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능력으로 귀농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현우
작품등록일 :
2024.08.18 00:54
최근연재일 :
2024.08.26 13: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094
추천수 :
51
글자수 :
51,402

작성
24.08.25 14:10
조회
151
추천
4
글자
12쪽

아아, 이것은 품종개량이라고 한다

DUMMY

‘지붕은 돌로 만드는 게 제일 낫겠지?’


지붕을 만들 재료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면서 나는 가장 오랫동안 고민을 해야 했다.


돌과 나무 중에 어떤 재료로 지붕을 만들어야 할지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돌로 만들면 견고하고 튼튼하고, 무게가 무거우니까 태풍이 불어도 지붕이 날아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료가 돌이라서 무겁다는 점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지붕이 허공에 혼자 떠 있을 수 있을 리 없으니 지붕을 받칠 기둥과 벽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내 오두막집에서 기둥과 벽을 구성하는 재료는 나무였다.


과연 나무로 된 벽과 기둥이 돌로 만든 지붕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이제 겨우 내가 가진 고유 능력의 사용법도 알아내고, 바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서 농촌 생활의 여유로움을 알아가고 있는데.


무거운 지붕이 무너져 내려서 깔려 죽는 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무로 짓자니, 너무 가벼워서 태풍이라도 분다면 지붕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지붕이 무너져서 깔려 죽는 것보다야 덜하겠지만, 한창 자고 있는데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 버려서 비바람에 온몸이 흠뻑 젖는 것 역시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돌로만 만들면 너무 무겁다. 나무로만 만들면 너무 가볍다. 그럼 적절히 두 가지를 섞으면 되지 않을까?’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정한 나는 곧장 작업에 착수했다.


‘지붕 밑판은 가볍게 나무로 만들고’


□□□

□▨□

▨□▨


‘위에서 무게로 눌러줄 수 있도록 돌로 한 겹 더 쌓자.’


□■□

■▨■

▨□▨


나는 조합 능력을 시전했다.


그러자 인벤토리 창 안에는 나의 작은 오두막집 위에 얹을만한 견고한 지붕이 만들어졌다.


‘올바른 위치에 가서 지붕을 꺼내기만 해도, 알아서 제 위치에 가서 붙겠지?’


나는 인벤토리 안에서 새로 만든 지붕을 꺼내는 동시에 벽과 기둥 위에 올렸다.


채 30분도 걸리지 않아서 맨손으로 만든 나의 첫 오두막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목공 일이 이렇게나 쉽다면, 진작에 목수가 되었겠지.’


나는 부푼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낸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규모의 집은 아니었지만 나 혼자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집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지었다는 특별한 의미 때문에 백호 길드에서 머물렀던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보다 더 아늑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제 집도 지었으니, 본격적으로 짐을 풀어볼까?’


사실 하루아침에 길드에서 쫓겨 나는 바람에 짐을 푼다고 거창하게 말할 만한 살림살이는 없었다.


백호 길드에서 쫓겨날 때 가져왔던 옷가지 몇 벌 정도?


그리고 이곳에서 새롭게 조합 능력으로 만들어 낸 돌침대가 전부였다.


무거운 돌침대를 혼자서 낑낑거리며 나를 필요도 없었다.


내가 할 일은 돌침대를 내가 가진 인벤토리에 다시 돌려놓은 다음, 오두막 안의 원하는 위치에 돌침대를 다시 꺼내면 되었다.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따끈하게 등을 데워주는 돌침대에 누워서, 나는 잠시 오두막 안의 안락함을 만끽했다.


누워서 잠시 생각하던 나는 머릿속으로 다음 계획을 떠올렸다.


‘밥 먹자. 밥.’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고 형편 좋은 고민이란 말인가?


백호 길드에 있을 때는 매일 매일이 투쟁이고 고민이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마음이 조여오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나서 시골로 온 지금 내 고민거리는 뭘 먹지, 어떻게 쉴까, 뭘 하며 놀까 같은 소박한 고민거리밖에 없었다.


뇌를 거의 사용할 필요 없는 고민밖에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일상.


이전에는 이 여유로움을 모른 채 왜 그리 집착하며 살았는지.


