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빨로 회귀한 NBA 농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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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돌이
작품등록일 :
2024.08.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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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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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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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프롤로그(Prologue)

DUMMY

사람들은 내게 질문했다.


은퇴 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냐고


유니폼을 벗으며 후회되는 일은 없냐고.


음.


글쎄?


내가 플레이했던 10시즌.


한국 리그에서 리그를 씹어 먹으며 VIP도 한 번 받고 제법 활약은 했다만⋯.


누구나 그렇듯이 볼을 놓는 순간,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다들 내가 제법 성공한 농구 선수라고들 말은 했었지만, 마음 한쪽은 공허하다.


내겐⋯.


내겐 차마 이루지 못한 큰 꿈이 있었거든.


'NBA'.


라고 불리는 큰 무대의 공기를 마시고 싶었지.


[태풍 같은 플레이! 코트 위의 악동! 현란한 드리블의 대명사! 한국 리그에서 한 획을 그은 전토니 선수의 은퇴식이 곧 시작합니다.]


[전토니 선수는 팬 서비스가 훌륭했던 선수로, 10시즌 동안 통산 4,500점을 넣었으며 포인트가드의 매력을 보여준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선수들이 꽃다발을 건네주며 그의 앞날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희 중계진도, 전토니 선수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음악이 흐르고, 현역시절 플레이 영상이 보이자 난 약간 감성에 잠겼다.


미국 생활을 접고 돌아온 한국 생활. 그리고 한국 리그.


오늘 코트를 떠나면 난 영원히 농구와 이별일까?


다신 볼을 잡지 않을까?


아마도⋯ 그렇겠지?


그때, 예쁜 리본을 머리에 묶은 리포터가 내게 다가왔다.


내가 수훈 선수로 뽑혔을 때, 인터뷰를 진행하던 아나운서분.


이름이 아마⋯ 박아영이었을 거다.


그녀가 내게 마이크를 천천히 들이밀었다.


"전토니 선수! 선수 생활 마지막을 SKC 나이트(SKC NIGHT)에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팬 여러분께 한마디 해주시죠."


음.


팬들은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였지. 그래서 사인도 열심히 해드렸었고.


"저를 아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기! 여러분의 전토니! 여기 있어요."


그러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오! 전토니! 그동안 수고했어!"


"가드는 역시 전토니! 네가 최고였지!"


"은퇴해서 너무 아쉽다! 드리블의 대명사! 크로스오버의 달인!"


코트를 뒤덮은 큰 환호성.


여기저기 터지는 폭죽.


박수 치는 우리 팀 선수들까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박아영이 말을 이었다.


"네! 팬분들께서 아주 좋아하시네요."


"하하핫. 제가 코트 위에선 돌발 행동으로 욕을 많이 먹었어도,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마음은?"


"1등이죠."


"그렇군요! 그리고 다음 질문인데요.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서 아쉬웠던 점, 그리고 감격스러웠던 점도 있을까요?"


"어⋯."


난 무언가 말하려다 잠시 움찔거렸다.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박아영의 질문은 내 농구 인생의 핵심을 짚고 있었다.


아쉬운점?


엄청 많았지.


근데 그걸 다 말하면⋯ 오늘 방송으로 나갈 수 있을까?


순간 고민했다. 하지만 한국 농구를 위해 언젠간 말하고 싶었던 가슴속의 말들.


Damn.


오늘이 아니면 이제 영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잖아?


그러기에, 난 모두 쏟아내기로 했다.


이젠 후회도, 미련도 없다.


"제 생각엔⋯ 아직 대한민국 농구가 갈 길은 아주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어떤 점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박아영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듯, 내 말을 편안하게 받았고.


"세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 리그는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특히 NBA에 비하면⋯ 같은 스포츠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같은 농구가 아닙니다."


"어어⋯."


당황한 박아영이 말을 끊으려고 했지만 난 잽싸게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지만 10여 년 전 있었던 미국과의 친선전을 떠올려 보시죠. 전 그 자리에 있었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빌어먹을 크리스 폴(Chris Paul)이나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그리고 카멜로 앤써니(Carmelo Anthony), 드와이트 하워드(Dwight Howard)가 나온 미국 드림팀에게 우리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


난 점점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말을 이었고, 코트는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도 슬쩍 들렸다.


