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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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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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애송이

DUMMY

28. 애송이




#


[COL, 벤치 클리어링 사태로 맥시무스 클라크, 데빈 올리버 2경기 출장 정지 결정. 브렛 월드, 벌금과 함께 1경기 출장 정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벤치 클리어링의 여파는 다음 날에도 계속되었다.


‘확실히 화끈한 만큼 엄하긴 하네.’


맥스와 데빈 올리버야 해놓은 짓들이 있으니 2경기 출장 정지 징계야 그렇다 쳐도, 마운드로 향하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뒤엉켜만 있던 브렛 월드까지 출장 정지 징계라니.


심지어 벤치클리어링 주도로 벌금까지 혼자 때려 맞았기도 했고.


“훗. 자존심이 상하는군.”


정작 본인은 혼자 한 경기 징계만 받았다면서 자존심이니 뭐니 하고 있긴 했지만.


[CLE, 도미닉 J.워든, 제이콥 멕켄지 벌금과 함께 1경기 출장 정지 결정.]


아, 물론 클리블랜드 역시 징계를 받긴 했다.

아무래도 당하는 쪽이다 보니 거의 있는 듯 없는 듯한 징계 수위긴 했어도.


선발투수 1경기 출장 정지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겨우 외야 백업 선수가 하루 빠져봤자 게임에 영향이 있을 리 없으니.


[COL, 브렛 월드의 징계에 항소 결정.]

그래서인지 클리블랜드 측은 브렛 월드의 징계 결정에 바로 항소를 한 우리와는 다르게 아무 말 없이 징계를 받아들였다.


“그래. 허벅지는 좀 괜찮나, 히-언?”

“방금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았더니 멀쩡합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군. 그래도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 오늘은 상체 위주의 프로그램을 짜왔지. 이 프로그램이 우리의 코어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

“그건··· 군침 도네요.”

“흐흐흐.”


뭐, 아무튼.

그제의 투수전 패배, 어제의 타격전 승리 끝에 클리블랜드와의 시리즈 전적은 이제 1승 1패.


오늘 펼쳐질 시리즈 마지막 대결에서 1승을 더하면 콜로라도는 두 시리즈에서 4승을 수확하며 나름 상승세라 불릴만한 흐름을 타게 됐다.


그래서일까.


“아침부터 줄이 길던데. 봤어요 맥스?”

“물론이지. 오랜만에 3층까지 팬이 가득 들어찬 쿠어스 필드를 볼 수 있겠어.”


주말 경기인 덕도 있겠지만, 나름 4만 5천 석이 넘는 쿠어스 필드가 순식간에 매진이 되어버렸다.


‘잠실 돔구장이 3만 석이고, 그전에 있던 종합운동장이 2만 5천 석이니까··· 확실히 규모가 다르네.’


KBO는 물론이고 여러 국제대회를 다녀본 나로서도 처음 마주하는 규모의 팬들이라는 거지.


“무너지는 거 아닙니까 여기? 흡.”

“글쎄. 오래되기는 했지. 그래도 괜찮을 거야. 어차피 쿠어스 필드 안에서는 무언가 무너져도 그 파편이 높게 튀어 오를 테니 피할 시간이 충분히 있을 거거든.”


그리고.


쿠웅-


“하.”


나는 그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팬들 앞에서 선발 데뷔전을 펼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찰 뻔했다.


“오, 이런. 내가 방해했군.”

“맥스. 이건 정말···”


맥스가 던진 농담에 순간 호흡을 놓쳐 바벨을 던지듯 내려놓아야 했거든.


본인이 오늘 쉰다고 정말 파티라도 하려는 건지, 호흡을 놓치는 순간 코어 대신 바로 허리에 데미지가 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올려놓은 무게 때문에.


“괜찮았나?”

“최고네요.”


그만큼 맥스가 던진 쿠어스-필드 식 농담은 굉장히 신선했다.


