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돌이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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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작품등록일 :
2024.08.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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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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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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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돌이의 삶(2)

DUMMY

“평소에는 이정도로 충분했는데.”


유시은은 다시 깨어난 청개를 발견하고 장치를 T소드를 다시 검 상태로 변환시켰다. 그리고는 여유로운 기색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머리를 썰어야 하나.”


이런. 아무래도 현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저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이라고 착각한 듯하다.


이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죽음 역행은 괴수의 외부에서 강력한 마나를 흡수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 통상적으로는 기존의 괴수보다 2단계는 더 강해진다고 보면 됐다.


즉, 하급 괴수 였던 청개는 죽음 역행으로 중급 괴수로 재탄생한 것이다.



-흥, 다 죽어가는 녀석이.


자신만만하게 앞서간 녀석은 자신보다 한 수 아래였던 괴수에게 목이 잘렸다. 죽음 역행으로 되살아난 괴수에게 말이다.


-살려···


그의 입술이 뻐끔대지만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죽음 역행의 첫번째 사망자였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옛 기억. 너무 많이 겪은 일인지라 이제는 무던해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조언이라도 해줄까.


“방심하면 안돼.”


“뭐?”


그때, 전신을 붉게 물들인 청개가 붉은 털을 휘날리며 순식간에 유시은에게 쇄도했다.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속에 유시은은 간신히 몸을 굴러 회피했다.


-콰아앙!


하지만 청개 또한 본인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돌진한 그대로 공터에 있던 철제 조각상에 몸을 박았다. 당연하게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윽··· 갑자기 빨라졌어.”


“혹시 죽음 역행에 대해 알아?”


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유시은에게 넌지시 물었다.


“죽음 역행···? 설마!”


혹시 모르면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이미 이쪽에 연이 있어 보이니 여러 현상에 대한 귀띔 정도는 받았겠지.


-크르르륵···


다시 관계는 뒤바꼈다. 이제 검붉게 흩날리는 불쾌한 마나를 흘리며 다가오는 저 괴수는 포식자였고, 유시은은 명백한 피식자였다. 전장에서는 이런 것이 흔했다.


이때, 무릇 사람에게는 도망이라는 선택지가 생긴다. 눈 앞의 두려움에 도망치는 것은 일종의 본능이다. 맞서는 것보단 도망가는 것이 쉬우니까. 때마침 나라는 보기 좋은 미끼도 있다.


떨림. 내 눈에 유시은의 검 끝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앞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중급 정도면··· 시간은 벌 수 있으려나.”


무슨 뜻일까. 그런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말이 이어졌다.


“...빨리 도망가. 내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오호. 기특하긴 한데 말이야. 아무래도 별로 이성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여기서는 선배로서 기사단 수칙에 대해 가르쳐 줘야할 시간이었다.


기사단 제 1수칙. 뜨겁게 죽지 말고 차갑게 살아라. 일단 각을 잘 재라는 소리였다.


“기다려 봐.”


나는 말로 했지만 별로 들어먹을 분위기가 아닌지라 잠시 유시은의 머리를 툭 건드렸다.


“뭐, 뭐야! 갑자기 머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차갑게 판단하라고.”


나는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공원 한구석에 놓인 비상벨을 가리켰다. 마침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괴수 발생 신고 버튼’이었다. 저것의 사용자는 한 90%가 죽었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10%는 헌터가 사용한 결과였다. 아무튼.


“너는 저걸 이용해서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고-”


다음으로 청개의 몸체에서 붉게 갈라져 있던 부분들을 가리켰다. 앞발을 비롯하여 앞다리, 그리고 몸체까지 이어진 하나의 선. 이전에 유시은이 갈라놓았던 부분이었다. 재생되어 다시 붙었지만, 저부분이 취약한 건 여전했다. 또한, 기묘하게 뒤틀렸기에 밸런스를 잃었다.


“저 부분을 정확히 공략해서 잠시 빈틈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


유시은은 잠시 내가 가리킨 부분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정체는 나중에 물어볼게.”


그리고 유시은의 몸에서는 다시 은청색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저놈을 베고 나서.”



