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매화당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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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ary
작품등록일 :
2024.08.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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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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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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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검존과 암존이 밀림을 쏘다녔다.


그 속도는 차마 범인의 눈으로는 좇아갈 수도 없는 것.


그러한 범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무 위를 쏘다니는 그들의 경공으로 햇빛이 잠시 그림자에 지워졌다 이내 다시 밝아졌다는 정도.


“무당파와 합류까지는?”


“금방 도착합니다!”


“그 자식들이 엄한 짓만 안하고 있는다면 편하겠는데!”


“저희가 다 고생할 건데 편하긴 뭐가 편합니까!”


“간만에 피 좀 보겠구만.”


“허허, 화산의 앞날이 어찌 되려고 이 인간을 백도로 태어나게 하셨습니까. 신강에서 꼬챙이 되었다 간신히 살아돌아온 건 기억도 안나십니까? 당가제일이 옆에 있어서 다행인줄 아십쇼!”


“그래서 내가 너 데려왔잖아.”


“제가 벽곡단도 아니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인간이 아닙니다.”


“하 웃기시네.”


검존은 도중에 멈춰서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왜 또 멈춰서십니까!”


“···조용히. 이리로.”


당보가 몸을 숙이며 그에게 접근했다.


“···마굡니까? 아무런 기척도 안느껴지는데.”


“이제 가봐.”


“···예?”


“···까륵, 까르륵!”


청명의 이죽거림에 당보는 그제서야 그의 수작질을 이해했다.


“이 도사 형님이 진짜 미쳤나! 장난질이 나옵니까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당가제일인.


이제 그들은 십만대산까지 약 하루를 남겨 둔 상태였다.


***


“진형을 바꿉니다.”


제갈석이 지도를 펼쳐놓고서 말했다.


“넓은 평야의 이점을 살리지 못할테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건가.”


제갈석이 송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이렇게 된다면···”


“집중포화에 노출되는 것이군.”


“확인된 요새의 화포 수는 대략 십 문. 어마무시한 충격량일 겁니다. 열 개의 철퇴, 화약을 동반한 그 충격은 손에 꼽을 고수 열의 합공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송천진인께서··· 막아주셔야 합니다.”


송천이 움찔하였다.


“그게 유일한 공성법이라 한다면 내 어찌 그걸 부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화포의 사거리부터 투석기의 사거리까지. 선두의 자리를 지키면서 그들을 지켜내셔야 합니다.”


“알고 있네.”


말로는 쉽다.


그러나 제갈석의 얼굴이 어두운 것처럼, 이 일을 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송천은 제 내력을 가늠하였다.


얼마나 긴 시간을 홀로 요격해야할지 셈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할 수 있다.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해내야만 한다.’


이 전투로서 일어설 무당의 영광과 문도들이 앞으로 짊어질 명예에 비한다면, 늙은 이 몸 하나 망가지는 것 어디 하나 감당하지 못할까!


실제로는 송천 본인이 한 몸으로 투석기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 마교를 견제해야했다.


그 어떤 지원 하나 감당할 수 없는 평야에서, 본대와 거리를 멀찍히 벌리고, 투석기의 안전을 확보해야한다.


결행은 내일!


지체는 없을 것이다.


송천은 밤새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


“군사.”


“예.”


“혹여, 내가.”


“그런 말씀은 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제갈석은 빙그레 웃었다.


“신기제갈神機諸葛, 획책되지 아니한 일로 제갈세가는 등을 보이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그 또한 저의 모자람. 무당의 문도들만 홀로 죽게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군사!”


“저 또한 전장에 설 것입니다.”


“그대마저 죽으면 누가 군을 이끈단 말인가!”


“벌써 패배할 생각이신 겁니까? 제갈세가에서는 남아를 그리 키우지 않습니다. 하물며, 도망칠 수 없는 일로부터는 더욱이 눈을 떼지 말라 하죠. 송천진인, 저는 간단히 죽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송천진인께서도 포기하지 말아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송천진인은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이것 참, 한 방 먹었군.’


“나는 포기하지 않네. 오백 문도도, 군사의 목숨도. 살다보니 욕심이 깨나 있는 사람이더군, 내가?”


송천진인이 뜸을 들였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네. 영광도 명예도, 목숨마저도.”


부드럽게 미소지은 제갈석이 자리를 떴다.


홀로 남은 송천은 나지막히 읊조렸다.


“젊군. 하지만, 타 문파를 위해 죽는 것이 요즘 같은 세상에 흔하겠는가.”


송천은 휘하 문도 셋을 불러 명하였다.


“아침이 밝으면, 군사 제갈석을 유폐하라.”


이는 무당의 일일세. 군사.


그대는 살아 그대의 가문을 지키도록 하시오.


***


“이게 무슨 짓이오!”


