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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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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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작
작품등록일 :
2024.08.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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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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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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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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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

DUMMY

"갑자기 이러면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소. 갚지 못하겠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이건 엄연히 불법이요!"

"크흠. 불법? 어디 그럼 신고라도 해보시던가."


골든 상단은 돌아간 이후 채권을 랄로스길드에게 양도해버렸다.

양도된 채권은 납부의무만 그대로일 뿐 기한에 대한 효력은 상실되니 랄로스길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협박을 가했고 말이다.


"영감. 힘들지? 다 알아. 그런데 우리도 힘들다고. 서로 더 피곤해지지 말고 빠르게 해결하는 게 어때?"


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해서 치치를 원했다.


"지금에 와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 그 사제 놈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이 그놈들 손아귀에서 놀아났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제 와서 덫임을 알았다고 해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영감은 완전한 감옥에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법의 관점으로 보아도 그를 보호해줄 명분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랄로스 그놈은 악귀야. 자기 조직원이 당했으니 이제는 자네들도 온갖 더러운 수법을 동원해서 노리겠지. 이제는 방법이 없어. 난 치치와 함께 이 마을을 떠나야겠네. 자네들도 어서 마을을 떠나게."


영감은 치치의 손을 잡고는 서둘러 떠나려 했다.

그러나 주연이 영감의 앞을 막아섰다.

이제야 생각이 났다. 랄로스 길드. 마탑에서 공략을 이어나가던 주연 일행들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녀석들!

얼마나 악독하던 녀석들이었던가. 그때는 아직 지금의 힘을 가지지 못했었고 그렇기에 놈들과의 교전에서 싸우고 다치고 도망치는 일이 빈번했었다.

주연은 그때를 회상한 뒤에 비릿하게 웃었다.


"이거 완전 개새끼들이네. 영감님,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주연은 악귀처럼 웃었고 다른 동료들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올렸다.



**



랄로스길드의 내부.

그곳을 무엇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야만거리에서 가장 어두운 음지라는 표현은 너무 고상하지만 첫소개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곳은 토굴이었으니까.

겉보기엔 그저 빈민가에 널린 판자집중 하나였으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개미굴 같은 입구가 있고 사다리를 이용해 내려가면 긴 통로와 양쪽에 조직원들이 도열하고 서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곳의 냄새는 그야말로.


"시궁창 내가 따로 없네. 씨벌."


랄로스길드의 보스 랄로스가 코를 막으며 내뱉은 말이었다.


"야, 여기 제대로 청소하라고 했어. 안 했어."


그가 걸레를 들고 선 수인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곳에는 각종 공구들과 플라스크들, 한쪽에는 이름 모를 가루와 신체부위가 담긴 병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테이블을 두고 앉은 늙은이는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늙은이의 이름은 폴포스. 연금술사였다.


"집중을 할 수 없구먼."


폴포스는 핀셋으로 꽤나 섬세한 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랄로스의 등장에 성가시다는 표정을 했다.


"하, 그놈의 성과도 없는 헛짓거리로 유세는. 그래서 성과는 좀 있나?"

"네놈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라도 있나?"

"이 개 같은 새끼를 확!"


랄로스는 주먹을 쥐고 위협했으나 폴포스는 눈 하나 꼼짝하지 않고 랄로스를 마주보았다.

저 두 눈깔을 뽑아버리면 얼마나 상쾌할까.


"레자르보님 덕분에 살아있는 줄 알아둬."


골든 상단의 주인 레자르보.

그의 지시 때문에 랄로스는 연금술사라는 되먹지도 않은 빈대새끼들을 지원하는 중이었다.

연금술사라는 족속들이 뭔가?

평민주제에 귀족들이나 하는 연구를 한답시고 돈이나 축내는 종자들이었다.

그럴싸한 무언가를 보여주기라도 했다면 랄로스가 이렇게까지 혐오스러운 감정을 가지진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 주름이나 잔뜩 낀 늙은이를 보라.

