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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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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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Rookie, of the years

DUMMY

36. Rookie, of the years




#


따악-


- 마지막 타구를··· 브렛 월드가 두 손으로 잡습니다. 4-5, 다저스타디움에서 루키의 4타점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따내는 로키스. 최근 타선이 침체기인 로키스에게 이 승리는 너무나 값질 겁니다.


다저스와의 시리즈 2차전은 그렇게 내 4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 활약으로 무사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실 삼진과 뜬공으로 물러난 두 타석 역시 아예 못 칠 공을 건드리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 저는 타격보다 호-히언 초이의 수비에 더 가점을 주고 싶군요. 저 선수의 유니폼이 더러워진 거 보세요. 그야말로 바닥을 구르면서까지 자신의 뒤로 단 하나의 공도 지나가게 두지 않았습니다.

- 도루 저지 2개도 포함해서요.

- That’s right. 대단한 활약이었죠.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한정된 집중력이라는 자원을 펑펑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직 피지컬적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는 타격과는 달리 이제는 거의 완벽하게 전성기 때의 폼에 근접한 수비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붙은 건 또 아니라.


‘그게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 대런 필립스의 홈런! 2점을 더해 3회 말에만 6득점으로 8-0을 만드는 다저스! 어제의 패배를 갚아주겠다는 듯 호세 마누엘 바르가스를 두들깁니다!


지명타자로 출장한 그다음 경기에서는 12-0이라는 스코어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하프. 무서우면 죽든지.”

“뭐야. 오늘 널 두들긴 건 다저스인데 왜 우리한테 화풀이야?”

“그거하고 이건 상관없어.”

“흐음. 그래? 그럼 콜.”

“...정말?”

“그래. 콜.”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라이언.”

“난 언제나 내 이름처럼 행동하지. 어흥. 물릴 준비 됐어?”


오랜만에 1승 2패, 루징시리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평온했다.


패배 의식에 젖어있는 팀이 늘 그렇듯.


‘···이쯤 되면 내 안목이 이상한 거로 생각해도 되겠어.’


나 역시 그런 분위기에 별다른 불만은 없었고.

아직 소위 말하는 ‘짬’이 안되는 상황에서 팀 분위기가 살벌하면 여러 가지 귀찮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거든.


“후웁.”

“맥스. 왜 비행기에서 그러고 있는 거예요?”

“그야 여기가 2만 5천 피트 상공이니까.”

“그거하고 지금 하는 런지가 무슨 상관이 있죠?”

“고도가 높아질수록 중력이 강해지니 맨몸으로도 운동 효율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잖아?”

“네?”

“왜?”

“음. 맥스. 혹시 지구가 어떤 모양인지 알고 있나요?”

“무슨 의미지? 아. 그래. 당연히 지구는 평평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요즘엔 그걸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더군.”

“···”

“농담이야 히-언. 런지도 그냥 혈액순환을 도우려고 하는 것뿐이고.”

“···”

“정말이야.”

“네.”

“하. 이런.”


승부욕과 에고가 넘치는 그런 놈들 사이에서 부대끼느니 차라리 어이없는 농담을 듣는 편이 더 낫지.


“들켰나?”


농담이 맞을 거다.

아마도.


#


다저스와 경기를 펼치며 팀워크라는 평가 항목에 대한 감을 잡은 지도 열흘째.


- 하하하. 요새 이쪽 언론은 완전 난립니다. 말들로는 신인왕에 올스타 선수에요 지금.


“그러니까요. 제가 볼 땐 둘 다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이야긴데.”


- 원래 언론들이 해외파 선수들 가지고 호들갑 떠는 건 어떻게 뭐 할 수가 없는 일이라서요. 대신 커뮤니티 같은 데서 괜히 그런 기사 보고 갑자기 화내는 사람들이 문젠데··· 말씀하신 대로 선 넘은 글들은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죠. 감사합니다.”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2홈런을 추가하고, 그 뒤로 10경기 동안 또 3홈런을 추가하자 한국 언론은 말 그대로 완전히 난리가 나버렸다.


[엘리야 존스 외엔 경쟁자가 없던 NL 신인왕, 최호현의 가세로 점입가경]

[60경기 15홈런-15도루 vs 19경기 9홈런, 8할 장타율]


19경기 9홈런.

뭐, 이렇게만 보면 신인왕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법한 페이스긴 했다.


다저스와의 시리즈 이후에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9경기에 선발로 나선 것도 있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 그중 포수로는 7경기만 뛰고 나머지 2경기는 지명타자로 뛰었지만 어쨌든 주전 자리를 서서히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짜리 포수가 메이저리그 주전 자리를 차지했는데 저 정도의 설레발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 19살짜리 신인이 19경기에서 68타석에 들어서며 0.291-0.353-0.818의 슬래시 라인과 18타점, 13득점을 기록했으니.


