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헌터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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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타
작품등록일 :
2024.08.19 05:29
최근연재일 :
2024.09.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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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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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밥

DUMMY

시뻘건 눈알. 기괴하게 벌어진 입.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른 몸. 잿빛 피부를 가진, 괴물 같은 외모의 남자였다.


“크륵, 크륵!”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남자가 발을 쿵! 내디뎠다.



“연호야!”

“으악! 누나!!”



이연서가 이연호를 감싸 안았다. 나는 유리 조각에 스쳐 피가 흐르는 뺨을 문질러 닦았다.


뒤에서 천영석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쪽으로 가세요!”

“최대한 멀리 떨어져요!”

“다친 사람들은 테이블 밑으로!”

“뛰어!”



한 순간에 혼란에 빠진 식당은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찼다.


이에 자극 받은 남자가 허리를 꺾으며 울부짖었다.



“끄어어어억!”

“각성자, 폭주···?”



바로 뒤에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이연서가 창백한 낯빛으로 이연호를 안고 있었다.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로도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다니. 역시 인재는 인재다.



‘추측도 좋고.’



누가 봐도 각성자에 이성을 잃은 모습.


자기 능력을 감당하지 못 한 각성자가 날뛰는 건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고.”



오늘은 틀렸다. 지금 이 사태는 듣도보도 못 한 새로운 사태니까.



“이연서. 동생 데리고 저쪽으로 가.”

“너는? 세민이 너는···?!”



덜덜 떠는 이연서를 억지로 일으켜세워 식당 안쪽으로 밀었다.



“세민아!”



놀란 이연서가 비명 지르듯이 나를 불렀다.


나는 혼비백산한 녀석에게 눈짓하는 걸로 답을 대신하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신체균형강화를 발동한다.’



[신체균형강화(B)를 발동합니다.]

[신체 능력 및 오감이 향상됩니다.]

[마력 운용 능력이 향상됩니다.]



나는 섬세한 카리스마 대신 신체균형강화를 선택했다.


쉬이이- 막힌 혈이 뚫리듯 온 몸에 마력이 흐른다.


타닷! 탓!


돌풍에 불어오는 유리 조각이 볼을 스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상식이 뒤바뀌는 느낌이네.’



상상조차 하지 못 했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고여있기만 하던 마력이 넘쳐흐른다.


내가 신체균형강화를 고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급 헌터들의 가장 큰 장벽은 신체가 마력을 감당하지 못 한다는 거다.



영구적 몸치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상급 헌터보다 터무니 없이 적은 마력량에 몸까지 안 따라주니 영영 발전은 불가능하고.



‘마력도 체력을 골라봐야 결국 제자리걸음이겠지.’



하지만 신체균형강화를 가지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섬세한 카리스마를 통한 억지 협조를 꾀하지 않아도 되고.



단 한 번도, 흉내조차 내지 못했던 속도로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크아아!”



남자는 눈을 희번덕하게 뜨며 달려들었다.

던전에서 인간을 발견하고 덤비는 괴수의 눈빛이었다.



탁! 슈우우-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남자를 피해 허공에서 회전했다.


손에 쥔 단도의 각도 또한 빠르게 꺾었다. 몸에 체중을 실어 직각으로 내리꽂혔다.



푹! 콰칵!



단도는 남자의 목덜미에 박혔다.



“끄억!”


쿠당탕!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남자가 고꾸라졌다. 스텔리나 안쪽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허어어억!”

“주, 죽었어!!”



나는 고꾸라진 남자의 목 에서 칼을 뽑았다.


남자는 앞으로 엎어진 채로 몸을 푸드득 떨었다.


단도를 가볍게 털어내는 그때, 무언가가 총알처럼 날아왔다.



분노에 타오르는 새까만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쾅!



살벌하게 부푼 주먹이 콘크리트 벽에 박혔다.


간발의 차로 피한 내 대가리가 원래 있었던 곳이다.

주먹의 주인인 천영석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네 이놈!”

“이런···. 왜 이러십니까?”



허공으로 뛰어올라 몸을 피했지만 천영석이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젠장. 역시 B급으로는 피하는 것도 힘들다는 건가.



“그걸 말이라고 하나!”

“몰라서 묻는 겁니다. 저는 그냥, 제압··· 흣!”



나는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 천영석의 주먹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살짝만 맞아도 중상을 입을 게 뻔했다.



