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지난번 경기를 하며 깨달은 게 있다.
바로 고교 풋볼의 수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낮았다.
게다가 여긴 본토가 아닌 하와이다.
전체적인 선수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
때문에, 대학이나 NFL 경기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방법은 이곳에서는 거의 사용할 수 없다.
동료들이 작전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
노력.
재능.
이중 무엇이 부족했든지 간에, 첫 번째 경기가 내게 알려준 부분들은 오늘 꽤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
최대한 단순하게 가자.
***
<가장 기본적인 공격 포메이션>
T - 태클
G - 가드
C - 센터
TE - 타이트 엔드
이렇게 네 포지션을 묶어 오펜시브 라인이라고 부름.
그리고 이들이 자리를 잡는 위치.
노란색 상자와 그 주변을 스크리미지 라인이라고 칭함.
QB - 쿼터백
RB - 러닝백
푸른색 박스.
쿼터백이 주로 머무는 곳.
스크리미지 라인에 의해 보호되는 곳을 의미.
명칭은 포켓.
그림 상의 선수는 10명.
뒤쪽 붉은색 박스에 있는 포지션 선수들이 작전에 따라 교대로 투입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함.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서 와이드 리시버 한 명에 러닝백들이 여러명 설 수도 있고, 타이트엔드가 둘이 설 수도 있음.
FB – 풀백
***
“그린- 80!! HUT!!”
로토로부터 볼을 전달받은 나는 포켓(Pocket)으로 움직여 잠시 패스를 줄 곳을 찾았다.
라인에선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다.
곧, 수비가 내게 접근할 거다.
패스를 받아줄 타이트엔드와 와이드리시버는 충분히 안전한 포지션에 도달해 있지 못했다.
더는 망설여선 안 되는 상황.
나는 결국.
.
(거스 존슨) - Fox Sports
“모이가 직접 달립니다.”
.
오른쪽에 생겨난 너른 공간으로 내달렸다.
엔드(End) 하나가 달라붙었지만.
손으로 밀쳐 멀리 밀어냈다.
그러곤 얼마를 더 달렸다.
쿵!
태클에 가로막혀 멈춰 서게 된 위치.
퍼스트다운은 가볍게 갱신되었다.
태클을 당한 옆구리 쪽에서 통증이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이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
(거스 존슨)
“모이가 팀에 18야드를 벌어다 주는군요-!”
(조 데이비스) - Fox Sports 해설
“패스를 받아줄 리시버들의 위치가 좋지 않았습니다. 패스를 고집하지 않고 바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확실히 잘 달릴 줄 아는 친굽니다.”
(거스 존슨)
“여러분은 지금, 전미 대학 풋볼 리쿠르팅 2020 클래스 No. 01 후보인 드웨인 모이 스톤을 보고 계십니다.”
.
.
▷ 2Q – 08:43
17 07 – 24 : 카후쿠
00 00 – 00 : 아이에아
치-익.
『“잘했어, 모이. 잘 들어. I-글래스, 더미-더블, 트위스트 어택.”』
교신기로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이게 뭔가 싶겠지만.
바로, 공격 전술이다.
I-글래스는 기본적인 포메이션.
Z-더블은 라인맨들의 움직임.
트위스트 어택은 공격 방식.
어째서 이렇게 복잡한 방법으로 작전을 지시하냐면, 주어지는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공격(다운)과 공격(다운) 사이.
허들을 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25초 아니면 40초다.
어떻게 공격이 끝났느냐에 따라 시간이 바뀐다.
그래서 예전부터 어렵고 복잡한 작전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상천외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져다 붙여 인지하기 쉽게 했다.
실제로 시간을 아끼는 데도 좋았다.
만약 주어진 허들 시간을 넘기게 되면, 그 즉시 반칙이 선언되어 5야드의 페널티를 상대에게 허락한다.
지금도 난 얼른 동료들의 앞에 섰다.
그러곤 빠르게 작전을 전했다.
“I-글래스! 더미-더블! 트위스트 어택!”
감독님께 들은 전술을 공격팀에 그대로 이야기한 후, 재빨리 움직여 언더 센터(Under Center) 포지션을 잡았다.
언더 센터란.
볼을 주는 센터의 뒤에 바짝 붙는 것을 뜻한다.
NFL 쿼터백이 되려면, 이걸 할 줄 알아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이게 안 되는 쿼터백들이 많다.
기본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HUT!!”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I-포메이션은 런닝을 위한 전술이다.
쿼터백 뒤에 풀백(FB)과 러닝백을 일렬로 세워두고, 그쪽으로 볼을 전해 야드를 버는 데 목적이 있다.