*****



블루문이란 마치 반짝이는 달빛처럼 차갑게 벼려내는 검술이다. 냉정함 속에서 정확하게 목표를 베어내는 냉철함을 지녀야 한다.


죽음 역행으로 살아돌아온 청개의 검붉은 마나가 발걸음마다 대지를 오염시켰다. 불안정한 놈의 발걸음이 순간적으로 바닥을 짓이기고, 돌진했다.


유시은은 눈을 감지 않았다. 베야 하는 목표가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냉정함. 사실 아까는 그것을 잃고 있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스스로가 죽음을 각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을 저 남자가 제시해주었다.


유시은은 그가 혹시 같은 헌터인가도 싶었지만 그렇다기엔 그에게서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도 신체에 마나라는 게 전혀 없었다. 대체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살아남자.’


곧장 눈 앞으로 다가온 발톱을 유시은은 칼 끝으로 흘려내며 공격을 피해내었다. 그러나 청개의 강도 자체가 달라져 아까와 같은 일섬은 힘들어 보였다.


유시은은 기회를 찾아야했다. 정확히 아까와 똑같은 경로로 검로를 이어낼 기회. 그러나 지금은 견뎌내야 할 시간이었다.


쾅!


“윽···”


수십 차례 공방 끝에 청개가 휘두른 앞발을 흘려내는 데 실패하고 콘크리트 벽면에 유시은이 처박혔다.


유시은이 내팽겨진 타이밍을 청개는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마치 생전에 사냥감을 노리던 그 움직임으로 달려들었다.


일방적인 공세에 유시은의 몸은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흘려내지 못한 공격들은 몸에 상처를 남겼고, 흘려낸 공격들 또한 그 격통이 고스란히 몸에 남았다. 그러나, 그 남자가 말했던 기회는 아직 남아있었다.


청개의 비틀어진 밸런스. 붉게 물들어 아직도 피가 새어나오고 있는 절단면. 그리고, 지금까지 공격을 흘리며 깎아오던 발톱까지.


“아주 신났네.”


지금까지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경로가 있었을까. 어쩐지 재밌다고 생각한 유시은은 피식 웃었다.


서걱-


블루문. 어느때보다 선명하게 일렁이는 은청색의 경로가 일섬으로 이어졌다.


발톱, 앞발, 앞다리. 그리고 이와 이어지는 몸체까지. 이미 어두워진 공원에서 갈라진 그 허공에는 달이 있었다.


“좋아, 그리고 비상 벨을-”


그리고 유시은은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



“고생했네.”


나는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쓰러진 유시은에게 다가갔다. 단지 지쳐서 쓰러진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기사단에 속해있지 않지만, 만약 후배로 만났으면 꽤 믿을만한 동료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시은이 이긴 것은 아니었다.


나는 떨어진 T소드를 주웠다. 딱히 훔치려는 건 아니고-


-크르르륵···!


떨어진 살덩이들이 다시 역겨운 모습으로 엉겨 붙으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괜히 죽음 역행이라는 말이 붙었겠는가. 어지간하면 살아나는 부활하는 게 이 현상이 위험한 이유였다.


순간적으로 주변 일대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놈이 재생하는 데 주변의 마나를 모조리 흡수했기 때문이다.


T소드에 남아있는 유시은의 마나가 내 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 시스템이 내게 준 힘인 ‘검의 공명’의 덕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마나의 감각. 나는 어떤 검식으로 녀석을 상대해줄까 고민했다. 괜히 이상한 짓 하다가 걸리는 것도 좀 그러니 똑같이 하는 게 나으려나.


이미 죽어버린 영웅 테일리. 나는 녀석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사단 본부가 괴수에 잠식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녀석은 단신으로 미끼가 되었고, 우리가 본부를 빠르게 수습하는 동안 그는 수십 마리의 ‘형 급’ 괴수와 싸우다 죽었다.


블루문은 그의 유산이었다.


“옛날 생각나네.”


테일리가 유시은을 봤으면 아주 좋아라 하면서 키웠을텐데. 드디어 쓸만한 후배가 나타났구나, 하고 말이다.


