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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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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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작
작품등록일 :
2024.08.19 16:47
최근연재일 :
2024.09.05 21:08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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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66

작성
24.08.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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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DUMMY

처음 나는 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너무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이게 뭐야. 내 몸이 왜 이러지?"


내 몸에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그것은 마치 다 타버린 잿가루가 흩날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람과 같이 두 다리와 팔을 가진 형상으로 서있었으나 그 몸은 감각이 결여라도 된 것처럼 오감이 느껴지질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손으로 몸을 더듬어보려고 해도, 얼굴을 만져보아도 내 살갗이 만져지질 않았다.

진정 연기 그자체가 되어버린 육신을 보며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대체 뭐지?"


주변은 흉하게 가지가 뻗어난 마른 고목들만이 있었고 나의 물음에 답해줄 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 내 상황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정보가 있다는 것.

그것은 시야 한편에 표시된 시스템메시지였다.


[버려진 마탑 5층]


마탑이라는 단어. 이러한 단어를 쓰는 곳과 지금 내 몸의 상태를 보건데 나는 확실히 내가 살던 세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곳으로 떨어졌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세계 차원이동······. 씹."


왜?

왜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왜냐면 난 이세계로 환생할 이유가 없으니까!'


보통은 불의의 사고나 불가항력적인 일로 이세계에 오는 것 아닌가?

아니, 그보다 일단 이세계로 오는 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었어?

아니, 나는 그냥 평소처럼 편안하게 잠에 들었을 뿐인데??


'용사여. 이 세계를 구해주세요.'


하는 꿈에서나 나올법한 여신의 계시도 없었고, 하다못해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소환진에서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버려진 마탑 5층이라는 시스템창이 내 시야 한편을 어지럽히고 있을 뿐.

게임이라면 응당 플레이어에게 튜토리얼이라도 보여줘야 될 것을!

그냥 갖다는 놨으니 너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식으로 놓인 것이다.

그래서 뭘 하라고?


"퀘스트. 미션. 일지. 아이템창. 스킬창······. 씨발!"


신이시여. 저를 왜 이곳으로 보냈나이까.

제가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습니까!


"······."


무릎을 꿇고 하늘에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려봐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천애고아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때 먼 곳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저쪽에서 야영을 하기로 하죠."

"그럽시다. 5층은 밤에 움직이는 게 다른 층들보다 위험하니."


중무장을 하고 한 손에는 서슬 퍼런 무기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 척봐도 평범한 동네 주민들이 산책이나 하고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생각해보자.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감을 눈이 없으니 그런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치 어떤 퀘스트라도 치룰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장소에 피칠갑을 한 사람들이 오고 있고 나는 사람이 아니다. 이건 누가 봐도 내가 몬스터고 저 사람들은 모험가인 상황이겠지. 걸리면 두 동강 난다.'


내 본능이 그렇게 말했고 그들이 내 존재를 눈치 채기 전에 숨어야만 했다.

그러다 나무에 손을 가져다 댔을 뿐인데.


[그림자 복제(Shadow Replication)를 시작합니다.]

[대상. '피결 나무']

[복제 완료.]


내 몸이 멋대로 나무줄기에 얇게 도포되었다. 그리고 검은 연기였던 신체는 딱딱한 나무껍질이 되어 카멜레온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훌륭한 위장을 하게 되었고 말이다.


쿡쿡.


'아.'


쿡. 푹!


'아악! 씨발!'


"흠, 여긴 안전한 것 같네요."


내 앞에 단도를 든 남자가 내뱉는 말이었다.

놈이 내 몸을 찔러댔으나 나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남자는 나를 앞에 두고도 내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고 말이다.

다른 이들도 으레 하는 행사인 것처럼 주변의 돌이며 나무며 땅바닥을 제외한 모든 것들에 대고 단도를 찔러댔다.


"키에엑!"

"여기!"


고목에서 연기가 피어나더니 팔이 뻗어 나와 남자에게 덮쳐드는 것이 보였다.


"조심해, 카롬!"

"윽!"


처음 그것을 발견한 남자는 급하게 몸을 뒤로 뺐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검은 연기는 남자의 손을 타고 들어가 전신을 뒤덮어버렸고 이내 순식간에 형체를 그 남자와 똑같은 모습으로 재구성해냈다.


"젠장, 귀찮아졌구먼. 내가 선두에서 막을 테니까 다 같이 공격을 퍼부어요!"


중갑의 남자가 방패를 세우고 달려들었다.


퍼엉!


땅바닥이 움푹 패일 정도로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나 인간화가 된 존재는 방패를 부여잡은 채 저항했다.

어느 누구도 뒤로 밀리지 않는 치열함이었다. 적어도 힘에 한해서는 호각.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이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봐! 다들 정신 차려! 가짜는 저쪽이라고!"


정녕 당황해 마지않는 표정과 다급한 목소리.

다만 그것을 속아줄 상황이 아니긴 했다.

모두가 잠들었다거나 뒤에서 몰래 덮쳐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진짜가 누구인지에 대해 꽤나 동요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이건······.'


나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분명 저 눈앞의 몬스터는 지금의 내 상태와 일치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모방해서 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대상의 힘과 기술까지 따라하는 완전한 모방. 그럼 나는 혹시······.'


"이 간악한 도플갱어여. 죽음으로 그 더러운 육신을 잠재워라!"

"파이어 에로우(Fire arrow)!"

"트리플 샷(Triple Shot)!"


"끼에에에엑!"


그래. 도플갱어구나······!

