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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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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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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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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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도박의 눈(3)

DUMMY

태라폼탭스 대표이사의 아들 권도훈.


우리는 권도훈과 함께 정장을 입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층까지 올라갔다.


"저, 너무 떨려요."


이나연이 한국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이번에도 나 때문에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한건가.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마치 첩보물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지 않아요?"

"네?"


무서워서 떨린 게 아니고.

설레서 떨린거였냐.


이나연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리고 있었다.


"따라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람한 덩치의 남자는 보스가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철컥-!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족히 성인 남자 두 명은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가죽 의자에 보스라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백색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고 있는 백발의 남자.

구렛나루부터 턱수염까지 이어지며 중후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Welcome"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시가렛은 회색빛 연기를 뽐내고 있었다.


"저희를 보자고 하셨다고요?"

"일단 앉으시죠.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의 말에 우리는 일제히 그의 맞은편으로 착석했다.

보스는 뒤에 멀뚱히 서 있는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잠시 자리 좀 비키지."

"보스, 하지만···"

"두 번 말하는 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 알텐데?"


낮게 깔리는 중저음.

그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압도했다.


"···알겠습니다."


우람한 덩치의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

목이 두꺼워서 그런지 고개를 숙여도 숙인 테가 잘 나지 않았다.


"저는 알렉산더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일대 카지노의 총책임자이기도 하죠. 그 쪽들 이름도 들어보고 싶은데."

"민규 킴이라고 합니다."

"나연 리에요."


나는 알렉산더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혹시나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희는 태라폼탭스 권두형이라는 대표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입니다."

"알고있습니다."

"역시 안 믿을거라고··· 예?"

"제가 보자고 한 건 바카라때문입니다."


설마.

10연승을 해버린 것 때문인가.


"후훗, 알렉산더도 보셨나보네요?"


이나연.

왜 네가 뿌듯해 하는건데.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따가면 의심을 살 수 있어 소액으로만 베팅했다.

베팅금액이 고작 10달러 수준이었는데 그걸 보고 있었나.


"사람들이 왜 바카라에 열광하는지 아십니까?"

"단순해서 아닐까요? 마치 가위바위보 같달까."


자칭 카치노광 이나연이 대답했다.


"하하, 맞습니다. 나연 리도 꽤나 즐겼나보네요?"

"종종 즐겼죠. 따본 적은 많지 않지만."

"사행성 게임의 시스템은 결국 잃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설계는 저희가 설정한 게 아닙니다. 손님들이 그 방향으로 알아서 나아가고 있는거죠."


100달러를 가진이가 100달러를 땄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1,000달러였다면?'


이후, 자신감이 생길수록 베팅금액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베팅에 실패할 경우 사람들은 다시금 본전심리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자신을 더 아래로, 더 구렁텅이로 내몰게 된다.


알렉산더는 앞에 놓인 위스키 잔을 흔들었다.

그 안에 얼음들이 부딪히며 달그락- 소리가 났다.


그는 가볍게 목을 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궁금하더군요. 어떻게 하신겁니까?"

"하하···"


난감하군.

미래가 보인다고 하면 나를 납치해서 평생 돈벌이로 쓸 게 뻔히 보이고.

단순이 운이 좋다라고 말하기에는 그럴 분위기는 또 아니란 말이지.


고민하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었다.


"알렉산더는 양심이 없습니까?"

"뭐요?"

"남의 영업비밀을 그렇게 당당하게 묻다니."

"영업비밀···? 그럼 무슨 노하우같은 게 있다는 말입니까?"


알렉산더는 흥미롭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래도 여기가 명색에 카지노인데, 내기 한 번 하시죠. 제가 원하는 것과 알렉산더가 원하는 것 걸고."


넘어와라.

제발 넘어와라.


피그말리온 효과.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그 효과가 여기서도 적용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알렉산더는 나와 눈을 마주친 채 한참을 응시했다.

