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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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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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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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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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일전에 의뢰하신 건, 상당히 어렵겠어요. 위치는 8구역으로 확실히 알아냈습니다만, 워낙 방어가 탄탄해서..”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8구역 시설 근방에 잠입한 석준 팀이 자리 잡은 곳에서 대원들이 외부를 경계한다. 승희가 석준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그를 조용히 바라본다.


“보수를 더 올려 주셔야겠습니다. 8구역에 도착해서 준비 중입니다. 우리도 목숨 걸고 침입해야 잡아올 수 있어요.”


-선금 드린 만큼 보내죠. 그 이상은 안됩니다. 꼭 잡아오세요. 잡아와야 나머지 잔금 드립니다.


석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승희가 바로 뭔가 확인한다.


“아, 그리고 아주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는데, 엄청 중요한 겁니다. 사 가시면 절대 손해 보지 않으실 겁니다. 선금의 반만 보내주시면 지금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 어떤 종류죠?


상대의 침묵이 잠시 이어지자 석준이 이마를 문지른다.


“스킬 관련한 정보입니다. 이 이상은 입금 후에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혹시 힐링 스킬 관련이라면 됐습니다.


“아아,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뭐, 나중에 마음 바뀌시면 바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몹시 아쉬워하는 석준의 표정을 멀리서 본 정후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창밖을 바라본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나머지 보수 받고 싶으면 타깃을 잡아와야 됩니다. 손은 대지 마시고, 아주 조용히 처리해야 됩니다.


“염려 마십쇼. 아주 잘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예의 영업용 말투로 허허 웃으며 통화를 마친 그에게 승희가 찾은 것을 보여준다.


“입금은 확실하군. 그럼 움직이자. 만만치 않을 테니 다들 조심하도록 하고 승희는 시설로 먼저 잠입해라. 바로 시작해.”


“알겠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승희를 보며 정후가 석준에게 다가간다.


“사람 하나 빼오는 건데 승희 혼자 가면 되지 않겠어요? 여자니까 경계심도 없을 테고요.”


“돈을 받았으니 확실하게 해야지.”


석준이 정후에게 오른손을 들더니 엄지와 검지를 살살 문질러 보이며 씩 웃는다.


“···”


배낭에서 옷가지들을 꺼내고 전투복을 훌훌 벗는 승희를 힐끔 보더니 정후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며 고개를 흔든다.


승희의 등판 곳곳에 보인 크고 작은 흉터들이 근육 움직임을 따라 꿈틀댄다. 위아래 검은색 속옷만 입은 그녀의 두툼한 허벅지와 종아리에도 여러 흉터 자국이 선명하다. 연한 노란빛이 도는 헐렁한 셔츠와 갈색 일 바지를 입자 평범한 일반인이 된다.


“전 8구역 시설 들어가서 좀 있어 볼까요?”


옷 갈아입는 동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외부 경계에 집중한다. 석준이 턱에 손을 올리더니 생각에 잠긴다.


“그래. 그것도 좋지. 5일 정도 정보 좀 모아봐. 이자영은 밖으로 유인만 하면 된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들어가서 시작할게요.”


머리를 한데 모아 묶는 승희를 보며 석준이 알았다며 큭큭 웃는다.


**


인기척을 숨긴 상태로 계속 움직인 해인이 지친 얼굴로 우림을 바라본다. 우림 역시 건물 내부를 계속 살피며 움직인 터라 그도 마찬가지로 피로도가 쌓였다.


있을 만한 곳을 다 살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강성한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잠깐 스친 생각에 등골이 오싹거린다.


“혹시..”


눈 밑이 더 어둑해진 해인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우리가 당한 건가.. 형. 안되겠다. 누나랑 합류해야겠어. 지금 양쪽 다 위험해.”


우림이 다급히 말하는 해인의 얼굴을 보며 이마의 땀을 닦아낸다. 초조해 하는 해인의 안색을 살핀다.


