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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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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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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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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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단서찾기 3

DUMMY

걱정 가득한 해인의 얼굴이 불안과 두려움이 전해진다. 이상한 슈트가 입혀진 순간 직감했으나 그의 모습을 보니 뭔가 더 있을 거라 짐작된다.


“지하 실험실?”


“.. 많이 죽었어요.”


고개를 떨군 해인의 무릎에 얹힌 손이 파르르 떨린다. 주먹을 꽉 쥐더니 민영을 바라본다.


“전 안전한 지역을 찾아내는 스킬이 생겼어요. 8구역 이외의 지역은 절대 안전하지 않아요. 가능하면 여길 나가서 그쪽으로 가세요. 그리고 스킬 중 힐링 스킬이 있다고 들었어요. 아마 놈들은 그 스킬을 이용하려 들 거예요.”


“!!”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기다린다. 해인이 망설이더니 겨우 입을 연다.


“그 스킬이 있는 사람을 모아서 방패로 사용할 거예요. 힐링 스킬 보유자는 자신만 치유할 수 있데요. 스스로 자동 치유가 되지만 자살도 못한데요.”


다시 놀란 민영이 자신의 스킬창을 열어 빠르게 확인한다.


[힐링 스킬 – 부상 시 자신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 피해를 입으면 자동 치유가 발동됩니다. 대상 지정 불가합니다.]


[주의사항 – 힐링 스킬 보유자는 자살 불가합니다.]


이마를 짚으며 땅을 파고들만큼 한숨을 내쉰다.


“이런 주의사항은 깨알같이 작게 쓰지 말라고. 약관도 아니고. 어휴..”


스킬창 맨 하단 아주 작은 글씨로 있는지도 모를 주의사항 글귀가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누나? 괜찮아요?”


혼잣말을 하더니 갑자기 핼쑥해진 민영을 보며 안절부절못한다. 자신이 한말이 충격적이었나 싶어 손을 쥐었다 폈다 한다.


“해인아. 혹시 김은효라고 들어봤어? 아마 이쪽 놈들일 것 같아서 그놈 찾으러 왔어.”


“음.. 들어봤어요.”


그가 잠시 기억을 되새기듯 턱에 손을 올리더니 눈이 가늘어진다.


“가끔 이곳에 와요. 언제 오는지는 정확지 않을 거예요.”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 봐.”


“그런 편이에요. 그보다 몸이 안 좋다보니 보거나 듣거나 한 것들에 집중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허탈하게 웃으며 짤막한 검은 머리칼을 괜히 긁적이며 눈동자를 굴린다. 예의 병약한 소년의 얼굴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거뭇한 눈 밑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그럼 여기 있으면 그놈을 만날 수 있을까?”


“글쎄요.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 8구역 이동하고 생각해 보시는 건 어때요?”


“거긴 너무 멀어. 그리고 난 우선순위가 안전한 곳 찾는 게 아니라서.”


단호하게 말하며 벌떡 일어선 민영을 올려다본다.


“그놈 찾아내는 게 먼저야. 미안해. 조언해 줬는데 아직 나는 해야 할 게 있어.”


“그렇군요. 그럼 먼저 이곳부터 살펴보는 게 좋겠네요.”


다시 생각에 잠긴 해인. 빠른 판단과 상황에 맞게 집중하는 모습을 본 민영이 살짝 웃음이 지어진다.


“해인이 얘기해 준 게 맞네. 분명 자살 불가라고 쓰여있어.”


몸을 해인 쪽으로 기울이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작게 말한다.


“네?”


“누가 알려준 거야?”


“.. 네. 같이 있던 형이 있었는데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혼잡해졌을 때 탈출하라고.. 누나! 뭐 하시는..”


민영이 오른손을 들어 보이더니 검지 끝이 칼에 베인 듯 날카롭게 상흔이 생긴다. 붉은 선이 나타나더니 이내 주르륵 붉게 흘러내린다.


놀란 해인이 벌떡 일어나며 손과 민영의 눈을 번갈아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무엇인가 찾으려는 해인의 어깨를 잡는다.


[힐링 스킬 – 발동 가능합니다. 상처를 치유합니다.]


“!!”


초록빛이 잠시 돌더니 이내 아물며 원상복구된다. 흘러내린 혈흔까지 사라진다. 놀란 해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린다. 뭐라 말을 하려는 해인을 보고 치유된 검지를 자신의 입가로 가져간다.


“쉿.”


“···”


다시 입을 합, 다물은 해인이 민영의 눈치를 살핀다. 눈을 두 번 깜빡인 민영이 주변을 살핀다. 찾아낸 펜과 종이를 가져와 뭔가 빠르게 쓴다.


