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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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in
작품등록일 :
2024.08.19 21:39
최근연재일 :
2024.09.13 17: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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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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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토끼와 사자의 대결

DUMMY

팅-!!


철수는 들고 있던 사무용 가방을 들어올렸다.

가방에 총알이 맞고 튕겼다.


튕겼다?

라이언의 눈이 크게 뜨였다.

마치 이건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라이언은 당황하지 않고 철수를 향해 총을 몇 발을 더 쐈다.


탕! 탕! 탕! 탕!

팅! 팅! 팅! 티잉-!


철수는 라이언과 똑같이 당황하지 않고 총알을 계속 튕겨냈다.

마지막에 쏘아지는 총알은 가방으로 쳐내며 오히려 달려들었다.

가방으로 시야를 가리며 달려드는 움직임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생각 못한 움직임에 라이언이 물러서며 거릴 유지했다.

철수를 보는 눈이 가늘어졌다.

만만히 볼 사냥감이 아니었다.


“공무집행방해도 추가 돼도 괜찮겠습니까?”

“고작 말 좀 나눴다고 잡아가면 이 세상에 남아 날 사람 없겠는데?”

“···이···.”


라이언이 철수에게 말을 하는 중 우주인 하나가 움찔거리며 입을 달싹거렸다. 

눈엔 눈물이 줄줄 흘리며 흉한 모습이었다. 

그들이 맞은 총은 우주인과 각성자를 제압하는 전용 제압 총이었다.

그 사이 위력이 떨어졌던 모양이다.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푸른 별 인간들이···. 저희, 별을···, 저희들을, 죽, 죽였습니다. 복···, 복수. 복수할 것입니다···, 꼭···.”


철수는 흔들리는 눈으로 우주인들을 보다 라이언을 보았다. 

라이언의 표정은 처음처럼 담담했다. 

오히려 너무나 평온해서 아무 말도 안 들은 사람 같았다.

철수는 라이언을 노려보았다. 

저들 말이 사실이면 우주보안원인 라이언이 모를 리가 없다.


“저게 무슨 소리입니까?”

“···”

“지구···, 아니. 푸른 별에서 다른 별을 죽였다니요?”


철수는 라이언의 앞에서 계속 표정이 바뀌었다.

줄곧 동태 같던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아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 못했다.

변화하는 철수의 태도에 라이언의 눈빛이 변화했다.


그는 라이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대답이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재촉한다.

바닥에 버려진 깡통을 구두코로 띄워 라이언에게 걷어찼다.


깡-!


라이언은 팔로 튕겨내며 다시 거릴 유지했다. 

그러나 다시 철수가 한달음에 다가왔다.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바짝 거릴 좁혀 다가왔다. 


팟! 팍!


다시 뒤로 물러나는 라이언의 다리를 넘어뜨릴 심산이었다.

라이언의 다릴 걷어차며 다가왔다.

라이언은 살짝 찌푸린 채 버티며 물러서지 않았다.

철수를 제압하기 위해 총 손잡이로 어깨를 노려 내려쳤다.

하지만 철수는 그의 팔을 잡으며 맞아주지 않았다.


파앗-!


라이언은 철수의 손을 오로지 완력으로 풀어냈다.

다시 뒤로 무르며 거릴 유지했다.

철수는 라이언에겐 확실히 힘으론 밀렸지만 너무 빨라 맞아주지 않았다.

정체가 뭐지?


“제가 말한다고 믿긴 합니까?”

“믿어보도록 하지.”


라이언은 철수의 묘하게 짧은 말에 신경이 거슬렸다.

하지만 순순히 답했다.

조사하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은하들이 연합을 하기 전, 이 연합을 우리 은하에서 주도적으로 한 것을 알고 있습니까?”

“그래. 그 정도는 상식이지.”

“우리 은하에서 푸른 별, 그러니까 지구에서 일부 행성과 국가들이 소행성들을 비밀리 침략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침략이 아니라 대출형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모든 물자를 독점 계약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인적이든, 물적이든, 그 무엇이든.”

“사탄이 아이고, 형님 할 소리하네!”


라이언도 철수의 말에 어느 정도 동조한다는 듯이 눈을 감고 끄덕였다.

공직자기 때문에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라이언은 다시 천천히 철수와 시선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 일을 벌인 것은 우리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나란 제일 늦게 후발 주자로 나서서 남들 할 것 다 하고 단물 다 빨아 먹고 빈자리도 없을 때 뒤늦게 진출해야만 했습니다. 덕분에 우린 그런 일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완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냥 이대로 인계를···.”

“그래도 사람이 할 짓은 아니잖아!”


철수의 단호한 대답에 이번은 잘도 지껄이던 라이언의 말이 턱 막혔다.

그 말도 맞다.

라이언의 말은 그냥 변명일 뿐이다.

곤란하다는 듯이 손끝이 총이 있던 자리에 두드려지고 있었다.

라이언의 검은 눈동자는 더 짙게 드리워졌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철수의 언행은 어디까지나 라이언이 보기에 억지였다.