“하아.. 이상하게 지하부터 지상까지 경비가 허술했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전부 위에? 설마..”


해인의 한숨 섞인 말에 우림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급박해진 상황에 그도 안색이 어두워진다. 생각보다 쉽게 진입한 건물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녀봐도 강성한의 그림자 한구석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도 없는 곳을 배회하고 있는 느낌이다.


“해인아. 너 괜찮아?”


“빨리 위로 올라가야.. 아.. 괜찮아. 좀 막으면 돼.”


놀란 우림의 얼굴을 보며 주르륵 흐르는 코피를 해인이 소매로 슥 문질러 닦는다. 애써 웃어 보이는 해인을 보고 우림이 가방을 뒤적인다. 쓸만한 것은 없고 그나마 자신의 몇 장 없는 옷가지들뿐. 티셔츠 한 장을 꺼내는 우림의 손을 해인이 됐다며 잡는다. 다시 가방에 넣어 닫아준다.


“이래서 안 되겠는데. 합류해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아. 오히려 우리가 방해.. 되는 거 아냐?”


둘의 대화를 들었던 우림이 멈칫거린다.


“그건 그러네. 어쩌지.”


“어쩌긴. 너 몸부터 챙겨야지. 잠깐이라도 회복해서 나중에 합류할 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위는 민영에게 맡기고 일단 너 쉴 곳부터 찾자. 내가 도저히 안되겠다.”


닦아내도 계속 흐르는 코피를 어쩔 수없이 그대로 둔 채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인 해인을 바라본다.


“스킬도 많이 쓴 데다, 움직이는 것도 상당했어. 이 정도 건물이면 너 하나 누울만한 곳 못 찾을까. 그러니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 안전 위치만 알려줘.”


층 전체가 소등되어 비상구 등만 들어온 상태. 어둑한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어렵다.


“알았어. 이쪽 복도 끝에서 왼쪽으로 돌면 방 같은 게 하나 있는 거 같아. 층 전체적으로 당장 위험하진 않을 것 같아.”


알려준 방향을 향해 우림이 스킬을 사용하며 구조를 탐색한다.


“가자. 맞는 거 같다. 기척 숨기는 건 누가 왔을 때만 쓰자.”


“알았어.”


소매로 코를 꽉 잡은 해인을 살피며 움직인다.


**


“알겠습니다. 직접 지시하신 건데 제대로 처리해야죠. 그분에게 잘 말씀드려 주세요.”


서인의 얼굴이 창백하다. 그분이 직접 지시할 줄 꿈에도 몰랐다. 강성한을 쥐어짜 정보를 얻어내고 초조해진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김은효가 넘긴 내용과 버무려져 아주 혼란스럽다. 아니 더 높은 정보를 받았으니 김은효 보다 위험할지도 모른다.


“어쩌시겠습니까? 서인님.”


“어쩌긴, 제대로 처리해야지. 벌써 오고 있다잖아.”


이제 정말 빠져나가고 싶어도 죽지 않으면 못 빠져나갈 상황이 되었다. 정보 함구령까지 제대로 받은 서인이 표정이 윤 비서가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어둡다.


“조심하세요. 지금 상황이 너무 위험합니다.”


“나도 알아.”


자꾸 머리끝을 뱅글뱅글 돌리는 서인을 윤 비서가 조용히 바라본다. 살짝 다가가 서인의 어깨를 슬며시 잡아 돌린다. 그가 하는 대로 몸이 돌아선 서인의 머리를 제 가슴에 살짝 기대게 한다. 서인의 큰 키도 윤 비서의 체격에 한 품에 들어온다.


“···”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머리를 기댄 서인을 잠깐 내려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마가 닿은 그의 몸이 뜨겁다.


그가 자신에게 품은 마음을 모를 수 없다. 가끔 그가 먼저 알아채고 다가오면 그저 잠시 기댈 뿐이다. 그것뿐이다. 그도 잘 알고 서인이 허락하는 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그의 뜨거운 체온에 잠깐 기댄 서인이 말없이 그의 어깨를 톡톡 치더니 책이 쌓인 테이블로 간다.