“헌터한테 칼을 쑤셔놓고! 이 쓰레기 같은···!”


쾅!



커다란 주먹은 섬광처럼 빨랐고 결국 내 팔에 명중했다.



[신체균형강화(B)가 발동 중입니다.]

[신체 내구도 상승으로 충격이 약화됩니다.]



맷집 좀 길렀다는 거냐?


그래도 미친 듯이 아프다, X발. 팔에 구멍 난 것 같다고.



“하···.”



천영석의 주먹이 명치에 꽂히기 전에 상황을 마무리해야 했다.


나는 공격 당한 팔을 뒤로하며 쓰러진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축 처진 몸을 일으켜 방패로 삼자 천영석의 움직임이 잠시 멎었다.



“이 개 같은 자식이!”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안 죽었습니다.”

“지금 나를 기만하는가!”



눈이 뒤집힌 천영석을 바라보다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천영석은 반사적으로 단검을 받아들었다.



“거기, 피 없잖습니까. 뒷목을 찔렀지만 살이 아니었다니까요.”



내 말대로 단검은 핏방울 하나 없이 깔끔했다.



“그럼 뭘 찔렀단건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똑히 보았네!”

‘시력도 좋은 양반이 그걸 못 봤다고?’



순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칠 뻔했다.


그랬다간 모가지 댕강일테니 바로 표정관리는 했지만.



‘헌터는 가족이라고 외쳐대는 양반이니 일단 칼 들이밀었다고 눈 돌아간거군.’



소리없이 혀를 차며 축 처진 남자의 몸을 뒤집었다.



“죄송하지만 다들 제대로 못 본 겁니다. 제가 찌른 건 이겁니다.”



핏자국이 가득했어야 할 뒷목은 보송보송했다.


다만 완전히 부서진 검은 알갱이가 어지럽게 붙어있을 뿐.



그 모습을 확인한 천영석이 눈을 크게 뜨며 얼굴을 굳혔다. 그러다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거, 설마, 마석인가?”


빙고.



의심, 경악, 당혹, 안도가 모두 섞인 묘한 얼굴이었다.


천영석의 공격성이 누그러진 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남자를 바닥에 천천히 눕혔다.



“몇 시간 이내로 깨어날 겁니다.”


···얼굴이 천장 보도록 해 놔야지. 이 편한 얼굴을 봐라. 그냥 꿀잠 자고 있는 것 같잖냐.



남자의 잿빛 피부도 점차 원래 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꺾여있는 팔도 가지런히 정리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지금 이 상황을 잘 아는 것 같은데.”

“모르는 건 아닙니다.”


사실 꽤 잘 안다.


지금 이 남자는 전염병 첫 케이스라고 할까. 미래에는 이런 케이스가 꽤 많아져서.



적당히 내숭을 떨자 천영석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크. 눈빛으로 사람 찌르겠네.


“자네.”



[스승, ‘천영석’이 섬세한 카리스마(S)를 발동합니다.]



잠깐. 다른 사람이 쓰는 스킬도 볼 수 있다고?



[해당 스킬은 정신계 스킬입니다.]

[고유스킬, 저항정신(S)이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섬세한 카리스마(S)의 영향력이 무효화됩니다.]

[스승, ‘천영석’이 당신을 회유하는데 실패합니다.]



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천영석의 스킬로부터 날 방어한 건 확실하다.



섬세한 카리스마.


그냥 설득이나 선동왕 스킬인 줄 알았는데, 저항정신이 필요할 정도였던가?


나중에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겠는데.



···그나저나 천영석의 눈빛이 아주 뜨겁다. 자기 스킬이 막히자 화라도 난 건가.



삐이- 뽀- 삐이- 뽀-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건 요란한 사이렌 소리였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쏜살같이 달려오는 걸 확인한 사람들이 매장 뒤에서 우루루 몰려나온다.



우리 눈치를 보면서도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눈짓하며 나는 천영석에게 웃어보였다.



“음··· 일단 수습부터 하고, 차 한 잔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응급차량들이 멈춰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안에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뛰어내린다.


그 뒤로 형광보라색의 작은 승용차가 따라붙었는데, 저건 헌터 협회 차량이다. 여기 각성자가 미쳐 날뛰었는데 이제서야 도착하다니, 쯧.



“아니, 대체 언제 여기까지 온 거··· 흐어억! 혀, 협회장님!”



