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코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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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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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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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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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먹어야지.

DUMMY


오후 1시 55분.

발신표시제한이 말한 날, 데드라인까지 23분이 남았다.

엊그제부터 잡고 있던 포지션, 그리고 물량.


[Bakal : 3,249]

[보유 현황 : 287,581,698]


36원에 샀던 바칼은 3,249원이 되었다.

지금 이 가치만 따진다면 934,352,936,802


대충만 계산해도 9천억.

이걸 1분만에 모두 털어낼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비트코인이라도 이 정도 금액이 한번에 떨어진다면, 받아줄 사람이 없겠지.


아까 같이 상승은 불타오르지 않는다. 3,500원을 찍을랑 말랑 현상 유지 정도지, 4천원을 돌파할 기세는 보여주지 않는다. 23분에 아슬아슬하게 던지는 것보단 이 정도 물량이 있다면 충분히 나는 고래다. 내가 하락을 조종해보자. 내가 편한 방식대로.


“일단 선물부터.”


잡고 있던 포지션을 정리했다. 왔다갔다를 반복할 체력이 있어서 다행이지.

까딱 잘못 잡고 있다간 청산빔을 맞을 뻔 했다. 상승 초기 때부터 잡고 있던 위치, 대략···


“일십백천만, 십만 백만천만···”


선물로만 8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잘 먹었습니다.”


달달한 에피타이저, 맛있게 잘 먹었다.

이제 본 식사는 지금부터.


현재 떠오른 숫자는 9천억. 절대 체감할 수 없는 수치.

설령 이게 통장에 돈이 찍힌다고 해도, 실제 돈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밤을 지새우던 게임에서도 이런 돈을 가져본 적이 없다.


2시 정각, 나는 내가 갖고 있던 물량의 절반을 덜었다.


3,249원.

바칼 143,790,489개를 팔았다.


한 번에 셀 수 없는 물량이 터지자 차트는 렉이 걸린 것처럼, 떨고 있다.

매도를 넣은 주문은 처리하는데 1분이 걸려서야, 거래가 체결 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 받아들인다.


“얼마냐.”


눈이 침침해서 잘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계산을 잘 못해서도 아니다.

단지, 이런 숫자가 내 계좌에 꽂힌 건 난생 처음이다.


467,175,298,761원.

3일 기다려서, 4천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내게는 팔아버린 물량이 한 차례 더 남았다. 이상하다. 바칼, 이거 어디서 소문이라도 났는지, 작살이 날 줄 알았던 물량은 금세 소화하고 시세는 고작 400원 가량 빠졌다.


바칼 현재 시세, 2,832원.

큰 폭락이 일어날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시장은 빠르게 움직일 줄도 알았다.

금세 회복하고 다시 3을 뚫었다. 3천원에 가까운 가격은 3100원을 향해 올라간다.


음-, 이 정도로 시장이 뜨거웠다면, 한번에 뱉어낼 걸 그랬나?

아니, 분명 지금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한강넷’ 코인 게시판을 들어가자,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 큰손 던졌나 봄. ㅋㅋㅋㅋ

[조흥뱅크] : ㅂㅅ인가. ㅋㅋㅋㅋ 여기서 왜 던짐? 이거 더 올라갈 건데?

- 나 바칼 들고 있는데, 이 정도 물량 떨어진 거 처음 봄 ㅋㅋㅋㅋ

- 그런데도 바칼 올라가쥬? 버티고 있쥬~. ㅋㅋㅋㅋ

- 나 바칼 추천함. 진짜 알트 중에서는 바칼만큼 안전한 코인도 없다.

- 바칼 스테이킹도 한다는데, 가격 더 뜨는 거 아님?

- 흐음-. 더 사야 하나.

- 조흥형. 형은 포지션 어떻게 잡음?

[조흥뱅크] : 닥치고 난 무조건 롱이지. 바칼은 계속 올라감. 올라갈 수 밖에 없음 ㅋㅋㅋ

- 이유는?


