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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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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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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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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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비효과 4

DUMMY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을 넘기기 힘드실 것 같습니다..”


강성한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팀들의 표정이 모두 지쳤고 안타까움과 분함도 흘러나온다. 갑자기 어깨가 처진 자영이 의자에 주저앉자 은서가 놀라 옆에 앉으며 잡아준다.


“최대한 버티시도록 하겠습니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중요한 분이라고 하셨는데 면목없습니다.”


40대 후반쯤 된 의사가 미안하다며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아닙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애써주신 거 잘 압니다.”


서준이 손사래치며 화들짝 놀란다.


“그럼 일행들에게 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관련 있으신 분들은 모여 주세요. 그럼..”


“알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시 들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무거워 보인다. 자영과 은서를 돌아보자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에 뭐라 말해줘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아 조용히 반대쪽에 앉는다.


“여기 와서 치료받으시면 좋아지실 거라 생각했어요.”


자영의 눈에서 계속 방울이 줄지어 떨어진다.


“체력이 너무 떨어지셔서 힐을 못 쓰시는 줄 알았는데.. 스킬이 있으면 치유돼야 하는 거 맞잖아요.. 분명히 자동 치유라고 쓰여있는데..”


바닥을 보고 혼잣말로 중얼댄 자영이 고개를 들더니 뭔가 읽는 듯 눈동자가 좌우로 여러 번 움직인다. 은서가 등을 몇 번 쓸어내리며 점점 멍해져가는 자영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살핀다.


“은서가 자영이 좀 챙겨줘. 사람들 부를게.”


은서가 알았다며 고개를 몇 번 끄덕이자 서준이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 향한다.


**


회복실에 도착한 민영이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두 침대 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는다. 해인의 안색은 많이 돌아왔고 우림도 쉬면서 회복제를 투여받고 나자 훨씬 좋은 얼굴이다.


“둘 다 무사히 잘 돌아왔네. 다행이다.”


우림이 씩 웃는 눈으로 반짝거리며 다가오는 민영을 보며 손을 들어 보인다. 해인도 역시 얼굴이 환해진다.


“너무하네.”


잠깐 웃던 해인의 눈이 갑자기 가늘어진다.


“뭐.. 뭐가.”


자신의 작전대로 진행한다며 둘로 나눠 헤어진 것이 몇 시간 전이었다. 그때라도 얘길 들었다면 오히려 걱정 안 시키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해인과 마주하던 민영의 눈동자가 도르륵 구르며 침대 시트의 무늬를 따라 손가락이 이리저리 방황한다.


“얘기라도 해주지. 다음에는 그냥 나한테 설명해 줘. 괜히 누나 움직이는데 방해되고 싶지 않아.”


점점 더 가늘어진 해인의 눈을 마주하지 않고 갈 곳 잃은 민영의 손가락을 딱 잡아 멈춘다. 서운함 보다 미안한 마음에 나오는 부탁이다.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땐 정말 섭섭하고 서운하고 슬플 것 같아.. 흑..”


“알았어. 미안해. 이번엔 급해서 설명할 시간이 없었어. 다음에 필요할 때만 같이 가자고 할게.”


점점 입꼬리가 처지고 눈꼬리도 처지고 울먹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민영이 다급하게 미안하다며 해인의 팔을 잡고 흔든다.


“필요할 때만?”


바들거리며 우는 얼굴을 가린 손을 내리자 웃는 얼굴이 나온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끄덕인 민영도 웃고 있다.


“응. 해인이 스킬이 필요할 때가 있겠지?”


“왜 의문형이야? 하하”


“가능하면 위험한 곳에 있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우림도 그렇고. 내가 정말 필요하면 꼭 부탁할게.”


“알았어. 무슨 얘긴지.”


고개를 끄덕인 해인의 어깨를 다독이며 부시럭대는 우림을 돌아본다. 옆에서 듣던 그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괜찮아? 더 쉬어야 되는 거 아니야?”


“이제 괜찮아. 정상으로 회복된 것 같아.”


민영이 걱정하며 지켜보자 우림이 괜찮다며 대강 정리를 하더니 옆에 놔둔 가방을 확인한다.


“해인이 가방은 내가 가지고 있었어.”


“아까 의사선생님이 오늘은 약은 안 먹어도 되고 이 상태로 하루 정도면 된데. 내일부터 먹으면 된데.”


“그래. 그때 얘기해 꺼내줄게.”