동그란 안경에 넥타이가 구겨진 샐러리맨 하나가 달려오다가 비명을 질렀다. 호랑이처럼 부리부리한 천영석의 앞에 선 남자는 토끼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김 팀장. 여기 이 헌터를 아나?”

“ㅇ, 예···! 여기서 3km 떨어진 곳에서 D급 게이트가 열렸는데, 그쪽 공격대의 소속 헌터입니다!”

“그런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지?”

“그게······.”



김 팀장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나도 익히 아는 얼굴이다.


헌터 협회 던전관리팀 김윤재 팀장.


근데 왜 내 눈치를 보지?



“어허!”

“···공격대장이 마석 분배 비율을 고치자고 억지를 써서, 거기에 신경이 쏠린 사이에 이탈하셨더라고요. 부상자라 움직이지도 못 했는데, 대체 왜 여기에···.”


아하.



말끝을 흐리는 김 팀장에게 내가 말했다.



“부상자인데 바로 치료하지는 않으셨나봅니다.”

“아뇨! 바로 각성자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했는데··· 공격대장이 분배율 시정 전까지는 안 된다고 뻗대서요! 그 인간이 나쁜 놈···.”

“규정대로라면 치유사가 대기해야 되지 않나요?”



내 말에 동글이 안경 너머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 그게··· 치유사들도 지금··· 파주 A급 던전에 대기 중이라···.”

“D급 던전이라 한 명도 안 남겼나봅니다. 그 정도 헌터는 몇 명 죽어도 상관없으니까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상황은 과거에 수십 번도 더 겪었다.



어디에 A급 던전이 열려서요. 어디에 C급 던전이 열려서요. 규정은 규정이지만 인력이 부족해요. 양해 부탁드려요.



모든 공격대에 치유사가 있는 게 아니다.


같은 D급이어도 치유사의 몸값이 공격 헌터보다 1.5배 더 높고, 그 격차는 위로 올라갈 수록 커진다.



게다가 치유사는 수가 적어, 중상급 치유사는 대부분 재력이 좋은 대형 길드에 소속되어 있고, 하급이어도 중견 길드에서 일하니 우리 같은 헌터들은 치유사를 보기도 힘들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터 협회는 모든 게이트에 최소 한 명의 치유사를 대기시키도록 했고, 길드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길드들이 귀한 치유사를 그렇게 쉽게 내줄리가 없으니 사실 거의 지켜지지 않는 규정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길드만 나쁜 놈이지만 사실 헌터 협회의 잘못도 있다.



협회 소속인 치유사들도 있지만 협회는 이 치유사들을 중상급 던전 공략에만 집중배치하기 때문이다.



B급 던전에 치유사가 4,5명 있는 동안 D급 던전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


그래도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B급 던전을 공략하는 B급 헌터의 목숨이 D급 헌터보다 중요하니까.



A급 헌터가 B급, C급 다 폐쇄한 뒤에 D급을 공략해도 늦지 않으니까.



회귀 전, 잘렸던 손가락 부위가 뻐근했다. 나는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피며 말했다.



“각성자 병원으로 바로 이송하는 것도 돈이니까요. 마석 분배에서 손해보는 게 한 사람 치료 받는 것보다 중요할 수도 있죠.”

“아니, 비꼬지 마시고요···. 아, 진짜. 그게요···.”

“그만하지.”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얼굴인 김윤재를 구원한 건 천영석이었다.



“일단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으니, 나머지는 협회 돌아가서 처리하도록 하지. 김 팀장. 자네는 먼저 협회로 돌아가 경위서 작성해. 난 경찰과 먼저 이야기 할 테니.”

“···예에.”

“그리고, 자네.”



천영석은 품 속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별 다른 장식 없이 [헌터 협회장 천영석]과 전화번호만 새겨진 깔끔한 명함이었다.



“며칠 내로 한 번 보지. 자네가 알고 있다는 게 뭔지는 듣고싶군.”



바라던 바다.


하지만 며칠 이내라는 두리뭉실한 말만 듣고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나는 명함을 받아들며 대답했다.



“이틀 뒤에 협회에 들리겠습니다.”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지 천영석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정보를 가진 건 나인데 주도권을 넘겨줄 수는 없지.



“제 이름은 장세민입니다. 이틀 뒤, 오후 2시에 뵙겠습니다.”



이름까지 말했으니 잊지 마시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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