[우리의 보물이 아직도 OPS 1을 지켜내고 있어!]

- 내게는 그 말이 오늘 아침에도 해가 떴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 오··· 제발···


굳이 한국 언론을 들고 오지 않더라도 현지 팬들조차 저러고 놀고 있을 정도니까.


아무리 표본이 적어 비율 스탯이 좀 튀긴 했어도, 보이는 스탯이 저 정도라는 건 꽤 의미가 있는 거거든.


물론.


[도대체 Choi가 누군데 신인왕 후보라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우리하고 경기할 땐 그런 놈 없었는데.]

- 건방진 놈 있어.

- 뭔 짓을 했는데?

- 감히 다저스를 도발했지.

- 뭐? 너 다저스 팬이냐?

- 다저스 팬이 아닌 사람도 있나?

- ROY를 수상하는 건 엘리야가 당연하겠지만 적어도 Choi라는 선수의 인성 하나만큼은 인정해야겠네. 그는 올바른 일을 하고 있으니까.

- 자이언츠 팬들은 늘 이러지. 열등감에 가득 차 있어. 난 그저 물어본 것에 대한 답을 줬을 뿐인데 말이야.

- Fuck you.


그런 것뿐만 아니라 다저스와의 시리즈에서 벌인 짓들이 내 인지도를 확 올려준 것도 있었고.


그래도.


[162경기 76홈런 페이스. 우린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한국인 거포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선을 넘었지.


···일단 이 기사처럼 일단 내가 산술적으로는 162경기 76홈런 페이스로 홈런을 치고 있긴 했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스탯도 그렇고, 팀 내 위상도 그렇고 다 어느 정도 잘나가고 있는 것도 맞고.


그래, 다 맞는데. 그런데 말이지.


‘이런 건 팬들이 인터넷에 싸질러야 맞는 글 아냐?’


직전 회차 때 개막 7경기 동안 7홈런을 치면서 시즌 144홈런 페이스일 때도 야구 커뮤니티에서나 난리였지 기사로는 안 났는데.


대체 누가 이딴 기사를···


- 신진식(JH 스포츠)


아.

음.

혹시 그때 그 추격전에서 머리를 좀 다쳤나?


#


76홈런 페이스니, 신인왕이니 하는 건 일단 집어치우고.


“초이. 또 명상이야?”

“네. 리드.”

“이 시끄러운 비행기 안에서 그런 걸 한다니. 대단하네.”

“루틴이라서요.”

“그래. 그럼 방해하면 안 되지. 그런데 맥주 4병만 가져다주고 시작할까? 지금 막 불이 붙어서.”

“···물론이죠.”


나는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노이즈캔슬링 전용 헤드폰을 쓴 채 천천히 눈을 감고 그새 떠오른 감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호승심, 튀고 싶은 마음, 자만, 자기애 같은 감정들을.


살아온 세월만 보면 할아버지 소리를 두 번은 들어도 충분한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가면을 뒤집어쓰고 살다 보면 이렇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어린 이들이 느낄법한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글쎄.

어쩌면 계속해서 어려지는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르몬이 문제일 수도 있고.


그러니 어쩌면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본성이라 해도 무방하겠지.


다만,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그런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 능숙할 뿐.


‘어차피 페이스는 떨어진다.’


지금 이런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주변 모두가 날 띄워주는 상황이지만, 난 그 뒤에 있을 추락을 알기에 맘껏 기뻐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홈런 페이스 자체가 아직 나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아직은 표본이 얼마 없기에 내 핫-존은 지금도 스트라이크 존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지만, 이제부터 만나는 팀들은 어떻게든 내 약점을 찾아내고, 또 공략하기 위해 정성을 들이겠지.


냉정하게 봐서 지금 로키스 타선의 중심은 누가 봐도 나니까.


그렇다 한들 바뀌는 건 없었다.


‘타격 접근법을 바꿔봐야겠어. 10타석, 아니 20타석 정도면 쓸모없는 데이터를 심기에는 충분하겠지.’


나는 그런 일 정도는 익숙했고, 익숙해져야 하고, 또 익숙해야만 했으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는 걸 반복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바뀌지 않는 일들과 아주 약간의 간섭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일들 사이에서 변함없이 내 중심을 잡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전자는 막으려 할 때마다 어떤 강제력이 일어나 더 큰 사고로 번지게 되는 애석한 사고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고, 후자는 부산의 한 팀에 소속되어 10시즌을 넘기는 순간 나와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시장이 바뀌게 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지.