‘기억해 놔야겠어.’


훗날을 위해 내 오래된 유머-창고에 조심히 이 기억을 담아둘 정도로.


#


사실 나는 말주변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다.

저주가 시작되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래서 본격적으로 지명타자 생활을 했던 앞의 몇 회차는 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지.


팀원들과는 그냥 말을 안 하면 되지만,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상 어느 정도의 트래시 토크는 필수였으니까.


‘뿌듯하군.’


그래서 난 이번 맥스의 농담처럼 퀄리티 높은 유머나, 혹은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는 표현 같은 걸 습관적으로 기억해 놓는 편이었다.


유머든, 그런 표현이든 시간이 지나가면 휘발되기 마련이지만, 내게 있어 어차피 그 시간은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 쿠어스 필드에서 전해드립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즈 대 콜로라도 로키스, 콜로라도 로키스 대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의 경기가 지금 시작합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표현들은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필터링을 거쳐 사용되곤 했다.


팍! 팍!


“애송아. 어제 같은 짓을 또 하면 그땐 정말 네 얼굴을 으깨놓을 거다.”


예컨대, 경기의 선두타자로 나와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듯 타석에서 마구 땅을 헤집고 있는 상대에게 한마디를 하고 싶을 때라든지.


“그 전에 그쪽이 먼저 날아갈 것 같은데.”

“뭐?”

“겨우 200파운드도 안 되어 보이는 몸으로 뭘 그리 자신감 있게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에 내가 들었던 포크가 그것보단 무겁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하.”

“조심해. Mr. Skinny. 힘 조절에는 자신이 있긴 한데, 당신도 알다시피 쿠어스 필드에서는 뭐든지 다 높게 솟아오르는 편이라.”


바로 이렇게.


때때로 유머는 어색한 관계에 기름칠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무기가 되곤 하지.


“···”


내 말 맞잖아?


띠링-


[인사이드워크 증가]

[+0.3]


음.

맞나보네.


근데, 얘도 내가 알기론 이제 2년 차였던 거 같은데.

누가 누굴 보고 애송이래?


#


오늘 선발은 니콜라스 벤틀리.

팀 내 3선발이자 투심과 포심, 커터, 슬로우 커브를 던지는 우완투수였다.


구종만 봐도 알 수 있듯 구위로 승부를 거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제구력으로 승부를 보는 전형적인 기교파 투수라고 볼 수 있겠지.


‘이런 투수는 계산이 서지.’


3선발 치고는 시즌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직전까지 10경기에 등판에 61.1이닝을 소화하며 4.2의 방어율, 0.311의 wOBA, 40%의 하드힛을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방어율 4점대에 0.311의 wOBA, 40%의 하드힛 비율이 왜 나쁘지 않은 투수가 되냐고?


그것도 3선발인데?


아쉽게도 니콜라스 벤틀리는 콜로라도 소속에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는 투수였고, 홈 경기 등판 기록을 빼면 wOBA는 0.298에 하드힛 비율은 37.2까지 내려가거든.


단순히 홈구장 기록을 뺀 것 만으로도 120명 중 80위권이었던 투수가 단숨에 30위권을 마크하는 준수한 투수가 된다는 거다.


내가 야구를 하며 몇 번 보지 못한, 포심보다 투심이 더 구속이 빠른 케이스기도 했고.


그래봤자 95마일, 93마일 수준의 공이었지만.


그리고.


“브랜든 헤이스는?”

“몸쪽이 약한 같은 손 타자에게는 전통적으로 몸쪽 투심이 약이죠.”

“좋아. 오스틴 그레이는 어때?”

“주자가 없을 땐 바깥쪽 낮은 커터와 하이 패스트볼로 간 좀 보다가 슬로커브를 땅에 처박을 겁니다. 그는 위력적인 타자지 좋은 주자가 아니니까.”

“주자가 있을 땐?”