내 말이 길어지자 박아영은 시선을 힐끔거렸다. 아마 방송국 PD가 여기서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나 본데?


하지만, 그럴 순 없지.


"무려 50점 차로 패배했습니다. 50점 차! 우린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죠.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한다는 가드 김승연, 아르헨티나 유학파인 포워드 김만수, 그리고 제 동료 괴물센터 하성진⋯ 모두 힘 한번 못써보고 무너졌습니다. 그건 제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 전토니 선수!! 잠시만요!! 그⋯."


"이제 우리는 아시아에서도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한 수 아래라고 불린 일본은 당연하고, 필리핀 멍청이들과도 비비지 못하는 실력!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농구는⋯ 한국 농구는⋯ 망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계속 말을 해나갔지만, 더는 마이크로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다.


이런!


제기랄!


여기서 끊다니!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아까와는 달리,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박아영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네! 전토니 선수. 다 한국 농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박아영 씨 그게 아니고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뒤에 더 있다고.


저기요?


잠시만요?


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이 날 잡아당기는 바람에, 내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이게 다 한국 농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아직 제가 할 말이 더 남았는데⋯.


퍼어억-


으으윽.


뭐, 뭐야?


"토니 형! 좋은 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시고 이거나 받으십쇼!"


"하하하하!"


"야, 뭐해!!! 더 부어!!! 부으라고!!!"


한솥밥 먹으며 코트 위에서 뛰었던 동료 녀석들. 녀석들이 이젠 무시무시한 적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머리 위로 얼음물이 떨어지네. 제기랄!!


평소에 3점 던질 땐 [저 녀석은 놔두라고!] 하는 애들이, 오늘은 정확도가 왜 이렇게 좋아?


"야야야. 다 좋은데, 눈에 얼음이 들어가잖아!! 으아악!!"


그래.


스웩 넘치는 배드보이.


화려한 드리블러.


코트 위의 악동이라고 불린, 나의 현역시절 마지막 모습이었다.


***


"그동안 수고했다. 전토니."


은퇴식이 끝나고 찾은 뒤풀이 회식 집.


불판 위엔 맛있는 삼겹살이 살살 익어가고, 여기저기 술잔이 오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


선수 생활 동안 친했던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이 한자리에 앉은 이곳.


SKC 나이트(SKC NIGHT) 정희철 감독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빨간색 장미가 가득 담긴 꽃다발을 전해 준다.


"여기."


"감사합니다. 감독님."


"녀석."


툭툭-


그가 내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가벼운 미소를 보내자, 나도 낮은 미소로 화답했다.


정희철. 참 고마운 사람.


한국 농구 레전드 중 1명이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진정한 명장.


그리고 날 많이 도와준 은인.


대학교까지 미국 생활을 하고 한국에 들어오는 걸 결정했을 때, 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모욕을 경험했었다.


그건, 일상생활 뿐만이 아니라 이 리그에서 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발음이 어설프고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난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눈칫밥을 먹어야만 했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못하게 하는 몇몇 노땅들과도 참 많이 싸웠다.


[전토니! 거기서 드리블을 왜 해 임마! 패스 위주로 간결하게 하라고!]


[미국에서 농구 했다고 겉멋만 들어가지고! 퉷!]


[플로터? 누가 플로터 쏘래? 너 농구 어디서 배웠어? 여긴 한국이야 임마! 시키는대로 뱅크로 미들 넣어 새끼야!]


거기에⋯.


[난 동양의 작은 나라로 갈 생각은 없어. 여기까지 하기로 해요.]


'그녀'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났다. 그녀는 오로지 미국에서 살기만을 원했었다. 그 덕에 멘탈도 많이 털렸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오로지 내가 NBA 선수가 되기만을 바랐었던 것 같다. 이용가치가 없어진 전토니는 그렇게 버려졌었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겪고 있을 때, 내게 손 내밀어 준 사람이 바로 정희철 감독이었다.


Cheers-!


우린 종종 술잔을 부딪치며 서로를 의지했고, 형 동생 사이로 지내며 SKC 나이트를 강팀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그때, 벼락같이 떨어지는 주먹 한 사발.


쿠우우웅!


어⋯ 지금 한창 칭찬하는데 이러기야?


이제 칭찬 안 해준다?