“그들의 테러로 인해 만약 벌어지는 우리나라의 피해는 괜찮습니까? 그들의 대의를 위해 우리의 희생은 괜찮습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

“착각하지 마시죠. 김철수씨. 지구 종말 같은 거? 당신 같은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지껄이는 헛소리 망상이겠지, 누군 평생 목숨 바쳐 막아내고 있습니다.”


철수는 라이언이 과한 언행에 사과라도 하면 물러나려고 했다.

온실 속 화초? 누가? 내가?

결국 라이언의 담담한 척, 자신이 옳다고 하는 척 해대는 언행에 구역질이 났다.


“그딴 사명감이란 허울 좋은 망상에 속은 건 너겠지!”

“···뭐라 했습니까?”

“망상에 속은 건 너라고 했다. 왜? 내가 뭐 틀린 말했어?”


철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마치 항변하라는 듯이 라이언을 보며 조롱하는 모양이었다.


“생각을 해봐. 네가 그 반대 입장이어도 그런 말 할 수 있어?”

“···”

“요즘 것들은 역사를 다 안 배워서 모르나 본데 우리나라도 나라 뺏긴 적 있는 사람들이야. 그걸 아는 사람들이 별을 잃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런 소릴 해?”


요즘 것이라기엔 라이언의 나이가 벌써 43살이다.

누가 봐도 똑같은 나이 대 같은데 요즘 것들이라고 혼났다.

기쁘다고 해야 할지 심란하다고 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넌 내가 누군지 알아?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왜 온실 속 화초야? 온실 속 화초면 잘 자랐겠지! 야생에서 이따구로 막 자라서 이정도 밖에 못 자란 거 아냐?!”


라이언은 포인트가 이상한 게 아무래도 이 사람은 화가 난 지점이 남들과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눈치 없이 라이언은 그에게 사실을 선고했다


“키는 유전적인 요인이 더 큰···.”

“아, 그니까 더 좋은 환경이면 더 컸겠지!!”

“그러니까 그래봤자 환경적 요인이라 해봐야 김철수 씨 같은 경우는 아무리 커봐야···.”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긴장감(?)으로 팽팽한 사이 눈치 없는 인물이 등장했다.


“사자 선배애~!! 같이 좀 가효오~!! 헉, 허억···. 헉···.”


갈색의 고수머리, 안경을 낀 철수만큼이나 왜소한 청년이었다.

우주보안원 다람쥐였다.

어찌나 힘겹게 뛰어 오는지 바람 불면 펄렁펄렁 날아갈 것 같은 종이 인형 같았다.

달리는 모습이 흐느적거려 더 꼴사나웠다.

덕분에 철수는 화가 나려다 말았다.


툭.


그 순간 철수의 구두 밑에 무언가 걸렸다.

우주인들이 메모를 구겨 그의 발밑에 두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라이언이 볼까 타이밍을 기다렸던 것 같다.


“쥐새끼군. 마침 잘 왔습니다. 이 둘을 전부 우주 밀입행자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예? 아까 우주 테러공모라고···. 그리고 전 다람쥐인데···.”

“아니, 우주 밀입행자입니다. 전부 들고 데리고 가서 보고서도 미리 준비해두기 바랍니다.”


둘이 이야기 하는 사이 철수는 메모를 주워 곧장 달렸다.

젠장! 그딴 버킷 리스트를 왜 적어서!

왜 저장 버튼을 실수로 눌러서!

왜 저 시커먼 놈에게 짜증을 느껴선!!

속으로 욕을 실컷 했다.


그럼에도 철수의 뜀박질은 가벼웠다.

자신의 루틴을 박살내고 있는데도 두렵지가 않았다.

아니, 이다음이 두려워도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마구 뛰었다.


“김철수 씨!!”


라이언은 철수를 쫓아갔다. 


다람쥐는 바닥에 널브러진 그 둘을 바라보았다.

이 둘을? 내가?? 들어서??

아득히 사라진 라이언과 다시 번갈아 보았다.


“나는-! 서포터라고오오오-!!! 사무직-!!!”


다람쥐는 머릴 줘 뜯으며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탕-!


철수는 뒤에서 쏘는데도 총을 피하며 달려 나갔다.

너무 빨랐다. 

평범한 사냥감이라 생각했는데···.


“얘기 좀 합시다!”

“총이나 좀 내려놓던가!!”


철수는 몸이 가볍고 잘 달린다는 이점을 살려 달렸다.

심지어 골목이라는 장소적 특징까지 이용했다.


철수는 머리로 알고 있다.

일반인인 자신은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걸.

고무탄 총 정도의 위력이란 걸 알지만···.


탕!


뒤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생과 사의 종착역에 닿을락 말락 했다.

고무탄도 급소를 맞으면 죽는다.

그 정도는 어린애도 아는 상식이다.

그랬기에 철수는 또 다시 과감하게 달려야만 했다.

달리는 속도에 완급을 주어 꺾이는 지점부터 아주 빠르게 달려 라이언의 손에서 더 벗어났다. 


“!!”