이유는 달리지 않았다.

코인 게시판에서도 대놓고 바칼을 밀어줄 정도라면, 마음 편히 남은 물량을 털어낼 수 있겠다. 1억 4천개를 쏟아냈지만, 이미 100억 개가 발행된 코인.


1억 4천이란 숫자가 무색하게 오히려 가격은 더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내던졌던 3,249에 가까운 시세를 다시 상승했다. 미래를 알지 못한다면, 나 역시 이 끝 모를 상승에 흥분을 취했겠지.


천천히 시장을 봐가며, 안정적으로 분할 매도를 할 계획은 저버렸다. 남자답게, 나머지 물량도 한 번에 털어버리자.


어차피 이 정도 털어도 시장은 끄떡 없다는데, 뭘.


아까 팔았던 3,249원보다 이왕이면 조금 더 높은 고점.


[Bakal : 3,312]


나는 나머지 물량을 모두 내던졌다.

약속된 시간 8분 전,


[거래가 체결되었습니다]


안전하게 내가 가진 바칼 물량 모두를 깔끔히 털었다.

이번 매도로 내가 얻은 금액은 476,235,291,888원.

그리고 첫 번째 매도 467,175,298,761원.


둘이 합쳐 얼마냐-.


943,410,590,649원.

우수리 떼고 깔끔하게 구천 사백억.

나는 손바닥을 털었다. 팔짱을 끼고, 조용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제 나는 끝났고.”


발신표시제한이 말한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6분.

문제는 조흥수인데-.


내가 던진 이후, 그래프는 계속해서 하락하기 시작한다.

걱정되는 이 마음, 나는 조흥수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다.


잘 살아 남았냐고.


“그래도 대표 될 사람인데, 블루라인에 얼굴 한번 비춰봐야겠지.”


+


오후 2시.

조흥수는 한강넷에 오른 글을 보며, 취했다.

모두가 자신의 포지션을 참고한다.


- 조흥형, 나 형만 믿고, 롱 탄다.


대놓고 조흥수를 따라, 포지션을 잡는 사람도 있었다.

주식을 하면서 단 한번도 받을 수 없었던 유명세를 코인판으로 옮기자마자 얻는다.


“역시 난... 코인이 맞았던 사람인가봐.”


손바닥을 비비적거리면서, 200억을 넣은 계좌를 빤히 바라본다. 투명한 녹색으로 마음을 녹여주는 잔고를 바라보니, 푸근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들고 있는 시드가 너무 크긴 하다.


“하아-. 정리를 해야 하는데.”


가슴을 짚은 두 손, 이 두 손이 차마 움직이질 않는다.

2시 1분, 가슴에 올린 두 손이 갑자기 바빠진다.


차트가 철렁인다.


“뭐... 뭐야. 씨발.”


무서울 것 없이 거칠게 올라갔던 틱이 내려간다. 주르륵.

급하게 마우스를 흔들었지만, 작동하지 않는 마우스.


“아, 씨발!!!”


배터리를 빼놓았다.

바닥에 굴러다닌 건전지를 줍고, 열심히 끼워놓고서야 마우스는 붉은 빛이 들어온다. 푸근했던 수익이 점차 작아진다.

수익금만으로도 빌린 200억을 갚을 수 있다. 그러고도 돈이 남을 뻔 했다.


아니다. 점차 돈은 적어진다.


“빼?”


이대로 빼?

아직, 지금 이대로 익절을 쳐도, 예상했던 것보단 훨씬 많은 돈을 가져간다. 잠깐 고민한 사이, 무자비하게 내려갔던 틱은 버틴다.


타-악.

조흥수는 손가락을 튕겼다.


“내...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한번 기다려보자.

내려가다 멈춘 틱은 그대로 꿈틀거리면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씨발. 됐어. 바칼은 무적이라고. 감히, 누굴 시험하려 들어!!”