“장로님의 명입니다. 군사께서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갈석의 팔을 붙든 문도들이 말했다.


“장로? 송천진인께서? 이건 아니될 말씀이시오! 어떤 전쟁에서 전투 직전 군사를 뇌옥에 넣소!”


“이게 다 군사를 위한 일임을 모르십니까. 장로님께서 전해달랍니다. 본인이 직접 와서 열어줄테니, 참고 기다려달랍니다.”


“아니, 내가 직접 송천진인을! 송천진인을 직접 뵙겠소!”


“죄송하지만, 불가합니다.”


“진인! 아니되오! 놔보시오! 송천진인을 직접 뵙겠다 하지 않소!”


“군사께서도 그리 하시면 저희도 달리 방안이 없습니다.”


팔을 붙든 문도 둘을 제외한 하나가 눈빛을 달리하였다.


“바닥에 꿇리거라.”


문도 둘이 제갈석을 바닥에 꿇렸다.


그의 안색이 질리자 문도가 말했다.


“달리 감정이 있는게 아닙니다. 후일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이 어찌 무도한!”


문도는 순식간에 그의 혈도를 짚어 제압했다.


결행 당일, 이른 아침의 일이었다.


***


송천과 무당파 오백이 집결하여 나아갔다.


군사 제갈석을 제외한 총출격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패배는 달리 기록되어야 했다.


전과 같은 피해를 입게 된다면, 무당파는 재기불능에 빠질 것이 보였다.


송천이 크게 외쳤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 천하가 무당을 이름 높여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오늘 나는, 도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이곳에 섰다! 노욕이 이제서야 보인다. 피가 피를 부른다! 호북의 아들들아! 그럼에도 본도를 믿고 따라 줄것인가!”


“장로님을 믿고서 이 먼땅에 발을 들였습니다! 가긴 제가 어딜 갑니까?”


“하하, 장로님, 아직 하늘은 할 일이 남은 이를 데려가지 않습니다!”


그말에 송천이 싱긋 웃었다.


“겁쟁이들이 목소리는 크구나! 좋다! 상제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한번 보겠다! 말리지 않겠다, 지금이라도 살고 싶은 자, 발을 돌려도 좋다!”


송천은 애써 고개를 돌렸다.


발을 돌린 자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빈도가 길을 뚫겠다! 총원 진군하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이 화포의 사거리에 닿자 순식간에 요새에서 빛을 뿜었다.


소리에 모두가 움츠렸다.


말로는 어찌하지 못하는 각인된 공포.


그리고 이어져야 하는 비명과 핏빛 바닥.


그러나 그것이 무색하게, 누구도 죽지 않았고, 아무런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든 문도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송천의 등이었다.


송천이 외쳤다.


“껄껄! 빈도가 길을 뚫겠다 하지 않느냐!”


두어번 더 이어진 포격을 송천이 그림의 한 폭과 같이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튕겨내었다.


“무섭더냐?”


전쟁이라는 것은 사기가 중요한 법이었다.


무섭게 호통치는 장군을 따르는 병사는 많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 과연 우러난 것이던가.


문도들은 비록 송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나,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았다.


장로께서 직접 앞길을 뚫는데 어찌 수백 제자들이 그를 따르지 않겠는가.


잔뜩 움츠린 몸은 곧게 펴진다.


그들은 해야할 일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훌륭하구나.’


송천이 생각했다.


“다들 앞으로 나아가라. 마도의 그 무엇 하나도 중원을 넘볼 수 없게 공포를 새겨주거라.”


송천이 경공술로 나아갔다.


요새의 각기 다른 열 개의 화포가 조준을 달리하였다.


하나는 송천을 노렸고


하나는 문도를 노렸다.


다른 하나는 투석기를 노렸다.


송천이 해야하는 일은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쳐내는 것이다.


발은 쉬어선 안된다.


그러면 누군가가 죽는다.


팔도 쉬어선 안된다.


그러면 자신이 죽는다.


‘노괴가 되어 욕심만 많구나!’


포탄을 베어내면 그 파편이 후위에 튈 것이니 베어서도 안된다.


송천의 쾌검.


대하도도太淸劍法.


검기의 푸른 잔재가 그의 흔적을 말해줄 뿐이었다.


파괴적이나 부드러운 무당의 태청검법이다.


그러나 송천은 최대한 파괴력을 줄이고 부드러움을 살렸다.


문도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경공술을 펼치며,


태청검법을 펼치며,


끝없는 화포를 막아서기 위해 내력을 아낀다.


끔찍하게 어려운 작업을 송천은 침착히 해내가고 있었다.


느리다 못해 답답한 속도의 투석기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요새의 문이 열렸다.


화포는 끝없이 몰아쳤기에 송천은 요새에서 나온 것을 확인할 새도 없었다.


