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돌이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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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작품등록일 :
2024.08.16 15:10
최근연재일 :
2024.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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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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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DUMMY



륀트 행성 토벌전.


그 모든 순간이 최악이었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폭음과 정체모를 비명소리가 전장을 뒤흔들고, 괴수들은 끊임없이 몰려왔다.


그 사이에 껴있는 거대한 형체. 얼핏 보면 사람의 형체와 닮았지만, 그 모든 건 갈색의 앙상한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생명···그 끝을···


스르륵.


그것이 손처럼 생긴 가지를 길게 내밀었다. 마치 뱀처럼 뻗어내려가 불운한 병사들의 발목을 휘감아 올렸다.


"더 쏟아부으아아악–"


"사, 살려···!!!"


그들은 마치 교수대에 올라간 죄수처럼 버둥거리다,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 힘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3형 괴수 '테넌트'다! 대괴수 특수탄을 준비해!"


콰앙!


여러 기의 대형 레일건에서 포탄이 날아가 쇄도하던 괴수에게 처박혔다. 초탄을 견디는 듯 했으나, 이내 쏟아지는 포탄들에 박살이 났다.


"명중!"


"젠장, 또 온다! 장갑, 원거리 계열 중상급 괴수 다수 확인!"


테넌트를 밟고 또다시 괴수들이 몰려온다. 강대한 화력, 섬세한 화망, 첨단 무기들, 거대한 함선.


전부 소용 없었다. 그들은 끝이 없었다.


자신있게 뛰어들었던 처음과는 다르게, 이미 모두의 눈동자에는 죽음이 깃들어 있었다.


괴수들의 파도 너머에 적색으로 빛나는 불길한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그 어떤 나무보다도 거대하고, 그 어떤 나무보다도 수많은 과실을 자랑했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 뻗어나간 가지들이 살랑거리며 우리를 조롱하고 있었다.


괴수 이그드라실.


우리 차원 기사단의 목표. 모든 괴수의 근원지. 그리고 모든 시작의 끝.


"저 너머라."


데오란트가 대검을 다 잡으며 중얼거렸다. 그가 날린 일섬이 괴수 수십마리 사이에 허공을 그었다.


“저기, 토벌 1팀이다!”


“이제 살았나···?”


"폼잡고 있네! 데오란트. 그렇게 찔끔찔끔 해서 저것들 언제 다 치우고 갈래?"


콰앙!


가디언 시리즈의 넘버링 'n-7'. 고위 시스템 ‘가디언’이 구성해낸 기사단의 병기 중에서도 명작만을 추려내어 넘버링을 새긴 전략무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괴수의 두터운 장갑을 꿰뚫고 천재지변을 일으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병기였다.


활시위가 튕기는 순간, 굉음과 함께 그대로 괴수 수백마리를 집어삼킨 거대한 하나의 무덤이 생겨났다.


셀렌은 그대로 데오란트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데오란트는 똥씹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젠장, 무기빨은 못이기지···"


"어머, 선택받지도 못한 주제에? 그런 고물을 들고 싸우고 있는 게 신기하긴 해!"


"닥치-"


콰아아아앙!


데오란트의 말은 함대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포격음에 섞여 사라졌다. 개당 행성 하나 값정도는 하는 에너지 집속탄들이 마치 오로라처럼 반짝이며 괴수들을 불태웠다.


일시적으로 생긴 전선의 빈틈. 결전의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뒤에서 날아온 작은 수송선에서 스퀘어가 뛰어내렸다. 그녀는 통신 장비들을 통해 무언가 확인한 뒤, 나에게 다가왔다.


"그만하십시오. 시간이 되었습니다, 레이븐. 이제 진입할 시간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스퀘어가 내게 쥐어준 통신기기를 향해 말했다.


"이그드라실 토벌대 제 1팀 레이븐. 돌입하겠다."


-무운을.


-고생하십시오. 대장님.


-무사 귀환을 기도하겠습니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들. 저마다의 목소리마다 떠오르는 얼굴들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곧 통신 장비의 전원이 툭 하고 끊어졌다. 스퀘어가 내게 건넨 검은색 큐브때문이었다.


순수하디 순수한 마나의 결정체. 차원을 구성하는 이 마나는 생명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정순한 힘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는 이를 감당할 수 있었기에, 나는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번 작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다.