**


옥상 몇 곳에 설치된 헬리포트에 도착한 한 대의 수송용 헬기에서 무장한 특수부대팀이 커다란 군용 박스를 내려놓는다. 윤 비서의 굳은 얼굴이 부대원의 철저하게 가려진 일체형 새까만 헬멧에 비친다.


“전달했습니다. 확인하시죠.”


대원 하나가 손짓을 하며 박스를 가리킨다. 대원 네 명이 붙어서 들고 오는 물품의 무게가 상당해 보인다.


“네. 확인했습니다.”


제 앞에 놓인 검은색에 가까운 녹색 박스를 보고 대원에게 끄덕인다. 윤 비서 약간 뒤에 서 있는 진서인의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마구 흩날린다. 앞머리까지 펄럭이자 귀찮은 듯 쓸어올린다.


“진서인 님에게 전달해 주십쇼. 두 가지 전부 서인 님의 정보가 아니면 오픈할 수 없다고 합니다. 참고하십쇼.”


기계같이 내밀어진 부대원의 손에 작은 상자가 들렸다. 윤 비서가 느리지 않은 동작으로 받으며 끄덕인다.


“그리고 내용물 확인하시면 바로 연락하시라는 전언입니다. 그럼..”


연락받고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그들은 필요한 것만 내려놓고 빠르게 떠난다. 그들의 한 사람 무장한 장비만 봐도 얼마나 큰 조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들은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그저 위에서 지시받은 대로 움직였을 것이라 떠나는 헬기를 보며 서인은 확신한다.


“뭐해. 빨리 응접실로 옮겨.”


날카로운 서인의 목소리에 앞뒤로 서있던 부하들이 움직인다.


“옮겨놓고 그 층에 인원은 모두 다른 곳에 보내도록 해. 뭐, 궁금하면 있어도 상관없지만, 알고 나면 죽을 수도 있어.”


“···지시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부하들 중 관리하는 자가 대표로 말하며 꾸벅한다. 그의 멈칫거림을 놓치지 않은 서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윤 비서는 나 따라오고.”


“네.”


**


깔끔한 응접실에 험악한 크기와 색의 상자가 상당히 부조화를 이룬다.


“이게 그거라는 거지···”


이를 갈며 내려보는 서인의 눈이 점점 타오른다.


그들이 싣고 온 박스에 미리 받은 암호와 서인의 손바닥을 이용한 생체정보가 인식된다. 서인이 손을 떼자 패널의 마크가 일반 군용 표식에서 기밀용 마크로 붉게 변하며 철컥 열린다. 그녀의 인식용 생체정보는 김은효를 통해 관리되고 있고 그보다 위에서 내린 지시라면 이런 것도 당연하다.


붉은 마크를 처음 본 서인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그야말로 시크릿박스다. 그 안에 담긴 커다란 새하얀 큐브를 본 서인과 윤 비서의 침묵이 길어진다.


“하아.. 나 혼자 확인해도 됐는데 괜히 윤 비서까지 끌어들였네. 미안해.”


“무슨 그리 섭섭한 말씀을.. 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늘 함께 하겠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마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내쉬는 서인을 보고 진심으로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서인님 하시는 일이면 뭐든 따라갈 겁니다.”


“알아. 그래서 더 미안하단 거야.”


열어둔 박스를 째려보더니 윤 비서의 어깨를 툭 치며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댄다. 긴 머리를 한쪽으로 모아 가슴 쪽으로 내린다. 느리게 눈을 감으며 목과 머리까지 편히 기대는 모습을 본 윤 비서가 움직인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서인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간다.


“이것도 지금 열어 보실 겁니까?”


차분히 찻잔을 서인의 앞에 내려놔준 윤 비서가 반대편에 앉는다. 받아 뒀던 작은 박스도 테이블로 가져온다.


“응. 열어야지.”