그러나 그 폭발적인 내력의 솟구침에 송천의 시선이 한순간 그에게 몰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무당파의 사상자로 이어졌다.


세 문의 화포에서 나아간 포탄이 문도들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앗아가고 투석기가 부숴진다.


송천이 뒤늦게 그것을 발견하였지만, 그에게 검을 휘두르는 놈으로 인해 다시금 무당파는 화망에 노출되었다.


‘조무래기에게 시간 끌릴 수는 없다!’


송천은 재빨리 검을 휘둘러 ‘간격’에 들어온 놈의 목을 노렸으나, 놈은 순식간에 목을 거두어 간격을 피해내었다.


‘이 무슨!’


풀린 놈의 머리칼이 검결에 흩날리자 드러나는 얼굴에 송천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은하검 모용곽.


“···모용곽, 정녕 그대란 말이오?”


송천은 모용곽의 몸에 붙은 주구들을 보았다.


“···마교는 하늘이 무섭지도 않단 말인가! 어찌 이런 짓을!”


수구초심이라거늘, 어찌 이 아득히 먼 타지에서 굴레 속에 갇히셨단 말인가.


“빈도가 기필코 그대를 저주에서 놓아주겠소. 그러나 오늘은 아니오!”


송천이 그와의 거리를 벌리며 투석기로 나아가던 포탄을 튕겨내었다.


곧장 뒤따라 들어오는 모용곽의 검.


가슴을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몸을 비틀어 피해내었다.


“크읏!”


송천이 내뱉은 첫 신음소리였다.


“장로님!”


“오지마라! 너희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송천의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려면, 그와 동등한 수준의 고수가 필요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나아가자, 머리가 번뜩였다.


‘매화검존!’


그가 오기만 한다면, 그에게 은하검을 맡긴다면 충분히 요새를 공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가 오기만 해준다면···.


사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렷다.


그를 피해 개전하였으나, 끝내 바라는 것이 그의 손길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내려놓고서라도 한 사람으로서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있다.


“포탄이 날아온다!”


“피, 피해!”


“길 막지 마!”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보인다면.


충격음과 파쇄음으로 점철된 전장에서···.


송천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후기지수 시절부터 무당칠재이라 불리웠던 자신이었다.


‘이딴 곳에서 쓰러질까!’


이치가 마땅하지 않아, 그 정도가 과하면 웃음이 새어나온다더니.


송천의 검이 앞을 내질렀다.


맞서 튕겨나간 검이 바닥을 향하고, 송천이 축으로 삼은 발에 내공을 실어 땅을 울린다.


한 치의 빈틈도 내주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였다.


진동으로 흔들리는 모용곽의 장이 송천의 가슴팍을 파고 들었다.


“어딜!”


땅에 꽂혀있다 반발적으로 튀어나간 그의 검이 장을 막아내었다.


송천은 검에 남은 은하검의 기를 확인코서,


‘마공? 그 어찌!’


혈수공.


단순한 것이 강하다는 마교의 실전적 무공들.


‘주교들 하나하나가 일대종사의 경지에 이르고 있단 말인가!’


“통탄할 노릇이로다! 어찌 그만한 재능을 갖고서···!”


많은 이들이 신공과 마공을 왜 분리하여 익히는가.


그 깨달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둘이 모두 한 몸에 공존한다는 것은, 사사받은 이가 불세출의 천재거나, 혹은 불세출의 천재가 사사한 것이다.


‘잘못하면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는 짓을, 고인에게 행한단 말인가?’


송천은 제 손에 쥔 검을 보았다.


웅웅거리는 검의 공명음이 그에게 전달된다.


보다 검의 비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한 평생 그의 품을 지켜온 검이 내지르는 고성.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양측이 서로를 향해 내딛는다.


어쩌면 이곳에서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무당칠재 송천.


죽음으로서 이곳에 다시 선 은하검 모용곽.


그 둘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끌어올리는 내력은 이미 범인의 영역을 벗어난 것.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전장에서도 꽃 피우는 두 명문 문파의 정수.


만휘군상萬彙群象의 뜻을 담았다는 태극과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의 뜻을 담았다는 칠성이 십만대산에서 불꽃을 피워내니.


그 광경을 잠시나마 눈에 담는다면 깨달음으로 이어지겠으나, 무당에게는 그러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화약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산맥의 흉포함이 군세를 압도하니,


만인이 어찌하여 마교를 흉凶의 대명사로 일컬었겠는가.


아직 패배는 아니오나, 이미 드리운 것은―


패색敗色이라 함에 모자람이 없었다.


작가의말

액션씬을 잘 쓰는 편이 아닙니다.


저 개인이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지라.(무협도 액션은 넘기고 스토리를 즐기는 편입니다 ㅎㅎ;;)


그러다 보니 액션씬의 경우 무협드라마를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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