다섯 명의 라인맨과 한두 명의 타이트엔드가 함께 앞쪽에서 버텨주면, 맨몸으로 앞장서는 풀백을 미끼(Dummy)로 놓아두고 러닝백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간다.
2야드 혹은 3야드를 벌려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주로 첫 번째나 두 번째 다운에서 시도되는 전술이다.
지금도 우리는 3야드를 나아갔다.
이정도면 작전은 성공이다.
『“피스톨로 시작해. 트립스 델타, 엑스 록.”』
“피스톨로 시작이야! 트립스 델타! 엑스 록!”
리시버들의 재기 넘치는 즉흥 대응이나.
러닝백들의 엄청난 신체 능력.
이러한 것들을 동료들에게 기대할 수 없었기에, 연습한 것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감독님의 지시를 따르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이건 내게도 나쁜 건 아니다.
요맘때는 중요한 덕목이니까.
보통, 고교레벨의 쿼터백들은 플레이 콜(Play Call)보다는 신체적인 능력과 롱패스로 주목을 받는다.
반면 제대로 작전 수행이 가능한 쿼터백은 거의 없다.
많아야 1년에 둘 아니면 셋?
이를 스카우트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저들은 탈수 증상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군침을 흘릴 것이다.
다시 언더 센터 포지션.
난 상대 수비를 확인한 후 외쳤다.
아. 그렇지, 참.
나는 오늘 콜에도 살짝 변화를 줬다.
“그린-!”
지금 외친 그린(Green)은 파란 불.
그러니까, 그린라이트를 의미한다.
쿼터백인 내가 언더 센터 포지션에서 상대 수비진영을 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린을 외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이 단어를 들으면, 공격팀은 허들 때 들은 작전을 전개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다고 판단한다.
이후 숫자는 내가 확신하는 정도.
참고로, 80이 만점이다.
첫 번째 경기 때는 상대의 움직임까지 알리는 방법을 택했었지만, 공수가 바뀔 때마다 공격팀이 자꾸 코치들을 귀찮게 하는 걸 보고 지금은 그냥 포기했다.
공격팀 95%가.
내가 외친 숫자를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플레이 북에 있는데도.
쿼터백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도 각자의 역할에 따른 플레이 북을 전해 받는다.
이쯤이면 이해될까?
단순하게.
최대한 단순하게.
내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가 말이다.
단순하게라는 말을 머릿속으로 여러 번 반복하며, 나는 가장 기본적인 공격 전술을 착실히 수행했다.
이번 공격 방법은 피스톨(Pistol).
리시버들이 나아가는 모양새가 꼭 산탄총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이곳에선 샷 건을 기반으로 1999년에 발명된 공격 포메이션이다.
좌우에서 달리는 세 명의 와이드리시버가 수비를 끌어들인 사이, 라인 근처에 섰던 타이트엔드가 지정된 방법으로 움직여 중간 지점에 자리 잡는 전술.
임기응변은 불가능해도.
우리 타이트엔드는 연습한 대로는 할 수 있다.
“HUT!!”
볼을 전달받은 이후, 스텝백 하여 물러난다.
일단 나는 좌우 와이드리시버를 보는 척하며 수비수들을 속였고, 시야의 오른쪽 끝에서 등장한 타이트엔드는 곧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이를 놓치지 않았고.
쿵-!
패스를 보낸 후 태클에 밀려 옆으로 넘어졌다.
곧, 경기장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캐치에 성공했나 보네.
재빨리 일어선 나는 패스를 받아낸 후 기뻐하는 팀의 타이트엔드를 손으로 가리켰다.
***
(거스 존슨)
“터치 다운-! 카후쿠 고등학교가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41-3! 경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
.
▷ 3Q 종료
17 17 14 – 48 : 카후쿠
00 03 00 – 03 : 아이에아
두 번째 경기에서도 드웨인 모이 스톤은 본인의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오히려, 첫 게임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지적할만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단순한 듀얼 스렛이 아닐 수도 있겠어.”
“건슬링어? 스크램블?”
“이러면 또 말이 달라지잖아.”
단순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모이의 경기 스타일이 전미 대학 풋볼 관계자들을 흥분케 했다.
이런 고등학생 쿼터백은 처음이었다.
단순히 작전대로만 볼을 던지는 경우가 99%인데다가, 그나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패스 실력 등이 부족해서 절반 정도는 실패로 끝났다.
애초에 고등학교 무대에 듀얼-스렛형이 즐비한 이유도, 쿼터백이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다 보니 차라리 뛰라는 감독의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이는 마치 프로 쿼터백처럼 느껴졌다.
