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돌이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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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작품등록일 :
2024.08.16 15:10
최근연재일 :
2024.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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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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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식집을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1)

DUMMY

“따라와.”


뚱한 표정으로 다짜고짜 유시은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게도 바로 직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추궁하려는 것이리라.


하지만 뭘 물어봐도 답해주기는 좀 애매했다. 우선 내가 왕년에 좀 굉장한 기사였다 뭐 이런 얘기를 해봐야 믿어주지도 않을 테고, 설령 믿어준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뭘 할 수나 있나? 내가 살아있다고 전해달라고 해봐야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사기꾼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만약, 내 정체가 진짜로 알려진다고 하면 그건 더욱 골치아팠다. 왜냐하면 지금은 힘을 잃은 상태니까. 차원 기사단이 마냥 화목한 단체가 아니었다. 여느 집단처럼 규모가 커지면 파벌이 형성되기 마련이었다.


만일 기사단 측에서 내 존재가 영웅화 되어 있다면 내 가치를 이용하기 위한 큰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일단 내 정체를 완전히 드러내면 안된다. 적어도 힘을 어느 정도 되찾을 때까지. 그러나 완전히 숨어 있는 것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내부 상황을 어느 정도는 파악해 두는 것이 이후에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어딜 가는데?”


일단 이 녀석이랑 연이 있는 편이 좋겠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를 걸어갔다.


서울의 상업 지구. 그중에서도 혼잡한 번화가를 벗어나 약간 방치된 거리에 위치한 한 분식집. 이름은 쫄이 분식집이었다.


내부는 요즘 시대에 흔치 않은, 사람 냄새가 나는 듯한 감성이 느껴졌다. 연한 갈색에 나무 무늬가 새겨진 사각형 식탁과 쌓여있는 튀김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기름 냄새.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안은 굉장히 복작거렸다.


근데 왠 갑자기 분식집일까.


“여기 떡튀순 2인 세트 주세요.”


“오, 시은이구나. 금방 갖다 줄게!”


유시은은 주인 아줌마에게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 빈 자리에 앉았다. 단골인 모양이다. 나도 엉거주춤 하다가 이내 반대편에 앉았다.


“뭐야, 사주는 거야?”


“응. 견습이지만 헌터 일도 병행해서 돈 많아.”


유시은은 쓰고 있던 회색 후드를 내리며 답했다. 장난으로 물어본 거였는데 이런 답변이 나올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호텔 뷔페로 가자고 할 걸 그랬네.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하, 무슨 소리를.”


이상하게 눈치가 빠른 녀석이다. 아무튼, 무슨 소리를 하려고 여기까지 데려온 거려나. 역시 물어보기가 좀 껄끄러워서 시간을 끄는 거겠지. 지금 저 우물쭈물 거리는 기색만 봐도 느껴진-


“혹시 차원 기사단 사람이야?”


“바로 물어보는구나.”


아무래도 유시은은 빠꾸가 없는 성격인 모양이었다. 그래, 뭐 굳이 빙빙 도는 것보단 낫지.


“내가 만약 기사단의 영웅이라거나 한다면 믿을래?”


“아니.”


뭐, 그렇겠지. 그렇다면 생각해둔 게-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의외로 유시은은 순순히 물러나는 쪽을 선택했다.


“아마 너 말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마 그 자리에서 죽었을 지도 몰라. 그냥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서.”


왜 멋대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드는 거지. 최소한 내 원래 신분은 아니더라도 차원 기사단과 연이 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내가 먼저 말을-


“사실-”


“떡튀순 나왔다, 시은아.”


아줌마가 갖다준 김이 모락모락나는 떡튀순에 눈에 띄게 밝아진 유시은. 그대로 허겁지겁 먹기 시작해서 다시 말하기도 애매해졌다.


에휴, 그래. 시간은 많으니까 나중에 말하면 되겠지. 하면서 나도 이쑤시개를 집어든 그 순간 막아서는 손길이 있었다. 바로 식당 아줌마였다.


“그래서, 총각은 누구신데 우리 시은이랑 오셨는가?”


“예?”


엄··· 뭐라고 해야하나.


“...편의점 알바요?”


그리고 나는 장정 30분 동안 유시은이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지 듣고 있어야 했다. 서울 아카데미 1학년 수석의 불세불출의 인재니 뭐니··· 그냥 알 바냐고 말할 걸 그랬다.


