 몇 가지 짚어줄 게 있는데. 첫 번째로 케빈은 오늘 경기에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백업 선수지만 나는 로키스의 주전이고, 이건 싸움이 아니라 대결이야. 내가 저 담장 밖으로 공을 넘기면 이기는 대결.”

“···분명 아빠가 성질이 더러운 사람이라 크게 한번 붙을 것 같다고 했는데.”

“크흠. 아버지는 어디 계시니?”

“몰라요.”


나는 전날 내가 지펴놨던 불씨가 어느덧 제법 크게 타오르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RE : HoHyeon Choi @BestCHOIce

- 제 말 중 틀린 말이 있나요?


RE : Kevin Park @Kevinpark11

- 넌 내 피부색이 보이지 않는 거야?


RE : HoHyeon Choi @BestCHOIce

- 아,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미안해요. 하지만··· 제가 최고의 타자란건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


RE : Kevin Park @Kevinpark11

- What the···


RE : HoHyeon Choi @BestCHOIce

- 긴말 필요 있나요. Show and Prove. 내일 경기에서 제가 @Dodgers를 상대로 홈런을 치면서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 내기 어때요?


그만큼 미친 척을 했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불타야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때때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미친 짓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었다.


‘올 시즌 안에 25단계까진 평가 단계를 올려놔야 내년부터 달릴 수 있다.’


그 관심이 곧 내 평안과 안식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만약 내가 이 내기에서 이긴다면, 지금의 이 부정적인 여론을 단숨에 나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바꿀 수 있을 테니까.


땅덩어리가 크니 이름 알리기도 힘드네.

KBO에서는 그냥 5경기 연속 홈런 정도만 쳐도 됐었는데.


작가의말

으음... 제가 혹시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착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조회수만 보면 추석 연휴가 맞는데 왜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거죠?


요새는 전 주에 미리 벌초를 해놓는 경우가 많다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말씀드립니다.

날씨가 계속 더울 예정이라고 하니 벌초 가실 때 얼음물이라도 시원하게 꽝꽝 얼려서 가져가셔야 합니다!

온열 질환을 절대! 절대! 얕보시면 안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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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Rookie, of the years NEW +3 20시간 전 1,670 85 12쪽
35 35.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9 24.09.19 2,530 110 13쪽
34 34. 팀워크 +6 24.09.18 2,900 106 12쪽
33 33. 쓸만한데? +7 24.09.17 3,180 118 10쪽
32 32. 이 타구는 큽니다. +8 24.09.16 3,392 130 14쪽
» 31. STS +6 24.09.15 3,591 133 12쪽
30 30. 때와 장소 +9 24.09.14 3,762 118 13쪽
29 29. 모두 모여봐. +11 24.09.13 3,876 125 12쪽
28 28. 애송이 +4 24.09.12 4,174 116 12쪽
27 27. 붉은 픽업트럭 +9 24.09.11 4,348 137 14쪽
26 26. 빨간색 컨버터블 +9 24.09.10 4,467 131 12쪽
25 25. 수미상관 +15 24.09.09 4,549 146 16쪽
24 24. 빅리거 +8 24.09.08 4,574 124 11쪽
23 23. Purchase the Contract +4 24.09.07 4,400 113 13쪽
22 22. 자네가 요즘 야구를 아주 잘한다지? +5 24.09.06 4,480 115 12쪽
21 21.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4 24.09.05 4,500 113 14쪽
20 20. 모든 것은 부메랑 +2 24.09.04 4,606 108 14쪽
19 19. 고요한 밤 +5 24.09.03 4,645 110 15쪽
18 18. 선망의 대상 +1 24.09.02 4,703 109 12쪽
17 17. 만남은 쉽고 이별은 더 쉬운 +2 24.09.01 4,718 108 12쪽
16 16. one month +2 24.08.31 4,728 111 12쪽
15 15. 관계 +3 24.08.30 4,887 113 16쪽
14 14. He’s a Genius +5 24.08.29 5,075 115 16쪽
13 13. 저는 지금부터 적어도 3점은 더 낼 수 있는데. +2 24.08.28 5,236 122 14쪽
12 12. 미친놈(들) +8 24.08.27 5,521 116 13쪽
11 11. 스포케인 인디언스 +2 24.08.26 5,632 118 13쪽
10 10. 디스 이즈 코리안 캬라멜 +4 24.08.25 5,904 11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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