쿼터 중간 모이의 가족에게 다가간 대학팀 관계자들이 얼굴을 트고 명함을 뿌리는 사이, 닉 세이번은 이번에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 가만히 필드를 내려다보았다.
드웨인 모이 스톤의 허들 모습.
닉 세이번은 거기에 묶여 있다.
‘지금까지 고등학생이 저런 식으로 작전을 지시하는 걸 보지 못했어.’
오늘 드웨인 모이 스톤은 필드에 들어선 뒤, 공격이 있기 전에 단 한 번도 벤치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직 교신기로 들은 작전만을 그대로 팀원에게 전달했고, 허들 이후에도 적진을 살피며 계속 지시를 이어나갔다.
게다가, 오디블(Audible)도 했다.
그것도 수준급으로.
드웨인 모이 스톤은 상대 수비 중 누가 달려들지라든가 라인배커가 특정 리시버를 노리는 걸 정확히 간파해내어 즉흥적인 변화를 줬다.
그중 몇 개는 동료들이 알아듣지 못해 공격이 저지되었는데, 이를 쿼터백의 탓이라고 여기는 스카우트나 대학 감독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첫 번째 경기에 이어 두 번째 경기.
오늘도 모이의 경기는.
‘규격 외가 맞았군.’
이제 막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쿼터백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보게, 제이콥.”
“네.”
“우리도 명함을 주고 오지.”
“오우. 네. 그럼요. 그래야죠.”
특정 선수의 리쿠르팅을 위해 최소 10경기는 지켜보는 걸로 유명한 닉 세이번이 단 2경기 만에 행동에 나선다.
자리에서 일어선 NCAA를 대표하는 명장의 움직임은 다른 대학팀에게 긴장감을 주었고, 많은 이들의 시선이 꽂히는 가운데 닉 세이번이 모이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많은 학생 부모의 마음을 연 인자한 미소를 짓곤 손을 앞으로 뻗었다.
“반갑습니다. 닉 세이번입니다.”
***
▷ GAME SET
17 17 14 10 – 58
00 03 00 07 – 10
나는 오늘도 4쿼터에는 뛰지 않았다.
거기에 특별한 불만은 없다.
사실상 승리가 결정된 상태였으니까.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필드로 나아가 돌아오는 공격팀을 맞이했고, 모두에게 최고였다는 말을 전했다.
어김없이, Fox Sports의 리포터가 다가왔다.
그리고 난 그녀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와-우. 멋진 경기였어요.”
“감독님의 작전이 좋았죠.”
“고등학생이 그걸 100% 수행했다는 게 대단한 거잖아요?”
“100%는 아니고, 한 90% 정도였던 것 같아요.”
"겸손이라기엔 애매한 수치인데요?"
"하하."
어렸을 때부터, 가끔 전생과 관련한 말실수를 하곤 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러면 안 되기에 특별히 긴장하고 있다.
인터뷰할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동안 섀년은 내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
궁금한 게 참 많은가 보다.
“1학년 때 받아들일 거에요?”
“아뇨. 그건 절대 아니에요.”
“그럼, 3학년?”
“아마도요.”
어떠한 유망주들은 1학년 때 진학할 대학을 결정한다.
의외로 그런 사람이 꽤 있다.
대부분은 부모님이나 가족 중의 모교가 그곳이거나, 아니면 본인 스스로 거기에서 뛰고픈 열망이 강해 선택하는 경우다.
집하고 가까워서 수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가족의 모교 중에 풋볼을 잘하는 팀이 없기도 하고.
특별히 뛰고픈 곳도 없다.
그저, 경쟁력이 있는 팀이면 좋겠다.
전체 10위권 이내면 OK랄까?
10위보다 살짝 아래여도 된다.
어떠한 팀에 가건, 내겐 그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건 3학년쯤.
많은 부분을 고려하려고 한다.
특히 감독과 동료.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카후쿠의 감독과 동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기에, 난 좀 더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다 배우고 나면, 대학에서는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좋은 감독님이 계신 곳이면 좋겠고, 동료들로부터도 배우는 게 있으니 잘 뛰는 동료가 있었으면 해요.”
“배움은 중요한 법이죠.”
“제 말이요.”
“하하. 그럼, 준비됐어요?”
“시작하세요.”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Fox Sports를 대표하는 리포터와 인터뷰를 했다.
이건 꽤 영향이 있을 거다.
여러모로.
“엄마-!”
인터뷰가 끝나고, 난 바로 가족에게 달려갔다.
엄마를 가장 먼저 끌어안은 다음 할머니와 멜 고모를 안았고, 삼촌과 숙모도 기뻐하며 나를 안아주었다.
다음은 할아버지 차례다.
“꼭 쿼터백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더구나.”
