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매화당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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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ary
작품등록일 :
2024.08.23 19:59
최근연재일 :
2024.09.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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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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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엄마, 엄마아!”


떨어져나간 제 팔을 쥐고서 바닥을 기는 문도들이 즐비하다.


속세와 연을 끊은들 어떠한가.


망자로 가는 문이 지척에 있다면 가슴에 품은 원이라는 것은 한없이 커지는 법이었다.


무림의 절대고수면 무엇하는가.


제 목숨이 바람 앞의 등불만도 못하단 걸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거늘.


용감무쌍할지라도,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제 앞에 선 자가 자신보다 강하다면 그것은 무의미해지고,


더욱이 그것이 압도적이고, 상대할 수조차 없는 방식이라면 절망하기 마련인데.


들푸른 광서의 초원은 붉게 물들고 빛바랜 절규만이 맴도는 이곳, 십만대산에서―.


**


“다왔습니다.”


“멀긴 더럽게 머네.”


“몇몇 이들이 괜히 여길 세외에 속한다 여기겠습니까.”


당보가 풀숲에 숨은 뱀의 머리를 베어내며 말했다.


숨이 느껴지지 않는 맹의 군영에 들어서자, 청명이 말했다.


“아무도 없는 줄로 알았더니?”


“간자일까요?”


그들이 뇌옥 앞에 서자, 숨을 죽인 채 널부러진 제갈석이 벌떡 일어섰다.


“누구시오!”


청명이 당보를 돌아보며 물었다.


“···누구시오? 지금 나보고 누구시오라고 한 거냐?”


“우리말고 누가 있습니까?”


당보가 한숨을 쉬며 답하자, 청명이 소리 질렀다.


“무당 이 자식들은 도대체 뭘 하길래 마교 놈 목숨줄이 아직 붙어있어? 이까짓 뇌옥 그냥 박살 내고 들어가면 그만이야!”


청명이 발작하며 검집에 손을 올리자 당보가 말했다.


“도사 형님 또 발작이네! 가만히 좀 있어요 제발!”


“놔봐 이 자식아! 지금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누구시오?’. 이 자식아, 내가 네 목숨줄 거두러 온 차사다!”


제갈석이 기겁하며 뒤로 넘어지자, 당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사 형님, 이 인간 제갈가 아닙니까?”


“제가알?”


천천히 제갈석의 옷매무새를 살피던 청명이 말했다.


“···너 제갈이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하던가.


언제 다시 칼들고 설칠지 모르는 청명을 향해 제갈석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가 제갈가의 제갈석이요!”


그러나 청명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간자 놈이 미쳐가지고는! 나는 염라되신다!”


그러며 진심으로 진검을 뽑는게 아니던가.


당보만이 이 날뛰는 인간 허리채를 잡아당겼다.


“제발! 제발, 염라 전에 사람 먼저 되십쇼!”


***


오해가 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갈석은 청명에게 두어대를 맞았다.


이유라 함은―


‘내 오해를 산 네 잘못이다.’


제갈석은 가까스로 뇌옥에서 풀려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의심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대가 진정 매화검존이시오?”


“그런데?”


“···그대는 암존이시고?”


“그렇지?”


제갈석이 허공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되묻는다.


“···정말 매화검존이시오?”


“그렇다니깐?”


“···정말?”


“아니, 이 새끼가?”


성큼 제갈석에게 다가서는 청명을 다시 한번 당보가 붙들어매고.


“놔봐. 이 새끼 분명 마교의 간자라니까?”


“형님, 제발!”


“검존을 저렇게 쳐다보는 놈이 마교가 아니라고? 몇 대 맞으면 진실을 실토하는 법―.”


청명은 소매를 걷어 올린다.


제갈석이 황급히 헛기침을 했다.


“···미안하오. 원체 경황이 없던지라.”


“미안하오? 야, 네 배분이 얼마기에 말을 짧게 해?”


“큼!”


검존의 눈썹이 들썩이는 걸 확인한 제갈석이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검존께서 이리 젊으신 줄 몰랐기 때문에···. 아니! 실제로 젊진 않으시지만!”


제갈석은 검존의 외양을 바라봤다.


누가 보기에도 청년이지 않은가!


아무리 반로환동을 했다는 천하의 기재이긴 하다만···.


검존이라 믿기에도 어렵고, 아니라 말하면 제 입술이 터져나갈듯 얻어맞는다.


저게 검존이라고?


천마의 대적자?


마교의 주교가 아니라?


성깔하고는···.


떠오른 무당의 출전사실에 제갈석이 황급히 덧붙였다.


“지금 이럴게 아닙니다! 송천진인께서 십만대산으로 향하셨습니다!”


