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돌이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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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작품등록일 :
2024.08.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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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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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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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돌이의 삶(1)

DUMMY

삐익-


“4,390원 입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먹고 살기위해 편의점 알바생이 된 지 벌써 1년 째. 나는 어느덧 이 세상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환생이라고 해야될까, 아니면 빙의라고 해야될까. 마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요상한 신체를 가지고 깨어나는 바람에 그 당시, 나는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20여년간의 기억과 낯선 시야. 어쩌면 다시 눈을 떠서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우진. 그게 이 몸의 이름이었다. 천애고아에 무능력하여 어영부영 지나온 나날들. 어쩐지 인형처럼 살아왔다는 인상을 주는 기억이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하던 일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편의점 알바였다.


나는 진열대에서 빠져있는 물건들을 창고에서 꺼내 다시 채워놓으며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지옥같은 전쟁터. 토벌 1팀에 소속되어 이그드라실의 침략에 맞서 싸우던 그때는 정말 쉴새 없이 달려갔었다. 어딜가도 최악인 상황을 헤매며 검을 휘두르던 나날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 지는 모르지만, 내 할 일은 모두 끝마쳤다. 나머지는 내 동료들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미칠듯이 뒷일이 궁금하기도 했다. 내 동료들은 과연 무사할까.


하지만 힘을 거의 잃어버렸기에 이제는 딱히 알아볼 방법도 없고, 무엇보다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너무 복수에 매몰되어 지쳐가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조금 한가하기는 해도, 지난 수백년에 비하면 지금의 생활은 제법 내 마음에 들었다.


잠깐만, 내가 방금 한가하다는 생각을 했나?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지고, 거칠게 편의점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찌르르릉!


“어서오세요. CS24입니···”


“와아아아!”


괴수들의 습격에 버금갈 만한 그 무리. 그것은 바로 잼민이들의 습격이었다. 젠장, 벌써 그 시간이었구나. 나는 서둘러서 자리로 돌아가 그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전장에서의 감각을 다시 일깨웠다. 한 번이라도 경계를 늦추는 순간, 일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거 봐라! 이거 엄청 물렁거려!”


“상품 만지작 거리지 마세요.”


신선 식품 코너에서 햄버거 주물거리는 녀석 막고,


“아, 시원해!”


“냉장고 열고 있지 마세요. 아이스크림 녹아.”


아이스크림 코너 가서 냉기 쬐고 있는 얘 치우고,


“앗, 뜨-”


“컵라면 물 좀 제발 조심히 받으세요.”


딴데 보면서 컵라면 물 받는 얘 주의 주고,


“네, 3500원··· 잔액이 없는데요?”


“형··· 500원 만 봐주면 안-”


“음료 하나 뺄게요.”


나는 그렇게 선고하며 음료를 다시 진열대로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해서 열심히 막다보면 남는 것은.


“하··· 이 새끼들···”


테이블에 어질러져 있는 컵라면과 쓰레기 무더기였다.


그래, 얘들이 뭘 알겠냐···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좋은 마음으로 나는 테이블을 치우려 했다. 그것을 보기 전 까진.


“흐헤헤.”


이걸 엎질러 놨네? 라면 국물? 뭐 먹다가 화나서 엎어버렸나?


그래··· 어린 얘들이니까··· 그럴 순···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은 존재해서는 안됐다. 나는 주먹을 쥐고, 다음에 다시보면 기사단식 신참 교육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찌릉!


또다시 종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오, 우진아. 잘 하고 있냐.”


익숙한 목소리. 이곳 편의점 점장인 정현철이었다. 듬성듬성 나있는 수염과 늘 입고 다니는 회색 반팔 티셔츠. 어디서나 볼 법한 아저씨였다.


“하하 점장님. 10분 늦었는데요.”


“크흠! 오늘 나올 때 갑자기 급똥이 마려워서···”


“꿀밤 마렵네···”


“뭐라고?”


“하하, 아닙니다. 점장님.”


점장님이 약간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모른 체하며 고개를 돌렸다.


말은 이렇게 해도 갈 곳 없이 떠돌던 시절에 나를 고용하고 제법 살갑게 대해주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폐기도 잘 주고, 가끔 명절 같은 때에는 선물 같은 것도 챙겨주고 그랬다.


나는 주의를 돌릴 겸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런데 발주 시스템에 ‘가면 헌터 장난감 칼 세트’ 100개 입력되어 있던데 이거 실수한 거 맞죠?”