정희철 감독, 그가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임마! 다 좋은데!! 어휴, 이 못 말리는 놈!! 마지막에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는! 그럴 거면, 미리 귀띔이라도 좀 주던가!"


"⋯예에?"


"오늘 같은 좋은 날 한국 농구가 어쩌고는 왜 이야기해? 그래도 네 은퇴식이라고 협회 관계자랑 임원들이 제법 왔다던데! 어떻게 네 잔칫날에 셀프 똥물을 끼얹냐 똥물을."


"그⋯."


"김PD는 지금쯤 살아 있나 모르겠다 이 녀석아. 너 때문에, 밥줄 끊기면⋯ 알지? 걔가 애가 둘인데 짜식이."


"헤헤. 그 양반이야 뭐, 방송국 짬이 몇 년인데 별일 있겠어요? 저번에도 보니까 별일 없던데요?"


"모르지 임마. 알아서 잘하겠지만."


뭐, 몰라몰라. 이미 질렀는데 뭘.


그게 내 스타일인데 뭐, 어떻게 하겠어?


당장 맞아 죽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하는 게! 나, 전토니의 스타일인걸.


물론 그건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난 통산 테크니컬 7회라는 전무후무한 레전드 기록을 세웠다.


나한테 시비 거는 녀석들. 그 녀석들 엉덩이 좀 걷어찬 게 그렇게 잘못이야?


흐으음.


앞에 놓인 삼겹살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난 그의 말을 받았다.


"아니! 감독님!"


"왜."


"전 예전부터 이 이야기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요. 얼마나 속에 쌓여 있었던지⋯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국 농구가 지금 이대로 가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정희철 감독이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흘겼다.


"⋯한국 농구가 왜."


난 기다렸다는 듯, 아까 못한 말을 쏟아냈다.


"예전보다 팬도 줄고, 선수 수준도 많이 떨어지고⋯ 제가 몇몇 노땅들한테 들으니 '마지막 승부'니 '농구 대잔치'니 할 때만 해도 제법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던데⋯ 지금은 경기장에 파리만 풀풀 날리잖아요.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요즘 다들 EPL 보지 누가 농구 봅니까?"


쿵-!


아이고 아파라.


다시 내 머리를 쥐어박은 정희철 감독이 슬쩍 웃었다.


"파리는 네 녀석 접시 위에 있는 게 파리지 임마. 얼른 치워. 하여튼⋯ 네 말에 동감 안 하는 건 아냐. 나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죠? 제 말이 맞죠?"


정희철 감독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더니, 앞에 놓인 겉절이를 집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너 미국 있을 때 NBA 가려고 했었지?"


"네."


"네가 NBA만 갔어도⋯ 또 모르지, 한국에도 농구 붐이 일었을지도."


"그래요?"


이미 은퇴식을 끝낸 나였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슴속에 피가 끓어 오르는 걸 느낀다.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이 농구판을 바꿀 수 있었다고?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 너 제레미 린(Jeremy Lin)알지?"


Oh, Jeremy Lin?


잘 알지.


캘리포니아 주 토런스 출신.


하버드 출신의 엘리트.


아시아인 포인트가드로 NBA 언드래프티(NBA undrafted)임에도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왔던 화려한 플레이의 소유자.


그가 뉴욕 닉스(NewYork Knicks)에서 활약할 땐 대만 국민의 자랑이었다.


"네가 그 정도⋯ 아니 그보다 뛰어난 NBA 선수였다고 생각해봐."


"으으음."


"국내 언론들이 가만있었겠어? 모르긴 몰라도, 스포츠뉴스 1면은 매일 네꺼였을거다. 국내엔 농구 붐이 일었을거고."


뭐⋯.


휴우우. 일리 있는 말이다.


그리고⋯ 할 말이 없네. 어쨌거나, 내 능력으로 NBA를 못 간 건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니까.


내가 약간 머뭇거리자 정희철이 계속 말했다.


"진짜 한국 농구를 살리려면⋯ 슈퍼스타가 필요해. 유럽리그가 아니라 NBA 유니폼을 입는 선수 단 한 명만 나와도, 한국 농구는 다른 길을 걸을지도 몰라.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문제인 거고."


"그런가요."