“하하. 그렇게 믿고 있어요.”
실제로 그랬으니까.
다시 태어난 걸 자각했을 땐, 쿼터백이 되자고 다짐했다.
현재 기억하는 전생의 나는 쿼터백이 되고 싶었지만, 순수 동양인이라는 한계로 인해 감독이 된 사람이다.
풋볼 업계에서는 제법 흔한 일이랄까?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까지 풋볼을 하다가 재능의 한계를 깨닫곤 공부를 하여, 말단 스태프로 취업해 쿼터백 코디네이터와 같은 보직을 거친 후 감독이 되는 것 말이다.
실제 나도 그런 코스를 밟았다.
좀 더 다양한 일을 하긴 했지만.
아무튼.
“이 할애비는 오늘 네가 참 자랑스럽단다.”
“저는···.”
잠시 망설여진다.
뭐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
후아마투?
스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항상 나의 신념대로 살길 바라셨고, 그래서 나는 망실임을 떨치고 이렇게 말했다.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의 손자인걸요.”
“그렇고말고.”
사실 나는 스톤이라 말하고 싶었다.
줄곧 해왔던 것처럼.
하지만, 그랬다면 할아버지가 슬퍼했을 거다.
나의 신념은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
그래서 내 욕심을 버렸다.
“아버지.”
“모이?”
“···.”
“두 번째 쿼터에선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잖니.”
“하하. 네- 그렇긴 하죠.”
칭찬을 해줬으면 참 좋았을 건데.
맥이 빠졌지만, 이게 우리 아빠다.
어렸을 때 큰 파도를 정복했을 때도, 아버지는 항상 다음엔 더 큰 녀석을 노릴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나를 칭찬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그래서 아버지의 칭찬은 내 기준이 됐다.
누구보다 내가 가진 재능을 믿고 있기에, 이렇게 말한다는 것 정도쯤은 알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몰랐다면.
투정을 부리거나 살짝 빗나갔을 수도···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아빠나 할아버지.
또 삼촌들을 보고 있으면.
반항하고픈 마음이 싹 사라진다.
정화가 되는 느낌이랄까?
힘은 치기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다.
물론 내게 치기는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
“그래도.”
“?”
“나도 네가 자랑스럽단다.”
“!!”
아버지가 칭찬을 해주셨다.
기뻤다.
그것도 무척.
그래서 난 환하게 웃었고, 아버지는 팀이 기다리고 있다며 얼른 내려가 보라고 했다.
이크.
그렇지.
경기가 끝나고 나면 우린 또 다른 하카를 했다.
얼른 동료들의 곁으로 가, 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주먹으로 천천히 땅을 두들겼다.
쿵.
쿵.
주장인 시오엘레가 선창(先唱)을 한다.
“I ngā ra o mua o te taenga mai.”
약 1분 넘게 이어진 하카가 끝나고 난 뒤, 나는 가족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다가 후아마투들이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부분 똥 씹은 표정이네.
썜통이다.
오늘과 같은 분위기에서 나를 ‘가짜 사모안’이라고 칭했다간,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할 거다.
다른 것도 아닌 풋볼로 후아마투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는 점에서, 나는 오늘 스스로 만점을 주고 싶다.
그것도 가족들이 보는 앞이었으니.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뿌듯했다.
“모이. 가자.”
“응.”
대승으로 끝난 두 번째 경기.
아무래도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동료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인 것 같다.
***
[많은 NFL 관계자들은 지금 드웨인 모이 스톤의 드래프트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데이비드 카 via 트위터]
.
.
[드웨인 모이 스톤이 NFL 드래프트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순간, 장담하는데 NFL 팀의 절반 이상이 탱킹을 하려고 할 것이다. - 댄 해저스 via 트위터]
.
.
[고작 고등학생인데 너무 심한 거 아냐? 장난하는 거지? 모두가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고 봐. - 아이라 카우프만 via 트위터]
- 작가의말
지난 화 하단에 추가한 내용을 다시 적습니다.
늦게 적어서 못 보신 분들도 계실까봐.
※ 풋볼 용어 설명
허들(Huddle) : 한 번의 공격 포제션이 종료되고 다음 플레이를 하기까지의 시간(25초/40초)동안 하는 작전회의.
오디블(Audible) : 감독으로부터 전달받은 작전을 허들 때 전달한 후, 볼을 받기 전 쿼터백이 상대 수비의 움직임 등을 읽고 해당 정보를 동료들에게 목소리로 알리는 등의 행위. 때에 따라 오펜스 라인이나 리시버의 경로를 바꾸고, 어떤 경우엔 타임아웃을 외치기도 한다.
Comment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