떨어질 줄 알았던 차트가 그대로 쭈-욱 올라가자, 도파민은 더욱 미친 듯이 분비되기 시작했다. 아직 돈을 따지도 않았는데, 더 큰 쾌락을 가져다준다.


“이번엔 된다니까!!”


그동안 잃었던 돈을 제물 삼아, 이번 매매는 다르다고 확신했다.


조흥수는 합장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흥수야. 네가 만약에 아까 그냥 팔아버렸으면 어쩔 뻔 했어. 어?”


최고점이었던 3249원을 넘어, 이번에는 3300원을 향해 올라가는 차트.


“진짜, 흥수 너 큰일 날 뻔했다니까.”


조흥수는 팔로 자신을 독려하며, 끼워놓은 마우스를 노려봤다.


“이거 그냥 빼놔야 겠다.”


다시 한번 이같은 실수를 반복일 수 없다. 조흥수는 건전지를 빼놓고, 블루투스 단말기도 본체에서 빼놓은 채, 차분히 차트를 바라본다.


2시 17분.

올라간다. 계속해서 바칼은 제2의 솔라나가 될 것처럼 무자비하게 틱을 씹어먹고서 올라간다.


이러다 정말 만원을 찍을지도 모른다.

기쁜 마음을 들뜬 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조흥수는 일어섰다.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때, 차트는 갑자기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시련.


가소로운 웃음이 흘렀다.


“내가 이번에 속을 줄 알고? 나 조흥수야. 절대 안 속지.”


조흥수는 아무렇지 않게 바라만 봤다. 오히려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미로 마우스를 옆으로 치웠다.


치운 그 순간에도 갑자기 차트는 계속해서 흐르기 시작했다.


“아니지?”


[Bakal : 2,812]


훅-.

순식간에 3천원이 깨졌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말은 반복이면서도 입은 달싹거리고 손은 급하게 빼놓았던 건전지를 끼워놓고 있었다.


[Bakal : 1,912]


“잠깐.. 잠깐만.”


씨발. 잠깐만 기다려봐.


건전지는 끼웠지만, 마우스가 인식이 되지 않는다.


“야,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멈추라고!!”


차트는 말을 듣지 않는다.

금세 내려가고, 내려간다. 겨우 찾은 수신기를 본체에 꽂았을 때, 천원은 깨졌다.


“어... 아니지?”


이제 오를 거라 생각했다. 이건 개미털기라고, 이제는 오를거라 생각했다. 지금 당장 팔아야 몇 푼이라도 건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기서 포기하는 건.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잠깐 생각이 멈췄던 동안, 녹색으로 푸근했던 수익은 금세 붉게 변했고, 점점 0에 가까워지기 수렴한다. 그리고 울린 문자.


[백무진] : 바칼 많이 빠지던데 괜찮으세요?


조흥수는 화면을 내려보다 중얼거렸다.


“좆됐네.”


+


코인 투자 한 번에 30년 동안 모아온 전 재산을 잃었다.

새로 만나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외로운 이 마음, 정 붙일 곳이라곤 없었다.

그래도 알고 지낸 친구들이 있다고, 소개팅이 종종 들어 왔지만 이 외로운 마음을 붙일 곳은 없었다.


‘약사’ 타이틀을 따놓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 소개팅이 들어오는 남자들의 수준은 떨어진다.


“그럴 바엔 혼자 살고 말지.”


그래서 당분간 소개팅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게 아쉬울 건 없었다. 일하고, 집에 와서 쉬고, 다시 일을 나가고, 어쩔 때는 친구들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쉬고.


박윤주는 이런 삶이 나쁘지 않았다.

당분간 소개팅을 받지 않는다고 열심히 말을 해도, 친구들은 조심스레 들어오는 소개팅 권유했다.


‘윤주, 너 정말 아깝다고.’


그 뿐이랴.