자연스럽게 그가 가져다준 잔을 들어 호록 마신다. 향을 맡아올리며 숨을 고른 서인이 우뚝 움직임을 멈춘다. 갑자기 빛나는 서인의 까만 눈동자를 윤 비서가 가만히 지켜본다.


“열어 보시죠.”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작은 상자를 서인에게 슥 밀어준다. 서인이 상자를 가져가 지문인식부에 왼손 검지를 댄다.


달칵 열린 적당한 크기의 보석함 같은 상자를 가만히 본 서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지시받은 대로 성공하면 직접 만날 수 있겠지?”


“··· 아마도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확신 없는 윤 비서의 말에 서인의 눈동자가 그를 향한다.


“꼭 성공시켜야 돼.”


“네. 알겠습니다.”


“준비는?”


“말씀하신 대로 각 팀별로 준비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자영도 찾았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좋아. 이쪽에서 움직일 필요 없어서 편하네. 알아서 굴러 들어올 테니.”


인형 같은 웃음을 그린 서인이 차를 호로록 넘긴다.


**


승희의 신호를 받기 무섭게 석준과 정후가 먼저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 대기한다. 나머지 인원들은 다른 포인트에 대기 상태.


“생각보다 빨랐네요.”


“그래. 빠르면 더 좋지. 너무 거칠게 다루지 말아라. 괜히 트집 잡힌다.”


“아무렴요. 넉넉히 받았는데 뭐 굳이.. 왔네요.”


크고 작은 사람의 형태가 검은 골목 사이에서 기다리던 그들 앞에 나타난다.


“대장. 나 여기 오래 못 있을 거 같은데.. 끌고 나오느라 좀 소란스러워졌어요.”


약간 지친 승희의 목소리가 살짝 들린다.


“으읍!”


입에 무언가 물린듯한 소리를 내는 작은 그림자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시야 차단용으로 머리에 시커먼 주머니가 뒤집어 씌워졌다. 제대로 포박해온 사람을 둘에게 넘긴다.


“알았다. 그건 문제없어. 빨리 벗어나자.”


팔이 뒤로 묶인 채 버둥대는 작은 체구를 석준과 정후가 가볍게 들자 승희가 그제야 숨이 트이는지 숨을 길게 내쉰다.


**


나름 마음에 들었던 최고층 연회용 홀에 먼지가 자욱하다. 뻥 뚫려버린 천장도 마음에 안 든다. 미리 자료를 추가로 받지 못했다면 정말 놀랬을 것이다. 받은 자료 내용대로 상당한 위력이다. 하지만 그분이 직접 움직인 이상 실패할 리가 없다. 있어서도 안된다.


눈을 부릅뜨며 입술을 꽉 깨문다. 한 걸음 한 걸음 울리는 굽소리에 화가 잔뜩 담겼다. 일정 거리에 멈춘 서인이 추락해 떨어져 미동 없는 민영을 노려본다.


“왜긴. 너 잡으려고.”


서인이 신호하자 밖에서 대기하던 팀이 빠르게 상자를 들고 온다. 상자는 다시 닫았으나 봉인은 풀어둔 상태.


“우리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알아?”


“으···”


헤드 아머가 풀린 민영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선다. 예상외로 일찍 정신이 돌아와 움직이는 민영을 보고 놀란 서인이 물러서며 경계한다.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흔드는 민영의 눈을 노려본다.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친다.


피이이잉!


서인과 눈이 마주친 민영이 더 크게 울리는 이명에 몸이 휘청한다. 순간 시야에 들어온 여자의 눈이 빨갛게 빛나는 것을 새까만 장막이 덮어버린다. 블랙아웃된 민영의 몸이 털썩 쓰러진다. 코트 사이로 보이는 아머모드의 민영의 몸을 확인한다.


“빨리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나자 부하들이 쓰러져 누운 민영의 근처로 박스를 가져온다.


“모두 나가.”