겨우 10년이란 시간으로 한국에서 몇 없는 광역시의 수장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참 우스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 10년이란 시간의 우스움이 웃음이 될 수 없는 건 그 사이에 벌어지는 몇몇 사고들 때문이었고.


그 때문에 난 그 사이에서 내가 표류하지 않도록 절대 변하지 않는 과거이자 미래에 닻을 내리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돈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굳이 내게 피해가 오지 않았음에도 매 회차를 시작할 때마다 누군가를 신고하는 것도 그런 일의 일환이었고.


시간이 지나 KBO에서 뛸 땐 몇몇 선수들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조언 몇 마디를 건네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지.


첫 회차, 그러니까 내가 아직 저주를 받기 전에 TV에서 봤던 한 수녀원에 익명으로 연봉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것도 역시 그런 일의 연장선상이었다.


어차피 원장 수녀라는 그분이 반쯤은 억지로 TV에 나와 원치 않는 유명세라는 무거운 짐을 이면서까지 지켜가야 할 아이들이라면, 내게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는 물건으로 조금 더 쉬운 길을 가게 해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다행히 어차피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었던 곳이라 그런지, 강제력이 작용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내가 내릴 수 있는 닻이 하나 더 늘었다는 거니까.


때로는 내 그런 행동들을 오해하고 끈질기게 추적해 나를 어떤 숭고한 무언가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글쎄.


확실한 건, 그 모든 건 나를 위해서 벌인 일이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어쩌면, 그리고 확실히 닥쳐올 죽음의 순간 그 이후까지는 대비해 놓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 맞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아무런 생각 없이 가끔 어울리지 않는 오지랖을 부리며 나설 때가 있던 거고.


뭐, 글쎄.


그렇게 뿌려놓은 것들은 많지만, 그게 닻의 기능을 제대로 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


우우웅-


[선수님! 홍보팀 박현아 사원입니다. 방금 선수님의 SNS를 통해 메세지 하나가 들어왔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한번 확인을 해보면 좋으실 것 같아 연락드립니다. Make-A-Wish라고 꽤 유명한 재단인데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보내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토독, 토도독.


“뭐야. 일어난 거야? 오늘은 좀 빠르네?”

“그러게요.”

“일어난 김에···”

“맥주 더 가져다 줘요?”

"어? 어. 그러면 좋지."


일단은 당장 해야 할 맥주 배달부터 끝낸 뒤에.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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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Rookie, of the years NEW +3 20시간 전 1,660 85 12쪽
35 35.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9 24.09.19 2,526 110 13쪽
34 34. 팀워크 +6 24.09.18 2,896 106 12쪽
33 33. 쓸만한데? +7 24.09.17 3,176 118 10쪽
32 32. 이 타구는 큽니다. +8 24.09.16 3,387 130 14쪽
31 31. STS +6 24.09.15 3,586 133 12쪽
30 30. 때와 장소 +9 24.09.14 3,760 118 13쪽
29 29. 모두 모여봐. +11 24.09.13 3,871 125 12쪽
28 28. 애송이 +4 24.09.12 4,173 116 12쪽
27 27. 붉은 픽업트럭 +9 24.09.11 4,347 137 14쪽
26 26. 빨간색 컨버터블 +9 24.09.10 4,466 131 12쪽
25 25. 수미상관 +15 24.09.09 4,547 146 16쪽
24 24. 빅리거 +8 24.09.08 4,573 124 11쪽
23 23. Purchase the Contract +4 24.09.07 4,398 113 13쪽
22 22. 자네가 요즘 야구를 아주 잘한다지? +5 24.09.06 4,478 115 12쪽
21 21.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4 24.09.05 4,498 112 14쪽
20 20. 모든 것은 부메랑 +2 24.09.04 4,605 108 14쪽
19 19. 고요한 밤 +5 24.09.03 4,641 110 15쪽
18 18. 선망의 대상 +1 24.09.02 4,700 109 12쪽
17 17. 만남은 쉽고 이별은 더 쉬운 +2 24.09.01 4,714 108 12쪽
16 16. one month +2 24.08.31 4,725 111 12쪽
15 15. 관계 +3 24.08.30 4,885 113 16쪽
14 14. He’s a Genius +5 24.08.29 5,073 115 16쪽
13 13. 저는 지금부터 적어도 3점은 더 낼 수 있는데. +2 24.08.28 5,233 122 14쪽
12 12. 미친놈(들) +8 24.08.27 5,517 116 13쪽
11 11. 스포케인 인디언스 +2 24.08.26 5,627 118 13쪽
10 10. 디스 이즈 코리안 캬라멜 +4 24.08.25 5,898 11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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