나는 먹을 것을 차리기 위해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 참에 요리나 좀 배워볼까?’


내가 가진 조합 능력의 힘으로 원재료가 워낙 훌륭해서 대충 굽거나 삶기만 해도 뛰어난 맛을 내는 작물들이었지만.


나는 궁금해졌다.


이렇게 맛 좋은 작물들을 가지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요리사가 요리를 만든다면, 얼마나 더 엄청난 결과물이 나올지.


‘요리를 배우는 것도 내킬 때 배우자. 내킬 때.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뭐랄 사람도 없으니.’


모든 일을 오로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해야 하기에, 하기 싫다면 안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시골 생활의 장점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뛰어난 품질의 작물로 만든 훌륭한 요리를 먹고 싶다’라는 감정과 ‘그래도 내가 요리를 배우기는 조금 귀찮다’라는 감정이 상충하는 중이었다.


뭐, 언젠가는 정말로 요리를 배우고 싶은 순간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게 지금이 아닐 뿐이었다.


“흠···.”


그래서 결국 요리 배우는 걸 뒤로 미뤄두기로 결정한 내가 이번에도 식사를 준비하는 방법은 굽거나 찌는 단순한 방법이었다.


근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왕 조합 능력으로 내가 살 오두막집을 만들어 냈는데, 요리할 때마다 불을 쓰러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은걸?’


지금도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갈 사람들이 본다면 문득 한심하게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내가 생각하기에 식사준비는 집안일에 해당하는 것.


집안일이라면 집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모닥불을 그대로 오두막 안으로 가져와 버릴 생각은 없었다.


사방으로 불티가 날려서 근처에 불이 옮겨붙기 쉬운 모닥불을, 잘 타는 소재인 나무로 만든 오두막집 안에 가져오는 것은 불에 타서 죽고 싶다고 비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대로 가져오고 싶긴 하지만, 불이 옮겨붙지 않게 뭔가 방책을 세우는 편이 좋았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할 때는 조합 능력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지.’


어느 새부터인가 새롭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이 문제를 어떤 방법을 시도해서 해결해볼 지가 오히려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 역시 도시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일단은 만들어낸 모닥불을 가운데 밑에 두고.’


□□□

□□□

□♨□


‘불티가 튀어서 집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주변을 불에 타지 않는 돌로 감싸고···.’


□□□

■■■

■♨■


‘마지막으로 연기가 빠져나갈 굴뚝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

■■■

■♨■


생각한 대로 인벤토리 안에 재료들을 늘어놓은 나는 조합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인벤토리 안에서는 돌로 만든 커다란 규모의 벽난로 하나가 생성되었다.


맨땅에 해딩 식으로 알아내야 하는 조합 능력의 재료 조합법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조합에 성공할 때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


‘여기쯤 놓을까?’


나는 내가 만들어 낸 돌침대를 배치했던 곳 근처에다가 벽난로를 설치했다.


신비한 힘으로 전기 없이도 열을 뿜어내는 돌침대 덕분에 더 이상의 방한 장비는 필요 없긴 했지만, 그래도 벽난로 곁에서 장작이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면 어쩐지 운치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오두막을 지으며 손쉽게 기둥을 만들거나 꽉 막힌 벽에다가 손쉽게 문짝을 냈던 것처럼, 벽난로를 설치하는 일도 무척이나 손쉬웠다.


보통 사람들이 오두막에 벽난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연기가 빠져나갈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오두막 벽이나 지붕에 구멍을 뚫는 대공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내가 인벤토리에서 오두막집의 원하는 곳에 벽난로를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동으로 구멍이 뚫리고 설치가 완료되었다.


남은 일은 벽난로 근처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타오르는 벽난로를 바라보며 불멍을 때리는 일 뿐이었다.


미리 수확해 둔 농작물로 밥 먹을 거리를 생각하는 건 덤이었다.


‘차라리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안락의자도 하나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불멍을 즐길까?’


잠시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나는 그 계획은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런 걸 로망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 자체가 너무 늙수구레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비록 나이는 젊지 않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최대한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밥이나 먹자’


요리를 배우는 일은 뒤로 미뤘으니, 오늘은 재료들을 가지고 벽난로에다가 굽거나 쪄서 먹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리 수확해둔 농작물을 확인한 나는 탄식을 해야 했다.