지시대로 커다란 박스를 가져다 놓고 부하들이 자리를 벗어난다. 잠시 후 큰 박스가 덜컹거린다.


쿠당탕!


갑자기 난 큰 소리에 멀리 떨어져 지켜보던 서인의 어깨가 움찔한다. 뒤에 버티고선 윤 비서가 양손으로 잡아준다.


슈트 근처에만 두면 알아서 작동될 거라던 말이 맞다. 멋대로 열린 박스에서 처음 확인했던 하얀색 큐브가 생각난다. 다시 덜커덩 거리더니 무엇인가 쑥 튀어나온다.


정육면체의 물체가 크림 녹듯 흘러내리며 형체를 바꾼다. 살아있는 것처럼 스륵 움직이더니 박스에서 물렁이며 기어 나온다. 뭉툭한 것이 머리처럼 쉭쉭 움직인다. 찾던 것을 발견한 듯 끝이 반짝인다.


“아악!”


다시 정신을 차려 몸을 움직이는 민영의 눈에 허연 물체가 확 덮쳐온다. 본능적으로 놀라 소리 지르며 팔로 막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깜짝이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어선 민영의 몸이 갑자기 비틀거린다. 슈트의 감각이 사라졌다. 신체의 기운까지 빨려나가는 기분마저 든다. 어지럼증까지 돌면서 시야가 흐릿하다.


“대체 뭐야..”


머리를 부여잡으며 정신을 차린 민영이 십 수명에게 둘러싸였다. 목에 감긴 위화감에 손이 올라간다. 예상외로 일개 부하들의 체급들이 전부 운동선수들만 모아둔 것 같다. 그런 그들을 수족으로 부리는 여자가 앞에 서서 피식 웃는다.


민영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부하들에게 꽉 잡혀 버둥대지만 다수의 힘을 이겨내기 힘들다. 슈트 작동이 멈췄다. 그들에게 꽉 잡힌 몸 여기저기가 불편하고 아픈 감각을 고스란히 전한다. 솟구친 짜증에 욕이 절로 흘러나온다.


“멋지네. 그 목걸이.”


“미친..”


서인이 경호원들 사이에 서서 예쁜 얼굴로 예쁘게 웃는다. 팔이 뒤로 꺾인 채 검은 머리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를 악문다.


“이거 대체 뭐야!”


“개 목걸이?”


민영의 목에 감긴 초커가 새 하얀색으로 반짝인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폭의 목걸이가 슈트 위로 채워졌다. 약간 두께감과 압박감이 심하지 않으나 상당히 불쾌한 감각. 이마에 힘이 쏠린다.


“하다 하다 목걸이까지 채우네.. 하아..”


어떻게든 빠져나가보려 몸을 움직이지만 훈련된 그들의 힘을 뿌리치지 못한다.


“내 개로 살면 살려줄게. 그러라고 채운 거야.”


“뭔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아악!..”


말을 받아치는 민영의 뒷무릎을 누군가 발로 찬다. 차인 고통도 몰려오지만 갑자기 꿇려진 무릎이 박살 나는 느낌이다. 잠깐 스쳐간 기억에 이를 악물며 인내력을 발휘한다. 눈앞에 창 하나가 떴다 사라진다.


“이런 거 안 하고 싶은데.. 사람 찾으러 왔잖아?”


서인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부하들이 누군가 질질 끌며 들어온다.


입구 근처에 털썩 쓰러진 남자. 민영의 눈이 확 커진다. 몸을 움직이긴 하지만 상태가 너무 나쁘다. 민영의 눈빛이 단번에 바뀐다. 살의 가득한 눈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피식 웃는 서인이 머리칼을 매만진다. 끌려들어 온 남자를 힐끔거린다.


“강성한 찾으러 온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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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고유 스킬 3 24.09.12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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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고유 스킬 1 24.09.10 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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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실행 3 24.09.08 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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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실행 1 24.09.06 6 0 18쪽
17 17. 나비효과 4 24.09.05 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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