“걔가 누군데?”


“···예?”


“걔가 누구길래 나보고 오라가라 하냐고.”


“···맹에서 보내신게 아닙니까?”


“아닌데?”


“그럼 왜···?”


“나도 십만대산 가려고.”


“같은 말 아닙니까?”


“다르지?”


당보가 곁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사 형님이 말은 저렇게 해도 도와주러 온 겁니다.”


제갈석은 당보가 마주잡은 제 손을 바라봤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십만대산 초입의 무장이 상당합니다. 화포만 무려 십문···.”


“됐어, 그딴 거 들어봐야 뭣해?”


청명이 코웃음쳤다.


“어떡하시게요?”


“뭘, 평소대로 하는 거지.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을 해요.”


청명이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그래도 들어두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됐어, 우리 뭐 언제 편하게 싸운 적이 있었나. 신강에서 그 난리 피울 때도 그랬지. 이게 다 곤륜이랑 개방 놈들이 무능해서 그런거 아니냐? 화산이 거기 있었어봐, 마교 놈들 대가리 들이쳐밀면 그때마다 못질 박히는 거야. 그렇게 수백년 하다보면 천마재림이고 그런 말 꺼내지도 못한다니까?”


“아니 그게 뭔.”


당보가 뭐라하기 위해 말을 덧붙이던 찰나, 순간적으로 생각해버렸다.


‘설득력이 있어!’


곤륜이 잘 패기만 패면 마교 놈들 대거리짓은 못하는 거고, 개방이 정보를 잘만 물어다 주면 크기 전에 팰수 있는게 아닌가?


중원 한복판 출신인 당가랑 화산이 왜 개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스쳐지나가는 당보의 눈빛에, 제갈석이 못본 척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전쟁에서 이겨도 강호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구나···.’


칼을 불량하게 들쳐매고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청명이 뒤돌아 제갈석에게 물었다.


“뭐해?”


“예?”


“갈거야, 안갈거야?”


“어딜 말씀이십니까?”


“어디긴 어디야.”


청명이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장난스런 웃음을 지었다.


“십만대산으로 가야지.”


발을 떼는 청명의 모습에 제갈석이 황급히 따라붙었다.


“저,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청명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물었다.


“너 잘 뛰냐?”


“예? 예! 잘 뜁니다!”


콧웃음 친 청명이 답했다.


“늦으면 맞는다.”


“···예?”


***


희망이 있고 없음에 따라 사람은 태도가 바뀌기 마련이었다.


드리운 패색에도 불구하고 무당파가 여전히 항전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졌으나, 살아나갈 희망이 있다면 아무리 잘 무장되고 훈련되었다 할지라도 흩어지고, 도주하기 마련.


그러나 살아나갈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죽음을 각오하고서 몸을 내던진다.


화포의 포화망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미 죽음을 각오한 몸.


무당파는 팔이 부러지고 너덜해진 다리에도 불구, 검을 들었다.


도가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그들은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쉴새없이 욕설을 입에 담았으며, 각각 다르나, 또한 비슷하게, 명을 달리하였다.


송천은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 탓에 왼눈을 감은 채, 모용곽과 대치 중이었다.


“껄껄, 빈도도 죽으면 그대와 같이 될까? 산 송장이 되어, 이매망량도 못한 이로 남아 내 사형제, 제자들에게 칼을 들이밀까!”


모용곽은 강했다.


한때는 비슷한 경지였으나, 다시 살아난 모용곽의 경지는 송천보다 한 수, 못해도 반 수는 위였다.


‘분명히 술사가 있을 터인데, 가늠할 수가 없구나!’


모용곽이나 되는 인간을 다루는 인간, 그에게 마공을 전한 인간이 누구겠는가.


‘최소 주교란 말인가.’


분명 요새였다.


요새 안에서 자신들을 관망하고 있는 것일 터.


이런 식으로 내공을 소진하는 것은 모두를 사지로 들이미는 짓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나대로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군.’


단전이 내공을 쉼없이 뽑아내는 우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이미 바닥친 내공.


뒤를 돌아본 송천이 생각했다.


‘각오를 다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가.’


송천은 몸을 순환하는 내공의 결을 느꼈다.


‘충분히 다진줄 알았건만. 때가 오면 뭐던 한없이 모자라구나.’


뜨겁고, 심장이 고조된다.


생명을 태워 힘을 다하는 선천진기.


모든 것을 불태우고 죽던가, 살아남아도 살아남은 것이 될 수 없는 길이었다.


송천이 달려들자, 모용곽이 막아섰다.


그에게 작게 속삭이는 송천.