그러고는 이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핫! 듣고보니 민규 킴 말도 맞는 말이네요. 그럼, 민규 킴이 원하는 건 뭐죠?"

"제가 원하는 건 제 옆에 있는 남자입니다."

"웁스-!"


알렉산더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몸을 살짝 웅크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취향이었던건가.'


의외의 반응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왜 저러는 거지.


"취향은 존중합니다만 그 자는 저희 카지노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람입니다."

"채무 관계를 제가 대신 정리해준다면 가능하겠습니까?"


내 물음에 그의 눈빛이 변했다.

그럴만도 하겠지.

채무를 정리해준다면야 카지노의 입장에서도 안 좋을 건 없을테니까.


알렉산더는 김민규의 말에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사랑에 나이도, 국경도, 인종도 없다지만 저 남자의 빚을 다 갚아서라도 갖고싶은건가.'


"좋습니다."

"그럼 내기 종목은 바카라로···"

"아니죠, 아니죠. 굳이 질게 뻔한 싸움을 제가 왜 하겠습니까?"

"네?"


바카라로 승부를 본다면 '미래시'가 있는 한 내가 질 확률은 없다.

그런데 종목을 바꾸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알렉산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블랙잭입니다."

"블랙잭···?"


이나연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카드 두장을 받고 시작하는거에요. 합계가 21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게 되는데, 합계가 부족하다라고 생각하면 히트(HIT)를 통해 추가로 카드를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무작정 카드를 받다가 합계가 21을 넘어가게 되는 경우, 버스트(Bust)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해요. 하지만 민규 씨는 절정의 고수니까 이길 수 있을거에요."


절정의 고수.

이나연은 어디 무협지에서나 쓸만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었다.


딱히 다른 방도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게임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결국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

블랙잭에서도 '미래시'가 통해준다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행운의 여신이 부디 내 편을 들어주길 빌 수 밖에 없었다.


"하시죠. 블랙잭."


알렉산더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딜러 한 명 올려보내."


잠시 후, 딜러 한 명이 들어왔다.

보스실 한 켠에 마련 된 블랙잭 테이블.


나와 알렉산더는 딜러를 마주한 채 자리에 착석했다.


게임은 단판.

딜러와의 승부에서 이긴 사람이 승리하는 Rule.

단, 둘다 패배하거나 둘다 승리하는 경우 게임은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해서 연장된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내 앞으로 카드 두 장이 깔렸다.

[하트 A][스페이드 2]


A는 상황에 따라 1이 될 수도, 11일 될 수도 있다.


미래시가 나타나길 바랬지만, 애석하게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미래시'가 보여지는 상황은 두 가지였다.

- 특정한 지표를 봐야한다.

- '투자', 즉 베팅의 개념이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블랙잭은 지표도, 베팅의 개념도 아니었다.

결국은 운에 맡겨야 하는건가.


"히트하겠습니다."

"나도 히트."


나와 알렉산더는 카드를 추가로 한 장씩 받았다.

내가 추가로 받은 카드는.

[클로바 5]


세 장의 합계는 도합 18.

A가 있기에 아직은 괜찮다.


나는 알렉산더의 표정을 힐긋 쳐다봤다.

그는 처음부터 일관된 표정으로 카드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카드 패가 애매한가보군요?"


승기를 잡았다는 듯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설령 그가 나보다 숫자가 높더라도, 딜러보다 낮으면 게임은 연장된다.


"알렉산더는 패가 꽤나 만족스럽나 봅니다?"

"하하, 글쎄요. 저는 스탠드 하겠습니다."


딜러는 나를 보며 물었다.


"히트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스탠드하시겠습니까?"


이게 뭐라고.

땀방울이 뺨을 타고 내려와 턱 밑에서 턱걸이라도 하는 듯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번에 승부를 본다.


"히트하겠습니다."


딜러에게서 추가로 받은 카드는.

[하트 K]


A를 1로 계산해도 다시 도합 18이 된다.