잠시 뒤.


“호호, 역시 총각도 보는 눈이 있어!”


“아유, 뭘요.”


무려 수백년간 갈고 닦아온 커뮤니케이션 스킬로 식당 아줌마의 공격을 견뎌낸 나. 너무나 대견한 순간이었다. 이름도 알았다. 김봉숙이었다.


이 와중에도 태평하게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유시은. 그러다가 그녀가 문득 말했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그 사람들 안찾아와?”


“응? 그렇지 뭐. 시은이 네가 쫓아준 다음엔 얼씬도 않더라!”


무슨 얘긴가 하니 전에 이 분식집에 무슨 조폭 같은 게 쳐들어왔던 모양이었다. 서울로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고, 던전과 괴수로 인한 피해까지 경계해야 하다 보니 이런 외곽까지 치안이 좋기는 어려웠다.


그 틈을 타서 은퇴한 헌터 몇 명과 더불어 힘을 개화했지만 범죄 경력으로 인해 던전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모여 ‘외곽 흥신소’ 라는 이름으로 조직이 만들어 졌다. 좋게 말해 흥신소지 그냥 폭력 조직과 다를 게 없었다고 한다.


“어휴, 그때는 난리도 아니었지. 튀김 엎어지고, 책상이 날아다니고···”


처음에는 미리 섭외해 둔 불량배들을 시켜 가게를 헤집은 다음, 자기 조직이 이를 처리해준 척 한다. 그리고는 보호비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무슨 매출의 반을 떼어달라나 뭐래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렇게 요구를 거절하면 이제 거의 노골적으로 장사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아줌마도 어떻게 신고를 해보려 했지만 교묘하게 피해가는 통에 쉽지 않았다.


소문으로는 따로 뒷배도 있었다고.


“그때, 우리 시은이가 나서서 싹 정리해준 거 있지?”


마침 이 가게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던 유시은이 얘내들을 개박살을 낸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어쩐지, 이런 일이 있었으니 이렇게 유시은을 반겨주는 거겠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호호, 얘는! 이제는 그럴 일 없단다.”


그렇게 주고 받는 이들의 얘기는 참 따뜻했다. 요즘은 이런 집도 거의 없으니 나도 자주 찾아와 볼까.



*****



결국 그 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분위기에 분위기를 이어가니 도통 말을 꺼낼 타이밍을 찾지 못한 탓이었다. 이러니 휴머니스트랑은 일을 안해요.


사실 그렇게 급하지는 않은 일이니 상관은 없었다. 전화 번호를 얻어 놨으니 연락도 자유롭고.


그보다, 전에 뽑아놓은 무기를 좀 시험해 봐야겠다.


나는 내가 사는 원룸에서 혼자 가디언 시스템에게서 무기를 빼내어 보았다.


[마도공학 총검 swg-0001]


멋드러지는 심볼을 달고 나온 리볼버 형태의 총.


전에는 건객이니 뭐니 드립을 쳤었지만 사실 이 무기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무기였다. 좋은 쪽은 아니고 나쁜 쪽으로.


“이거 장난감이잖아···”


물론 진짜 장난감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성능이 그렇다는 얘기였다.


-한 번의 총성, 한 번의 칼날.


뭐 대충 이런 문구를 달고 나온 무기였는데 이게 문구 그대로 나와서 참 골때리는 무기였다.


권총을 쓰다가 한바퀴 돌리면 단검으로 변환 시켜서 싸울 수 있는 무기. 일단 대 괴수전에서는 권총과 단검을 쓸 일이 없다. 그런 거 쓸 바에는 화력이 더 빵빵하거나 거리가 좀 더 긴 무기를 사용한다. 위험하니까. 따라서 호신용으로도 불가하다.


그리고 대인전에서는 쓸려면 쓰겠지만 결론은 이거다.


“굳이?”


그냥 애매함 그 자체였다. 근데 나는 이를 자주 사용하기도 했는데, 기사단에 신입이 들어오면 이걸로 보통 상대해줬다. 봐주는 의미도 있었지만, 뭐랄까··· 외형 만큼은 진짜 좋았으니까.


은빛의 반짝이는 총신과 호쾌하게 돌아가는 실린더, 그리고 나타나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칼날을 지닌 장식이 달린 단검.