-지금까지 대화한 내용을 놈들이 들었을 것 같아. 영운을 만나면 확인해 보려고. 이 방안에서는 그냥 편하게만 쉬어.


고개를 끄덕인 해인이 메모를 받아 펜을 가져가 몇 자 적는다.


-조심하세요. 그 옷도 뭔가 있을지 몰라요. 그리고 그 스킬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마세요. 아무것도 모른척하세요. 그게 나아요. 혹시 지하 실험실 가게 되면 그나마 나은 곳이 몇 군데 있어요.


빠르게 글자를 적은 해인이 적당히 알아볼 만한 지도를 그려 동그란 표시를 해준다. 자신이 눈으로 확인 한 지역은 조금 더 세밀하게 그린다.


-가 본 곳이 아니어도 안전한 위치라면 알 수 있어요. 저만 알 수 있게 표시가 떠요. 해당 층의 포인트가 될만한 곳이에요. 꼭 기억해 두세요. 지금까지 확인된 위치에요. 그리고 아마 카메라도 있을지도..


시선이 잠시 다른 곳으로 가더니 자신이 표시한 위치와 비교해 본다. 스킬창에 뜨는 내용과 확인이 다 된 듯 민영에게 건넨다.


민영이 메모를 받아 든다. 괜히 다식은 찻잔을 들더니 얼마 남지 않은 잔을 내려본다. 시선은 메모를 향한다.


잠시 후 눈동자만 해인을 향하자 역시 그와 눈이 마주친다. 빙긋 웃은 민영이 눈을 한번 깜빡인다.


**


“지하 2층도 있지만 오늘은 지하 5층으로 가지.”


“그러던지.”


“그런데 그 옷 스타일은 좀.. 어제 준 옷들이 많았을 텐데?“


검은 슬랙스에 짙은 보랏빛 감이 도는 넉넉한 반팔이 상당히 편해 보인다. 드러난 곳은 피부가 아닌 짙은 회색의 슈트가 이질감이 들게 만든다.


“신발장에 편한 운동화 있어서 신었는데, 준비해 준 거 아니었나?”


모르쇠로 일관하며 신발 이야기만 하더니 다시 앞만 바라본다.


“옷이 죄다 원피스에, 블라우스에, 편한 건 이것뿐이던데? 준 사람이 잘 알잖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딱딱한 얼굴로 제 할 말 다 하는 민영을 보고 입이 일자가 된다. 안경을 올리며 옅은 한숨만 내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넓은 곳이 나온다. 지하 5층에 마련된 넓은 곳은 체육시설로 이용하기에 알맞은 규모다. 몇 명씩 무리 지어 몸을 풀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영운에게 인사한다.


영운이 됐다고 손을 들어 올리며 준비하라 지시한다.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


영운 뒤쪽에 조용히 서있던 민영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덩치들을 보며 투덜댄다.


“시간이 제법 지나서 동기화는 끝났을거다. 어제 얘기해 준 대로 생각, 그러니까 슈트를 이용해 원하는 형태를 상상하면 그 형태가 된다고 하더라고.”


“하더라고? 본 적이 없어?”


“응. 얘기했지? 큐브 활성화시킨 사람이 너뿐이라고. 전달받은 내용을 알려 준 거다.”


준비가 다 됐다는 부하의 말에 팔짱을 낀 팔을 풀더니 민영을 돌아본다. 매트가 넓게 깔린 곳과 없는 곳도 있다.


“오늘은 쟤들이랑 실전 저럼 몸싸움을 하면 돼. 어렵지 않지? 그럼 힘내봐. 민영 씨.”


연분홍색 셔츠 소매를 몇 번 접던 영운이 웃으며 멀어진다. 노려보는 민영을 뒤로하고 부하들에게 척척 다가가 몇 가지 더 지시를 내린다.


“스킬을 사용은 금지. 대신 봐주지 말고 제대로 하도록.”


표정 변화 없는 부하들과 약간 주춤대는 부하들로 갈린다. 영운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들을 한 명씩 지명하며 두 그룹으로 나눈다.


주춤대던 그룹에게 먼저 하도록 지시하더니 민영에게 다가와 시작하라고 재촉한다.


“이게 대체 생각하면 뭐 다되는 마법, 이런 것도 아니고..”


중얼대며 정렬해 서있는 남자들 앞에 선다. 역시 민영을 보자 더 머뭇거린다.


“시작해!”


영운의 칼 같은 지시에 머뭇대던 남자들이 눈빛이 변하며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아무리 그래도 다섯 명을 한 번에 상대하라는 건 너무하지 않나. 뒤에 줄지어 서있는 남은 자들이 더 많은 게 문제다.