몇 년 째 랄로스길드의 수입을 공중분해나 시키고 앉았으면서 자기가 누구 덕에 연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주제넘게 기어오르기까지 하는 것이다.


"잘 알고 있지. 그러니까 그만 나가주겠나?"


랄로스는 늙은이의 혀를 잡아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보, 보스!"

"뭐야 이 새끼들아!"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부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정말 행했을 것이다.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며 뒤를 돌자 참으로 우스운 광경이 보였다.

가베영감을 만나러 갔던 조직원들이 꽤나 훌륭한 몰골로 비척거리며 들어온 것이다.


"꼴이 그게 뭐냐?"

"어떤 이상한 것들이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랄로스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고는 이성의 끊을 놓기라도 한 듯 쿡쿡거리며 웃었다.

오늘 정말 여러 가지로 사람신경을 박박 긁는 날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랄로스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누군데?"

"그게 낯익은 얼굴은 아니라서..."

"가베 영감은?"

"집에 가봤더니 짐을 싸들고 도망간 것 같은데..."

"하, 크큭! 오늘 진짜 개 같은 날이구만."


랄로스는 조직원들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차별적인 폭행이 이어졌다.

한참 뒤에야 분이 좀 풀린 그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마을을 이잡듯이 뒤져서라도 찾아와. 영감이랑 수인. 그리고 그 새끼들까지. 너희는 다 찾아올 때까지 돌아오지 마. 알아 들었냐?"

"끄윽, 네. 보스."


그의 말 한마디에 빠르게 굴 밖으로 달려 나가는 조직원들의 모습은 흡사 개미떼와 같았다.


**


다음 날 저녁.

가베는 야만 거리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은 랄로스길드가 운영하는 영업장이었기에 일하던 조직원들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고 말이다.

도박장 뒤편에서 담배를 꼬나 물고 있던 조직원이 어딘가로 달려가고 뒤이어 건장한 체구의 사내 둘이 조직원과 함께 나타나 가베의 앞을 막았다.


"영감. 치매라도 걸린 건가? 도망간 줄 알았더니 제 발로 오고 말이야."


사내의 말에도 가베영감은 그저 서있을 뿐이었다.

진짜 치매라도 온 건가. 뭐 사정 봐줄 일은 없으니 아무렴 상관없긴했다.


"같이 좀 가지."


그들은 가베를 이끌고 길드의 아지트로 향했다.

순순히 따라 들어간 아지트의 가장 안쪽에서 랄로스가 맞이했고 말이다.


"가베 영감."


랄로스는 피 묻은 자신의 주먹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가베는 피떡이 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조직원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중이었다.


"왜 왔어? 왔으면 이유가 있어야 될 거 아니야. 수인을 넘기기로 했다던가. 아니면 최소한 어제 그 새끼들이 어디 있는 지 불면서 영감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봐달라고 말하던가. 그냥 개죽음이나 당하자고 온 거야?"


가베가 알아서 기어왔다고 했을 때 랄로스는 일이 쉽게 풀리리라 기대했었다.

조직원들을 모두 불러들인 이유도 수인이야 넘길 생각은 없을 테니 어제 건방을 떨었던 놈들의 행적을 불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조직원들을 이끌고 가서 놈들을 반병신으로 만들고 가베는 용서해줄까 고민도 해보고 있었는데...


"이런 썅. 왜 왔냐고!"


퍽! 퍽!


이런 답답한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그냥 죽여 버릴까?

바깥에서야 죽이기 조심스러웠겠지만 이곳은 랄로스 길드의 아지트 안. 여기서 라면 목격자도 없겠다 시체를 처리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니까.


"보스. 모두 모였습니다."

"그래?"


대답한 것은 랄로스가 아니었다.

랄로스는 의문스런 표정으로 가베를 보았다.

가베는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고 말이다.


"어후. 개떼들 마냥 모였네."

"뭐야."


영감의 말투가 이상했다.

아니, 원래 저런 말투인가?

뭔가 나이든 사람에게서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은...