잘 있나 확인한 우림이 다시 자리에 돌려놓은 가방을 톡톡 두드리며 민영의 옆에 서서 해인을 내려본다.


“석준 아저씨가 고생이 많았어. 업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


“그렇긴 하지 그때 정말 놀랐잖아. 잡으러 온 줄 알고.. 으..”


우림이 방안에 오도 가도 못 할 때 들이닥친 시커먼 사람들을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는지 어깨를 감싼다.


“와, 그땐 진짜 놀랐어. 그 덕에 스킬 효과가 상승했잖아.”


둘이 딱 붙어 해인의 스킬로 없는 ‘척’ 하려 했으나 어떻게 알았는지 석준 팀은 해인과 우림을 찾아냈다. 둘의 말을 들은 민영이 눈이 잠깐 커지더니 머리를 매만지며 창가의 커튼을 바라본다.


“해인이 몸도 걱정되고 같이 있을 우림도 힘들 테고. 요령이랄까.. 내가 알려줬어.”


석준팀에게 그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알려줬던 것을 말하며 민영이 어색하게 웃는다.


“아, 그래서 날 딱 잡았구나.”


억센 손에 콱 잡혔던 어깨를 주무르며 끄덕이는 해인을 힐끔거리더니 귓가의 머리칼을 다시 정리한다.


“석준 아저씨랑 좀 전에 만났어. 감시해야 될 사람들도 있어서 부탁드리고 왔어. 나중에 만나면 고맙다고 말씀드려봐.”


“응. 그런데 감시? 사람들? 누가 있어?”


해인의 눈이 물음표가 된다. 우림도 같은 눈으로 민영을 바라보자 별일 아닌 것처럼 방긋 웃는다.


“차차 알게 될 거야. 여기 계신 분들과 같이 모여서 정보교환도 하려면 할 이야기 많겠더라고. 둘 다 같이 들어야지.”


“다 모이게 되면.. 내일?”


우림도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하는 얼굴로 물어본다.


“아마도 그럴 것 같아. 빠르면 오늘이라도..”


“여기 혹시 김민영이라는 분 계십니까?”


갑자기 회복실로 타타탁 뛰는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민영을 찾으며 숨이 가쁜지 헉헉 거린다.


“저예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민영이 벌떡 일어나 회복실 문가로 걸어가며 남자를 확인한다. 벽을 짚고 숨을 돌리는 남자가 민영을 보고 끄덕인다.


“통괄 그룹 담당자입니다. 정보 전달해 주는 팀이죠. 반서준 조장님이 찾으십니다. 의료시설로 급히 와 주셔야겠다고 하셔서요. 강성한 님을 담당하신 의료 팀원 모두 나오셨답니다.”


한참을 찾아다녔는지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시설 내 모든 이들이 편리한 장비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마련한 대책이다.


“어서 가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살짝 재촉하는 그의 눈빛이 흔들리며 자신을 따라오라 손짓한다.


“다녀올게. 회복실에 있어. 해인이 좀 봐줘.”


우림이 고개를 끄덕이자 담당자를 따라 회복실을 나간다.


**


“우리 동식이가 요즘 편하게 지냈나 봐? 그치?”


“···”


창고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어스름한 새벽하늘. 동식과 태진이 얌전히 무릎 꿇고 승희 말에 대답 없이 최대한 몸을 더 쪼그린다. 가장 빨리 끝나는 방법을 이미 터득했다.


“왜 대답이 없을까? 응? 그리고 왜 태진이는 같이 있을까?”


“···”


“조금 있으면 해가 뜰 시간인데, 그때까지 가볍게 몸을 좀 풀자. 어때? 숨어있던 시간만큼은 대련해야지?”


“···”


“···”


시계를 보고 제안을 한 승희의 말에 여전히 대답 없는 둘을 가만히 보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뭔가 찾아낸 듯 착착 걸어가 가지고 오더니 둘의 앞에 툭 내려놓는다.


“묶여서 맞을래? 방어라도 해 볼래? 선택해.”


바닥에 떨어진 굵직하고 사용하지 않은 새 로프 한 묶음이 사신이 들고 있을 법한 올가미처럼 보인다.


“할게요!.”


“하겠습니다!”


묶이는 순간 샌드백 확정이고 분명 어딘가 터지거나 부서질 것이다. 더 아플 것을 아는데 선택지가 없다.


“그렇게 나와야지. 둘이 같이 덤벼. 안 봐준다.”