도플갱어는 강력히 저항했으나 쪽수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

겨드랑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화살과 불마법에 놈이 비명횡사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모험가로 보이는 이들은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는 저주와 같은 말을 내뱉었고 말이다.


"허, 재수 없는 새끼들."

"대상을 복사한다니. 카롬씨랑 너무 똑같아서 속이 안 좋네요."

"마탑에서 제일 역겨운 놈들일세. 퉤!"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안녕하세요. 허허. 제가 사실은 몬스터가 아니고 사람인데요. 다른 세계 사람이거든요? 근데 도플갱어로 환생해버렸거든요?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 까요?"


주둥이에 칼바람이 날아들 생각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게 되었다.

그들이 몬스터를 향해 내뿜는 적의는 상상이상이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하필이면 도플갱어라는 것이 더욱 상황을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 내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도플갱어가 사람 행세한다고 보지 않겠는가?

그런고로 걸리면 진짜 뒈질 것이 분명하니 조용히 상황을 관망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 일단 위험요소 확인도 끝났으니 캠프를 설치하고 식사나 하시죠."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각자 텐트를 설치하고 모닥불을 피운 뒤에 건조된 음식을 입에 욱여넣었다.

그러고는 각자 앉아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데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에서 노련함이 엿보였다.

그때 그들의 주변으로 다른 사람무리가 지나갔다.


"이봐. 당신들 지금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고."


그러나 상대쪽 일행은 손을 한 번 들어 보인 뒤 지나갔고 그 뒷모습에 대고 남자는 혀를 찼다.


"초보 모험가들인가 보구먼. 남의 말 안 듣고 치기로 돌아다니다가 죽기 딱 좋지."

"저희도 저럴 때가 있었잖아요."

"그랬지. 처음 마탑을 오를 때만 해도 난 100층을 찍는 최초의 용사가 될 줄 알았으니까."

"하하. 저때는 누구나 그렇죠. 현실을 까달아야 멈추는 법이니까요."

"너무 늦게 깨달아버리면 그게 정말 늦은 때라 문제지. 같이 첫여행을 떠났던 동료를 잃거나 아니면 더 이상 여행할 수 없는 몸뚱이가 되어버리거나."


마탑의 100층이라.


"마일로씨, 정말 마탑의 100층에는 '현자의 돌'이 있을까요?"


한 사람의 물음에 마법사로 보이는 이가 턱을 쓰다듬었다.


"허허. 자네는 그런 허황된 보물을 믿나? 나는 부정적인 입장이네만. 하긴, 그건 100층을 가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를 일이겠지."


주변인들도 껄껄 웃는 것이 대부분은 믿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탑 100층의 현자의 돌이라고. 그게 뭘까.


"자네는 만약 현자의 돌을 얻으면 어떤 걸 하고 싶나?"

"글쎄요.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차원마법을 배워보고 싶어요."

"응? 다른 세계라. 어떤 세계 말인가?"

"롤리네프의 기계세계라는 소설을 봤는데요. 그 책에는 우리 세계와는 다르게 마물은 없고 한참 앞선 기계마법으로 진보한 문명을 일군 세계가 존재하거든요. 그런 꿈의 세계가 있다면 한 번 가보고 싶어서요."

"그건 소설 속이잖나. 하긴 뭐 그런 말도 있긴 하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시간과 장소는 사실 존재하는 곳이라고."


차원이동이라.

그들의 대화는 내게 해답을 알려주는 가이드와 같았다.

망망대해에서 등대의 빛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할까.

마치 연기자들이 모여 상황을 설정해놓고 설명을 늘어놓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곳으로 가면 네가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환청일까.

내게 누가 말을 건 것일까.

정말 100층으로 올라가면 내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걸까?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들은 취침 조와 경계 조를 나눠가며 밤을 지새웠고, 나는 나무에 딱 달라붙은 채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짐은 다 챙긴 건가? 잊어먹은 건 없고?"

"걱정마세요."

"그래놓고 매번 뭘 잊어버렸다고 하질 않나. 아무튼 이번엔 다 챙긴 게 맞는 것 같으니 출발하세."


그들은 간밤에 몇 몇의 도플갱어와 마주쳤으나 도플갱어는 타인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영 형편없었고 그렇게 큰 위기는 없이 아침이 되어 떠나갔다.

나는 그제야 나무에서 떨어져나와 다시 영기의 형태로 돌아왔고 말이다.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한다."


눈앞이 캄캄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어야할까.

하다못해 그냥 사람으로나 태어나지. 어쩌다가 몬스터로 태어나서 사람을 피해다녀야하냔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디로 가야할지는 확실히 정해졌다는 거네.'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채였다면 빠른 시간 안에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은 정신적으로 감내하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한탄할 시간에 움직이기나 하자.'


이러한 상황에서도 휙휙 돌아가는 머리는 차근차근 해답을 제시했다.

일단 최종 목표는 내가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

중무장한 사람들의 대화내용으로 보았을 때는 당연히 100층으로 올라가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100층을 오를 것인가.


"이 몸뚱이로 돌아다니다간 빠르나 늦으나 파티사냥꾼들한테 발각돼서 죽겠지."


나는 현재 도플갱어. 그렇다면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가장 첫 번 째 목표였다.

나무로도 변이했고 다른 도플갱어가 사람으로 둔갑하는 것도 봤으니 나 역시도 가능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으로 변이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지나가는 사람이 밟을 때를 노려?'


아무래도 이 능력을 사용하려면 접촉이 불가피한 듯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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