"있잖아··· 그거 꼭 해야하는 거야? 위험해보이는데···"


셀렌은 눈살을 찌푸리며 큐브를 경계했다. 데오란트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지체하지 않고 큐브를 받아들였다.


"...!"


순수한 마나의 격류가 혈관을 타고 마구 나의 몸을 헤집었다. 마치 온몸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였다.


버티고, 집중해야했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노인의 집념처럼, 나는 하나의 목적을 머릿속에 다시 되새겼다.


그날 나의 고향은 멸망했다. 뿌리를 내리고 아덴 행성에 침입한 이그드라실은 천천히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나의 가족도, 친구도, 땅덩어리마저도. 이그드라실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간 괴물이었다.


따라서 나 또한 복수해야했다.


나의 적. 이그드라실.


-...시스템 이식 완료. 연산을 진행합니다.


-진입 경로 작성. 신속한 진입을 보조합니다.


차원 기사단의 최고위 시스템인 '가디언'. 그것의 극히 일부만을 이식받았음에도, 나는 쏟아지는 정보량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렇지만 가디언이 전해주는 정보들로 나는 확실하게 내가 해야할 일을 알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어떻더라도 말이다.


"뒤에 애들이 잘 견딜 수 있을까···"


셀렌은 뒤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치스러운 걱정이었다. 지금 들어가는 곳은 지옥과도 같을 테니 말이다.


"전부 각오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레이븐. 지시해주십시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나아갈 길을 가리켰다.


이정도면 길을 열기 충분할 것이었다.


-포인트 확인. n의 라인 가동.


총 10자루의 검이 허공에서 날아왔다. n-20부터 n-11번까지의 가디언 시리즈 넘버링.


그것들은 하나의 선처럼 차례대로 대지에 꽂혔고, 하나하나에서 마나의 파동이 흐르기 시작했다. 파동이 울려퍼질 때마다 괴수들은 움찔거렸고, 이내 위협을 느낀 수많은 괴수들이 10자루의 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동과 파동이 부딪치고, 검과 검이 하나로 울린다. 검과 검을 잇고 있는 대지조차 같이 울기 시작한다.


그 떨림은 어느 순간.


콰아아아아앙!


n의 라인. 검의 공명과 하나된 폭발. 행성의 지표면을 바꿔놓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은 수십, 수백만의 괴수를 일소했고, 이그드라실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었다.


"...역시 엄청나군, 레이븐. 설마 넘버링 무기를 한 번에 터트릴 생각을 하다니. 돈이 넘쳐 나나봐?"


"서, 설마 그걸 다 터트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임대로 간신히 가지고 온건데···"


"내, 내껀 안돼!"


마지막 순간에도 실없는 소리를 해대는 동료들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제 마지막이야. 가자."



*****



우리들은 반짝이는 불길 사이를 뛰어들어갔다. 괴수들이 날뛰었고, 우리 또한 필사적이었다. 모두 죽을 각오로 싸웠다.


이후의 기억은 어렴풋할 뿐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갔고, 공격하고, 달리고, 베고, 다시 달려가기를 반복했다.


이그드라실의 내부에 진입하기 전, 나는 셀렌을 남겼다.


"목숨을 걸고 사수할게."


활 한 자루를 들고 그녀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달렸다.


제 1형 네임드 '나이트메어' 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최상급 괴수에서도 따로 ‘-형’으로 분류되어 나눠질 정도로 강력한 괴수였다. 그렇기에, 이번에 나는 데오란트를 남겼다.


"서둘러 처치하고 따라가지."


날이 빠져가는 검 한 자루를 쥔 채 그는 달려들었다. 나는 그를 뒤로하고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메인 챔버, 이그드라실이라는 개체의 원본이 있는 방 앞에서 나는 스퀘어를 남겨두었다.


스퀘어는 n-9을 바닥에 꽂았다. 그리자 주변의 물체가 변형되며 입구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기사단에 영광을."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매우 거대했고, 끔직했다. 수많은 괴수의 시체들이 뒤엉켜 섞여 있었고, 말라비틀어진 붉은 가지들이 힘없이 널려있었다.


철퍽.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 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며, 나는 물었다.


"꽤 고생했나봐?"


-네놈이··· 감히 나의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머리를 울리는 스산한 의지. 나는 피식 웃으며 그것에 답했다.


"그러게, 누가 아무거나 줏어 먹으래?"