이제는 보험도 없는 건가.


고민할 시간을 주지도 않겠다는 듯 딜러는 계속해서 재촉했다.


"히트하겠습니까?"

"스탠드 하겠습니다."


딜러는 자신의 패를 공개했다.

[클로바 9][스페이드 8]


이어서 알렉산더도 패를 공개했다.

[하트 6][스페이드 J][다이아 7]


"이, 이겼다!"

"와아아! 저희가 이겼어요."


이나연은 신이 난 듯 폴짝 뛰며 박수를 쳤다.


"확인해봤나."


알렉산더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어떤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별 다른 수작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감시한건가.

내가 이상한 수라도 쓸까봐?


"딜러가 보기에는 어때."

"제가 나간 패 그대로입니다. 이상 없습니다."

"아까 바카라는 어땠지?"

"거기도 별 다른 수작을 부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알렉산더는 자신의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나를 응시했다.


"럭키보이라고 불러야 하나?"

"애초에 승부가 목적이 아니었나 보네요."

"장난질이라도 쳤으면 여기서 순순히 내보내 줄 생각은 없었지. 금액이 소액이든 아니든 우리 카지노의 명성이 떨어질테니까 말이야."


아까 10연승을 하며, 고객들로부터 혹시 딜러와 짜고치며 조작한 게 아니냐는 컴플레인이 꽤나 들어온 모양이었다.


"어쨌든 승부는 제가 이긴겁니다."

"그 친구는 이제 자네꺼야."


그는 미리 준비해놓은 한 장의 서류를 건넸다.

그러고는 다시.


"그게 없으면 권도훈은 이제 자유일세."


알렉산더는 내게 권도훈과 관련된 계약서 한 부를 건넸다.

나는 그 계약서를 받고는 권도훈을 바라봤다.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쫘아악-


그대로 두 갈래로 찢었다.


"이제 자유라네요. 같이 나가시죠."


카지노를 나가려는 순간 알렉산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고 미국 여행 올 일 있으면 다시 한 번 들리지. 그 때는 술 친구가 되어줄테니."

"얼마든지요. 만나뵙게 되서 영광이었습니다."


내색은 안했지만 다리가 후덜거렸다.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우리는 쏜살같이 카지노를 벗어났다.


***


카지노 입구.

권도훈이 함께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저는 아직 그 쪽과 함께할거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네?"

"그 또한 도훈 씨의 선택일테니까요. 대신 이거 한 장은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그에게 명함을 한 장 건넸다.


"Only 인베스트먼트?"

"저는 도훈 씨랑 같이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생각이 바뀌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제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10억원은 어떻게···"

"투자라는 게 항상 버는 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뭐, 잃었다고 생각하죠. 도훈 씨는 이제 자유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권도훈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나연이 먼저 입을 뗐다.


"정말로 연락이 안와도 괜찮겠어요?"

"어쩔 수 없죠. 저는 저대로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멋있네요. 오늘은 조금 더 달라보여요."


사실 전혀 멋있지 않다.

그에게 한 건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였으니까.


티슬라와 연계 될 코인이라면 그 수익이 얼마나 될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투자한 10억은 벌어들일 수익에 비해 껌 값이 될 것이다.


나는 믿고 있다.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올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에 대한 투자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이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혹시나 연락이 와있을까 기대했지만 휴대폰은 아직도 잠에서 깨지 않은 듯 조용했다.


X발. 내 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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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도박의 눈(3) +8 24.09.18 6,331 146 12쪽
34 34화. 도박의 눈(2) +17 24.09.17 7,380 161 12쪽
33 33화. 도박의 눈(1) +11 24.09.16 8,156 162 12쪽
32 32화. 힐링 여행(2) +11 24.09.15 8,731 181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1 24.09.14 9,364 175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9,522 1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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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10,989 207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1,962 2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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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4,350 231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680 235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5,121 218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4 24.09.01 15,366 2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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