친구들과 강남에서 술을 마실 때면, 어지간하면 들어오는 헌팅. 박윤주, 아직도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거기까지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친 남자들이 자신이 만족할 만한 잘난 남자일 확률은 극히 적다.


“넘볼 사람을 넘봐야지.”


어중이 떠중이같은 그런 애들을 만나느니, 차라리 만원, 이만원을 내더라도 스타일 딱 맞는 아이돌 그룹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


얼마 전, 약사 후배로 입덕한 ‘에어포스’

한 달에 13,200원만 내면, ‘에어포스’와 메시지를 나눌 수 있다. 옛날에는 아이돌과 대화를 나누는데 돈을 낸다는 소비 발상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서야 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얼굴 한번 보겠다고 악수 한번 하겠다고 앨범깡을 200만원 씩 하는 것보다, 한 달에 만 원만 내면 좋아하는 아이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훨씬 저렴한 거지.


그리고 박윤주가 빠진 멤버는 그래도 팬서비스가 좋은 아이돌이었다.



일주일에 5일 정도는 짧게라도 메시지를 나눴으니까.

그런데, 오늘 ‘에어포스’ 리드 보컬 정찬이 이상한 사진을 보내왔다.


[정찬] : 여러분, 오늘 저희 회사 대표님이 바뀌셨는데, 진짜 젊고 잘생기시고, 나이스한 분이세요. ㅎㅎ

[정찬] : 저희 그룹에 들어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니까요.


“찬아. 오늘따라 갑자기 뭔 씨나락 까먹는 소리니.”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정찬과 함께, 정장을 입은 멀끔한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윤주 본인은 연예계에 연줄이 하나 닿는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게 정찬 옆에 있는 남자는 낯이 익다.


“뭐지? 어디서 봤지?”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척, 단번에 알아 봐도, 매치가 전혀 되지 않았다. 말이 안되잖아.

지난 젊은 날을 같이한 남자, 백무진.


백무진이 블루라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되었다고?


“말... 말도 안돼.”


그리고 만약 백무진과 아직까지 사랑을 나눈 연인 사이,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까지 꿈꿨던 결혼 준비가 제대로 되었다면 분명.

백무진과 같이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겠지.


"그리고 난... 사모님 소리도 들을 수 있었겠지."


툭-.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져, 액정이 깨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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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동창회. +29 24.09.22 13,464 392 13쪽
» 야무지게 먹어야지. +16 24.09.21 14,901 399 13쪽
30 쫄? +11 24.09.20 15,929 358 15쪽
29 이 자는 이제 제 겁니다. +10 24.09.19 18,074 404 13쪽
28 호구 형. +8 24.09.18 19,382 425 11쪽
27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속박과 굴레를 벗어 던지고... +11 24.09.17 20,516 424 12쪽
26 백무진의 슬기로운 회사 생활 - 수정. +28 24.09.16 22,735 457 10쪽
25 긁? +19 24.09.15 22,845 472 11쪽
24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28 24.09.13 24,510 485 10쪽
23 왕주성 1열 직관. +15 24.09.12 24,833 528 11쪽
22 화가 난다. +14 24.09.11 25,393 549 13쪽
21 그릇이 너무 작아요. +12 24.09.10 25,885 531 13쪽
20 이 놈이나, 저 놈이나. +24 24.09.08 27,311 520 13쪽
19 오르는데요? +15 24.09.07 26,842 539 13쪽
18 한강물 따듯하냐? +10 24.09.06 27,468 536 11쪽
17 오랜만이야. +18 24.09.05 29,128 522 13쪽
16 번데기 앞에서 주름. +17 24.09.04 28,049 534 14쪽
15 파국이다. +19 24.09.03 27,621 564 11쪽
14 제가 책임집니다. +21 24.09.02 27,385 5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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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람이란 게 그래, 아무리 말해줘도 안 듣더라고. +14 24.08.25 28,995 49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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