"그래. 지금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이연중이나 몇몇 선수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지. 나도 농구인으로서 바라는 일이긴 한데⋯ 맘대로 안되니⋯."


"휴우우."


"아니, 한 가지 방법은 있겠다."


"네? 그게 뭔데요?"


갑작스러운 정희철의 말에 내 눈이 동그라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참 어메이징한 걸?


"위대하신 전토니 선수님께서 은퇴 번복을 하는 거지. 그리고 NBA로 진출하는 거야!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앞에서 인유어페이스(In Your Face)를 찍고, 크리스 폴(Chris Paul)을 크로스 오버(Cross Over)로 넘어뜨리며 날아 다니는 거."


"⋯."


"어때?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꼰대들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을 텐데? 내일부터 훈련 고?"


"⋯."


어이없는 말에 내가 벙 쪄 있을 때, 뒤에서 주장 허영일이 내 목을 졸랐다.


이 인간이 진짜! 아까도 얼음물을 퍼붓더니!


후배 기강을 잘 못잡아 놓은 내 잘못이다 잘못이야.


"아아아악!!"


능청스러운 녀석의 태도는 이번에도 여전했고.


"야야! 다들 주목! 훌륭한 우리 토니 형님께서 내일부터 NBA 훈련에 돌입하신단다. 자자, 뭐해! 여기 미래의 NBA 리거가 크게 한턱 쏜다는데! 술이랑 고기 더 안 시키고! 응? 응?"


내가 언제! 야이⋯.


야야 안 돼! 너넨 계속 돈 벌지만, 나 이제 은퇴하면, 월급 없다고!!


남은 돈으로 백수 생활할 돈이랑! 여행 다닐 돈이⋯.


"오오! 진짜요?"


"하하하!! 토니 형. 잘 먹을게요!!"


"오늘 이 가게 고기는 우리가 쏜다!!"


야 이 미친! 여기 손님이 몇 명인데!


난 어떻게든 저지하려고 바동거렸지만⋯ 곧 커다란 손에 가로막혔다. 농구 선수의 손이 이렇게 크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달까?


이어지는 선수들의 화답.


Shit!


BullShit!!


"사장님! 여기 꽃등심 15인분이요!! 오늘은 먹고 죽자!"


"이야호!!"


"짠!!"


"뭐해 막내야! 거기 술 있는 거 다 꺼내와라! 아니, 그 냉장고 통째로 그대로 들고와라!"


그리고, 허영일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더니 잔을 높이 치켜올렸다.


"자자!! 위대하신 전토니 님의 NBA 진출을 위해!! 건배!!"


허영일이 소리를 지르자 선수들도 하나둘 술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건배!!"


"예스!!"


"열심히 하십쇼! 토니!! 당연히 NBA 가실 걸로 믿습니다!"


"NBA 가시면 싸인도 좀 받아주십쇼! 하하핫!!"


제길, 지갑은 탈탈 털리겠지만⋯ 뭐, 이런 마지막 밤도 나쁘지 않은걸?


코트 위에서 함께 땀 흘린 녀석들과의 마지막 회식 자리.


회색 구름 뒤로 밝게 빛난 달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는 밤.


난 녀석들의 능청스러운 말을 들어가며 서서히 술에 빠져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난 진지하게 허영일이 외계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왜냐고?


허영일의 그 어이없는 말이 현실이 될 줄은, 거기 있었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거든.


***


"이봐! 전토니! 집중 안 하고 뭐 해?"


"⋯응?"


"엘보우 지역이 비었잖아. 엔트리! 엔트리 패스 넣어 주라고! 하성진! 하성진을 활용하라고."


"뭐?"


패스? 엔트리?


이게 무슨 소리야?


잠시 멍하니 있던 나는⋯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고, 곧 상황을 확인하곤 피식 웃었다.


Damn.


이런, 대단한데?


이미 은퇴식까지 마친 나에게, 꿈에서도 농구가 나오는 건 너무하잖아?


이제 집에서 뒹굴뒹굴 백수 생활을 준비하는 난데⋯.


"야!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사이드로 빠져. 빠지라고!"


"⋯놀고 있다."


"야! 전토니! 너 말 안 들을래?"


옆에 녀석이 자꾸 소리를 지르자, 난 팔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는 얼굴은 제법 익숙하다.


