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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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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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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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NFL의 역사를 바꿀 남자

DUMMY

나는 썩어 있다.

마음속 깊은 뿌리부터.

그렇다고 범죄자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최악인 거지만.

.

.


#. 뉴욕, 뉴욕시

#-1. 월도프 아스토리아 뉴욕


이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최고급 호텔.

여기에서, 나는 꽤 많은 여자를 만났다.


“···.”


뿌연 담배 연기 너머, 한 여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의미심장하면서도 탐욕적인 눈빛.

난 저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


평소였다면 저런 추파를 못 이긴 척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다.


늘어져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가운을 걸치고, 담배를 챙겨 테라스로 나왔다.


“후-”


겉으로 볼 때는, 나쁘지 않은 삶이다.

아니.

성공한 삶에 가까울 것이다.


NFL 최초의 동양인 감독.

하지만 거기에서 난 멈추지 않았다.

지난 6년간, 난 네 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잘한다는 것을 안다.


빌어먹도록 똑똑한 머리와 날카로운 감각.

내가 만든 전술은 획기적이었다.


또 선수를 보는 눈도 있었다.

재능을 찾고,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왔다.


평범했던 쿼터백을 NFL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고, 와이드리시버와 타이트엔드엔 그들이 평생 놀고먹어도 충분할 만큼의 FA 계약을 안겨다 줬다.


어느새, 모두가 나와 함께하길 원했다.

그러나 내겐 아무 의미도 없었다.


처음부터.


탁.


짧아진 담배를 테라스 밖으로 대충 던져 버린 후, 두 번째 담배를 꺼내 들어 다시 입에 물었다.


“후-”


담배 연기를 볼 때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이제 나도 당신을 모르겠어.”]

[“당신의 진심은 뭐야?”]

[“진심이었던 적은 있기는 해?”]

[“개새끼.”]


다섯 번의 결혼과 네 번의 이혼.

나와 함께 산 여자들은 전부 불행해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댔다.


제대로 대답하진 않았지만.

그녀들의 말이 옳았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보는 것.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겠지.


[“당신은 평생 혼자 지내게 될 거야.”]

[“누구도 당신과 어울릴 수 없어.”]


그녀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들 역시, 나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네 명의 전(前) 부인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남은 돈 전부를 나는 술과 여자에 쏟아부었다.


바보 같다는 건 나도 안다.


멈춰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도 이유를 모른다.

이유를 알았다면 진즉 멈췄겠지.


의지가 약한 걸까?

뭐.

그럴 수도.


쪼로로-


월도프 아스토리아 꼭대기 층 테라스에 서서 소변을 누고 있으니 조금은 통쾌한 기분도 들었다.


다시 기분은 금세 어두워진다.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정말로.


평범한 가정.

평범한 하루.


그것을 이어가다 휴일이 다가오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저녁 식사를 꿈꿨다.


한데 지금 내게 남은 건···.


“좆까.”


별안간 하늘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었다.

그래.

나는 저 하늘이 너무나도 싫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친척에게 맡겨졌을 때부터, 나는 하늘이란 존재를 싫어했다.


그저 돈이 필요했을 뿐인 여자.

내게 흥미가 매우 컸던 남자.


여섯 번째 생일을 맞았던 날, 나는 이 모든 현재의 시작이 된 끔찍한 짓을 당하고 말았다.


남자의 입에서 나던 구역질 나는 악취가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지금 내 입에서도 나지 않을까?


그 새끼나 나나.

똑같을지도.


아무튼.


나는 사랑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학대와 그리고 또 학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폭력에 굴복해 무기력했던 나날을 보내던 도중, 나는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사람과 만났다.


[“풋볼을 해보는 건 어때?”]

[“뭐?”]

[“풋볼 말이야. 힘이 세질 거야.”]


소피아.

나의 유일한 사랑.

그리고 첫 번째 부인.


그녀는 한 살 연상이었고, 우린 초등학교 때 만났다.


소피아 역시 나처럼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친척에게 맡겨졌지만, 내 쪽과는 다르게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점에서 내게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소피아는 어둠뿐이던 삶의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그녀가 있어, 난 그 끔찍했던 시간을 견뎌냈다.


장래 변호사가 꿈이었던 소피아는 1년 먼저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했고, 나도 이듬해 컬럼비아의 풋볼 특기생으로 진학했다.


마침내, 난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2년 뒤.


[“맹세합니다.”]

[“맹세해요.”]


우린 대학 동기들의 축하 속에 동거하던 집 근처 교회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하루.

또 가장 행복했던 나날들.

그것은 정확히 3년 동안 이어졌다.


24살이 되던 해 겨울.

소피아는 뇌종양을 선고받았다.

그래도 그녀는 꽤 잘 버텼다.

강인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1년 뒤.

소피아는 내가 보는 앞에서 눈을 감았다.


그때부터였다.

미친 듯 풋볼에만 매달렸던 게.


동양인으로서 한계가 있었던 난 NFL에 진출할 정도는 아니었고, 대신 뉴욕 제츠의 말단 스태프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풋볼을 공부하고 또 직장에 있는 시간만이 내겐 소피아를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난 서서히 구단의 눈에 들었다.

매년 조금씩 중요 보직으로 옮겨도 갔다.