“마찬가지. 이왕이면 도루를 시도해 줬으면 좋겠는데요. 그럼 마찬가지 상황 아닙니까?”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진짜 ‘피쳐’를 지향하는 투수기도 했고.


왜, 그. 쓰로워와 피쳐 할 때 피쳐.


여기까지만 들으면 뭔가 게임 플랜이 확실할 것 같고, 약한 구위를 스마트한 운영과 칼 같은 제구력으로 어떻게든 헤쳐 나가는 그런 이미지가 들지만···


뭐, 비슷하긴 했다.

게임이 잘만 풀리면.


그래도 괜히 메이저리그라는 이 큰 무대에서 한 팀의 3선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보통 이런 케이스들이 이렇게 애매하게 좋은 성적만 기록하는 이유가 있었다.


보통은 경기가 맘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투구는 눈과 눈 사이의 머리로 해야 한다!’라며 억지로 보더라인에 공을 쑤셔 넣다가 기계심판에 응징당하는 경우가 많거든.


3이닝 동안 110구 5실점쯤 하면서.


“좋아. 싸인을 낼 기본은 됐군. 대신 중요할 땐 내가 직접 싸인을 낼 거야.”

“누구 맘대로?”

“Nu-gu mom? 갑자기 엄마를 왜 찾지?”

“아닙니다. 편한 대로 하시죠.”


즉, 투수는 머리가 텅 비어있을수록 좋다는 내 지론상 별로 궁합이 맞는 투수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 대신.


‘초구는 안쪽 깊게. 투심으로.’

‘카운트를 하나 버리고 가자고?’

‘어제 분위기를 이어가는 느낌으로.’

‘···오케이.’


또 적당히 합리적인 선에서 리드를 한다면 그럭저럭 따라온다는 장점이 있긴 했다.


그사이에 지금 같은 의사소통 과정이 끼어들어 있다는 게 귀찮아서 그렇지.


퍼엉-


“볼!”


그렇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몸쪽 깊숙한 곳에 꽂히는 곳에 기함을 하며 타석에서 벗어나는 Mr. Skinny.


어, 이름이. 음.

그래. 잭슨 애송이였던가, 아니면 크로스였던가.


“What the···”


뭐,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고.

놈은 몸쪽 공에 겁을 먹었다는 게 창피했는지, 곧바로 내게 다가서며 무언가를 지껄이려 했다.


“자네들. 내가 경고하지만, 어제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면 난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퇴장을 선언할 거야.”

“···네.”


일단 시도는 했다는 거지.

그 시도가 때마침 끼어든 구심에게 가로막히며 실패하고 말았지만.


“몸쪽을 요구한 건 맞는데 투심이라 조금 더 꺾여 들어온 거 같네요. 어제 일의 연장선상에서 던진 공은 아니었습니다.”

“···주의하도록.”

“네.”


원래 심판들이라는 게 그랬다.

쓸데없이 예민하게 굴고, 또 그걸 티 내는 걸 자랑이라고 여기는 존재들이니까.


예전에 만났던 어느 감독은 예전, 그러니까 심판들의 눈으로 스트라이크, 볼을 판단했던 그때와는 달리 이제는 ‘공식적’으로, ‘정당’하게 자신의 기분을 표출할 수단이 없으니 그런 식으로 티를 낸다고 표현했는데. 그게 맞을지도.


‘억울하겠네. 애송이.’


뭐가 됐든, 잭슨 스키니인가 하는 저 애송이 놈은 꽤 억울할 거다.


당한 건 자기인데, 심판에게 한 소리 들은 것도 본인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쩌겠어.


“스트라이크! 아웃!”

“Fuck!”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판정에 불만이 있는 건가?”

“아뇨. 이건 그냥··· 저한테 한 말입니다. 혼잣말이라고요.”


야구라는 스포츠가 원래 투수가 이렇게 유리하게 설계된 스포츠인데.