나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달려드는 청개에게 T소드를 휘둘렀다. 그렇게 10번 정도 베어주니 주변에 흡수할 마나가 남아있지 않은지 재생하지 못하고 몸이 허물어졌다.


“어라?”


원래는 괴수 내부 어딘가에 존재하는 검은 마나석을 파괴해야 죽지만, 원래 주변 마나가 풍부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그런 지 부활을 반복하지 못한 듯했다.


가만. 그러면 검은 마나석을 온전하게 챙길 수 있다는 소리인가. 갖다 팔면 기사단 본부에 집 하나 정도 살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한 물건인데. 서둘러 청개의 몸을 샅샅히 살펴보니 과연 검게 빛나는 마나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아. 이제 도망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나는 어두운 거리를 통해 공원을 빠져나갔다.



*****



-지난 밤 거주 5지구에서 괴수가 발생하여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헌터 아카데미 생도 유시은 양이 조기 발견하여 토벌에 성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시 뒤 유시은 양과 만나보겠습니다.


며칠 뒤, 나는 편의점에서 핸드폰 속에 익숙한 얼굴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킥킥 웃었다.


-유시은 학생, 괴수와의 전투가 많이 힘드셨을 텐데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전투를 임하셨나요?


-...헌터를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본분? 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본분? 은 뭐야. 어쩐지 요즘 유행하는 말투와 닮아서인지 밈처럼 번진 클립 영상이 벌써 수백만 조회수를 달성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그런 일이 발생한건지.”


뉴스에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그때 발생했던 죽음 역행 현상은 결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분명한 조건이 존재하고 그 조건 속에서도 희귀하게 발견되는 것인데.


내 감으로는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한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은 더 생각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역시 슬슬 눈돌리고 있던 차원 기사단과의 접촉을 고려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이런 이상 현상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이제 어느 정도 능력도 생기긴 했으니까. 여차하면 신입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


참고로 그 검은 마나석은 집으로 가져다가 어느새 슬며시 내게 흡수되고 말았다.


[현재 저장된 마나-985]


크윽, 이걸로 xx자이 하나 사나 했는데··· 뭐, 사실 내가 들고 있어봤자 팔 수도 없긴 했겠다. 검은 마나석이 유통되는 게 차원 기사단 내에서나 되기도 했고, 내가 그런 걸 팔기엔 신분이 빈약했다.


편의점 알바도 먹고 살만은 하니까···


마침 한가한 시간대라서 이번에 개방된 시스템들이나 열람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무기 상점(잠김)]


[창고(0)]


[희귀 무기 가챠(5000)]


[차원 기사단의 시스템에서 넘버링이 새겨진 무기를 랜덤으로 하나 지정됩니다.]


[무기 가챠(500)]


[차원 기사단의 시스템에 저장된 전체 무기에서 랜덤으로 하나 지정됩니다.]


아니, 상점 막아놓고 뽑기 시스템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대놓고 악의가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시스템에 저장된 무기만 해도 수천가지가 넘어가는 데 개중에는 결함있는 무기도 존재했다.


예를 들면 고급형 에고소드-esw1000 모델. 초기에 출시했을 때는 고출력, 고화력 무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 성능은 마나먹는 하마 수준으로 밝혀져 버려진 무기가 되었다. 그 밖에도 터지거나, 설계 오류로 작동도 안하는 문제 많은 무기가 많은데···


희귀 무기 가챠는 지금 못하고, 그냥 무기 가챠는 좀 리스크가 크다. 그리고-


“라고 말하면서 지금!”


시스템이 방심을 탄 사이 기습 가챠 버튼을 누른 지금이라면!


[결과- 마도공학 총검 swg-0001]


하필 총이요? 난 검객인데, 건객이 되라는 건가···


“에휴, 내가 그럼 그렇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시스템을 내렸다. 그리고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손님인가 싶었지만 얼굴을 보니 다음 타임 알바였다. 이름이··· 한예은이었나?


“고생하세요.”


인수인계를 할것도 거의 없었기에 대충 인사하면서 나갔다.


밖에 있는 것은.


“여기에 있었네.”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고 있는 유시은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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