“...어? 분명 1개만 넣었을 텐데?”


“제가 혹시 몰라서 봐뒀는데 그럴 것 같아서 고쳐놨습니다.”


“젠장, 용돈 또 날라갈 뻔했네. 고맙다!”


조금 실수가 많은 사람이긴 해도 어쨌든 좋은 사람이긴 하다. 그나저나 발주 넣는 것 좀 안건드리면 안되나.


-삐이이익!


그때, 가지고 있던 핸드폰에서 경고음 같은 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마 늘 울리는 그거일 것이었다.


“에잉. 헌터 놈들 일 제대로 하는 거 맞아? 또 어디서 하급 괴수 하나가 풀렸다는데.”


나는 편의점의 창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끄무리하게 보이는 갈색 뿌리. 아주 익숙한 형태였다. 일평생을 보아온 그것.


바로 괴수 이그드라실의 흔적이었다. 아마 변방의 행성이라서 아직 잔당 토벌이 안된 모양일 터.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이곳 이그드라실은 특이하게도 지극히 방어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원주민들의 시스템 정도로 쉽게 대비해내고 있었다.


물론 여러 차원을 건너다니며 이그드라실을 쫓는 차원기사단 또한 이미 지구에서 활동하며 도움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어차피 금방 잡힐 텐데요.”


나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니폼을 벗고 짐을 챙겼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 조심히 가라.”


“고생하세요.”


용돈을 지켜줬으니 라면 국물 정도는 치워줄 수 있잖아?



*****



“오늘 오후 날씨는 맑음이며 괴수로 인한 피해는 1건, 현재 괴수 발생지는 거주 5지구 임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대피해주시고-”


편의점 문을 나서고 푸른 하늘에 붉은 노을이 지고 있을 무렵, 나는 편의점에서 가져온 캔 커피를 하나 따서 마시며 공원의 벤치에 걸터앉았다.


지구는 이그드라실에 침략당하는 행성 치고는 제법 평화로운 곳이었다. 원래라면 벌써 도시고 자시고 모두 불바다가 되어 생존을 기원하고 있을 시간대인데. 본체를 잃으면 공격성도 같이 없어지는 것일까.


이곳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그드라실이 만들어낸 던전의 입구 주변에 형성된 도시 ‘서울’. 이 전장의 최전선은 아이러니 하게도 모든 과학과 마법 기술의 수혜를 몰아 받으며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도시가 되었다.


그렇다고 친다면 당분간은 바쁠 지 몰라도 앞으로 차원 기사단의 쓸모는 점차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의무를 다했으니 내 동료들도 이제 칼을 내려놓을 수 있으려나. 그러면 좋을 텐데.


벤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다 보니 어쩐지 조금 센치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치킨이라도 사서 돌아갈까···”


그때, 갑자기 하나의 창이 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경고: 하급 괴수 d-504 접근중.]


가디언 시스템의 알림이었다. 요즘들어 켜지는 일이 없었는데 참 별 일이다. 내가 이곳에서 깨어났을 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디언 시스템이 나를 이 몸으로 데려온 것 같은데,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뭘 알려줘야 하든 말든 할텐데.


뭐, 이건 둘째치고. 왜 갑자기 d-504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때,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후드티에 모자를 걸쳐쓰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아마 학생같은데··· 누구지.


내 의아한 시선에 못이겼는지 그녀는 스스로 이름을 밝혔다.


“...헌터 생도 유시은. 그런데 방송 못들었어?”


“방송? 무슨-”


-크르르륵!


“...어쩐지 저녁인데 사람이 적다 싶더라니.”


“딱 맞춰서 왔네.”


청록색 털에 붉은 송곳니를 드러내는 거대한 들개 형상의 하급 괴수 d-004. 이쪽 사람들에게는 보통 ‘청개’ 라고 불리는 모양이었다. 참 이름 대충 지어.


-위이이잉!


그때, 도시 경호를 하던 순찰 드론 두 기가 어디선가 날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산개하며 청개를 향해 탄환을 쏟아내었다. 하지만 탄환들을 청개의 가죽에 힘없이 튕겨나갔다.


-콰직!


청개는 마치 날파리를 쳐내듯 가볍게 앞 발을 휘둘러 날아드는 드론을 풍압만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우선 여기서 벗어나. 내가 잡을 테니까.”