웃음기 가신 승희 눈에 불꽃이 일어나 활활 타오른다.



“와악!! 깜짝이야!..”


날카로운 고음이 창고에 울린다. 담당자가 외부로 연결된 창고 문을 드르륵 밀자 시커먼 형체 두 덩어리가 바닥에 붙어 있어 순간 비명을 질렀다. 아침 햇볕이 잘 드는 방향인데다, 아무것도 없을 공간에 뭔가 있으니 더 놀랄 수밖에.


“하아··· 뭐예요?! 누구신데 여기서 이러고···계신..”


“미안해요. 오늘, 아니 어젯밤 늦게 도착해서 반서준 조장님 담당으로 안내받았어요. 최승희라고 합니다..”


문을 연 사람을 창고 담당자로 생각한 승희가 잽싸게 하하 웃으며 인사한다.


“아.. 네에..”


불쑥 나타난 승희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란 담당자가 작업복을 입은 작은 몸을 움찔거린다. 하이톤에서 낮아진 소리로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이상한 사람들 아니라고 경계하지 말라는 뜻으로 활짝 웃어 보이지만 이미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이상하다.


“많이 놀랐어요? 죄송합니다.”


운동을 시원하게 하고 땀을 흘린 상쾌함을 담아 숨을 고르는 승희의 표정을 보고 다시 한번 시선이 바닥을 향한다.


“일이 좀 있어서 후우.. 잠깐 공간만 빌렸어요. 물론 물품들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가시지 않는 상대를 보며 승희가 머쓱해한다.


“그리고 저것들은 제가 지금 바로 챙겨 나갈 거니 볼일 보시면 돼요.”


“네에..”


담당자가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놀라움을 동반한 처음 만난 어색함이 열어둔 문 사이로 점차 강해지는 맑은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자 살살 흩어진다.


“아.. 알겠습니다. 일단 반서준 조장님께 말씀은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곳이고 외부인은 출입을 막아둔 곳이니.. 규칙은 규칙이라...”


“네.. 뭐 상관없습니다. 하하.”


밝은 볕이 더 들어오자 바닥에 늘어진 둘의 상태가 제대로 보인다. 놀란 눈으로 숨을 훅 들이키더니 입을 틀어막고 후다닥 밖으로 나가버린다.


“후우.. 얘들아.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둥근 해가 떴어요. 기절한 척 그만하고 일어나야지.”


“.. 넵.”


“.. 옙..”


**


서준의 호출로 모두 모인 자리에 무거움이 흐른다.


“현재 강성한 씨 상태는 종합병원이에요. 지병이 있었는지는 지금 시점에 밝혀내기 힘들고 밝혀내도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내과 처방과 동시에 외과 수술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설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의료팀을 대표한 의사의 말에 침묵이 이어진다.


“아까 말씀드리긴 했지만, 수술 진행시 강성한 씨의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그것도 관건입니다.”


의사와 보조를 해주던 의료진들의 얼굴에 누적된 피곤이 떠오른다. 열악한 환경에 아픈 사람을 돌봐오던 그들도 지칠 수 있는 사람이다.


“아저씨는 힐링 스킬 보유자인데 왜 치유가 안 되나요?”


자영이 의사에게 걱정 가득 담긴 질문을 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글쎄요. 스킬로 치유 가능한 범위가 있는 걸까요?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만, 스스로 치유 의지가 없다면 발동이 안 된다던가, 그런 가능성이 있지 않나.. 정신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의사가 손을 이렇게 저렇게 주무르다 깎지를 낀 손으로 입을 슬쩍 가린다. 흐려지는 의사의 말에 모두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듣자 무릎을 치거나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강성한 씨를 제가 직접 만나 볼 수 있을까요?”


민영의 차분한 목소리에 모두 고요해지고 의사가 민영을 바라보며 끄덕인다. 서준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의사는 별다른 의견 없이 민영의 요청을 수락한다.


“제가 긴히 직접 여쭤볼 게 있어요. 혼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민영의 눈빛이 깊어져 무거운 공기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영이 단정하게 고개를 숙이며 모두에게 부탁한다. 그 분위기에 모두 침묵으로 대답한다.


**


위생복을 입고 병실로 들어간 민영이 성한을 본다. 눈이 움푹 들어가 호리호리한 몸이 메마른 몸이 되었다. 진서인이 자신의 눈앞에 끌고 들어왔을 때도 느꼈지만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다.