“이 먼 땅에서 혼자 얼마나 외로우셨소?”


모용곽이 검을 밀쳐내자 송천이 지독하게 따라붙는다.


“약속은 못지키겠소만. 반쪽짜리 약속이라도 괜찮다면. 갑시다!”


송천의 피부가 붉게 물들어올랐다.


“우리 함께 시왕도(=지옥)로 떨어져 봅시다!”


송천의 왼손이 모용곽의 목을 거머쥐었다.


모용곽은 떨치려 하였으나, 송천은 더욱이 손아귀에 힘을 실었다.


“가는 길 외롭지는 않을거요. 빈도가 워낙 말이 많아서!”


직후, 송천을 중심으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


***


요새의 호화스런 거처에서.


의사에 기대앉아 손가락으로 팔받침을 두들기던 제칠주교 극천剋天의 손이 멈췄다.


“동귀어진할 셈인가?”


그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거처의 문이 열리고, 극천이 문을 나섰다.


“귀찮은 것이 자멸했으니, 거사를 준비해보자꾸나. 듣자하니 검존도 온다하고.”


***


왈칵.


잿빛이 되어버린 송천이 무릎을 꿇고서 주구에서 해방된 모용곽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빈도는 조금 늦게 갈 것 같구만. 늙으니 돼지같이 욕심은 많고 원숭이같이 거짓말만 느는구먼.”


“장로님! 이리로!”


발빠르게 다가간 무당파 제자 둘이 송천의 양 팔을 잡고 뒤로 내뺐다.


가파르게 타오른 불꽃이 사그라들고, 꺼져가는 심지가 느껴졌다.


‘이것이 죽음이던가?’


흙바닥에 발이 끌리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는 죽어간 문도들을 보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가.’


그의 두 눈이 떨렸다.


‘무섭다, 무섭구나.’


눈만이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몸에 스며드는 이 한기가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어찌, 어찌!’


전투의 호기로움은 사라지고,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어버린 그의 눈이 빛났다.


회광반조?


그렇게 칭할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죽는 것이 비할 데 없이 무서웠다!


이유라 하면 수없이 댈 수 있었다.


죽어간 사제들이, 먼저 시왕도로 떨어진 사제들이 자신을 질시할까 무섭다!


죽어서도 평온을 찾지 못한 모용곽처럼 될까 무섭다!


그는 온힘을 다해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내.”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 마지막 명령이니 듣거라.”


제정신일 때 전해야한다!


오직 그 생각만으로.


“뭐든 말씀하십시오!”


땀을 흘려대는 두 문도가 말했다.


“잘 듣거라! 살아라, 살아남거라.”


“장로님?”


“내 허투로 하는 말이 아니다! 너희 둘은 지금 전장을 이탈하여 맹에 전하라! 무당파가··· 무당파가 십만대산에서 패했음을!”


송천이 제자들의 소매를 떨리는 손으로 떼어냈다.


“장로님, 장로님도 같이!”


“가라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단 말이냐!”


문도들은 그를 적당한 바위에 기대었다.


걱정이 묻어나는 그들의 눈빛에 송천이 답했다.


“내 몸은 걱정하지 마라. 우화등선하여 너희들보다도 오래 살 것이니.”


웃음을 섞어 말하자, 그제서야 안심한 듯 몸을 돌려 문도들은 달려나갔다.


홀로 남은 송천이 요새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화포는 포화를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달려들고 투석기를 쏘아대는 제자들이 자랑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고개 든 것은 지독한 혐오감.


사문을 위해 핏덩이들을 사지를 몰았구나.


지금도 시시각각 편육이 되어버리는 제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노성이 튀어나왔다.


“이제, 이제 그만 해도 된다.”


세상 들은 적 없는 함성과 괴성이 한데 어울려 전장을 형성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와는 다른, 지독한 생존투쟁.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지 않은 송천이 몸을 들썩였다.


“제발! 망할 몸뚱이같으니라고!”


무당파의 제자들은 달려나간다―.


“움직이란 말이다! 네 제자들을 지키란 말이다···.”


차라리 죽었더라면 몰랐을 비극을 알아버린 자에게 눈 돌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법.


“업보다! 업보구나! 인과보응因果报应이야!”


그러나 진정 절망이라 할 것은 그 이후에나 찾아오는 것이었다.


화포를 제외하고 한세월 고요했던 요새의 문이 열렸다.


작가의말

오래 연재할 생각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주교 다 정리하고 천마까지 잡으려면 한참 걸리겠단 걸 깨달았습니다....


결말은 생각해뒀는데, 생각보다 과정이 길어질 것 같아, 최대한 쳐내면서 빠르게 전개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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