라이언 입장에선 그저 꺾이는 지점에서 속도를 낼 수 없어 철수가 신기루처럼 멀어진 것 같은 기행으로 보였다.

그런 것은 기행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탁, 탁, 탁!


철수는 이따금 라이언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벽에 붙어 있는 실외기들을 딛고 뛰어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했다.

정말 말 그대로 토끼처럼 잘도 피해 다녔다.

철수는 골목이라는 장소를 아주 잘 이용해 달렸다.


나이나 덩치를 보아도 평균 일반인 대비 상당히 기동력이 좋았다.

라이언은 총구를 내렸다.

조준, 그리고 사격.


탕!

퍽!

휘리릭-.


“메-롱.”


다리를 노릴 것을 안 사람처럼 들고 있던 사무용 가방으로 슥 내려 막기까지 한다.

화려하게 사무용 가방을 고쳐 잡고 메롱까지 하는 여유.

라이언은 이것 봐라? 하는 호승심이 일었다.

범은 토끼를 잡는데 최선을 다한다.

라이언은 그 격언에 크게 동의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라이언은 그대로 배수관을 붙잡고 건물 위로 올라갔다.


텅. 텅. 텅.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건물의 아슬아슬한 난간들을 밟아가며 철수를 쫓아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선 그런 기동력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철수는 불안하지 않았다.

생각이 단순한 녀석이라면 역이용하면 될 뿐이다.

골목 사이사이를 비집고 달리는 것을 그만두고 일직선으로 달렸다.


라이언은 그런 철수를 쫓아가다가 문뜩 깨달았다.

그가 가는 방향은 큰 도로로 향하는 길임을.

사람들 눈에 보이는 건 덤이고 이렇게 라이언이 건물로 따라 쫓아가는 것이 힘들어진다. 


하, 라이언은 짧게 실소가 나왔다.


철컥.


라이언은 탄창을 바꿨다. 

위력은 좀 있지만 일반인은 죽지 않는 총알이었다.

좀 많이 아플 것이다. 

거리가 좀 있지만 괜찮다.

라이언은 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조준 했다.

철수는 조금만 더 달리면 큰 거리가 있는 거리에 도달한다.

총알이 닿기 전에 숙여 궤도를 피할 예정이었다.


라이언은 따라가는 것도 멈추고 그대로 일직선으로 달리는 철수를 겨누었다.

저 둘은 지금 철저하게 서로를 엿 먹일 생각뿐이었다.


탕!


방아쇠는 당겨졌다.

철수는 일직선으로 달리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겨누어질 것이라 여겼다.

일정 지점에 도달하면 달리는 것을 멈추려고 했다.

달릴 것을 고려해서 쏠 테니까.


“헉!”

“앗!”


철수의 앞에 골목에 들어서는 한 여 학생을 마주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철수는 그렇게 굳어버렸다.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퍼억-!


“꺄아아아아악-!!!”


라이언도 이건 예상 못한 상황이었다.

철수가 일찍 피했다면 아무 죄 없는 어린 학생이 맞을 뻔 했던 사건이나 다름없다.

나이를 헛으로 먹었구나!

만약 저 아이가 각성자였다면 중상에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짓을 할 뻔 했다.

자책하기엔 이미 쏴버린 이후였고 철수가 맞은 이후였다.

그리고 그 찰나에 철수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끝까지 달려 자신이 맞은 것이었다.


“와, 씨···개새···.”


속으로 알고 있었다.

이건 자신은 맞아도 안 죽는 총이라는 걸.

그렇지만 너무 아파서 말도 차마 못 하고 그대로 철수는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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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달고 퍽퍽한 24.09.04 11 0 12쪽
19 19화 이런 사람들 24.09.02 7 0 12쪽
18 18화 혜성의 눈과 귀 24.08.30 8 0 12쪽
17 17화 까마귀의 흔적 24.08.28 11 0 12쪽
16 16화 감시대상 No. 225 24.08.26 14 0 12쪽
15 15화 호랑이의 습격 24.08.23 11 0 12쪽
14 14화 코스모의 제안 24.08.21 9 0 12쪽
13 13화 혜성의 계승자와 늑대의 수장 24.08.19 10 0 12쪽
12 12화 은밀한 접선 24.08.19 7 0 13쪽
11 11화 휴일의 마무리 24.08.19 6 0 12쪽
10 10화 다시 만난 김 대리 24.08.19 8 0 12쪽
9 9화 휴일의 시작 24.08.19 4 0 12쪽
8 8화 초대 받지 않은 손님 24.08.19 6 0 12쪽
7 7화 천랑 시큐리티 24.08.19 5 0 12쪽
6 6화 사명감이 밥 먹여 주나 24.08.19 8 0 12쪽
5 5화 비정상 회사원 24.08.19 7 0 12쪽
4 4화 산 넘어 산 24.08.19 8 0 12쪽
3 3화 지구 종말 사무소 24.08.19 9 0 12쪽
» 2화 토끼와 사자의 대결 +1 24.08.19 9 1 12쪽
1 1화 버킷리스트 24.08.19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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