유시은은 내게 말하더니 이내 한손에 원통형의 장치 같은 것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더니 장치에 푸른 빛무리가 감돌더니 한 자루의 칼로 변형되었다.


오. 말로만 듣던 T 소드인가. 물론 가디언제 무기랑은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꽤나 강력한 병기로 취급받는 것이었다. 사용자의 마나와 결합하여 적합한 형태로 변한다는 모양이었다.


우수한 생도에게만 지급된다고 들었는데. 다소 앳되보이는 인상과 달리 실력있는 헌터인 모양이었다.


[권고: 헌터를 도와 d-504를 처리]


청개 정도면 저 녀석만으로 충분할텐데 굳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나는 혹시 몰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디언 시스템의 권고는 틀린 적이 없었으니.


무기로 쓸만한 게··· 내 눈에 반파되어 꿈틀거리는 드론 두 기가 보였다. 나는 드론의 동력원인 마나석을 조심스럽게 몸체에서 떼어내었다.


오오··· 오랜만에 느껴보는 마나의 기운. 가끔 전장에서 썼던 간이 수류탄이라도 만들어 볼까. 아니면-


[마나 추출-10의 정순한 마나를 추출합니다.]


[추후에 마나를 소모하여 시스템에 저장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추출 보너스- 당신이 전에 사용하던 기술 중 하나를 떠올립니다!]


[검의 공명: 무기가 지닌 마나와 공명하여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마나석이 순식간에 흡수되어 바스라졌다. 그리고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보고 생각했다.


아니 원래 내 기술을 생색내 듯 주는 거 무엇.


[능력을 소멸합니-]


하지만 나는 시스템의 무한한 은혜에 감사를 표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다면 원래 마나를 사용할 수 없었던 신체지만 이제 마나를 지닌 무기를 들 수만 있다면 나도 다시 싸울 수 있는 몸이 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사용하던 ‘가디언 시리즈’의 무기를 얻는다면 내 본래의 힘까지 회복할 수도 있다.


복귀. 순간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가능성.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그드라실을 토벌하고 나면 나는 은퇴할 생각이었다.


그저··· 함께 싸웠던 동료들의 생사와 소식 정도만 알면 좋을 것 같았다.


그동안 청개가 휘두르는 앞발을 피해낸 유시은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굴렀다. 마치 사냥을 하듯 여유롭게,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후우··· 침착해.”


유시은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눈을 감았다. 청개는 이내 사냥감이 체념했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달려들었다.


휘익-


은은하게 감도는 은청색의 빛무리. 청량하게 빛나는 마나의 기운이 유시은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달려드는 날카로운 발톱 앞에서, 유시은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륵···!


그 찰나의 순간, 일섬이 그어졌다. 허공에 피어오른 푸른 기운을 따라 붉은 피가 번져갔다. 함께 그어진 발톱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조금 놀랐는데, 그 이유는 약간 어설프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차원 기사단 검식 ‘블루문’에서 쾌검의 묘리를 지닌 일섬. 과거 ‘오트람 행성 방어전’의 영웅 테일리가 창안 하여 널리 퍼진 검식이었다.


푸른 달처럼 빛나는 마나 입자가 온몸에 반짝이는 것이 특징이었다. 기초적인 검식이었지만,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성능을 보여주는 대기만성형이라고 해야 할까.


원래 이런 기술을 함부로 알려 주지는 않을텐데··· 어쩌면 지구에서 상주하고 있는 차원 기사단이 스카우트 하려고 찍어놓은 인재인 모양이었다.


유시은은 숨을 잠시 몰아 쉬다가 이내 검을 다시 원래 형태로 되돌렸다. 그리고 나를 찌릿 째려보았다.


“도망치라고 했더니 거기서 뭘 한거야. 혹시 도둑?”


그새 그걸 봤나. 나는 뭐라고 변명할 지 고민하다가, 문득 쓰러트린 청개 쪽에서 끓어오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익숙하고도 온몸이 곤두서는 감각.


“도둑은 아닌데···”


종종 죽어가는 괴수들은 그 순간까지 살육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다.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짐승들이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본성을 폭발시킨다.


죽음 역행. 괴수가 스스로의 죽음을 잠시 유예하는 흔치 않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괴수들이 탄생하는 ‘챔버’ 근처에서나 발생하는 일이다. 분명 이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닐 터였다.


-크륵? 크르르륵···


청개가 붉게 물든 채 몸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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