“미치겠네..”


스킬을 사용할 수도 없고 난감한 기분에 휩싸인 민영이 견제하며 다섯 명의 클래스를 확인한다. 대치상태에서 확인한 것은 모두 사냥감.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머뭇거리며 견제만 하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는 민영을 보자 다섯 명의 눈빛에 불꽃이 튄다.


휙. 날아든 주먹을 체격 차이를 이용해 살짝 피한다. 민영의 놀란 눈을 보자 주먹을 내지른 남자는 씩 웃으며 하이킥을 날린다.


한 번에 제압될 줄 알았던 민영의 움직임을 보자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제법 잘 피하는 민영을 보고 나머지 네 명이 한 번에 달려든다.


퍽퍽. 날아드는 주먹과 킥에 가드 하느라 온몸을 작게 말며 뒷걸음질 치며 결국 코너에 몰린다. 그들의 주먹질과 킥에 힘이 점차 빠진다.


“아까 영운이 제대로 하라지 않았나? 솜방망이야 뭐야.”


슈트를 입은 상태로 한참을 맞더니 가드를 풀며 눈빛이 사나워진다. 원하는 것을 내줘야 자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 테스트 정도는 제대로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한 대로 슈트와 동기화되고 생각대로 컨트롤하고 있다.


주먹에 맞을 때, 킥에 맞을 때마다 닿는 부위에 충격을 슈트로 전부 흡수하며 조금의 아픔조차 없다.


코너에 몰려서도 그들을 도발하자 단순하게도 그들이 이를 악물며 사나워진다.


쫙. 민영의 얼굴이 획 돌아가며 하얀 뺨이 순식간에 부어오른다. 방심했다. 도발했더니 뺨을 때릴 줄이야. 슈트 테스트라더니 반칙이다.


[킬링 스킬 사용 가능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텔레키네시스 - 상대를 원하는 형태로 사냥 가능합니다.]


“야! 얼굴은 때리지 마!”


지켜보던 영운이 쿵쾅이며 다가오더니 뺨을 때린 부하의 정강이를 냅다 찬다. 억, 소리를 내며 쓰러진 부하를 보며 이를 악물며 발로 몇 번 더 차버린다. 죄송합니다 소리를 연발하며 영운의 발에 계속 채인다.


“슈트 테스트라고 했지! 사람 얼굴을 때리고 있어!”


다른 부하들이 나서 진정하라며 영운을 말린다. 저놈은 빼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며 민영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뺨을 슬며시 비빈다.


“아니 왜 자기가 화를 내? 맞은 건 난데?”


얼굴이 돌아가는 순간 스킬창을 본 민영이 생각할 틈도 없이 영운이 나서버렸다. 살의가 팍 흩어져 버린다.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타격을 받으며 슈트와의 연결된 느낌을 살려 원하는 형태를 떠올린다. 단단하고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움직임이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형태. 전신을 감싸고 상대는 자신의 표정을 살필 수 없도록 가린다.


예전에 재희가 말했던 푸른색이 떠오른다. 짙고 깊은 심연과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깊은 색.


사냥꾼이 된 지금 자신의 모습을 함께 떠올린다. 어둠에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사냥감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통을 끊어내는 포식자의 모습.


<테스트한다며?>


발소리 없이 영운 쪽으로 다가간다. 민영을 돌아본 모두 화들짝 놀란다. 기척도 없이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라 꼴사납게 뒤로 나자빠지는 자도 있다.


수수한 옷과 신발은 사라지고 전신을 감싼 슈트의 색이 확연히 다르다. 가느다란 발목을 지나 워커의 단단한 굽을 딛고 서서 오른발을 톡톡 구른다.


생각한 느낌 그대로 구현이 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놀라서 턱이 빠질 것 같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대강 알만하다.


<이러면 되나?>


감싸인 몸의 라인이 확연히 드러난다. 체스의 블랙 퀸의 왕관을 연상시키는 헤드 아머가 살짝 기울어진다. 목소리까지 변형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게 맞냐고.>


대답이 없자 허리에 손을 올리며 발로 바닥을 쿵쿵 울린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굴곡을 영운의 눈이 훑어내리며 다가간다.


“어. 맞아. 응. 그거 맞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말투로 무장된 상태의 민영의 몸 곳곳을 확인한다. 빛나는 눈빛이 자신의 작품을 확인하는 장인의 그것이다. 헤드 아머의 눈가가 빛이 살짝 흐르더니 차르륵 흩어져 민영의 차가워진 눈이 먼저 나타난다. 이내 머리를 감싼 부분이 사라지며 등 쪽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만 보고 빨리하지?”