억울하면 억울한 상태로도 칼같이 스윙할 수 있는 멘탈을 길러야지.


안 그래?


“헤이, 초이!”

“네?”

“굿 잡.”


띠링-


[인사이드워크 증가]

[+0.5]


봐봐.

또 맞다잖아.

애송아.


#


그 아무리 대타자라도 모든 타석에서 1루를 밟을 수는 없다.


그건 아마 야구의 신이 와도 불가능하겠지.

그들도 고작해야 4할 후반대의 출루율을 기록했을 뿐이니까.


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노괴 쯤은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나조차 삶을 통틀어 커리어 하이라 할 수 있는 기록이 한 시즌 5할 2푼의 출루율이었으니.


‘그땐 정말 배트 대신 빗자루를 들고 나가도 거를 기세였지.’


그 이상은 정말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자동 고의사구들 틈바구니에서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한번 간만 봐볼까?’ 하며 던지는 유인구들을 어떻게든 후려쳐 장타를 짜낼 수밖에 없었으니까.


비슷한 논리로 모든 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말했듯 완벽한 타자와 완벽한 투수가 맞붙으면 당연히 완벽한 투수가 이기는 게 바로 이 야구라는 게임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10번 중 4번밖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을 신처럼 추앙받는 스포츠잖아. 여기가.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러니까.


“으음. 루틴에서 상체를 빼야 할까? 히-언?”

“···아뇨.”


나라고 해서 언제나 홈런을 칠 순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가죠. 니콜라스.”

“오. 의욕이 넘치는데?”

“오늘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팬들이 많이 왔잖아요.”

“그렇지. 아주 좋은 자세야.”


다만 그 틈바구니에서 나름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을 아주 잘 알 뿐.


‘제발 누구 하나만 뛰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선언하노니.

오늘은 포수 관련 포인트 파밍 시간이다.

투수 수준은 대충 파악이 됐으니, 메이저리그 타자들 수준 한번 보자고.


작가의말

약속대로 손가락을 부지런히 놀려 한시간 일찍 찾아왔습니다...

오늘부터는 밤 열시 이십분에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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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쓸만한데? +7 24.09.17 3,216 118 10쪽
32 32. 이 타구는 큽니다. +8 24.09.16 3,430 130 14쪽
31 31. STS +6 24.09.15 3,623 134 12쪽
30 30. 때와 장소 +9 24.09.14 3,794 118 13쪽
29 29. 모두 모여봐. +11 24.09.13 3,905 125 12쪽
» 28. 애송이 +4 24.09.12 4,206 116 12쪽
27 27. 붉은 픽업트럭 +9 24.09.11 4,372 137 14쪽
26 26. 빨간색 컨버터블 +9 24.09.10 4,491 131 12쪽
25 25. 수미상관 +15 24.09.09 4,573 146 16쪽
24 24. 빅리거 +8 24.09.08 4,596 124 11쪽
23 23. Purchase the Contract +4 24.09.07 4,422 113 13쪽
22 22. 자네가 요즘 야구를 아주 잘한다지? +5 24.09.06 4,505 115 12쪽
21 21.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4 24.09.05 4,523 113 14쪽
20 20. 모든 것은 부메랑 +2 24.09.04 4,629 108 14쪽
19 19. 고요한 밤 +5 24.09.03 4,664 110 15쪽
18 18. 선망의 대상 +1 24.09.02 4,720 109 12쪽
17 17. 만남은 쉽고 이별은 더 쉬운 +2 24.09.01 4,733 108 12쪽
16 16. one month +2 24.08.31 4,746 111 12쪽
15 15. 관계 +3 24.08.30 4,906 113 16쪽
14 14. He’s a Genius +5 24.08.29 5,095 115 16쪽
13 13. 저는 지금부터 적어도 3점은 더 낼 수 있는데. +2 24.08.28 5,259 1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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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스포케인 인디언스 +2 24.08.26 5,656 1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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