‘감자랑 고구마에 싹이 났네. 그것도 하루만에!’


밭에서 단 하루 만에 자라난 농작물들이니, 수확해놓은 감자나 고구마에 금세 싹이 자라 버리는 것도 당연한 이치인가?


물론 싹이 자란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싹이 자라주지 않는다면 감자나 고구마를 계속 재배할 수가 없어서 더이상 먹을 수 없게 될 테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먹을 걸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감자나 고구마의 싹에는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었으니까.


‘하는 수 없이 감자와 고구마는 포기하고 오늘은 다른 걸 먹어야지.’


아쉬운 마음에 싹이 난 감자는 씨감자로 쓰기로 하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나는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못 먹게 된 작물인데, 실험에 사용한다고 해서 벌 받거나 하진 않겠지?’


나는 무척이나 보수적인 교육을 받아왔고, 그래서 먹지도 않을 음식을 남기거나 낭비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서양 영화를 보며 음식을 함부로 집어 던지거나 푸트파이트를 펼치는 장면을 보고 기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어차피 아무도 먹지 못하게 된 식량이라면 버리기 전에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더 좋은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떠올린 생각은 이러했다.


‘조합 능력을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데만 쓸 수 있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A와 B를 조합하는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떠올린 계획은 싹이 자라나서 못 먹게 된 감자와 고구마에 조합 능력을 사용해 보는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조합 능력을 사용하던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실험이었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순수하게 ‘감자싹과 고구마싹을 조합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실험.


그것에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한 나는 정확한 실험을 위해서 품속에서 짤막한 과도를 꺼내들었다.


평소에 사과나 밤 같은 걸 깎아먹기 위해 휴대하고 다니던 물건이었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서 감자와 고구마의 싹을 섬세하게 도려낸 나는 그 두 가지 종류의 싹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나는 인벤토리에 나란히 배치한 고구마싹과 감자싹에 조합 능력을 사용하였다.


그 순간, 인벤토리 안의 두 싹은 빛이 나면서 하나의 싹으로 융합 되어버렸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긴 했는데, 이게 대체 뭐지?’


나는 흥분한 마음에 인벤토리 안에서 새롭게 융합된 작물 종자의 싹을 꺼냈다.


그것은 감자싹도 고구마싹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싹이었다.


나는 설마 전문 과학자들도 수 십년을 연구해야 하는 품종개량의 비법을 단 몇 초만에 해낸 것이 아닐까?


내가 이 싹을 띄워서 새로운 품종의 열매까지 수확한다면 학계에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오지 않을까?


‘이 새로운 품종의 작물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감-구마라고 불러야 하나?


고구-자?


새로운 품종을 창조해낸 것도 잠시, 나는 내가 만들어낸 새 작물의 이름을 잠시 고민해야 했다.


으, 나는 예전부터 작명 센스가 엉망이기로 소문났기 때문에 가장 자신 없는 작업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조합 능력은 거의 만능에 가까웠지만, 내 괴멸적인 작명실력을 커버하는 용도로 사용할 순 없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작물에 이름을 붙였다.


“고구마의 고와 감자의 자를 따서 ‘고-자’라고 부르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합 능력으로 귀농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4.08.28 17 0 -
9 세상일 쉽지 않네 +1 24.08.26 114 6 12쪽
» 아아, 이것은 품종개량이라고 한다 +2 24.08.25 152 4 12쪽
7 오두막집을 지어볼까? 24.08.24 176 5 12쪽
6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4.08.23 211 6 12쪽
5 황금 군고구마 +1 24.08.22 227 3 13쪽
4 초스피드로 농사짓는 법 +1 24.08.21 250 5 12쪽
3 세상에서 농사일이 가장 쉬웠어요. +1 24.08.20 287 5 12쪽
2 제발 내 말 좀 믿어주라! +2 24.08.19 311 7 14쪽
1 길드에서 쫓겨나자마자 능력의 사용법을 알아냄 +1 24.08.18 366 1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