-검은 큐브··· 가증스러운 것의 힘이었어···


괴수들은 대개 마나를 탐했다. 그들은 섭취한 마나만큼 강력해졌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검은 큐브 조각만큼의 힘이라면 놈도 덥석 물 정도로 달콤한 과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그드라실'은 강해졌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그 속에 숨어있던 가디언이 놈의 단 한가지 기능을 봉쇄하였다.


생식.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더이상의 괴수가 생산될 수 없었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지? 나는 강해졌다. 네놈 따위가 상대할 수가 없어!


콰앙!


이그드라실의 검붉은 가지 하나가 나를 후려쳤다. 눈에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기에, 나는 피할 수 없었다.


"커헉···"


나는 피를 쏟으며 저 멀리로 날아갔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지만, 다시 보이는 건 뒤를 쫓아오는 수십 개의 가지들. 나는 황급히 손을 뻗었다.


-n의 무덤 가동.


콰직!


나를 추격하던 가지를 박살내며 꺼내 진건 5개의 검, n-10000, n-1000, n-100, n-10. 그리고 n-1.


나는 n-1을 집어들었다.


또다시 날아드는 가지들. 나는 숨을 참고, 한 번에 일대를 베었다. 서걱- 하고 잔가지들이 잘려나갔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갑자기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 이번엔 뿌리의 굵은 줄기가 내리쳤다.


쿠웅!


공간이 뒤틀릴 정도로 강대한 힘이 일대를 뒤흔들었다. 괴수의 살점들이 마구 나뒹굴고, 더러운 핏물이 사방으로 튀겨나갔다.


우웅-


나는 그 충격을 5개의 검의 공명을 통해 상쇄하였다. 본래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지만, 가디언 시스템의 연산은 완벽했다.


나는 이제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 개의 가지를 회피하고, 부쉈다. 어둠처럼 다가오는 그것들을 헤치고 나아가자 '로열 가드너'들이 가로막았다.


하나하나가 1형 괴수에 필적할 정도로 강한 친위대의 등장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찔리고, 베였다. 그리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갚아 주었다.


베고, 찌르고. 찔리고, 베이고.


나는 마침내 만신창이로 이그드라실의 앞에 멈췄다. 거대하고 끔찍한 몸체. 수만 갈래의 줄기가 나를 둘러싸고, 붉게 빛나는 나뭇잎이 사방에서 흩날렸다.


-제법이야, 인간. 그렇지만 헛수고야.


"...왜?"


-나를 죽일 순 없으니까. 내가 이곳에서 설령 져버려도 말이야. 나의 아이들은 모두 나의 씨앗을 지니고 있단다. 그리고 다시 피어나게 되겠지. 나쁘지 않은 일이야.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피식 웃었다. 너무나도 오만한 그것의 모습이 퍽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왜 웃고 있는거지?


"인간이 그렇게도 어리석어 보였나? 우리가 그런 것도 모를 것 같았어?"


차원의 마나. 원래라면 관측조차 불가능하며 사용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근원의 물질.


나는 스스로의 심장을 깨부수고 터져나오는 마나를 그대로 방출했다. 그러자 숨도 쉬지 못할 고통과 상실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n-1은 나의 손에서 저절로 빠져나가 허공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아주 서서히, 차원의 마나가 그 자리를 대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고통, 아니, 그것은 다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초월한 감각이었다. 세포단위로 나의 몸은 분해와 재조립이 이루어졌고, 영혼이라는 믿지 못할 감각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건 인간이 다룰 수 있는 힘이···!


나는 내가 아니게 된 걸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허공에 나의 새로운 무기를 피워내었다.


물체나 물질 따위가 아니었다.


n-0. 칠흑으로 아른거리는 검신의 끝은 정면을 향했다.


"길었어. 너나 나나 끝이야."


-그럴 수는···!


시간이 늘어지듯 흘렀다. 수만개의 가지가 나를 겨누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검이 흘러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남은 동료들은.



남은 건 아득한 빛이었다.



*****



-[시스템: 회상 종료]


"···그래서 이 모든 흐름에서 내가 이렇게 될 이유가 있었나?"


나는 기억을 돌이켜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구. 격전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변두리의 행성. 연고도 없는 이곳에 나는 모든 힘을 잃은 채로 깨어났다.


그리고··· 편의점 알바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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