창조적인 패스로 유명했던 포인트가드 김승연.


강남 유명 피부과에서 시술이라도 받았는지, 평소보다 엄청 어려보이는 얼굴이 내 앞에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근데⋯ 이 양반이 여기서 왜 나오지?


그리고, 김승연 뿐만이 아니다.


"어어⋯."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린 후, 난 얼빠진 표정이 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 유학파 출신으로 훌륭한 선수 생활을 보낸 김만수.


쓸데없는 '논쟁'하는 걸 좋아했지만, 제법 훌륭한 센터였던 이유섭.


그리고 익숙한 우리 팀 얼굴들. 그리고 낯설지 않은 코트까지.


이 경기는⋯.


어어?


이거⋯ 기억에 있는 경긴데?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 오늘은 미국 NBA 올스타와 친선 경기를 갖습니다.]


[제4대 NBA 커미셔너(4th Commissioner of the NBA) 데이비드 조엘 스턴(David Joel Stern)의 파격적인 결정으로, 이 곳! 대한민국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기를 여러분에게 단독 중계해 드립니다.]


절대 잊지 못할 치욕을 맛봤던 그날.


그리고⋯.


"야. 토니야, 뭐해? 한 골 먹혔잖아?"


"응?"


"점수 차가 커서 이해는 해! 하지만 아직 포기하면 안 되잖아? 열심히 해보자 우리."


단짝 괴물센터 하성진.


그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작은 미소를 흘렸다.


이게 뭐지?


현실에서 겪은 적은 있는데⋯ 내가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나?


거기에⋯.


[미국 대학 올스타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Chris Paul)과 대치하는 전토니 선수!]


[크리스 폴이 미국 농구의 미래라곤 하지만, 우리에겐 사우스이스턴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Southeastern Oklahoma State University) 1학년 전토니 선수가 있습니다. 한 번 해볼 만한 승부죠?]


[어떤 플레이를 보여 줄지 궁금한데요?]


그래, 크리스 폴. 내 앞에서 특유의 재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거들먹거리는 저놈.


"헤이. 멍하니 서서 뭐해?"


"뭐⋯ 뭐야?"


퉁퉁-


난 나도 모르게 손에 들린 볼을 드리블하며 녀석을 바라봤다. 드리블은 농구 선수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기에, 볼은 자연스럽게 착착 감겼다.


마치, 현실에서 농구하듯 손 끝 감각이 생생하다.


"아마 정신을 집에 놓고 온 모양이지? 아니면, 날 보고 겁먹어서 얼어버렸거나."


그때처럼 내 앞에서 트래시 토크(Trash Talk)를 날리는 망할 녀석.


끝도 없이 떠들어대는 녀석의 입을 보니⋯ 누가 봐도 크리스 폴이다.


그렇다면?


생각할 것도 없지.


꿈이든 뭐든, 난 조금씩 정신을 차려가며 드리블하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생처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특이한 현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농구의 정령 '올리버(Oliver)'를 소환합니다.]

[최고 레벨의 체험판 스킬이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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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8. 포틀랜드 워크아웃(Portland Workout)(1). 24.09.04 179 6 12쪽
17 #017. 데이비슨 와일드캣츠(Davidson Wildcats)(4). 24.09.03 18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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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데이비슨 와일드캣츠(Davidson Wildcats)(1). 24.08.31 228 5 14쪽
13 #013. 유망주 순위(Prospects Ranking)(2). 24.08.30 242 7 14쪽
12 #012. 유망주 순위(Prospects Ranking)(1). 24.08.29 256 7 11쪽
11 #011. 보스턴 셀틱스 스카우터(Boston Celtics Scouter)(3) 24.08.28 248 4 13쪽
10 #010. 보스턴 셀틱스 스카우터(Boston Celtics Scouter)(2) 24.08.27 263 6 13쪽
9 #009. 보스턴 셀틱스 스카우터(Boston Celtics Scouter)(1) 24.08.26 289 5 14쪽
8 #008. 댈러스 크리스찬(Dallas Christian)(2) 24.08.25 290 7 16쪽
7 #007. 댈러스 크리스찬(Dallas Christian)(1) 24.08.24 308 9 12쪽
6 #006. 농구의 정령 올리버(Oliver)(3) 24.08.23 321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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