“얼굴이 부었네.”


민영이 머리를 몇 번 흔든다. 엉킨 머리칼을 만지며 영운을 가만히 바라본다. 얼굴을 핑계로 영운이 손을 슬며시 움직인다.


“만져봐도 되나?”


“안돼.”


“팔이라도..”


“안돼.”


단칼에 거절당한 영운이 손을 멈추며 굳는다. 반 발짝 거리에서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겠지만 지금의 민영의 말을 안 들으면 좋은 꼴 못 보겠다는 직감이 든다.


“그리고 너무 가까워. 거리 조절 좀 해.”


미간이 좁혀진 민영이 그의 어깨와 가슴 사이 어딘가를 팍 밀쳐낸다. 휘청이며 몸이 확 밀려난다.


“역시 차갑네.”


가슴께를 문지르며 피식 웃는다. 금방 얼굴을 굳히더니 부하들을 돌아보며 제대로 하라며 으르렁댄다. 다시 정렬해서 선 부하들을 다그친다.


“아, 지금 감이 좀 잡힌 것 같거든. 스킬 가능한 사람은 쓰라고 해. 한 번에 하지.”


“뭐?”


“처음부터 그러려던 것 아니었어? 어차피 뭐든 다 해볼 거였잖아?”


몸을 쭈욱 늘려가며 스트레칭을 한다. 어깨도 돌려보고 허리를 살짝 숙이며 다리도 풀어준다.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는 굴곡에 멍한 눈이 된 영운을 심드렁하게 바라본다.


“아까 신나게 맞았더니 준비운동은 끝난 것 같은데.”


안경을 다시 고쳐 올리며 민영을 살핀다. 확실히 슈트의 효과는 활성화되었고 동기화 다음 단계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줄지 기대감이 차오른다. 별도로 민영의 몸을 관찰하게 된 기회에 어깨가 올라간다. 저 몸을 만져 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 괜한 심술이 피어난다.


“여기 있는 자들이 일반 사람들인 줄 아나? 아프다고 울면 곤란한데.”


“아니면 네가 대신 먼저 해볼래? 자신 있으면 그러던지.”


서로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본 부하들이 슬금슬금 물러난다.


<누구든 빨리 시작해. 시간 아까워>


다시 씌워진 헤드 아머에 낮아진 목소리가 주변을 웅웅 울린다.


“그룹 나눌 필요 없다. 모두 시작해. 사용 가능한 스킬은 모조리 쓰도록.”


지시한 영운이 팔짱을 끼며 슬쩍 물러난다.


그의 명령에 모두 기합을 넣으며 단번에 민영을 둘러싼다.


<데이터 기록 제대로 하고 있지? 내가 이기면 결과 보고서 공유해. 그리고 지하 실험실도 확인할 거고 김은효에 대한 인적 사항까지 가져와.>


“요구사항이 많네. 네가 이기면 그렇게 하지.”


날아드는 주먹과 킥을 산뜻하게 회피하더니 물 흐르듯 움직이며 순간 들어 올린 발등이 한 사람 광대에 정확하게 꽂힌다. 슈트의 파워와 정확도를 재확인한 민영의 등에서 순간 빛이 반짝인다.


얼굴이 터져 쓰러진 부하를 확인한 민영이 영운을 돌아본다.


<약속 지켜.>


**


영운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사무실. 의외로 소탈한 분위기에 테이블에 놓인 크리스털 조명이 따스한 빛을 반짝인다.


“네. 전달드린 내용 그대롭니다. 확실합니다.”


냉혹한 영운이 드물게 땀을 흘린다. 창밖을 보며 한참을 듣고만 있던 영운이 눈을 꽉 감는다. 미간을 꾹꾹 누르며 계속 듣기만 한다.


“회유가 된다면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건 어떻습니까?”


상당히 불편한 통화임을 누가 봐도 알만큼 얼굴마저 창백하다.


“네. 알겠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잠긴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짜낸다. 귀에서 빼낸 이어폰을 책상에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옆에 사람 키만 한 금고를 노려보더니 다가가 자신의 손바닥을 대고 몇 개의 잠금장치를 풀어 두꺼운 문을 연다.


열기 싫은 문을 억지로 여는 듯 안에서 꺼낸 메모리카드를 꽉 쥔다. 안경을 밀어올리며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죽이기 싫은데. 어쩐다.”


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생각을 마쳐 개운한 얼굴로 숨을 팍 내쉬더니 입꼬리가 스윽 올라간다.


“내가 못 가지면 뭐, 죽여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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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올곧은 의지 1 24.08.26 10 0 17쪽
» 6. 단서찾기 3 24.08.25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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