4년쯤 지났을 땐, 구단의 모두가 날 알게 됐다.


그리고 서른.

난 뉴욕 제츠의 코치가 됐다.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보내면서 소피아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픈 것도 조금씩 줄어들었는데,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아픔을 일로 덮었던 것뿐이었다.


그걸 인지하지 못한 채, 난 소피아와 같은 여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소피아가 아니었다.


또 그녀들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고 또 투영한다는 것에 상처를 받았다.


나의 공허함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서 왔다.


두르르르-


테라스 바닥에 떨어진 술병이 데구르르 굴러간다.

그러다 벽에 부딪혀 멈췄다.


이를 본 것을 계기로, 술기운이 잔뜩 올라왔다.


별안간 달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고 느낀 순간 발을 지탱하는 바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서서히, 세상이 기울기 시작했다.

몸에 스치는 바람은 점점 거세어졌다.


어라.

나 추락하는 건가?

중력을 느끼며, 난 눈을 감았다.


소피아.

당신이 내 곁에 있었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나는 평범해질 수 있었을까?


평범하게 당신과 살아가고.

평범하게 같이 늙어갔을까?


감은 눈에서 눈물방울이 느껴지던 찰나, 말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전신에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강렬한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의식 역시 마찬가지.


‘드디어.’


난 이 빌어먹을 삶을 끝냈다.


* * *


···.

똑똑.


···?

···!

-! ···.


뭐지?


아.

그렇구나.

난 분명, 월도프 꼭대기에서 추락했다.


그보다.

진짜 사후세계라는 게 있었네,

그런데, 잠깐.

왜 눈이 안 떠져···.


“~~~. ~~~ ~ ~~~~~~.”

“~~~~”


뭔가 소리가 들리는데, 들을 수 없다.

꼭 물속에서 뭔가를 듣는 것 같다.


있는 힘껏 듣는 데 집중하자, 그래도 뭔가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리 ···쁜 ···기.”

뭐?

“내일 또··· 네 부모···.”


뭐?!

잠깐만.


지금 내가 들은 것은 영어다.

문장을 전부 듣진 못했지만, 몇 단어는 똑똑히 들렸다.

분명 부모라고 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보다 나는 왜 말을 할 수 없는 거지?


목소리를 내려 있는 힘껏 노력해 보지만, 끙끙대는 것 비슷한 것만이 입술 사이로 튀어나올 뿐이었다.


이내 따뜻한 무언가 날 감싸왔다.

포근한 느낌.

좋은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하 아헤오 카 우아 이 나 팔리.”

이건 또 무슨···.

“케 니히 아 엘라 이 카 나헬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라는 건 알겠다.

그리고 이것이 노래란 것도 말이다.


멜로디가 존재했다.


한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알 수 없는 언어가 들려온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며 잠이 밀려들었다.


이미 죽었는데 또 잠을 잔다고?

하긴.

죽음은 영원한 잠이랬으니까.


그럼 이대로 그냥 이렇게 눈을 감는 건가?

영원히?


그렇다면 지금은 어쩌면, 나를 지옥으로 보내기 전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잔인하네.

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런 포근함이라니.

무척 그립고도 따뜻한.

그러면서 감동적인.

기억나지 않는 먼 옛날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느낌을 지옥으로 가기 전에 느낄 줄은 몰랐다.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응? 알로하?.

그건 하와이인데.

재미있네.

사후세계의 언어에도 알로하가 있을 줄이야.


“Until we Meet Again.”

뭐?


그리고 갑자기 또 들려온 영어에 눈을 번쩍 뜨고 싶었지만, 밀려드는 잠을 극복하기에 내 의지는 너무 작고 연약했다.


결국, 난 본능에 굴복해 버리고 말았다.

죽어서도 여전하네.


정말이지.

난 이런 내가 정말로 싫다.


* * *


#. 2001년 12월 26일

#-1. 미국, 하와이

#-2. 마우이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


“어쩜, 당신을 그렇게 닮을 수 있지?”

“그야 내 애니까.”

“여보···.”

“사랑해, 여보.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어.”

“응. 같이. 같이 열심히 살자.”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12월 26일 오전 0시 07분, 노아 스톤(Noah Stone)과 제시카 스톤(Jessica Stone) 부부 사이에서 건강한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는 한국인/사모아 혼혈인 노아 스톤의 얼굴을 쏙 빼닮았는데, 이에 한국 이민 2세인 제시카 스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다정하게 아내의 휠체어를 밀며 병실로 들어선 노아 스톤. 그는 병실 안에 모인 많은 사람 앞에서 특유의 떠들썩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발표했다.


그의 얼굴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드웨인 모이 스톤! 그래! 내 아들은 왕이란 뜻의 하와이어인 모이를 미들 네임으로 갖게 될 거야!”


Dwayne Moi Stone.

NFL의 역사를 바꿀 남자.

동시에 다시 태어난 사람.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일부 지닌 채로 두 번째 삶을 살아가게 될 NFL 최고의 감독이었던 사내의 이야기.


주인공은 지금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오- 우리 이쁜 아기. 잠든 것 좀 봐.”

“여보. 여기 좀 봐. 사진 찍게.”

찰칵.


곧, 그도 모든 상황을 깨달을 것이다.


작가의말

설마 미식축구고 쿼터백인데.

힘캐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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