유리창 너머 대기실에 회의 참여자들이 숨소리를 죽이고 성한의 모습을 살핀다. 민영은 그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의사는 그가 과연 말을 잘할 수 있을지 자신도 그리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어능력도 급격히 떨어져가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병실 안에서 성한을 살피는 민영이 정면으로 보이지만 얼굴은 감정을 읽을 수 없을 만큼 굳었다. 강성한의 반쯤 감긴 눈과 살이 내려 홀쭉해진 오른쪽 뺨이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몸이 마를 대로 말라버린 그를 내려보며 그녀의 입이 달싹이며 몇 마디를 성한에게 전한다. 그를 향해 물어보고 싶다던 내용을 말하는지 한참 말을 이어간다.


“체력 소모가 너무 많이 되면 자동 치유 효과가 없는 걸까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서준의 차분한 물음에 의사가 답을 하며 고민이 깊어지는지 턱을 문지른다.


민영이 그를 대상으로 한 힐링 스킬 관련 창을 보며 전수에 대한 정보를 얻어보려 했으나 자신이 대상으로 삼고 싶은 사람에 대한 정보도 확인되지 않는다. 늘 보던 힐링 스킬 메시지 창만 보이고 실마리가 될만한 정보는 눈곱만큼도 나타나지 않는다.


전수자도 전수 조건이 달성되어야 대상 지정을 할 수 있고, 그다음에 전승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멍한 상태의 강성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참 이어갔다. 대답은 없었지만 말로 누군가에게 한 것은 처음이다.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 처음 말 걸어준 사람이 강성한 씨였어요. 그 순간은 혼자인 게 너무 무섭고 두려웠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성한 씨가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인 거예요.”


점점 식어가는 성한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살짝 포갠다. 잠깐이지만 민영의 체온에 눈을 깜빡거린다.


“고맙습니다. 그때 제게 말 걸어주시고 선물도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선뜻 말을 걸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도 이야기해 주고 함께 가자고 제안할 수 있는 그런 순수한 용기. 그동안 자신이 살았던 것과 반대의 모습을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누가 만질까 두려워하는 고슴도치처럼, 누가 볼까 무서워 땅굴에 숨은 두더지처럼 살아온 자신의 시간을 돌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재희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새삼 깨달았다.


“지난 시간을 보고 앞으로 다시 달려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사실 지금도 무섭긴 해요.”


솔직하게 그대로 그가 보여준 대로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달라진 자신의 모습도, 지난 시간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살짝 커진 민영의 눈이 성한의 눈동자와 마주친다. 몸을 살짝 숙이고 그가 간신히 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작은 소리지만 분명히 그가 하는 말을 빠짐없이 들으려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문다.


잠시 후 어둑했던 강성한의 얼굴이 조금씩 편안하게 안정된다.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강성한 씨가 끌고 오신 모든 것들은 지금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이어갈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푸른 새벽이 가고 태양이 불긋하게 떠오르기 시작하자 창안으로 반짝이는 햇볕이 조금씩 들어온다. 점차 길어지는 빛무리가 병실 안에 차오른다.


“편히 쉬세요.”


잠시 눈빛이 돌아온 성한의 눈동자가 민영의 눈과 마주친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그러니 있는 힘껏 달려보라고 말하는 그의 눈이 희미하게 웃는다. 마주 웃은 민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숙였던 몸을 바로 세우며 긴 잠을 청하는 성한을 조용히 내려본다. 심장박동을 그리는 파동이 느려지고 곧 직선을 만든다.


완전히 떠오른 태양빛이 한가득 차올라 대기실 사람들의 얼굴도 밝은 빛으로 물든다. 자신의 시야에 가득 떠오른 금빛 메시지 창에 잠시 놀란 눈이 장인이 벼리고 벼린 검푸른 날처럼 예리하게 빛난다.


[최초의 힐링 스킬 전승자 타이틀 효과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발동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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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고유 스킬 1 24.09.10 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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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실행 3 24.09.08 7 0 16쪽
19 19. 실행 2 24.09.07 6 0 17쪽
18 18. 실행 1 24.09.06 6 0 18쪽
» 17. 나비효과 4 24.09.05 7 0 16쪽
16 16. 나비효과 3 24.09.04 7 0 16쪽
15 15. 나비효과 2 24.09.03 7 0 18쪽
14 14. 나비효과 1 24.09.02 8 0 16쪽
13 13. 추적 4 24.09.01 8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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