이거거든.


아무튼, 무기 평가는 이쯤하고 손에 쥐어보니 무기에서 몸으로 마나가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곳 헌터들의 기준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유일하게 능력을 본 유시은을 기준으로 신체 능력만 따지면 동급 수준을 될 것이었다.


괴수를 기준으로 하면 중급을 이길 수준은 되리라. 상급 괴수 정도가 되면 한 마리는 어찌어찌 잡겠는데 집단이 되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형급이 되면 아예 끔살 당하고.


“뭐, 그래도 이정도면 감지덕지지···”


지난 1년간 얼마나 상실감에 시달려왔는지 모르겠다. 초연한 척 했지만 힘이 있다가 없어지는 건 좀 충격적이었다.


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 레이븐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제 뭐하냐고?


흠.


“알바 가야지.”


지금은 월세와 식비, 공과금이 더 급한 상황이었다.


사실 헌터가 되면 아마 돈 걱정은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될 수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우선 헌터 자격증을 따야 던전에 진입할 수 있는데, 헌터 자격증을 따려면 아카데미에서 3년을 수료하여 자격을 얻어야 한다. 그 뒤에 자격증 시험을 보고, 개인 사업자가 되어 혼자 던전에 진입하던가 회사에 취직하여 단체 원정을 떠나던가 하는 것이었다.


그럴러면 돈이 진짜 미친 듯이 들어간다.


아카데미 수료하는 데만 한 3억 정도 들까. 지금 통장 잔고에 천만원 간신히 있는 나로써는 어려운 이야기였다.


“아니지. 굳이 헌터가 되야 하나?”


생각해보니 그냥 후임담과 동료들 소식만 조금 듣고 싶을 뿐이었는데. 역시 힘을 얻고 나니 좀 들떠 있었던 모양이다.


이건 나중에 더 생각해보고···


“저, 점장님?”


“어··· 우진아···”


편의점에 들어가자 상당히 초췌한 기색으로 카운터를 보고 있는 점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쌓여 있는 것은 무수히 많은 컵라면들이었다.


“이, 이게 대체···”


“살려줘···”


아, 발주 좀 건들지 말라니까.



*****



점장님의 눈물의 대 할인쇼를 보고 나서 마음이 좀 착잡해진 나머지 나는 오랜만에 상업 지구로 발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이 편의점이 오래가긴 글른 모양이었다. 여기 망하면 나도 당장 갈 데가 없는데.


나는 내 돈으로 코스피를 틀어막는다는 심정으로 컵라면 몇 개를 샀다. 그러자 점장님이 감동했는지 몇 개를 더 얹어줘서 덕분에 컵라면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쫄이네 분식집 아줌마한테나 좀 나눠줄까. 그러면서 가고 있을 무렵. 그 주변에 도착하자 어쩐지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원래 엄청 조용한 동네였는데. 행사라도 하나.


와장창!


쾅!


“-다시 찾아올 때까지 생각 바꿔두쇼!”


그 순간, 전에 들었던 얘기가 다시 머릿속에서 떠오르며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 시야에 쫄이네 분식집이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가게가 난장판이 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깨진 유리창, 날아간 책상과 의자, 바닥에 처참하게 밟혀있는 튀김들. 그 사이에서 분식집 김봉숙 아줌마가 주저앉아 있었다.


“아이고···”


“괜찮으세요!”


나는 서둘러 들어가서 아줌마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러나 도무지 몸에 힘이 들어오지 않는지 조금 비틀거리다가 다시 의자에 걸터앉았다.


“이 놈들이··· 이 이상을 어떻게 내라고···”


중얼거리듯 흘러나오는 아줌마의 말에 나는 전에 했던 말들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은이는요?”


“미안해서··· 어떻게 연락을 해··· 아직 애인데···”


자기 가게가 박살나는 와중에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연락도 하지 못한 아줌마. 경찰을 불러볼까 했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와중에도 아무런 행동이 없는 것을 보면 이쪽도 뒤가 구린 것이 틀림 없었다.


나는 조용히 가게를 정리해 준 다음, 컵라면들을 내려놓았다.


“우진아··· 어딜 가려고?”


아줌마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잠깐 들를 곳이 있어서요.”


외곽 흥신소. 레이븐의 재림은 이곳에서 시작할까 했다. 몸풀기로는 적당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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