"한 가지만 물어보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하, 뭐야 영감. 어떻게 이렇게 쌩쌩하지? 방금 회춘이라도 한거야?"

"마사지가 좀 시원해야지. 말해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랄로스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입은 열어야했으니 나름 조절해서 패긴 했으나 갓잡은 물고기처럼 펄떡거릴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사실 영감이 굉장한 실력의 모험가였던 건가?

힘을 숨긴 목수? 아니 그딴 걸 누가 하겠나.


"대단한데. 그런데 영감. 그래봤자 이렇게 많은 수 앞에서 뭘 할 수 있겠어?"

"쯧. 묻는 질문에는 대답도 안하고."


랄로스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거리가 생겼다고 생각되자마자 영감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수한 거야. 오히려 영감을 죽이고 수인을 데려오는 편이 우리에겐 일이 더 쉽게 풀리는 거니까."


스릉!


곳곳에서 칼을 빼드는 모습에 영감은 비웃었다.


"실수? 내가. 너희가?"


영감의 모습이 갑자기 검은 형체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젊은 남자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어어? 저게 뭐야!"


그들이 놀라는 것과 살육전이 벌어지는 것은 거의 동시에 가까웠다.


스걱!


어느새 클레이모어를 빼든 주연이 가장 선두에 있는 놈의 목을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주, 죽어!"


놈들이 검을 높이 들어 주연에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연과 놈들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하늘과 땅의 차이.

사방에서 내리치는 검신들은 주연의 감각 세계 속에서 보았을 때 하늘거리는 나비처럼 고요해보였으며 마찬가지로 그 위력 또한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해 보였다.

주연은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천천히 클레이모어를 어깨에 이고는 손아귀에 힘을 꽈악 쥐었다.

그리고 놈들의 검신이 코앞까지 다다랐을 때, 그 검신과 함께 지척에 둘러진 적들을 양단시켜버렸다.


카가가가각!


"크아아악!"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세넷의 조직원들의 몸이 반으로 갈리고 내장이 쏟아지며 피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때부터는 난장판의 시작이었다.

통로에 우르르 모여 있는 조직원들이 주연에게 달려들고, 주연은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며 도륙을 벌였다.


"크악!"

"커헉! 꾸르르륵."


눈 먼 칼이 사방에서 날아들었으나 주연이 가볍게 피해낸 뒤 클레이모어를 횡으로 긋자 단번에 또 세 놈의 허리가 절단났다.

그것들의 시체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주연이 원심력에 의해 한 바퀴를 돌아 도약하며 다시 횡으로 그으니 이번에는 서넛의 머리통이 하늘로 비산했다.

사선으로 올려치니 발목과 종아리가 잘려 바닥에 엎어지는 놈과 내장을 쏟아내며 제 배를 부여잡는 놈이 보였고 멀리서 날아오는 화살을 수직으로 갈라버리자 그 앞에 선 놈도 정수리부터 반으로 갈라져버렸다.


"괴, 괴물이야! 도망쳐!"


순식간에 열 명 이상이 죽어나가자 잔뜩 공포에 질린 놈들이 뒷걸음질을 시작했고 랄로스는 그런 조직원들을 주연 쪽으로 밀어버리며 출구 쪽으로 제일 먼저 도망치려고 했다.


"야, 야! 막아! 막아 이 새끼들아!"


부하들은 보스의 명령과 눈앞의 악귀 사이에서 망설였으나 다시 이어지는 피분수에 명령이고 뭐고 다 같이 뒤로 돌아 달렸다.


"야 이 씨발롬들아! 어어? 밀쳐? 나보다 먼저 나가는 새끼는 내가 죽인다!"


이딴 것들이 악명이 자자하고 뭐?

주연은 그들의 모습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저 오합지졸들일 뿐이었고 범이 없는 곳에서 설치는 여우일 뿐이었다.

벌써 사다리를 타고 1층으로 오르려는 놈이 보였다.


"한 놈도 못 나가지. 너희들은 여기서 다 죽자."


주연의 클레이모어에서 검불은 화염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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